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대한민국 트렌드 1번지 청담동
기사입력 2017.02.10 18:01:56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청담동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부자동네다. 같은 강남구 내 압구정동과 대치동, 삼성동, 논현동 등 잘 사는 동네가 많지만 청담동은 ‘강남 속 강남’으로 불리며 최고 부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담동이 다른 지역 부촌에 비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여타 부자동네들이 점잖고 은근하게 부티를 내는 반면 이곳에서는 호화로운 사치와 소비를 즐기고 보란 듯이 과시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수십억원대 초호화 빌라에 살며 에르메스 악어 버킨백을 들고, 람보르기니나 마세라티를 타고,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모인 곳, 그리고 이들의 화려하고 풍족한 삶을 부러워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찾아드는 동네가 바로 청담동이다.



■ Part Ⅰ | 초호화 빌라·슈퍼카·악어백…

▷사치와 취향의 용광로

청담동이 상류층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한민국 트렌드 1번지가 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았던 당시 해외 유학파들이 미국이나 서구유럽에서 접한 신문물을 갖고 들어와서는 청담동을 거점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브런치 카페, 퓨전음식 레스토랑, 수제드립 커피전문점, 발레파킹 서비스 등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청담동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이때부터 생겨난 말이 ‘청담동 스타일’, ‘청담동 문화’다. 사실 지금의 청담동은 초창기 ‘청담동 문화’가 생겨날 때처럼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풍류가 넘쳐나진 않는다. 한껏 멋을 부린 선남선녀들이 에티오피아산 커피를 마시던 테라스 카페와 프랑스산 그랑크뤼 보르도 와인을 음미하던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에는 뷰티 살롱과 외제차 전시장, 성형외과·피부과들이 들어섰다. 국내 상류층 여성들의 패션을 담당해온 디자이너 부티크들이 있던 자리에는 샤넬, 디올, 버버리, 루이비통, 구찌 등 세계 톱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선 지 이미 오래다.

혹자는 낭만이 있던 ‘청담동 문화’가 변질됐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청담동에는 신문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빨라진 인터넷 속도만큼이나 LTE급으로 변하면서 트렌드를 주도한다. 패션 부티크만 즐비하던 거리에 북유럽산 최고급 가구와 조명 인테리어 매장이 들어서고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매트리스 침대, 고가의 아트상품을 취급하는 갤러리들이 성황을 이룬다. 이제 청담동은 특유의 문화가 생성된 후 20여 년의 세월을 거쳐 뉴욕의 맨해튼 5번가와 파리 몽테뉴 애비뉴, 밀라노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처럼 글로벌한 명품거리이자 한국의 비버리힐스로 거듭나고 있다.

‘헤리티지’ 산후조리원



▶황금 인맥은 산후조리원부터

“청담동에 사는 지인의 딸이 임신을 했는데요. 들어가고 싶은 산후조리원 자리가 안 나서 고민이라고 합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할 예정인데 출산일을 산후조리원 입소 가능한 날짜로 맞춘다고 하더군요.”

요즘 청담동 세태를 보면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닌 ‘산후조리원에서 명문대까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출산한 순간부터 그 아이가 자라 명문대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하고 비슷한 배경의 상대를 만나 결혼으로 독립을 할 때까지 확실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기 위해 특정한 산후조리원부터 줄을 서고 있다. 예전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가장 먼저 벌어지던 모습이다. 이들이 산후조리원 선택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출산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 산모끼리 2주에서 길게는 한 달간 같은 공간에서 육아를 체험하면서 맺은 끈끈한 인연을 강남 일대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사립초등학교와 특목고, 명문대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렇게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고 겹치는 커뮤니티 속에서 만난 자녀들끼리 결혼해서 인근에 데리고 사는 게 이 지역 부모들의 바람이다. 결국 청담동에서 산후조리원은 자녀를 위한 황금 인맥의 첫 단추인 셈이다. 최근 청담동에서 산모들에게 인기 높은 산후조리원으로는 헤리티지, 세인트파크, 궁 강남점 등이 꼽힌다. 프로그램에 따라 이용료가 500만~2000만원(2주 기준)에 달한다. 출산 전 피부관리와 몸매 회복을 위한 체형관리까지 들어가는 최상급 코스의 경우 다른 지역의 일반 프로그램에 비해 5~10배가 비싸다. 탤런트 전지현이 이용해 유명세를 탄 헤리티지의 경우 산후조리원 건물 안에 아예 피부과가 들어와 있다. 출산을 하고 나면 간호사가 탑승한 벤츠 리무진이 병원으로 오고,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특급 식사와 몸매 회복을 위한 스파와 마사지, 요가, 한의원 처방 등 풀서비스가 제공된다. 약 1년 전 헤리티지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는 한 산모는 “다른 곳보다 가격이 몇 배나 비싸 고민했지만 나중에라도 다녀야 하는 피부과나 한의원 치료가 포함되어 있는 점을 감안해 선택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오는 산모들과의 커뮤니티를 고려했습니다. 그때 친해진 산모들과 같이 홍콩 여행도 다녀왔고요, SNS를 통해 서로 육아정보를 교환하면서 친분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피엔폴루스, 라뷰티코아



