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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 Subscription Economy
기사입력 2019.03.27 11:12:25 | 최종수정 2019.03.27 11: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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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책·옷 아직도 사서 쓰니? 요즘 대세는 ‘소유’ 아닌 ‘구독’

#40대 회사원 김동원 씨는 올 들어 면도기와 면도용품 ‘구독’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면도날 4개를 배송받는 데 드는 비용은 8900원이다.

김씨는 “사실 면도기 같은 물품은 사용할 때마다 ‘맞다, 새로 사야 하는데’하고 생각하면서도 늘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에 ‘구독’을 신청했다”면서 “제품 가성비가 좋고 귀찮은 일이 없어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30대 회사원 이나영 씨는 평소 수필이나 소설을 즐겨 읽는다. 하지만 구입하는 비용뿐 아니라 집안을 차지하는 책의 부피가 늘 고민거리였다. 그렇다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매번 도서관에 왔다갔다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이 씨는 결국 한 달에 99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에 가입했다.

본인에게 맞는 책을 추천까지 해주는 서비스에 그녀는 “정말 중요한 책이 아니면 굳이 소장할 필요가 없고, 언제든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어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대세다.

구독은 일정기간 비용을 내고 상품 또는 서비스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구독료를 지불하면 집 앞에 매일같이 신문이나 우유를 배달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래된 형태의 구독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모습을 보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다. 화장품과 면도날 같은 생활 소모품을 소포장으로 낮은 가격에 정기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생기면서 인기를 끌었다. 당시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한 번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소유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구독경제가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여기에 IT 기술발전까지 결합되면서 넷플릭스와 멜론 같은 디지털 스트리밍 형태의 구독, 목돈이 드는 고가 제품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고급 패션 상품과 자동차가 여기에 해당된다.

외국계 IB(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16년 4200억달러(약 469조원)에서 2020년 약 5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나를 구매해서 소유하는 것보다 구독을 통해 여러 상품과 서비스를 골고루 경험하는 소비가 트렌드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소비 철학 자체가 변했다”고 분석했다.



Part Ⅰ구독 어디까지 해봤니? 생활필수품서 인테리어까지… 자동차 등 고가품 확산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미국 등 해외와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지만 다양한 서비스와 품목 면에서는 뒤처지지 않는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앞세운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기배송이나 정액제 멤버십을 아이템으로 한 스타트업이 국내에만 수백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가장 대표적인 국내 구독경제 상품은 주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생필품이다. 셔츠, 양말, 생리대 , 면도날 등 매번 구입하거나 세탁하는 데 번거로움을 느끼는 이른바 ‘귀차니즘’ 아이템 들이다.

면도기 전문 스타트업 ‘와이즐리’는 독일산 면도날 4개를 월 8900원에 정기배송해주고, 월경케어 서비스 ‘해피문데이’는 유기농 생리대를 생리 날짜 3일 전에 정기배송한다. ‘위클리셔츠’는 귀차니스트를 겨냥해 성장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매번 셔츠를 빨고 다리기 귀찮은 이들을 위해 셔츠를 빌려준다. 셔츠 종류와 수에 따라 한 달에 5만~7만원을 내면 살균 세탁 후 손으로 다린 셔츠를 매주 지정된 배송 요일에 맞춰 현관문까지 보내준다.

아모레퍼시픽 `스테디`



남성 ‘나홀로족’이라면 외출 전 남은 양말을 찾지 못해 난처했던 경험이 다들 한 번쯤 있을 테다. ‘미하이삭스’는 홀로 사는 남성들이 양말을 살 시간이 없거나 귀찮아하는 점에 착안해 매달 양말 3켤레를 9900원에 보내주는 서비스를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화장품은 구독경제의 단골 메뉴다.

