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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는 스코어보다 매너가 좋아야죠
기사입력 2015.03.20 14: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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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가 줄어드는 만큼 골프친구도 줄고 있지는 않나.”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골퍼들의 마음은 이미 필드로 향해 있다. 특히 지난달 닷새나 이어진 설 연휴 동안 골프장들은 풀 부킹이 됐을 정도로 주말 골퍼들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개구리들보다 앞서 시즌을 열어 젖혔다.

사계절이 있는 탓에 한국 주말 골퍼들은 늘 안타까워한다. 컴퓨터도 아닌데 늘 ‘리셋’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겨우내 무뎌진 감각을 찾기 위해 몇 달을 보내고 감각을 되찾고 이제 좀 굿샷을 날리려 하면 금세 찬바람이 부니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한국 골퍼들은 ‘골프’라는 운동의 참맛보다 그저 좋은 스코어를 내고 동반자를 이기는 데 집착한다. 골프가 갖고 있는 매너와 여유, 자연과 사색은 뒷전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최고의 찬사가 뭘까. 바로 라운드를 마친 이후 식사를 하며 다음 라운드 약속을 잡는 것이다. 그만큼 6~7시간 함께하는 시간을 또 다시 갖고 싶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골퍼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진상 골퍼’들 때문에 라운드를 망쳤다는 푸념들이 넘쳐난다. 지난해 라운드의 기억들을 더듬어보면 부끄러운 순간들이 떠오른다. 미스샷을 하고 캐디를 혼내거나 약속시간에 늦게 합류해 동반자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들도 있다. 몰래 알까기를 한 경험도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18홀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18홀을 돌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숨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해 골프 목표를 ‘5타 줄이기’보다 ‘좋은 골퍼로 다시 태어나기’로 정하는 것은 어떨까. 진정한 골퍼들이 말하는 ‘하수’는 스코어가 아니라 매너와 에티켓의 개념이 없는 골퍼다.

좋은 골퍼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진상 골퍼의 유형들을 알면 자연스럽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알 수 있다.

특히 직장 상사, 거래처 임원 등과 함께 라운드를 할 일이 많은 한국의 특성상 ‘갑질 골퍼’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지난해 회사에서 구력도 오래되고 골프를 잘 치기로 소문난 상사와 함께 라운드를 간다는 생각에 ‘많이 배우고 올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1번 홀부터 모든 것을 포기했다. 오히려 상사의 플레이에 말려 평소보다 10타나 더 치는 대참사를 맞았다.

가장 꺼려하는 ‘툭툭’골퍼인 동시에 거북이 골퍼까지 진상 골퍼의 모든 요소를 하나도 빠짐없이 갖고 있었기 때문. 러프와 벙커는 물론이고 페어웨이에서도 매번 샷을 할 때마다 공을 ‘툭툭’ 건드리며 좋은 상태로 만들고 연습스윙을 서너 번씩 하는 것은 기본, 그린에 올라가서는 그린을 빙빙 돌면서 늑장 플레이를 펼쳐 동반자들의 흐름을 끊었다.

동반자들의 너그러운 배려(?)로 상사는 이날 싱글 스코어를 냈고 동반자들에게 “다음에 연습 좀 더 하고 와서 한판 붙자고 말해. 실력 차이가 나니 자꾸 흐름이 끊기네”라며 마지막까지 비수를 날렸다. 접대골프니까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이 갑질 골퍼는 지위를 잃으면 골프를 함께 할 동반자도 한 번에 다 사라지게 된다.

이 정도는 약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방’에 동반자들을 보내는 골퍼들도 있다. 아웃오브바운드(OB) 구역이나 해저드로 공이 나갔는데도 늘 기가 막힌 곳에서 공을 찾고 게다가 라이도 좋은 것. 이런 골퍼에게는 절대로 등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또 더블보기를 보기라고 하며 은근슬쩍 타수를 줄이는 사람도 경계 대상이다. ‘왕족 놀이’를 하는 ‘섰다맨’도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드는 골퍼다. 꼼짝하지 않고 멀리서 캐디에게 클럽을 가져오라고 다그치기 때문에 속도도 늦고 동반자들을 늘 기다리게 만든다.

세컨드 샷 때 순서상으로 뒤에 샷해야 할 동반자가 이미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공쪽으로 느려 터지게 걸어가는 골퍼도 꼴불견이다. 이 밖에도 야한 농담을 과하게 하거나 반말은 물론 명령이나 욕도 서슴지 않는 골퍼, 캐디를 하녀 부리듯 하는 골퍼들도 진상골퍼 1순위다.

주말 골퍼는 자신이 꼴불견 골퍼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부분 자신은 절대 아닌 남의 얘기인줄 알고 있다. 만약 주변에서 자신과 동반 플레이 요청을 하는 경우가 서서히 줄고 있거나 자신만 제외한 친구들의 골프 모임이 있었음을 알고 얼굴을 붉힌 적은 없었던가?

3퍼팅으로 보기를 범하는 것보다 ‘은따’(은근한 따돌림)가 되는 것이 더 뼈아픈 것임을 겪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미리 골프를 즐기는 매너 골퍼가 되는 것이 친구도 골프 스코어도 잃지 않는 왕도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올해부터는 그린에서 자신의 볼 마크는 직접 하고 최대한 라이를 보는 연습을 하자. 그리고 동반자가 요청하기 전까지 스윙에 대한 조언은 금지, 그리고 샷을 하러 갈 때에는 2~3개 클럽을 들고 가서 상황에 맞게 최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이 정도만 해도 당신은 이미 동반자들에게 ‘최고의 골퍼’로 기억될 수 있다.

[조효성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4호(2015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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