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뉴트로(Newtro) 신드롬
기사입력 2019.07.26 15:39:04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지난 4월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진로’가 1000만 병 판매를 돌파했다.

진로는 30~40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에게 신선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인식되며 자발적 인증샷 열풍과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그 결과 출시 72일 만에 1104만 병이 팔린 것. 오성택 하이트진로 상무는 “뉴트로 제품은 95년 전통의 하이트진로만이 선보일 수 있는 제품으로, 복고에 집중하기보다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제품력과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제가 된 한 패스트푸드점 광고에는 남자 주인공(김영철)이 점원에게 ‘사딸라(4달러)’라고 외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10, 20대 사이에서 패러디 영상까지 만들어지며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새로운 유행어 같지만 이 광고의 모토가 된 건 2002년 방영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을 맡은 김영철이 임금협상을 하며 미군에게 호기롭게 소리쳤던 대사다. 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원래 드라마 장면도 수십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장년 ‘추억팔이’ 복고 NO

1020 감성까지 품은 게 뉴트로


‘추억팔이’로 소비되던 복고문화가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옛것에 젊은 층들이 열광한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같은 이유로 최근에 등장한 뉴(New)와 레트로(Retro)가 결합되어 ‘뉴트로’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기존의 복고와 차별화해 등장한 문화현상이란 것이다.

뉴트로는 레트로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레트로는 30~50대가 과거에 대한 그리움으로 복고에 빠져드는 현상이다. 반면 뉴트로의 주체는 10·20세대다. 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옛것’에서 새로움을 느껴 복고에 열광하는 현상이 뉴트로다. 기존 레트로에 어떤 새로움(New)을 가미해야 뉴트로라는 문화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과거의 것을 기초로 하되, 현 시점의 시대적 상황과 새로운 감각이 접목되어 변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뉴트로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감성의 결합물이다. 10~20대는 복고 감성이 풍기는 패션·식품·음식점·거리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아날로그 감성을 좇는 동시에 디지털 시대 소통 창구인 SNS를 즐겨 이용하는 셈이다. 젊은 세대가 일상적으로 접속하는 SNS 문화가 뉴트로 열풍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게 트렌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트로 바람은 패션·유통·예술·인테리어·여가 등 전방위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은 ‘뉴트로’ 열풍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뉴트로 문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관련 업계에서도 ‘뉴트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패션은 물론이고 유통·식품 업계도 과거 디자인과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뉴트로족’을 공략하고 있다.



상권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뉴트로’ 감성은 종로 익선동, 중구 을지로2가와 3·4가 등 낡고 쇠락했던 골목상권을 부활시켰다. 낡고 옛것으로 치부되던 낡은 골목들이 1020세대에게 사랑받게 된 이유에 대해 업계는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뉴트로 현상이 문화와 소비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1020세대의 취향과 욕구를 분석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 소비자트렌드 분석센터는 2019년을 주도할 트렌드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요즘 옛날, 뉴트로’를 꼽은 바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핵심인 ‘레트로(복고)’가 아니라 젊은 세대들이 옛것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요즘 옛날, 뉴트로(Going New-tro)’가 소비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뉴트로는 단순히 ‘과거의 것’이라서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거부했던 과거의 반항적 트렌드가 밀레니얼의 감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유행하는 것”이라 평가한다.

김난도 교수는 “복고는 문화 코드를 누렸던 중장년층의 향수에 소구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지금 젊은층이 본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색다름에 끌리는 것”이라며 “복고가 과거의 재현이라면 뉴트로는 새로운 해석을 의미해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트로·레트로 열풍 왜?

