• 내 손안의 비서 ‘마이데이터’ 100% 활용법

    입력 : 2022.01.06 14:53:47

  • “고객님은 월간 음주 소비가 또래보다 5만원 더 많습니다. ‘음주 줄이기’ 챌린지에 도전하면 지출을 아낄 수 있습니다. 고객님의 투자 성향은 ‘공격 투자형’입니다. 고객님이 보유한 투자 가능한 현금성 자산은 약 500만원입니다. 해외 주식에 60%, 국내 주식에 10%, 국내 채권에 10% 자산 배분을 하면 12.2%의 수익률이 기대됩니다.”

    1월부터 ‘내 손안의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전면 시행되며 금융권 데이터 전쟁이 불붙었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특정 금융회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모아 관리하고 불필요한 곳에 저장된 정보를 삭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부 고액 자산가들이 받던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마이데이터를 통해 일반 고객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버스’
    신한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버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오픈뱅킹’의 확대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앱에서 다른 은행의 계좌 정보뿐만 아니라 보험, 카드사는 물론 빅테크와 통신사에 흩어져 있는 금융 관련 정보를 모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2월 37개 금융회사와 빅테크, 핀테크 업체들이 마이데이터 사업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그 외 16개 사업자는 시스템 개발 등을 거쳐 2022년 중 참여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정보는 업권마다 다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의 조회 빈도가 높은 대부분의 금융권 정보가 포함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예·적금 잔액, 거래내역, 대출잔액, 상환정보 등을 제공한다. 보험은 주계약과 특약사항, 보험료 납입내역 등의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통신사의 청구내역, 소액결제 이용내역뿐만 아니라 국세·관세 등 납세증명과 연금보험료 납부내역도 제공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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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사 간 성역 없는 플랫폼 경쟁 시작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시행은 금융사들 간 성역 없는 플랫폼 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금융소비자는 여러 금융회사 앱을 중복해 사용할 필요 없이 한 곳에 금융정보를 모아 관리하고, 투자까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이 마이데이터 서비스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초반 경쟁에서 도태되면 이후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KB국민은행은 ‘목표챌린지’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외식비 줄이기’ ‘한 달 예산으로 살기’ 등 이용자가 지출 관리를 위한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이를 달성해 자산을 늘릴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비교 그룹이 나와 비교해 얼마나 더 많이 저축을 하고 있는지도 한눈에 보여줘 저축액을 늘릴 수 있도록 동기부여도 한다. 신한은행은 마이데이터 브랜드로 ‘머니버스’를 내걸고 차별화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VIP 고객이 선호하는 해외 주식, 신한은행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문의한 부동산 정보 등을 제공하는 등 고객이 자산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신한은행 상품 외 다른 금융회사의 최적의 금융상품을 추천해준다는 점도 새롭다.

    하나은행은 그룹 통한 마이데이터 브랜드 ‘하나 합’을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하던 자산관리와 외환 투자 컨설팅을 모든 가입자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마이데이터 연결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고객들을 위해 사이버금융범죄 피해를 보장하는 하나손해보험의 보상보험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결혼 여부, 자녀 수, 연 소득 등을 입력하면 향후 결혼 또는 부동산 구입을 위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 마이데이터 아낀만큼 챌린지 화면
    KB국민은행 마이데이터 아낀만큼 챌린지 화면
    특히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까다로워지는 트렌드에 발맞춰 현재 가입자가 보유한 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계산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실직하거나 이혼할 경우 미래의 소득이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것도 타 은행과 구별된다. 보험사 중 교보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했다. 교보생명은 ‘세상을 이롭게, 사람은 참되게’ 라는 목표 하에 고객의 건강하고 올바른 금융생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가계부, 부동산·자동차 시세관리는 물론 교보생명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생애기반 건강관리와 의료비 예측, 보장 분석 등 보험과 건강과 관련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또 교보생명 마이데이터 가입자들은 교보생명이 제공하는 금융교육 콘텐츠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카드사 특성에 특화해 금융 소비생활 시나리오별 팁과 금융캘린더에 기반한 다양한 알림 피드를 제공하는 등 고객에게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카드 상품 추천과 관련해 신한카드가 보유한 방대한 소비데이터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결합 분석해 카드 혜택 데이터를 금액화해 제시하는 등 고객이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해간다는 계획이다.

    ▶못 보는 금융정보 아직 많아 다만 아직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차별화 시도가 피부로 와 닿지 않아 경품을 이용한 고객 모집에 금융사들이 집중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12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범 시행하기 전부터 사전 가입자 모집을 위해 사전 예약자 중 일부를 추첨해 고가 차량을 제공하는 등 경품을 내걸었다. 하지만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인해 출혈 경쟁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이를 제지하며 기존의 차량 증정 이벤트를 아이패드 증정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마이데이터 사전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연 4.1% 금리를 제공하는 ‘하나 합 적금’ 가입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해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의 ‘승인 취소’ 내역은 제공할 수 있지만 ‘매입 취소’ 내역은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승인 취소는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기 전 결제를 취소하는 것이고, 매입 취소는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고 난 뒤 취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신금융협회는 매입 관련 내역은 승인과 구조가 달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어렵고, 추가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별도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협회는 ‘비전 2030’ 선포식을 열고 2030년까지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생명보험 산업의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고 보험과 헬스케어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생명보험협회는 ‘비전 2030’ 선포식을 열고 2030년까지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생명보험 산업의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고 보험과 헬스케어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보험 데이터도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 최신판에 따르면 보험정보 전송은 주계약 기준 장기인보험으로 한정된다. 장기인보험은 보통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으로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와 생명의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을 의미한다. 기간이 이보다 짧은 보험이나, 화재보험·자동차보험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피보험자의 경우 자기가 보험금을 받는 보험도 마이데이터로 확인할 수 없다. 현재까지 보험상품 정보는 계약자에 의한 전송요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은행이 제공하는 정보에 비해 전자금융업자에게 받는 신용정보가 지나치게 간소화돼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기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선불발행정보, 거래내역, 주문내역정보 등을 전자금융업자의 정보 제공 범위로 제시했다. 이 중 주문내역정보는 가전·전자, 도서·문구, 패션·의류, 스포츠, 화장품, 아동·유아, 식품, 생활·가구, 여행·교통, 문화·레저, 음식, e쿠폰·기타 등 12개로 분류해 최소한으로만 제공하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한곳에 모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질수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서비스의 품질이 더 향상된다”며 “전통 금융권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마이데이터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시스템을 정비해 정보 제공 범위를 넓혀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1월부터는 대부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도권 금융회사, 중대형 대부업자와 국세청 등 정보가 제공 가능해졌다. 금융당국은 행안부의 지방세 납세증명, 관세청의 관세 납세증명, 관세납부내역, 건강보험공단 정보, 국민연금 납입 내역 등도 2022년 중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플랫폼 내에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보험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맞춤형 보험 상품 추천 등을 위해 보험업법 시행령에 온라인 플랫폼 보험대리점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대출상품 비교와 추천을 위해 감독당국에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카드사와 제휴계약을 맺은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경우 제휴 범위 내에서 카드를 비교하고 추천하는 기능도 제공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유신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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