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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Convergence 유통혁명] Part Ⅰ | 보노보스·와비파커 ‘쇼루밍’ 구매패턴에 주목…온라인업체의 ‘오프라인 상륙작전’
기사입력 2016.11.09 11: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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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라인 남성복 전문업체 ‘보노보스(Bonobos)’는 지난 9월 뉴욕에 신생 매장을 냈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셔츠와 재킷, 바지 등을 입어볼 수 있는 일종의 쇼룸이다. 고객들은 이곳에서 옷을 직접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온라인 주문을 한다. 현재 보노보스는 쇼루밍(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것)이 가능한 매장을 미국 내 28곳 운영 중이다. ‘와비파커(Warby Parker)’는 미국에서 값비싼 안경 가격을 중저가로 낮추고 온라인 판매를 통해 돌풍을 일으키며 급성장한 온라인 안경 전문 업체다. 이 회사 역시 고객과의 접점을 한층 넓히기 위한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시작해 현재 37곳의 거점을 확보했고 올해 연말까지 매장 수를 5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업체들의 역주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기업인 아마존은 400개의 오프라인 서점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아마존이 400개의 매장을 오픈하면 미국 최대 서점인 반즈앤노블에 이어 단번에 서점 체인 서열 2위에 오르게 된다. 아마존은 서점 외에도 식료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거점을 만들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캐주얼의류 업체인 ‘스타일난다’는 오프라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두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온라인 서점인 YES24와 알라딘은 오프라인 서점을 각각 내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중이다. 반면 오프라인 업체들은 역공에 나서고 있다. 국내 굴지의 패션의류 기업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매장 확대 속도를 늦추는 대신 온라인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컨버전스(융합)는 거스를 수 없는 강이고,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뉴욕 매디슨애비뉴와 51~52가 사이에 위치한 남성복 전문업체 ‘보노보스(Bonobos)’ 매장. 깔끔하게 진열된 남성복을 들춰보면서 몸에 대보기도 하고 색상과 옷감을 살펴보는 남성 고객들이 눈에 띈다. 이곳은 지난 9월 문을 연 보노보스의 신생 매장이다. 흰 벽과 우드 플로어, 강철 디테일로 꾸며진 이곳은 의류 매장라기보다는 깔끔한 ‘쇼룸’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다. 실제로 이곳에선 옷을 구입할 수 없다. 남성정장, 바지, 셔츠, 재킷 등의 샘플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을 뿐이다.

필라델피아에서 관광차 뉴욕을 왔다가 보노보스 매장에 들렀다는 톰 리차드슨 씨는 보노보스의 단골이다. 그는 정장에 입을 셔츠를 고르고 있었다. 리차드슨 씨는 “매장에 들러 필요한 옷을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집까지 배달해주니 쇼핑 후에 옷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고 내 신체 사이즈에 맞는 옷을 고르기 때문에 입으면 편안함을 느낀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주요 상권에 매장 내고 샘플제품 진열

2007년 설립된 보노보스는 온라인 전문 남성복 판매업체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앤디 던(37)은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를 2000년에 졸업하고, 유수의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컴퍼니에 입사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그는 온라인 카탈로그를 기반으로 옷을 판매하는 미국 온라인 의류업체 랜즈엔드(Lands’end)의 컨설팅을 맡으면서 온라인 맞춤옷 서비스에 눈을 뜬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까지 베인&컴퍼니를 다니면서 안목을 넓힌 그는 2007년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받자마자 보노보스를 창업해 사업가로서의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던 CEO는 고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11년 뉴욕에 오프라인 매장을 처음으로 열면서 고객 접점을 넓혔다. 고객들이 옷 크기나 디자인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이런 매장을 보노보스는 ‘가이드숍(Guideshop)’이라고 부른다. 고객이 이곳 매장에 들러 옷의 크기를 맞춰보고 떠나면 보노보스는 옷을 집까지 무료로 배달해준다. 주문 후 옷이 배달되기까지는 대개 1~3영업일이 걸린다. 보노보스의 가이드숍은 현재 미국에 28곳이 자리 잡고 있다.