빠른 변화에 염증·불황땐 좋았던 시절 향수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추억’ ‘복고’ ‘회귀’ ‘향수’. 이들 단어 뒤에 ‘마케팅’을 붙여서 옛날 것을 가져다가 쓰거나, 테마로 활용하는 마케팅을 일컫는데, 어떤 단어가 제일 잘 들어맞는 것인가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5년 6월에 모 방송국 인터뷰에서 받은 첫 질문이었다.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나름의 뉘앙스가 달랐다. 특정한 상황이나 사건들을 현재의 시점에서 끄집어 생각하는 게 추억이다. 옛것을 거의 그대로 현재에 가져다 회복시키는 게 복고이다. 회귀는 현재를 과거로 가져가는 것으로 주체의 방향성에서 복고와 차이가 난다. 향수는 고향을 비롯한 옛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말한다. 기업이 과거를 테마로 마케팅하는 데에는 어떤 단어들이 붙어도 상관없다고 대답하자, 방송국에서는 그들이 원래 생각한 단어를 쓰겠다고 했는데, ‘복고’였다. 방송의 위력인지는 몰라도 2000년대 후반까지는 복고마케팅이란 용어를 많이 썼다. 모 포털에서 ‘복고 마케팅’과 ‘레트로 마케팅’을 검색어로 1999년에서 2010년까지의 기사검색을 하면 복고 마케팅이 5배 이상 많이 나온다.



▶레트로가 상시 유행하는 이유

‘복고’란 단어가 2010년대로 들어오면서 ‘레트로(retro)’로 쓰이는 경우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단어 자체로만 보면 ‘레트로’라는 영어 단어에 익숙해졌고, 위에서 얘기한 각 단어들의 세밀한 차이에 구애되지 않고, 외국의 유행과도 발맞추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일 것이다. 복고건 레트로건 과거를 주제나 소재로 하는 마케팅이나 활동이나 사조가 거의 상시적으로 유행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사람들에게 과거는 아름다워 보인다. 단순했고, 순수했던 시절로 느껴진다. 둘째, 현재의 변화에 저항하고 싶은 심정이 있다. 아름다운 과거와 대비된다. 셋째, 경기 불황때는 특히 기업들이 즐겨 활용한다. 고객들이 친숙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X세대가 주류로 등장한 뉴트로

용어상으로 레트로가 복고를 대체하는 2010년 이후는 그 이전과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중반 사이에 출생한 초기 X세대와 후기 베이비부머들이 자신들이 이전에 즐겼던 문화를 주류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전의 그들과 그들보다 살짝 위의 세대들은 과거의 추억에 젖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즐기는 식이었다. 7080 음악 열풍이 불고, 미사리 같은 곳에서 무대가 열리고, 카페들이 성황을 이뤘지만 젊은 세대들은 합류하지 않았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려 애썼다. 2010년에 뉴욕광고제에서 한국의 트렌드를 주제로 발표하고 패널토의를 했다. 그때 ‘No more uncle’을 줄인 ‘노모족’으로, 더 이상 아저씨처럼 보이지 않으려는 한국 중년의 눈물겨운 몸부림을 전했다.

1990년대 문화대통령이라고까지 불렸던 서태지가 2008년에 출연한 모 통신사 광고가 화제였다. 시골의 간이역에서 핸드폰으로 자신의 음악을 듣는 소녀를 보고 흐뭇해서, 서태지가 헬멧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보이며 말을 붙였다가 ‘아저씨, 누구세요?’란 핀잔 섞인 소리만 듣고 머쓱해한다. ‘서태지의 굴욕’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시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들이 있다.

우선 X세대가 주역이었던 1990년대의 문화상품을 즐기는 10대, 20대 초반이 나타났다. 두 세대가 어쨌든 만났고 대화를 했다. 그리고 굴욕 모드였지만 그게 10대, 20대에게 유머 코드로 통했다.

이후의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 세 가지 사항들에 매우 충실한 모습을 보이며 제작자나 출연자나 장수하며, 원했건 아니건 장수 문화 권력을 누렸다. 옛날식 취향이나 몸놀림이나 말투로 굴욕을 자초하는데, 권력을 잡고 있으니 그것 자체가 유머의 한 분야가 된다. 2011년부터 방영된 캔커피 광고에서 썰렁하게 던지는 상사의 농담에 과장되게 박장대소하며 반응하는 모습이 양쪽에 모두 하나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실제 그러면서 ‘아재개그’란 단어가 나타나 일상용어가 되었다.



