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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혁명| 미·중 경쟁에 이미 뒤처진 韓 ‘AI 강국’도 요원… 데이터 거래 활성화해야, 美 민간 시장 200조원
기사입력 2019.12.27 13: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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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

산업화 시대 석유·석탄이 내연기관을 가동하면서 생산성을 향상시켰듯 데이터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미래 핵심 산업의 연료 역할을 한다는 비유에서 나온 말이다. 실제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가공해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로 전환하고, 머신러닝, 딥러닝 등을 통해 지능을 갖게 되는 것이 AI(인공지능)이다. 개인정보를 비롯한 데이터가 높은 가치를 지닌 원자재로 변신했다는 점에서 석유에 비견되는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앞다퉈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 전 세계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7곳이 데이터 기업이다. 데이터는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화두이며, 빅데이터는 그 흐름이다.

이에 발맞춰 선진국들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과 육성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데이터 법제 정비도 완료했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빅데이터가 바꿀 미래와 한국의 나아갈 바를 점검해본다. 미·중 경쟁에 이미 뒤처진 韓… ‘AI 강국’도 요원

데이터 거래 활성화해야, 美 민간 시장 200조원


# 배송대행 스타트업인 메쉬코리아는 미스터피자, KFC, CJ푸드빌, 롯데리아 등에서 매달 420만 건에 이르는 주문을 받아 처리한다. 주문 클릭에서 배송 완료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불과 24분 37초. 빅데이터로 점포 위치와 주문 위치, 배송기사 위치를 수집해 이를 토대로 배달기사에게 최적의 동선을 추천하는 것이 비결이다.

#최근 독일계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가 4조8000억원에 국내 음식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다. 배달의 민족이 비싼 몸값을 받은 이유에 대해 시장에선 빅데이터의 중요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앱 하나로 사람들의 음식 배달 수요, 교통 상황, 고객 행동에 이르는 빅데이터를 모아왔고, 이를 분석해 이른바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지목된 지는 오래다. 데이터는 AI의 핵심 요소다. AI를 학습시키는 가장 기본적 인프라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인공지능 기술은 고도화된다. 사용자에게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데이터 수집량이 중요하다. 가령, AI가 “이 동네 사람들이 자주 가는 식당이 어디야?”라는 질문에 보다 더 정확한 답변을 하기 위해선 해당 사용자뿐 아니라 ‘타인의 정보’까지 확보해야 한다. 이 같은 AI 기술 경쟁력은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따라 승부가 난다. 개인과 사회가 생산하는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AI로 분석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같은 이유로 빅데이터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기업은 물론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빅데이터는 이미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됐다. 매일경제신문이 빅데이터 기반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크런치베이스’를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기준 전 세계에 있는 빅데이터 스타트업은 9746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금껏 이들 기업에 투자된 자금만 805억7953만달러(약 94조원)에 달했다. 이들은 빅데이터 솔루션·컨설팅·서비스 등으로 빅데이터 시장에 직접 뛰어든 스타트업으로, 빅데이터를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기업까지 합하면 이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는 미·중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크런치베이스’를 전수 조사한 결과, 빅데이터 스타트업 9746곳 중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5035곳에 달했다. 이는 51.7%에 달하는 점유율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빅데이터 기업으로 등록했거나 언론 보도자료에 빅데이터 기업으로 소개된 곳으로, 솔루션·컨설팅·서비스·인프라스트럭처 등을 공급하는 법인이다.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 활용해 다른 서비스로 가공해 공급하는 페이스북·구글·아마존 등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업까지 합하면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은 투자 유치 총액 627억달러 이상을 차지했다. 투자 유치액에서도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자국 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국가주도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기업당 투자 유치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의 기업당 투자 유치액은 2663만달러로, 미국 1246만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빅데이터 관련 총 특허출원 건수에서도 중국은 1만7422건으로 5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미국이 8674건으로 28%를 점유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빅데이터 산업은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를 맞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빅데이터 구축·유통·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쓸 만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엄격한 개인정보 규제로 유통이 폐쇄적이며, 산업·사회적 활용도 저조하다. 주요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사업 재편을 계획하고 있지만 전문 인력과 인프라도 많이 부족하다. 초고속 인터넷 및 스마트폰 보급률 등 데이터 축적을 위한 최고 수준의 인프라 환경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의 비표준화, 분석 및 활용 제한 등으로 빅데이터 기반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낮은 상황이다.

국민 1인당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미국의 10분의 1, 영국의 4분의 1 수준이다. CB인사이트가 선정한 글로벌 상위 100대 빅데이터 스타트업 목록에서는 한국 업체를 찾아볼 수도 없다.



▶美 민간 데이터 거래 규모만 200조원

자유롭게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는 데이터 거래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 주도로 2019년 10개 빅데이터 플랫폼이 출범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미 국내 대기업 중에는 자체 빅데이터 분석 팀을 운영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 글로벌 분석 기업에 외주를 주고 있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로서는 필요하기는 해도 직접 빅데이터를 구축하기란 언감생심이다.

반면 세계 빅데이터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은 민간을 중심으로 200조원 규모의 데이터 거래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중국은 2016년 4월 정부와 차이나텔레콤, 유니콤이 출자해 2억위안(약 300억원)의 자본금으로 상하이데이터거래소를 세웠다. 현재 중국 내 최대 규모의 거래소로 중국 주요 기관과 기업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놓고 있고 텐센트와 중국건설은행, 중국둥팡항공 등 각 분야의 굵직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한국은 데이터 생산량이 세계 5위 수준이면서도 활용에서는 조사 대상 63개국 가운데 31위에 머물러 있다. 중국은 물론 인도네시아보다 뒤진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향후 10년간 데이터와 AI가 글로벌 경제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 시장은 2018년 1660억달러에서 2022년 26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양은 2016년 16제타바이트(ZB)에서 2020년 44ZB, 2025년에는 180ZB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ZB(1021바이트)는 3MB 안팎의 MP3 노래를 281조5000억 곡 저장할 수 있는 엄청난 용량이다.

박성필 KAIST 교수는 “데이터 비밀창고의 문을 열면 전 세계 경제가 1.2 %포인트 추가 성장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데이터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자원으로 보고, 세계 각국은 데이터 패권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진정한 AI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과 거래가 우선돼야 한다. 데이터 언록(Unlock) 혁명이 성공한다면 3년 안에 18조원 규모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수기자·이상덕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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