▶사립초·특목고·명문대는 트리플 코스

화제의 신간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는 미국의 작가 겸 사회연구가 웬즈데이 마틴이 결혼 후 두 아이를 데리고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인 어퍼이스트사이드로 이사해 목격한 상류층의 생활상을 영장류의 생태계와 비교하면서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다. 최고로 풍요로운 도시에서의 지독한 서열 쟁탈전과 기존 거주민의 살벌한 텃세에 부딪쳤던 작가가 스스로를 새끼를 데리고 새로운 서식지로 간 불안하고 절박한 심정의 암컷 영장류에 빗대면서 실제 체험한 일들을 적고 있다. 유명 유치원과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겨우 들어갔으나 놀이 모임에서 왕따를 당하고, 아이들 등굣길에 아찔한 하이힐을 신은 완벽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엄마들 사이에서 낯설어 하지만 결국은 그들과 점점 비슷해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청담동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곳에선 계성, 한양, 중대부속, 경복, 숭의, 리라, 영훈 등 명문 사립 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한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추첨에 의한 당락 분위기가 대학입시를 방불케 한다. 입학 후에는 본격적인 사교육 레이스가 펼쳐진다. 최근에는 입시 지옥을 버텨내려면 정신력과 심신 단련이 중요하다고 해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예체능 위주로 시키는 경향이 있다. 한 가지 종목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접하게 하다가 적성에 맞는 것을 찾게 한다. 미국 등 서구에서 주로 하는 종목들이 인기다.

이를테면 남자아이들은 미식축구나 아이스하키, 테니스를, 여자아이들은 발레나 펜싱, 승마를 선호한다. 엄마들 친분에 의해 팀이 짜여지면 프로급 전담코치가 붙는다. 학과목의 경우 요즘 대세는 단연 수학이다. 영어는 특목고 입시에서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열풍이 시들해졌다. 중학교 수학까지를 초등학교 때 두세 번 반복하며 마스터하고 한자와 중국어 자격증을 미리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닌다. 청담동의 열혈엄마들 사이에선 외국 유학에 대한 관심이 한풀 꺾이고 국내 SKY로 불리는 명문대 입시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조기유학의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요즘은 제주도나 송도에 있는 국제학교를 선호하기도 한다. 대학 역시 유학보다는 국내에서 보내고 대학원을 외국으로 보내려는 경향이다. 물론 하버드와 예일, 캠브리지 등 아이비리그와 유럽의 명문 대학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다.



▶초호화 빌라에 사는 신흥 부자들과 연예인

위치상 청담동은 갤러리아백화점부터 청담사거리를 지나 지하철 7호선 청담역 일대까지를 지칭한다. 청담고등학교와 청담성당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고급 빌라촌 거주민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담동 사람들이다. 40년 전 청담동이 개발될 때부터 살아온 한 토박이 주민은 “청담동에는 두 부류가 있는데요. 초창기 효성빌라와 진흥빌라가 지어졌을 때부터 살아온 토박이들과 1990년대 말 청담동이 부촌으로 뜨면서 유입된 신흥 부자와 유명 연예인들이 또 한 부류”라면서 “전자의 경우 자녀들이 장성해 분가한 나이 많은 사람들로 점잖고 검소한 반면 후자들은 상지카일룸이나 이니그마빌처럼 이 지역에서도 평수가 넓은 초호화빌라에 살고 슈퍼카를 몰고 다니며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청담동에 사는 연예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초호화 빌라와 명품 브랜드 매장, 유명 뷰티살롱 등 고급 편의시설이 많고 명문학교와 학원들이 즐비해 교육환경이 좋기 때문. 대형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YG사옥이 청담동에 있어 연예 종사자들도 늘어났다. 정치·경제적 요인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와중에도 고급 부동산 시장으로 통하는 청담동은 불황이 비껴갔다.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에는 매물이 없어 대기자가 줄을 설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 격인 효성빌라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얼마 전 최고의 클럽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호텔 엘루이’가 새 주인을 찾으면서 고급 빌라로 바뀐다는 소식이 전해져 이 일대가 활기를 띄고 있다.


W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최순실 사태로 거래가 잠시 주춤했으나 청담동 고급빌라나 고급주택은 자금수준이 높은 계층이 주거 목적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며 “이 일대 고급 주거지들은 내부 면적이 넓은 대신 가구수가 적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데다가 뛰어난 교통편과 강남 8학군이 있기 때문에 자녀들의 교육환경을 고려하는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담동 고급 거주지로는 대우 멤버스 카운티, 대우 유로카운티, 삼성 sk아펠바움, 헤렌하우스, 아델하우스, sk뷰 및 현대주택단지, 남양주택, 현대빌라 등이 있다. 시세는 평수에 따라 다르지만 20억~60억원대를 호가한다.

[김지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7호 (2017년 0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핵위기 불안한 한반도 전환기 맞은 한국의 방위사업

한국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

LUXURY SMART BUSAN

연남동·망리단길·서촌 다음은? 서울 라이징 상권 BEST 7 Big Data Analysis

세대별 소비 키워드&선호 브랜드 순위 올 상반기 소비자가 사랑한 브랜드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