▶레트로의 변용-협의의 ‘뉴트로’ 등장

X세대 다음이라고 하는 1980년대 초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밀레니얼이나 그 이후에서 2010년까지 태어난 Z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들은 피동적으로 아재개그를 듣고만 있지 않았다. 젊은 세대들은 예전 같으면 무조건 배척하던 과거의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고, 그 의미에 맞게 변조하며, 사용하는 방식을 개발하여 자신들 가운데서 쿨한 아이템으로 만들어 선보인다. 이렇게 밀레니얼과 Z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레트로의 트렌드에 ‘뉴트로(newtro)’라는 명칭을 붙였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윗세대가 자신들의 현재 나이나 그보다 어릴 때의 것들을 자신들에 맞추어 받아들여 즐길 수 있게 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디지털화가 이를 가능케 했다.

문화상품 중심으로 이전의 기록들을 디지털 매체를 통하여 쉽게 접하게 되었다. 불쑥 과거로부터 어느 한 품목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다양한 풍물과 산물들을 함께 접하면서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 직접 디지털로 변화를 가할 수 있다. 음료 회사에서 선물용으로 주던 회사나 음료 이름이 크게 박힌 컵들, 이전의 병에 살짝 변화를 준 소주병이 인기를 끈다. 옛날의 컵들이나 소주병들의 이미지 자료들이 충분히 노출,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이기에 가능했다.

한편으로 부머 후기와 X세대 초기의 숫자가 한몫하는 측면도 있다. 지난 4월 대학생 대상 잡지에서 1970년대와 1980년대 초기 인기였던 대중잡지인 <선데이서울>을 연상케 하는 표지로 만우절 특집판을 냈었다. 대학생들은 B급 유머를 활용한 뉴트로 상품으로 좋아했고, 장년층은 그들의 향수를 자극한 측면보다 젊은 층이 그들의 추억을 상품화한다는 데서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뉴트로’라는 트렌드의 본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젊은 층에게 어필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더 큰 구매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중년 이상들을 흐뭇하게 하는 것이다.

▶세대를 넘어 취향으로 함께하는 레트로

지난 5월 1일부터 서울 성수동 갤러리에서 열린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에 하루 평균 주중엔 500여 명, 주말엔 1000여 명 이상이 관람했다고 한다. 관람객들의 특징 중의 하나로 40, 50대의 엄마와 10, 20대의 딸들이 함께 온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1979년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빨강머리 앤>은 한국에서는 1985년에 일부, 그리고 1986년에 전편이 공중파로 방영되었다. 딸들은 주로 엄마를 통해 <빨강머리 앤>을 알게 되어,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보고 책도 사서 같이 읽으며 전시회까지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한국의 출산율은 1984년에 1.74명으로 처음으로 2.0명 아래로 떨어졌다. 소득 수준도 높아지면서 밀레니얼과 Z세대는 이전과 비하여 부모와 함께 보내며 즐긴 시간이 많았다. 부모, 특히 엄마와 대화하고 즐겼던 기억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레트로 상품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 이런 경향에 대하여는 ‘공유된 추억(shared memories)’을 현재에 새롭게 불러내는 향수라고 하여 ‘newstalgia’나 ‘nowstalgia’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생겼다.

▶‘K-뉴트로’를 기대하며

문화 주류로서 X세대의 위상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광의로 뉴트로를 규정하면 2010년 이후의 X세대가 즐기며 형성했던 그 트렌드부터 해당한다고 해야 한다. 이후 밀레니얼과 Z세대가 즐겼던 좁은 의미의 뉴트로에, 현재는 함께 즐기는 뉴트로 3기가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X세대의 경제력과 인구 규모를 볼 때 한동안 뉴트로 주역으로 그들의 위상은 더욱 강화되리라 본다. 취향에 따라 레트로를 즐기는 것도 세분화하며, 나이를 떠나서 젊은 세대들과 어울리는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기는 한국의 레트로 문화가 ‘K-Retro’ 혹은 ‘K-Newtro’와 같은 브랜드를 달고, 글로벌 문화상품이자 유행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김병수 기자,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경LUXMEN·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한국경제 위기 大진단| 거시경제 전문가 30인 긴급 설문… 50% “..

한일 경제전쟁 ‘克日’의 길| 일본 제품 불매운동 그 후… 유니클로·아사히 맥주·렉서스 자동차 큰 타..

뉴트로(Newtro) 신드롬

Anti Hair Loss

‘식재료+레시피’ 새벽배송 집밥혁명 몰고 온 밀키트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