청바지와 면바지 등 바지 종류는 100~200달러, 셔츠는 98~150달러, 정장은 550~1300달러 선이다. 수영복, 골프웨어, 스웨터, 캐주얼 재킷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리차드슨 씨처럼 이미 보노보스의 단골이라면 옷을 고르는 시간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이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고객의 치수와 종전 구매물품, 선호도에 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입력돼 있기 때문이다. 매장 점원은 이를 참고해 고객이 원하는 옷을 보다 빠르고 편하게 추천할 수 있다. 매장 점원이 “이 옷을 한번 입어보시면 어때요”라고 신상품 위주로 옷을 몇 벌 골라주면 고객은 탈의실에서 옷을 입어보는 식으로 바로 응대할 수 있다. ‘옷을 입어보는 곳’인 보노보스 매장은 다른 의류브랜드에 비해 매장의 탈의실 공간이 크다.

‘보노보스’ 매디슨 애비뉴 매장

 

▶체험은 오프라인, 구매는 온라인에서

보노보스 매장의 또 다른 특징은 중앙 계산대가 없다는 점. 모든 판매 점원은 아이패드를 들고 고객을 응대한다. 이곳 점원인 딜런 케이스 씨는 “태블릿을 들고 고객에게 좀 더 밀착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장 점원들은 ‘개인 전속 스타일리스트’처럼 고객들의 핏(fit)과 패션스타일을 꼼꼼히 짚어준다. 어떻게 옷을 입어야 더 세련돼 보이는지, 어떤 색상이 더 어울리는지 등을 부드럽게 조언해준다. 물건을 강매하기 위해 은근히 압박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개인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데이비드 카펜터 씨는 “옆에서 점원들이 입어본 옷에 대한 느낌을 얘기해 주는 걸 좋아한다. 맞춤형 서비스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보노보스 측은 보다 세심한 1대 1 서비스를 받길 원한다면 방문을 원하는 매장으로 전화해 점원과의 미팅 약속을 미리 잡으라고 조언한다.

테일러 캔터 세일즈매니저는 보노보스의 강점을 묻자 “몸에 딱 맞는 착용감과 더 나은 서비스(Great fit, better service)”라고 잘라 말했다. 맨해튼 25가에 위치해 있는 보노보스 본사 매장의 안젤리카 곤잘레즈 씨는 “보노보스는 다른 의류업체에 비해 더 많이 세분화된 기성복 사이즈를 갖고 있다. 바지만 해도 28~40인치까지 각 인치마다 네 가지의 다른 사이즈를 갖고 있어 고객이 가장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크기를 추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노보스의 홈페이지에는 자사의 강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스타일은 선택이지만, 핏은 ‘팩트’입니다. 고객께 가까운 가이드숍을 찾아보시고 1대 1 서비스를 받으세요. 완벽한 핏은 기본이고 당신의 집까지 바로 배달해 드립니다.” 이쯤 되면 ‘짬짜면’의 하모니에 견줄 만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두루 취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힌 마케팅 공략법이다.

매장에 들른 윌리엄 핸슨 씨는 “매장이 문을 닫은 밤 시간이라도 문제될 게 없다. 온라인에 접속해 맘에 드는 옷이 나왔는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구매 전 오프라인 매장에 잠시 들러 샘플을 입어보고 주문하면 된다”고 말했다. 곤잘레즈 씨는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이용하지만 주요 고객은 온라인 이용에 친숙한 25~45세로 많은 고객들이 빈손으로 매장 문을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만족해 한다”고 전했다.

앤디 던 CEO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구매 패턴인 ‘쇼루밍(SHOWROOMING)’에 주목했다. 쇼루밍이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온라인에서 보다 싼값에 구매하는 소비자 행태를 말한다. 던 CEO는 이러한 소비자 구매 행태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와비파커 안경(사진=www.warbyparker.com)



▶‘와비파커’ 온라인 안경점 오프라인 진출

보노보스와 함께 ‘온라인-오프라인’ 장점을 취한 대표적 업체가 온라인 안경 전문점인 와비파커(Warby Parker)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MBA) 1학년생이던 데이비드 길보아는 어느 날 비싸게 구입했던 선글라스를 잃어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온라인 검색을 이리저리 해본 데이비드는 선글라스가 원가에 비해 10배, 심지어는 20배까지 상당히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새로운 선글라스 구입을 포기하고 본인이 아예 안경 전문점을 차릴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와튼스쿨 교우인 닐 블루멘털도 비싼 안경값은 안경 유통구조 탓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플라스틱 재질에 제작 공정도 복잡하지 않은 안경이 왜 아이폰만큼 비싸야 하는지에 의문을 품고 있던 차였다.

