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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기업인상]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 “친환경 비즈니스로의 전환은 생존에 필수, 수소환원제철로 2050 탄소중립 달성”
입력 : 2021.12.15 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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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탈(脫)탄소 기조가 확대되고, 수소 신재생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철강산업은 탄소배출이 많고, 감축은 어려운 산업으로 손꼽힌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는 저탄소·친환경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는 국면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힘써 왔다. 사업구조 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철강을 넘어 전기차 강재·2차전지 소재·수소 등 친환경 사업이 대상이다. 말 그대로 그린과 뉴모빌리티를 근간으로 삼은 비(非)철강 삼각 편대를 키운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철강 수요 산업 침체로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잠시 흔들렸지만, 창사 이후 첫 유급 휴업 시행 등 ‘코로나발 경영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0조6369억원, 영업이익 3조11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7%, 영업이익은 367.5% 증가했다. 1968년 창사 이후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12년 연속 선정된 점도 최 회장의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10월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에 선출되면서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최 회장은 신임 부회장 역할을 수행한 뒤 내년 10월부터 1년간 회장으로서 글로벌 철강업계를 이끌게 된다. <매경LUXMEN>이 2021년 올해의 기업인상에 최정우 회장을 선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탈탄소 기조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수소,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도 시작되고 있지요. 향후 그린, 디지털, 바이오테크 중심의 기술 혁신이 확대될 게 분명합니다. 이와 함께 전기, 수소차 등 신모빌리티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배터리, 2차전지 소재 등 관련 산업의 고성장이 전망되고 있지요. 친환경 중심 비즈니스로의 전환은 생존과 성장에 필수입니다. 이에 포스코는 미래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장기 지속성을 위해 기존 사업구조를 친환경 중심 포트폴리오로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2차전지 소재 사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해 리튬·니켈·흑연 등의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중이다. 친환경차 부품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친환경차 강판 시장 선점을 위해 기가스틸(초고강도 경량 강판) 연간 100만 톤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최근 친환경차의 ‘심장’인 구동 모터에 들어가는 무방향성 전기 강판 생산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약 1조원을 순차적으로 투자해 연산 30만 톤 규모의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의 전기차용 고장력 강판과 배터리팩 전용 강재 등을 중심으로 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하는 양·음극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자회사 포스코SPS가 생산하는 전기차 구동 모터 코어, 포스코 고유 기술을 활용한 수소차용 연료전지 분리판 소재 등은 물론 이를 활용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리튬, 니켈, 흑연 등 원료부터 양극재와 음극재, 배터리 리사이클링까지 이어지는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전반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국내에 생산설비를 두고 글로벌 자동차사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미국·유럽 등 해외 공장 확장도 병행해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향후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리튬과 니켈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우수 연구인력 확보 및 기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수도권에 그룹 종합연구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 포스코는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해결책으로 석탄 사용을 기반으로 하는 일관제철공정에서 수소를 철광석의 환원제로 사용하는 ‘수소환원 제철법’을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다. 철광업은 제조공정 특성상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데, 탄소제로를 위해서는 제조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아직 상용화한 적이 없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속도를 내기 위해 ‘하이렉스(HyREX)’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세계 유수 철강사들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협력 논의를 위해 지난 10월 서울에서 ‘HyIS 2021’을 개최한 것은 물론, 탄소중립에 필요한 그린수소 공급을 위해 수소사업부도 만들었다.
“수소사업 배경에는 탈탄소라는 시대적 요구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인데, 현재 포스코의 조강생산(3800만 톤)을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경우 연간 300만 톤의 수소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포스코에너지 등 계열사 수요를 포함하면 자체적으로만 약 500만 톤의 수요가 있습니다. 포스코가 2050년엔 국내 수소 수용의 20%를 차지하는 말 그대로 국내 최대 수소 프로슈머(Prosumer)가 돼 국내 관련 시장 형성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수소사업을 단지 포스코만의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탄소중립과 수소경제 전환은 전 세계 국가와 전 산업 분야 및 기업의 공조가 필요해요. 포스코는 글로벌 시민의 일원으로서 반드시 참여하고 앞장서 해결해야 할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이런 노력들이 밑거름이 돼 포스코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앞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12년 연속 선정된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최 회장 스스로도 내년 10월 세계철강협회장에 취임한다.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세계 철강업계는 탄소중립이라는 미증유의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에 포스코와 유수 철강사들이 석탄을 수소로 대체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고, 소기의 성과도 나오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기술을 완성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세계 유수의 철강사들이 서로 기술 개발 경험에 대한 교류를 통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협회 내에 만들고 활성화하는 일이 회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탈탄소 못지않게 사업장의 안전과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일 또한 큰 과제다. 최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시킨다는 비전 아래 안전에 더욱 공을 들여왔다. 최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전에는 노와 사, 포스코와 협력사, 원청과 하청이 따로 없다. 나와 내 동료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에 적합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포스코는 공정한 인사제도 운영과 일하는 방식의 선진화 및 세대 간 소통 활성화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과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공정한 인사제도의 경우, 현장의 VOC를 상시 청취하여 제도 개선에 반영하고 사내공모제, 순환보직제, 다면·절대평가제, 승진포인트제 등의 제도를 활성화해 자기주도적 경력개발과 성장을 도와준다. 거점오피스 ‘With POSCO Work Station’을 운영, 코로나 이후 정착된 원격근무와 MZ세대 눈높이에 맞춘 자율적이고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사내 소통 활성화를 위해 경영층·직원 간 소통 위원회인 ‘영보드’와 ‘통통커미티’를 운영하여 직원들의 제언을 조직문화 개선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최근엔 메타버스, 줌(Zoom) 등의 비대면 소통방식을 활용한 본부 단위의 타운홀 미팅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창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길이자 우리사회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기업가들의 적극적 창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스코는 이러한 청년 기업가들이 두려움 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탄탄한 포스코의 창업인프라 안에서 성장의 기회를 얻기를 희망합니다.”
최 회장의 좌우명은 ‘어디서든 주인이 되고 서는 곳마다 참되게’라는 뜻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떤 조직에서 어떤 일을 맡게 되든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명감과 책임감을 다하면 내가 있는 위치가 진리이며 참된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회사생활 동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준점으로 삼아 온 좌우명이자 신조다.
“어떤 CEO로 기억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포스코그룹의 미래성장 기반을 다진 CEO’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포스코의 본업인 ‘철강’을 넘어, ‘2차전지 소재’ ‘수소’ 등 넥스트(Next) 100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은 취임 초기 작은 시작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그룹의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수소 사업’도 타 그룹사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의 선봉에 서고자 준비하고 있어요.”
[정리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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