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배송 삼국지 ‘쩐의 전쟁’이 펼쳐진다… SSG닷컴·마켓컬리·오아시스 기업가치 ‘쑥쑥’

    입력 : 2021.12.10 10:07:18

  • 새벽배송 기업들의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새벽배송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장보기 앱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지난 10월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을 완료했다. SSG닷컴과 오아시스도 앞서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함에 따라 이들 기업의 상장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이들 새벽배송 기업 사이에서 상장 열풍이 부는 것은 유통시장 전반에서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기 위한 ‘쩐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신선식품을 주문한 다음날 집앞으로 가져다주는 새벽배송 시장은 2018년 4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조원까지 5배가 커졌다. 올해는 4조원대 사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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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적 가입자 수 900만 명 마켓컬리… 기업가치 5조~7조원 지난 10월 말 컬리는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건을 공동 대표주간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컬리는 올해 7월 국내 증시 상장 추진을 선언한 뒤 현재 딜로이트안진을 지정감사인으로 선정해 지정 감사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연내 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당초 컬리는 미국과 한국 증시 상장을 모두 검토했다. 올해 4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이 컬리를 자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컬리는 미국 증시 상장을 최종 포기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상장 추진 시에 높은 상장 비용과 세금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게 되면 상장 수수료가 공모자금의 3~7%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2~3%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컬리의 기업가치를 5조~7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컬리는 2015년 새벽배송(샛별배송)과 풀 콜드체인 배송 시스템을 잇달아 선보이며 새벽배송 장보기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켓컬리의 매출은 2017년 466억원에서 2018년 1571억원, 2019년 4290억원, 작년 953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작년 초 300만 명이었던 회원 수는 현재 누적 가입자 수만 900만 명을 넘어섰다.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도 40%에 달한다. 컬리의 지난해 거래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커머스 시장 확대에 힘입어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목표는 2조원이다. 충성고객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신규 가입 고객의 재구매율은 작년 61.2%에서 올해 71.3%로 높아졌다. 컬리 측은 “신규 고객의 재구매율이 동종업계 3배 수준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컬리의 상장 주관사 선정이 미뤄지며 IPO 절차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회계장부상 우선주 관련 평가손실 등의 요인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것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우선주는 상장 과정상 자연스레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자본 총계도 흑자로 전환되기에 상장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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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컬리의 영업 적자가 2017년 124억원에서 지난해 1162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은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기를 까다롭게 하는 대목이다. 물류센터가 수도권에만 위치해 있고,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재고 관리가 까다롭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컬리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공하던 새벽배송 서비스를 5월에는 충청권, 8월에는 대구로 확장했다. 컬리가 수도권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포장해 출고하면, CJ대한통운이 콜드체인 시스템을 이용해 충청권이나 대구 지역의 자체 물류센터로 상품을 이동시킨 뒤 세부 분류 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집 앞에 최종 배송하는 방식이다.

