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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
기사입력 2017.10.11 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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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모든 기업은 디지털 약탈자(Digital predator) 또는 디지털 희생양(Digital prey) 중 하나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 포레스터 리서치

우버(Uber)가 도요타를 에어비엔비(Airbnb)가 메리어트를 아마존이 월마트의 기업가치를 누르고 업계 생태계를 재편했다는 사실은 이미 과거사가 됐다. 디지털화는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환경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기존 산업이 붕괴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지만 우버, 구글, 아마존과 같이 디지털 DNA를 체득한 기업은 채 10년이 되지 않아 해당 업계를 무너뜨렸다. 변화된 환경에서 믿기 힘든 속도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글로벌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경제는 스톨 포인트(Stall Point: 항공기가 부력을 잃고 추락하기 직전의 임계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많다. 중진국 트랩에 빠진 상황에 선진국으로 가는 사다리를 다시 잇기 위한 과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꼽히는 이유다. 기업의 존폐는 물론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한국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미래에 대해 짚어봤다.

Part Ⅰ| 생과 사의 갈림길이 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용어의 차이가 있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기업들이 최신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정의와 전망은 다양한 기술과 개인, 기업, 정부, 경제, 사회, 문화 등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에 있어 구체적인 분석 프레임이 부족하여 이를 보완해야 하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혁신하는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다’라는 점에서 보다 명확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성장 방식에 한계를 느낀 글로벌 기업들은 전통 산업에 ICT를 활용해 차세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목표를 재수정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디지털 아메리카(Digital America)’라는 보고서를 통해 “산업별로 속도의 차이가 있지만 디지털 혁신은 한때의 유행(Fad)이 아닌 앞으로 모든 산업에서 끊임없이 일어날 현상”이라 분석했다. 기존 기업들이 하드웨어에 안주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기술로 무장한 디지털 기업들이 앞장서서 기존 사업들을 혁신해 나갈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물리학, 기계공학 등 하드웨어 역량을 중심으로 사업을 발전시켜 왔던 20세기 유수의 기업들은 과거의 익숙한 사업 방식대로 안주하려는 생각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거와 달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환경에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기계장치·장비로 구현되던 기능들이, 전자장치·장비와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 투자가인 마크 안드레센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고 표현했다.

▶GE·아디다스를 통해 본 E2E시대의 제조업 혁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이 최신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여 웹이나 모바일로 비즈니스 수행하는 수준에서부터,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와 같이 다양한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세계와 물리적인 세계를 연결하는 가상물리시스템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이 되고 있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산업 분야는 제조업 분야다.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스마트 팩토리의 경우 물리적인 제조공정의 기계설비 또는 생산 공장이 IoT(사물인터넷)로 연결돼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한다. 가상공간에서부터 실제 기계설비에서부터 제조공정까지 자동적·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이버 물리시스템이 도입되어 기존의 물리적 제조공정이 자동화·지능화·디지털화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공정의 혁신으로 개도국에 넘겨줬던 제조업의 생산기반이 다시 선진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굴뚝산업의 대표주자 GE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

제조업 분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적극적인 기업으로는 제너럴일레트릭(GE)이 곧 잘 회자된다. 항공 엔진, 터빈 등 중후장대한 장비들을 대표적인 굴뚝산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GE는 몇 년 전 “소프트웨어 역량이 제조업 성장의 핵심”이라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소프트웨어가 모든 종류의 기계에 동작하고 모든 작업환경에 활용하기 위해 2010년부터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신사업에 투자했다. 디바이스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중앙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소프트웨어가 이를 분석해 사업에 유의미한 결과 및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GE는 산업용 운영 체계(OS)인 프레딕스(Predix)를 세상에 선보였고 회사를 대표하던 가전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팔고 금융사업도 웰스파고에 매각에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전략적, 조직적으로 굵직한 변화들을 추진해 왔다. ‘디지털 제조업(Digital Industrial)’이란 기치 아래 패스트웍스(FastWorks) 도입, 연간 성과 리뷰 폐지, 상대 평가 폐지, 리더십 변혁 등 수십 년간 GE라는 거대한 회사를 움직여 왔던 제도·시스템의 변화는 많은 기업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난해 GE는 2016년 약 1200억달러(약 137조)의 매출액을 거뒀으며 현재 전체 매출 가운데 약 50억달러(GE Digital·사업부문의 프레딕스 플랫폼 매출 부문만 반영, 약 5조7000억원)가 디지털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며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뤘다고 평가받고 있다.

▶아디다스를 통해 본 스마트 팩토리의 미래

독일 의류기업 아디다스(Addidas)는 최근 24년 만에 독일로 제조공장을 회귀시켜 화제가 되었다. 1993년 이후 값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 베트남 등에 공장을 지었던 아디다스는 올해부터 독일과 미국에서도 운동화를 생산하기로 했다. 독일 안스바흐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들어선 공장에는 3D프린터 및 로봇 기술을 활용한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가 자리했다. 안 스바흐 공장에서는 160명에 불과한 직원이 연간 50만 켤레의 신발을 제조한다. 제조, 유통 비용의 혁신과 지역과 임금에 구애 없는 자동화된 중소형 공장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스피드 팩토리의 핵심은 단순 자동화가 아닌, ‘소비자 대상의 맞춤형 신발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음’에 있다. 신발끈부터 깔창, 뒷굽, 색깔까지 신발 제조를 결정하는 수백만 가지 옵션 중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5시간 안에 1개의 제품을 생산해 1주일 안에 고객에게 배송한다. 하나의 신상 운동화가 제작부터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통상 약 1년 6개월이 소요되었다면 스피드 팩토리는 이를 10일 이내로 단축해 소비자가 원하는 신발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유행 변화에도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며 특이한 발 질병을 지니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유용하다.

