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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LUXMEN·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한국경제 위기 大진단| 거시경제 전문가 30인 긴급 설문… 50% “내년까지 리먼사태급 대형위기 올 수도”
기사입력 2019.09.23 15: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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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 vs 15명’ <매경LUXMEN>이 창간 9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경제 위기 진단’ 전문가 30인 설문에서 나온 결과다. 답변자 중 절반이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에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경제위기설의 이유는 분명하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영국의 브렉시트 현실화, 일본과의 무역 분쟁 장기화 등이다. ‘위기가 오지 않는다’는 15명의 답변자들도 과거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급은 아니더라도 현재 한국경제가 침체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설문응답자 중 단 1명을 제외하고 올 경제성장률이 2% 이하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대한민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성장률이 지지부진한 데다 수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경상수지마저 적자에 빠졌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쏟아내는 이유다. IHS마켓(1.4%), ING그룹(1.4%), 노무라증권(1.8%), 모건스탠리(1.8%), BoA메릴린치(1.9%) 등이다.



반면 이에 대응하는 정부정책에는 낙제점을 준다. 설문 응답자 중 43%가 D를, C를 준 비율도 30%다. A를 준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처럼 평가가 박하게 나온 이유는 소득주도성장의 실패에 기인한다. 잘못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꼽아달라는 설문에 소득주도성장(30%), 최저임금인상(10.6%), 주 52시간(10.6%) 등이라고 답했다. 그나마 잘하고 있는 경제정책으로는 22%가 공격적 재정정책을 꼽았다.

경제상황은 악화일로인데 정부 정책은 형편없으니 위기설이 회자될 수밖에 없다. 때마침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이른바 ‘10년 주기설’도 재등장했다. 실제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종합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각각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7월 전월보다 각각 0.1포인트(98.5→98.4), 0.3포인트(97.9→97.6) 내려가면서 2개월 연속 동반 내림세를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경기동향에 대해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요약했다. 여기서 말하는 수요란 기업들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 등을 의미한다.

그동안 수출과 투자의 감소 속에서도 경기를 떠받쳤던 소비마저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8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2.5로 전달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구조적 상황도 좋지 않은데, 대외적 상황도 불확실하다보니 경제심리가 안 좋은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의존 산업구조 취약

미중 무역분쟁이 올 상반기까지 세계 교역을 위축시켜 기업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면 하반기부터는 임금과 고용을 매개로 가계에까지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물가상승률까지 올 들어 7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8월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서 전반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며 경기가 침체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서 ‘불확실성 심화→기업실적 부진→임금 감소→가계소비 감소→기업실적 부진’의 악순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올해 2%대 성장은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 2.5%를 두고도 시장은 비관적이다.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반전해야 가능한데, 한일·미중 악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 전망은 더 어둡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저출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데 비해, 경쟁력을 상실한 중화학공업 중심 주력산업을 대체할 신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5년 뒤에는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잠재성장률은 2.5%로 추정됐다.

주력 산업도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적으로 수입 수요가 감소했고, 이 때문에 국내 수출이 감소하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이 절반 수준으로 위축됐다. 반도체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도 취약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동향을 보면, 올 7월 국내 전체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4.7% 감소했다. 반도체산업 관련 설비투자가 1년 전보다 16.2%나 감소한 영향이 크다. 8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3.6% 줄었다. 반도체 품목 수출이 30.7% 감소한 영향이다. KDI는 한국 경제가 반 년째 부진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진단을 내리면서 역시 반도체 분야의 부진을 원인으로 거론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주 52시간 등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책들도 비판대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묶어뒀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일본도 1980년대 후반 들어 법정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뒤 성장률이 대폭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대형 위기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경기 하강 속도가 빠른 만큼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모두 완화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한국은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거나 확장적으로 기조를 잡을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재정 상황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라며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침투하기 전에 광범위한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정부 지출에만 기대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지출이 성장률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재정 지출 없이는 자력으로 성장할 수 없는 ‘식물 경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만 치우친 산업구조를 개편해 민간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부가 소비를 주도하는 경제는 건전하지 않은 만큼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을 키울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고령자나 여성 등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해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규제 개혁을 지속해 기업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신성장 산업의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진입장벽이 높은 금융서비스와 교육, 의료, 법률 등의 분야에서 외국인직접투자 진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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