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폼을 수정하고 골프채도 본인에게 맞게 피팅을 하는 데 열심인데, 직접 채를 잡고 치는 그립을 제대로 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 대부분 처음부터 채에 장착돼 있는 특정 회사(골프 프라이드)의 제품을 사용하실 겁니다. 웰믹스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스윙의 출발점이 되는 그립에는 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걸까요.” (김훤 웰믹스 대표)
김훤 웰믹스 대표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 명으로 사상 처음 500만 명을 넘어섰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대중 스포츠가 됐다. 자연 골프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김훤 대표(24)가 주목한 분야는 골프채를 붙잡는 그립이었다. 골프채 그립 시장은 골프 프라이드 제품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BtoB(기업 간 거래) 시장인 만큼 신규 업체 진입이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검은 색의 천편일률적인 골프 그립이 당연시되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이 시장에 컬러와 소프트한 그립감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골프 인구 500만 명이 12개 정도의 채를 가지고 있다고 치면 6000만 개나 됩니다. 골프 그립은 소모품인 만큼 1~2년에 갈아 끼우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 가능성에 주목했죠. 대부분의 골퍼들이라면 아실 거예요. 골프 그립을 좀 사용하다보면 딱딱하고 미끄럽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십니다. 웰믹스 제품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을 위해 패턴을 새로 설계했다. 현재 웰믹스는 하이퍼, 슈퍼, 골퍼 3종류의 다른 그립을 선보이고 있다. 소재와 생산방식도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앞서 삼성의 스마트폰에 적용되던 제조기술 노하우를 통해 개발된 6중 사출구조 제품은 그립의 부위별로 차별화된 경도와 탄성을 가진다.
“기존 제품 상당수는 소재를 녹여 이를 굳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웰믹스는 금형을 통해 사출하는 방식이에요. 첨단 IT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방식에 소프트한 소재를 적용해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연구개발 기간만 2년여가 걸렸고, 금형 개발비만 15억원 정도가 들어갔어요.”
김 대표가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버지 김경완 대표가 있다.
“사실 관련 사업을 먼저 구상한 이는 아버지예요. 과거 삼성전자 협력업체를 운영하시며 금형, 사출 분야에서 오래 일하셨습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골프 그립에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이후 연구개발에 나서 현재 제품을 내놓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사업을 제안한 이후 1년이 넘게 구상단계를 같이 했습니다.”
품질에는 자신이 있지만, 판로를 뚫는 것은 별도의 문제다. 과점화한 시장을 신규 업체가 파고들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 김 대표는 고객 맞춤과 품질, 온라인 서비스에 승부를 걸었다.
김훤 대표가 부친 김경완 대표와 웰믹스 그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6가지 달하는 맞춤형 색 조합 구현
웰믹스 그립은 색감부터 다르다. 대한민국 1호 컬러리스트 김민경(한국케엠케색채연구소 대표)이 개발한 KMK 퍼스널컬러 가이드를 도입, 196가지 컬러를 믹스 매치해 나만의 그립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독자적인 그립의 패턴과 특수 엘라스토머 소재 또한 혁신적이다. 그립 종류는 골퍼 그립, 슈퍼 그립, 하이퍼 그립 3가지로 나뉜다. 특히 하이퍼 그립은 그립을 쥔 양손의 위치에 따라 경도를 다르게 구성해 완벽한 퍼팅감을 제공하는 6중 사출 제조 기술이 반영된 하이엔드 그립이다. 각종 오염과 마찰에도 강한 내구성을 가지며, 땀과 비에 젖는 혹서기나 혹한기에도 완벽한 피팅을 유지한다.
슈퍼 그립은 인체공학적인 듀얼 엠보싱·다이아몬드 패턴 혼합 구성 외피와 강한 코어 구조를 통해 그립감을 극대화시켰다. 골퍼 그립은 최첨단 5축 미세 금형 가공 기술로 제작된 듀얼 엠보싱 패턴의 그립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경험할 수 있다.
“건조한 골프 그립 시장에서 컬러리스트와 협업해 프로 선수들부터 골프를 새롭게 접한 모든 이를 위해 성능과 컬러, 스타일을 새롭게 재해석한 제품입니다. 골퍼가 원하는 구성으로 부위별 그립의 경도와 컬러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요. 이런 맞춤형 제품을 통해 프로선수부터 주니어와 여성까지, 다양한 수요를 수렴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에도 적극적이다. 고객들이 웰믹스의 홈페이지에서 표준 경도와 내외경 크기, 속피와 외피 등을 각각 선정하면 자신에게 꼭 맞는 그립 제작이 가능하다.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제품을 선보인 이후 6개월여 만에 500군데가 넘는 판매 채널을 뚫었다. 해외 시장으로도 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골프용품 업체인 PXG에서 자사 제품에 웰믹스 그립을 적용하겠다는 제안을 받아 이미 1차 수출이 진행됐다.
“올해 목표는 일단 1000군데 입점입니다. 2024년에는 국내외 전시회에도 참여해 해외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에요.”
신제품도 준비 중이다. 골프채 그립 중 가장 까다롭다는 퍼터그립이다.
토탈그립연구소도 설립을 진행 중이다. 골프채 그립 기술은 낚시나 라켓 등 다른 스포츠 용구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웰믹스 그립을 사용해본 고객들로부터 낚싯대 같은 곳에 적용해보면 어떠냐는 요구가 많았어요. 향후 연구소를 통해 현재의 그립 기술을 낚시나 자전거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 가능하도록 해볼 계획입니다. 회사 이름인 웰믹스는 웰니스와 믹스, 스포츠를 합성한 단어예요. 전 연령층의 고객들이 저희 그립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웰니스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갈 거예요.”
[김병수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1호 (2023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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