온라인 맞춤 신발 제작 기업인 ‘슈즈 오브 프레이(Shoes of Prey)’도 디지털 전환으로 제품 혁신을 추진한 사례이다. 200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최초로 여성 신발 대량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설립 두 달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3D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12가지 신발 모양, 170가지 소재 등 다양한 선택사항을 제공하면 고객들은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온라인에서 직접 신발을 디자인하고, 주문하면 본인 취향에 딱 맞는 신발을 배송받을 수 있다.

▶유통·패션분야도 피할 수 없는 디지털 전환

기업들에게 ‘성경’처럼 여겨졌던 고객중심주의는 E2E(Everyone-to-Everyone)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소셜 미디어, 모바일, 애널리틱스, 클라우드와 같은 최신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람, 기업, 정부 간 상호 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전례 없는 수준의 연결성(Connectedness)이 실현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중심주의(Consumerism)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바야흐로 개인중심경제(Individual-centered economy)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제품의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넘나들며 적극적으로 탐색, 비교를 하고 저가격·고품질의 가성비 높은 제품을 구매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의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개인이 원할 때 즉각적으로 개인의 위치, 성향 등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On Demand)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제작된 제품만을 고르는 공급자 주도형 대량 소비시대는 저물고 개인화된 극소규모의 수요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패션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페인의 자라(Zara)가 꼽힌다. 옴니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자라는 오프라인 매장의 대형화를 추진해 소비자 경험의 폭을 늘리고 온라인 구매·오프라인 매장 픽업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일주일만 지나도 소비자들이 패션에 뒤처졌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간파하고 4개의 시즌으로 나누지 않고, 11∼15개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시즌으로 나눠 생산, 속도경영, 재고관리의 효율화에 나섰다. 토요타 자동차로부터 JIT(Just In Time) 방식을 이전받으며 생산방식의 혁신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고, 재고관리를 위한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MIT로부터 학습하면서 사내 기술역량을 확보했다. 2007년 이후부터는 패션업계 세계 최초로 RFID를 도입하고 POS를 통한 구매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점차 짧아지는 SPA의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영국 브랜드 올세인츠(All Saints)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기업은 매출 하락으로 고전하던 시기에 전 세계 매장과 물류, 소비자를 하나로 연결하는 물류 시스템과 결재 시스템을 구축, SNS 형태로 회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바꿨다. 이를 기반으로 본사, 매장, 제품, 재고에 이르는 모든 시스템을 디지털화했다. 고객으로부터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여 디자인, 생산 및 유통의 전 과정에 활용한다. 패션기업으로 100명이 넘는 자체 SW인력을 보유하며 코딩부터 플랫폼까지 자체 개발하며 기술과 지식노하우를 사내에 축적하고 있다. 현재 이 기업은 4년간의 디지털 전환으로 영국, 유럽, 북미, 아시아, 중동 등 16개국 140개 직영 매장을 개설했고, 홈페이지에서 200개 이상의 국가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스피드”

방향설정 이후는 속도가 전부다

비교적 신생기업으로서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잘 보여준 사례로 독일의 로켓인터넷을 꼽을 수 있다. 2007년 설립한 로켓인터넷은 이미 110개국에 진출해 시가총액 62억 유로(약 8조4400억원)를 기록하고 있으며, 사업 분야는 전자상거래, 부동산, 자동차, 유통, 패션, 홈리빙, 식음료 등 36개에 이른다. 로켓인터넷은 방향전환과 빠른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글로벌 기업이 아직 공략하지 못한 신흥 시장만을 대상으로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은 선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해서 진출했다. 로켓인터넷이 개발한 사이트 윔두는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와 거의 유사하다. 에어비앤비의 기능을 그대로 본떠 만들었고, 심지어 사이트의 외양과 분위기도 비슷하다. 그러나 서비스 개발에 소요된 시간은 달랐다. 개발에만 4년이 걸린 에어비앤비와 달리 불과 몇 달 만에 완성되었다.

로켓인터넷의 강점은 신속한 서비스 출시와 시장 선점이다. 초기 사업분석에서 서비스 출시까지 100일이 걸리지 않으며, 투자 유치와 글로벌 사업화 과정까지 전 프로세스가 1년 내에 추진된다. 서비스는 선발자가 시장을 장악하면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후발자의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므로, 신속히 출시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수정·보완하는 전략을 중시한다.

속도경영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바로 소프트웨어의 힘이다. 로켓인터넷은 본사에 170여 명의 SW엔지니어가 결제나 데이터의 저장과 전송 등 공통 서비스는 물론 고객관리, 광고 플랫폼 같은 비기술적 영역의 다양한 서비스까지도 공유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러 자회사들은 경영자원의 관리는 중앙의 서비스를 공유하고 서비스의 출시와 운영에만 전념하면 되기 때문에 전사적 차원의 비용절감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으며 자회사간의 다양한 서비스는 공동 전문화로 범위의 경제도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푸드 판다와 같은 음식중개 서비스와 신선 식재료를 레시피에 맞게 배달하는 숍 윙의 서비스를 연결하여 사용자 경험과 사업경험, 물류네트워크 등을 공유하고 다양한 사업 분야라도 서비스 간 공통 기능을 통합하고 지식을 공유하면 출시와 운영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이 경쟁우위가 된다. 로켓인터넷은 내부적으로 라자다와 같이 동남아 전자상거래 1위를 기록한 자회사를 바로 매각했다. 생명주기가 짧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1위를 지키기보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7주년 특집호·제85호 (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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