이 둘을 포함한 와튼스쿨 4명의 학생들은 2010년 필라델피아에서 온라인 안경전문 벤처기업 와비파커를 설립했다. 와비파커라는 사명은 미국 소설가인 잭 케루악의 소설 등장인물인 와비 페퍼와 잭 파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와비파커는 창업 이듬해인 2011년에 10만개의 안경을 판매했고, 연간 100만 개씩 안경을 파는 중견업체로 급성장했다. 설립 5년 만에 기업가치 12억달러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섰다. ‘온라인으로 안경을 파는 게 과연 통할까’라는 항간의 의문을 보기 좋게 불식시킨 와비파커는 값비싼 안경 가격을 중저가로 낮추고 온라인 판매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 다른 안경업체에서 500달러에 판매할 만한 안경을 와비파커는 95달러에 팔았다. 고객이 쓰고 싶은 안경을 온라인으로 최대 5개까지 신청하면 회사가 이를 택배로 배달해주고 3~5일간의 체험 기간을 준다. 고객은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안경 하나를 고른 뒤 회사로 샘플 안경을 되돌려 보낸다. 이때 본인의 시력과 눈동자 사이의 거리 정보를 알려주면 제대로 맞춰진 안경을 회사가 다시 고객의 주소지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세 차례의 택배비는 회사가 부담한다. 이 같은 혁신적인 주문 방식을 도입해 안경업계에 일대 파장을 일으킨 와비파커는 2013년 오프라인 매장을 처음으로 열기 시작하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한층 넓혔다. 37곳의 거점을 확보했고 올해 연말까지 매장 수를 50개로 늘릴 예정이다.

▶온라인-오프라인 서로 영역에 교차 진출

사실 보노보스와 와비파커는 미국 온라인 신생 유통업체의 상징과도 같다. 이들 온라인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오프라인 경쟁사에 대적하기 위해 ‘오프라인 상륙작전’을 대대적으로 감행하겠다고 밝힌 점은 의미심장하다. 닐 블루멘털 와비파커 공동 창업자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향후 800~10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갖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고 앤디 던 보노보스 창업자 겸 CEO는 “2020년까지 매장 100개를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들이 전통 굴뚝기업들의 텃밭인 오프라인 영역에 매장을 세우는 이유는 간명하다. 온라인 매출을 올리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잠재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제품 샘플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몸에 걸치면서 제품에 좀 더 익숙해질 수 있다. 이들 온라인 회사는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팔진 않지만 제품에 대한 즐거운 체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더구나 보노보스 등이 신설하는 매장은 샘플만 진열해 놓기 때문에 재고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다는 게 강점이다. 브리태니 골드버그 MSC리테일하이스트리트 스페셜리스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보노보스와 와비파커, 언더아머 등 최근 주목받은 유통업체들의 공통점은 온라인으로는 쉽게 살 수 없는 체험과 쌍방향 교감을 고객들과 나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유통공룡 월마트나 대형 백화점들이 오프라인 점포 확대 속도를 늦추거나 기존 저수익 점포를 정리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와중에 많은 온라인 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점이다. 월마트나 메이시 백화점들은 오프라인 비중을 줄여 마련한 돈으로 아마존 등에 대항하기 위한 온라인숍을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니,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체들이 서로의 영역에 교차 진출하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보노보스와 와비파커의 또 다른 공통점은 혈기 왕성한 젊은 학생들이 창업했다는 사실이다. 기존 고정관념을 깨는 순수한 열정의 눈으로 사물을 꿰뚫어본 덕분이다.

잠깐용어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으로, 온라인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문하면 오프라인으로 제공된다.


옴니채널(Omni-Channel):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쇼핑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객이 어떤 채널을 사용하든 동일한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한 매장 쇼핑환경을 말한다.

쇼루밍(Showrooming):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 쇼핑 행태를 말한다.

가이드숍(Guideshop): 온라인 의류 업체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들은 이곳에 들러 옷 크기나 디자인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 온라인 주문을 한다.

[황인혁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4호 (2016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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