아모레퍼시픽의 ‘스테디’, 애경산업의 ‘플로우’, 스타트업인 ‘톤 28’과 ‘먼슬리 코스메틱’ 등이 월정액을 내면 화장품을 피부주기별로 매달·계절별로 집으로 배송해준다. 각각의 프로그램이 조금씩 다르지만 소비자의 피부 타입에 기반해 맞춤형 화장품을 보내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독 경제는 최근 생활용품에서 서비스 등 문화와 취미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도서가 대표적이다.

‘밀리의 서재’는 월정액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서 스트리밍 서비스’라고도 불린다. 월 9900원을 내면 3만 권에 달하는 전자책을 무제한 대여해 읽을 수 있다. 전자책이 아니라 실제 도서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도서 플랫폼 업체 ‘플라이북’은 한 달에 한 번 추천도서를 배달하는 ‘플라이북 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성별과 나이는 물론 기분과 관심사에 따라 맞춤형 도서를 추천해준다.

상황이 이러하자 기존 업체들도 구독 서비스 출시에 나섰다. 전자책 업체 리디북스도 월 6500원 월정액 서비스 ‘리디셀렉트’를 내놨다. 평점 4.0 이상의 검증된 책 2600여 권을 서비스하는 게 특징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지난해 말 월 5500원의 ‘55요금제’와 월 7700원의 ‘77요금제’ 중 선택할 수 있는 ‘북클럽’으로 가세했다. 예스24 관계자는 “후발 주자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독서 시장에서도 구독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전자책 서비스 ‘샘(Sam)’을 통해 무제한 월정액제를 운영 중이다.



늘 똑같던 집안 인테리어도 정기구독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림이나 꽃 등 인테리어 소품에 제격인 상품을 매달 정기배송 받으면 된다.

국내 최초로 꽃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꾸까’를 비롯해 ‘꽃사가’ ‘데일로즈’ ‘어니스트플라워’ ‘두시’ ‘플로잉3’ 등 소규모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플로리스트가 만든 장식용 꽃을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서비스도 늘고 있다. 화병, 꽃바구니 등 업체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양하다. 캔들, 디퓨저 등 다른 소품과 결합하거나 소비자가 직접 완성품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핀즐’은 큐레이터가 매달 선정한 해외 아티스트의 작품을 집에 걸어 감상할 수 있도록 A1 사이즈의 대형 아트 프린트를 제공한다. 매달 최저 3만9000원을 내면 3개월에 한 번씩 신진 아티스트의 미술 작품을 배송해주는 ‘오픈갤러리’도 비슷한 모델이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힐링’하게 해주는 정기배송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벨루가브루어리’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 수제맥주를 한 달에 두 번 상자에 담아 보내준다. 전문 셰프와 비어마스터가 맥주에 어울리는 안주를 골라주기도 한다. 데일리샷은 한 달 9900원에 제휴 술집에서 매일 술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지 1년 만에 누적 회원 수 5000명을 돌파했다. 제휴 술집도 창업 당시 10개에서 150개로 늘어났다.

‘하비인더박스’는 아예 취미를 배달한다. 캘리그래피, 탄생석 비누 만들기, 나무공예, 천연가죽 카드지갑 만들기 등 매달 새로운 취미를 즐길 수 있는 키트를 상자에 담아 집에 보내준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복잡한 검색과 비용을 줄여주고 일상의 재미와 만족감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전문가 큐레이션을 통한 구독경제 모델이 인기”라고 분석했다.

Part Ⅱ어디까지 확산될까 백미(白眉)는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콘텐츠· 미디어