    한편 컬리가 오픈마켓 도입으로 상장을 위한 회사 사이즈 키우기에 나서는 것은 회사 정체성을 잃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동안 마켓컬리는 제품과 브랜드를 엄선하는 과정이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 포인트임을 강조해왔다. 김슬아 대표가 창업 초창기인 2015년부터 매주 상품기획자들을 모아놓고 약 70가지 기준을 통해 입점 제품을 선별하는 상품위원회를 열고, 여기서 최종 검수에 통과된 제품들만 판매한다는 것은 대표적인 홍보 포인트였다. 하지만 오픈마켓을 도입하면 이 같은 강점을 살리기 어렵다. 오픈마켓은 플랫폼이 수많은 판매자의 상품을 완벽하게 검증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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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닷컴 기업가치 10조원?… 이마트·신세계 시가총액 뛰어넘는다 SSG닷컴도 지난 10월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주간사로 선정했다. 모건스탠리, 제이피모건체이스가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SSG닷컴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 증가한 686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38억원 상당 줄었다. 대표 경쟁사들이 여전히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것에 비춰볼 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SSG닷컴이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으면 모회사인 이마트(4조~5조원)와 신세계(2조~3조원)의 합산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SSG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1조2941억원으로 이마트(22조330억원)와 신세계(4조7660억원)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성장성은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SSG닷컴의 거래액은 지난 2019년부터 연평균 30% 수준의 상승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30% 상승률을 유지했고, 올해에도 30%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SG닷컴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3% 수준이지만,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인해 합산 점유율이 15%에 달하면 성장세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5%의 점유율은 거래액 기준 현재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네이버(17%)에 이어 2위고, 13%인 쿠팡을 앞지르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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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닷컴이 상장을 서두르게 된 배경에도 자금 확보 문제가 있다. SSG닷컴의 모회사인 이마트는 올해 5차례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4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이마트는 성수동 본사의 토지와 건물을 1조22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의 화학적 통합 작업과 풀필먼트센터 확대 등의 비용이 꾸준히 필요하다. 따라서 SSG닷컴의 IPO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SSG닷컴은 현재 신선식품 분야를 포함해 패션· 잡화 등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SSG닷컴은 콜드체인 시설이자 물류센터 역할을 하는 오프라인 대형 점포인 이마트를 전국 곳곳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지와 가장 가까운 점포에서 배송할 수 있다. 현재 전국 이마트 110여 매장에서 PP센터를 운영 중인데, 일반 배송으로만 하루에 약 14만 건을 처리하고 있다. 특히 SSG닷컴은 본격적으로 물량 늘리기 행보에 나서고 있어 반드시 ‘쩐의 확보’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달 초 SSG닷컴은 지난 9월 중순 리뉴얼 공사를 마친 이마트 이천점 PP센터(Picking&Packing)의 시범운영을 종료하고, 본격적으로 하루 최대 3000건의 온라인 주문 배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2025년에는 온라인 장보기 영역에서만 지금보다 2.5배 정도 배송 물량을 늘리는게 목표다.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을 확충하는 데 '배송 역량' 확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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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닷컴은 이마트 이천점 PP센터와 같이 하루 3000건이 넘는 온라인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PP센터를 내년 상반기까지 3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110여 개 PP센터 중 대형 PP센터는 5곳에 그친다. 안철민 SSG닷컴 SCM본부장은 “PP센터는 전국 17개 시도 곳곳에 생필품을 나르는 모세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2025년까지 대형 PP센터를 전국에 70개 이상 확보해서 온라인 배송 물량을 최대 36만 건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벽배송업계 큰 폭의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모두가 상장에 뛰어든 것은 날이 갈수록 이커머스 전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은 누구 하나 쓰러지기 전까지 끝나지 않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물류센터 확보와 배송기사 채용과 같은 물류 인프라 확충에 집중 투자하는 게 치열한 경쟁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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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컬리 대항마 ‘오아시스마켓’ 유니콘 기업 등극 “기업가치 1조 넘었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대항마로 꼽히는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기업가치 1조원을 넘으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 10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으로부터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서 인정된 기업가치는 1조100억원으로, 지난해 4월 첫 투자를 유치한 지 1년 6개월 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4월 첫 투자를 받을 당시에는 1526억원이었다. 이번 투자 유치로 오아시스마켓이 유치한 누적투자금이 926억원이 됐다. 오아시스의 모회사인 상장사 지어소프트의 투자금액까지 합하면 1126억원에 달한다.

    2011년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 출신의 김영준 대표가 설립한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업체 가운데 유일한 흑자기업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플랫폼 사이에서도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곳이다. 2018년부터 새벽배송을 선보인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7.7% 급증한 238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배가량 늘어난 97억원을 달성했다. 컬리와 쓱닷컴이 각각 1162억원과 469억원의 적자를 낸 것과 비교된다.

    SSG닷컴 ‘네오’ 물류창고
    SSG닷컴 ‘네오’ 물류창고
    오아시스마켓은 컬리와 SSG닷컴보다도 상장 관련 움직임이 더 빨랐다. 지난해 8월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뒤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이번 투자가 상장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직접 나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상장 대표 주관을 맡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새벽배송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아시스마켓은 올해 3분기 만에 지난해 1년 동안의 매출액을 넘어서며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60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0년 같은 기간 매출액 1725억원 대비 50.8%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2386억원도 9달 만에 넘어섰다.

    물류센터 추가 확보로 내년에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다. 회사 측은 현재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지역에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외곽 지역인 평택시, 안성시, 오산시, 양주시와 함께 충청남도 아산시, 천안시, 충청북도 청주시를 새벽배송 가능 지역으로 편입했다. 경남과 호남권까지로도 새벽배송 서비스 범위를 넓히기 위해 준비 중이다. 경남권 배송을 위해 경북 언양 물류센터 건립과 부지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고, 호남권 지역의 경우 물류센터 부지를 물색 중이다.

    마켓컬리의 배송박스 모습
    마켓컬리의 배송박스 모습
    한편 새벽배송 서비스는 물론 주간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는 회사는 향후 주요 도심지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을 도심형 물류센터인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아시스마켓의 오프라인 매장은 주택가이면서 접근성이 좋은 곳 위주로 위치하고 있다. 2021년 1월 등촌점 오픈을 시작으로 신촌점, 아현점, 공덕점, 방학점, 대치3호점, 한티역점, 상일점, 청담역점, 압구정점을 신규로 열었다. 올해 11월 기준 4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이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현재 이커머스 시장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오프라인 매장 확대가 곧 오아시스마켓을 홍보하며 온라인 사업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오프라인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50%를 담당하며 온라인 사업과 대등한 존재감을 펼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몰의 홍보 거점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30~40대가 주로 찾는 온라인몰과 달리 50~60대의 충성고객층이 오프라인 매장을 꾸준히 찾으면서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오프라인 매장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 온라인 매출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출도 안정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성용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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