애플도 자체 콘텐츠 제작, 뉴스 구독 서비스 나서


최근 구독경제의 최고 화두는 디지털 스트리밍을 활용한 서비스들이다. 넷플릭스와 음악 서비스 멜론, 앞서 밀리의 서재 등 국내외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 구독경제가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2007년부터 영화 스트리밍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10년 만에 1억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파일럿 프로그램도 만들지 않고 자체 콘텐츠 제작에 약 80억달러를 과감히 투자한다. 구독자 개개인의 기호와 취향, 빅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해 구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연 119달러(약 13만4000원)의 회비를 내면 이틀 안에 무료배송을 해주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뮤직·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무제한 클라우드 사진 저장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애플도 TV스트리밍 서비스, 월간 유료 구독 뉴스 서비스 등을 공개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단순히 스크린을 채우기 위해 유명 제작사와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얼마 전 애플이 월 구독료를 내고 주요 언론사의 기사를 구독하는 ‘애플뉴스’ 서비스를 계획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선 구독 경제가 인기를 얻자 대기업이나 기존 유통업체가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양상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 유통업계의 유료 회원제 서비스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은 10월 쿠팡 로켓와우멤버십을 선보였다. 월 2900원에 가격 상관 없이 무조건 무료배송, 30일 이내 무료반품, 당일배송, 신선식품 새벽 배송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위메프도 지난 1월 23일 월 990원의 유료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가상품 구매 시 결제액의 2% 적립, 할인쿠폰 지급, 별도 특가구매 기회 제공 혜택을 준다.

지난해 4월 국내에서 처음 유료 회원제 ‘스마일클럽’을 도입한 이베이코리아는 30만 명을 웃도는 회원을 확보했다. 스마일클럽 1년 회원비는 3만원. 이베이코리아는 가입과 동시에 3만원 이상의 포인트·상품권을 가입 선물로 돌려준다. 티몬의 슈퍼세이브는 가입기간별로 매월 3000~5000원을 지불하면 구매 가격의 2%를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열흘마다 2000원에 상당하는 적립금도 제공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0월 유료 회원제 ‘엘클럽(L.Club)’을 선보였다. 연회비 3만원을 낸 고객에게 3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돌려주고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Part Ⅲ왜 구독경제인가? 저성장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단골

빅데이터·AI 기반 서비스 차별화가 키포인트


과거에도 신문 구독 같은 구독경제 상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더 확산되고 구독 품목이 다양해지는 이유는 인터넷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맞춤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구독경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즉각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활용폭이 넓어진 것이다.

트렌드 전환 주기가 빨라지고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것을 경험하는 방향으로 소비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도 구독경제 확산의 한 원인이다. 유행이 빨리 변할수록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도 더욱 어려워지는데, 구독경제는 구독 이력을 기본으로 전문가에게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고르거나 주문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고착화도 구독경제 활성화와 맥을 같이한다.

구독 서비스는 혼자 사는 20~30대를 타깃으로 한다. 불황기에 목돈을 들여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매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경험을 함으로써 실속을 챙기는 성향이 구독 서비스의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구독 서비스에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분석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미리 예측하고 보내주거나 사람의 성장에 따른 생활주기를 반영한 신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제한된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다양한 고객의 취향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안정적인 이익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의 경우, 콘텐츠와 인프라를 구축한 후에는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낮다. 일정 수준 고객 수를 확보하게 되면 투자비용 회수는 물론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초반 고객 확보 선점 경쟁이 치열한 배경이다.

같은 맥락에서 소비자 개개인 취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히 물건이나 서비스만 제공해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회원 개개인 입맛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해 회원을 묶어두려는(lock-in)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구독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나를 구매해서 소유하는 것보다 구독을 통해 여러 상품과 서비스를 골고루 경험하는 소비가 트렌드”라며 “빅데이터, AI 등이 발달할수록 구독경제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봤다. 대상 품목 역시 저렴한 생필품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고가 제품으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월 사용료를 내고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를 일정 횟수만큼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니(MINI)는 스타트업 에피카와 손잡고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연회비 179만9000원을 지불하고 회원가입을 한 뒤 월 이용요금 89만9000~99만9000원을 내면 ‘미니 3도어’ ‘미니 컨버터블’ ‘미니 컨트리맨’ 등 총 6개 차량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지난해 6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현대플러스’를 선보였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2018년형 투싼, 싼타페, 쏘나타, 엘란트라(아반떼) 중 원하는 자동차를 선택해 탈 수 있다. 월 정액요금은 279달러(약 31만원)부터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차량구독 서비스인 ‘현대셀렉션’을 선보였다.

한 달 72만원에 쏘나타, 투싼, 벨로스터 중 월 최대 3개 차종을 교대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리스는 특정 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 반면 구독은 다양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등록, 보험, 정비 등 차량 소유와 관련된 모든 성가신 부분도 구독료에 다 포함된다.

미국에서는 비행기를 구독할 수도 있다. 미국의 서프에어사는 월 2000달러의 회비로 항공기를 이용해 미국과 유럽 지역을 오갈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프랑스 국영 철도회사는 16~27세 젊은이가 한 달에 79유로만 내면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인터뷰 | 면도기 정기배송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

‘와이즐리’는 월 8900원을 내면 면도날 4개를 정기배송해준다.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는 면도기 세계 1위 브랜드 질레트 모회사인 피앤지(P&G)에서 마케팅,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소비재 분야를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구독경제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미국의 면도날 정기배송 스타트업 ‘달러쉐이브클럽’이 저렴한 가격으로 질레트를 위협하고 있는 사례에서 기회를 봤다”고 설명한다.

현대차 셀렉션, 미국의 서프에어



▶왜 면도기 구독경제 판매 방식을 사업 모델로 삼았나.

▷비용 절감 면에서 장점이 많다. (면도기) 오프라인 유통의 경우 중간단계가 복잡하고, 마케팅 비용이 높아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직접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전달하면 훨씬 낮은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특히 정기배송의 경우, 일단 고객을 확보하면 마케팅 비용이 덜 든다. 예측 가능성도 높아진다. 물류관리가 수월해 비용이 줄고 정확한 수요 예측 덕분에 재고 관리도 쉽다.



김대표는 오프라인 면도기의 생산가격은 판매가격의 5%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한다. 비정상에 가까운 가격으로 소비자들만 부담이 커진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이런 유통구조를 정상으로 바로 잡아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게 와이즐리의 사업 목표라고 단언한다.

막상 새로 사업을 시작할 때 어려움도 많았다. 좋은 품질의 면도날을 생산해 줄 OEM 업체를 구하기 위해 독일까지 날아갔다. 현재는 OEM 업체를 선점한 게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구독경제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면도기 정기배송은 미국에서 성공한 모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검증도 되지 않았었고, 면도기 사용 빈도도 서양인에 비해 낮지 않느냐는 회의론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하루에 한 번 면도는 해야 하고 면도기 가격에 분명한 부담은 있다. 초기에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면도기 정기배송이 유리한 이유에 대한 카드뉴스를 만들어 배포한 것도 도움이 됐다. 한번에 대량 구입해 쌓아 놓는 것보다는 일정하게 소량으로 배달 받는 편의성은 무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구독의 가치에 대해 크게 2가지라고 설명한다. 첫 번째가 자산의 유동화다. 구독경제 방식으로 마케팅·물류비용을 줄임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 번에 목돈을 들이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이 장점이라는 것. 다음은 서비스다. 고객의 귀찮음을 충분히 덜어줄 수 있는 아이템이 좋다. 모든 노래마다 값을 지불해야 하는 불편함을 한 번에 해결해준 음원 스트리밍이 좋은 사례라고 강조한다.

▶구독경제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구독경제 서비스 자체만으로 승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정기배송에 얹는 아이템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와이즐리의 경우도 새로운 품목을 찾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는 제조원가 대비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은 제품이 타깃이다. 제조원가가 가격에 턱없이 못 미치는 탈모샴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기구독 자체가 서비스가 될 수는 없다. 가격 경쟁력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추가로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김 대표는 와이즐리의 미래에 대해 생활소비재 분야 혁신 기업이라고 답한다. 전통적인 생활소비재 기업들은 상품과 유통구조의 특성상 혁신이 어렵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장점을 살려 유통과 제품 사이클에서 혁신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의 개선 사이클을 앞당기고 구독 서비스에 추가적인 고객 서비스를 얹힐 수 있다면 결국 소비자들도 따라올 것이란 기대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3호 (2019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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