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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cycle Test-Drive] 육중한 차체, 순간이동 하듯 호쾌한 퍼포먼스 `할리데이비슨 로우라이더 S`
기사입력 2020.05.06 13: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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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는 느긋하게 타야 제맛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 많다. 맞는 말이다. 할리데이비슨의 매력을 전하는 할리의 영역이 분명 있다. 엔진 회전수 2000에서 3000 사이. 마치 자동차 연비 주행처럼 달리는 영역이다. 자동차라면 이 영역에서 재미를 논할 수 없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은 다르다. 엔진 회전수를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다. 고배기량 엔진이 다리 사이에서 툴툴, 몸을 떠는 질감은 어떤 모터사이클도 줄 수 없는 기쁨이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심장 박동처럼 생동감 넘친다. 할리데이비슨 모델의 덩치를 생각하면 더욱 실감 난다.



할리데이비슨의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은 1868cc다. 어지간한 자동차보다 배기량이 더 크다. 커다란 배기량의 엔진이 다리 사이에서 펑펑, 출력을 뿜어내니 어련할까. 더구나 묵직한 쇳덩이처럼 차체를 빚었다. 굵고 분명한 쇠의 질감이 다리 사이에서 엉덩이를 타고 몸을 자극한다. 빅 트윈이라는 실린더가 두 개인 엔진 형태도 그 질감을 더욱 두텁게 한다. 3기통이나 4기통과 다를 수밖에 없다. 고급 투어러가 품은 6기통과도 선이 다르다. 고배기량 엔진을 낮은 엔진 회전수로 돌리면서 달릴 때 할리데이비슨은 고유한 매력을 뿜어낸다. 속도 얘기가 아니다. 질감 차이다. 모터사이클은 꼭 속도를 내야만 짜릿한 건 아니니까.

할리의 영역은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이 가장 도드라지지만, 다른 엔진도 마찬가지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1746cc인 ‘밀워키에이트 107’ 엔진이야 당연히 비슷하고, 1200cc인 ‘에볼루션’ 엔진도 할리의 영역을 품었다. 심지어 경쾌함을 강조한 883cc 에볼루션 엔진에도 맛을 느낄 수 있다. 해서 앞서 말한 느긋하게 타는 맛은 할리의 고유한 특징, 맞다. 대표 모델이든, 경쾌한 스포스터 라인업이든 크루저의 느긋함이 DNA처럼 담겼다. 그렇다고 모든 모델을 느긋하게만 타야 하는 건 아니다. 할리데이비슨의 역사는 한 세기가 넘었다.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아메리칸 크루저라는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또 변주해왔다.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뿐이다. 즉 느긋하게 타면 당연히 맛있지만, 그렇게 타야만 맛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란 뜻이다.

할리데이비슨은 긴 세월 동안 모델에 따라 개성을 가미해왔다. 할리데이비슨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그 점이 알고 보면 흥미롭다. 할리데이비슨이 긴 세월 살아남아온 이유일지도 모른다. 할리의 영역을 고수하면서 모델마다 각기 재미 요소를 심었다. 어떤 모델은 풍요로움을, 어떤 모델은 외관 장식에 치중했다. 또 어떤 모델은 퍼포먼스의 날을 벼렸다. 할리데이비슨과 퍼포먼스가 어울리지 않을까. 할리데이비슨은 엔진 출력을 토크에 집중했다. 기존 스포츠 모터사이클과는 다르지만, 분명 토크 중심 퍼포먼스가 있다. 스로틀을 비틀 때 터지는 묵직한 펀치력. 그러니까 느긋하게 타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을 모델이 따로 있다. ‘로우라이더 S’같은 모델. 퍼포먼스 크루저가 뭔지 보여주는 모델. 할리데이비슨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모델.



검은색 로우라이더 S는 한 덩어리로 보인다. 검은색으로 통일한 색깔과 쇠의 질감 때문만은 아니다. 차체 형태와 비율이 보다 간결한 까닭이다. 아담한 비키니 카울이 헤드라이트를 감쌌다. 그 뒤로 약간 높은 핸들바가 높이를 맞췄다. 아래쪽으로 풍성한 연료탱크가 이어지고 1인용 시트는 더욱 아래로 파였다. 그러니까 비키니 카울부터 시트까지 사선으로, 위아래로 쭉 이어진 형상이다. 군더더기가 없다고 할까. 보통 할리데이비슨은 장식 요소를 즐기는 재미가 크다. 그렇게 음미하라고 일부러 만든다. 때로 과하게 치장하기도 한다. 로우라이더 S는 싹 걷어냈다. 오히려 검은색으로 감췄다. 엔진헤드도 머플러도 검은색 무광으로 덧칠해 눌렀다. 마치 할리데이비슨에서 젊은 감각을 표현한 다크커스텀 스포스터 라인업 같다. 실제로 로우라이더 S는 캘리포니아에서 유행한 클럽 스타일 커스텀처럼 보인다. 반면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을 품은 덩치는 그대로다. 덕분에 육중한 덩치가 더욱 밀도 높게 응축됐다. 더구나 뒤 서스펜션이 차체에 숨은 소프테일 라인업에 속하면서 더욱 간결해졌다. 전통적인 방식인 크롬으로 장식한 로우라이더 모델도 따로 있다. 밀워키에이트 107 엔진을 품는다. 그러니까 이름 뒤의 S는, 으레 그렇듯 스포츠를 뜻한다. 비키니 카울과 검은색 도색으로 둘을 갈랐다. 둘을 같이 놓고 보면 이름에서 S만 다른 모델로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비키니 카울과 검은색 도색이 전체 형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로우라이더 S가 더 비싸고 더 출력이 높은데도 오히려 더 젊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역동적인 느낌이 젊은 느낌과 맞닿은 까닭이다. 그만큼 로우라이더 S는 으레 떠올리는 할리데이비슨과 조금 다른 감흥을 전한다.

시트에 앉으니 엉덩이가 지면과 가깝다. 로우라이더라는 이름처럼 시트고가 낮다. 673㎜니 할리데이비슨에서도 낮은 축에 속한다. 두 발로 편하게 차체를 지지할 수 있다. 다른 모델보다 더. 시트에 앉아 팔을 뻗으면 자연스레 핸들바에 닿는다. 따로 핸들을 높일 필요가 없다. 차체 형상이 사선으로 올라가기에 절로 편한 자세를 연출한다. 운전자의 신장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자세가 편하다. 그러면서 옆에서 보면 꽤 당당한 자세로 보인다. 비키니 카울에서 이어지는 차체 형태 덕분이다. 클럽 스타일 커스텀 형태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시동을 걸면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이 부르르, 몸을 떨어댄다. 할리의 대표 엔진다운 묵직함은 언제 느껴도 신선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편의를 위해 원초적인 느낌을 다소 덜어내긴 했다. 그럼에도 배기량의 규모는 엄연히 존재한다. 클러치 붙이고 스로틀 감으면 터져 나올 원투 펀치. 출발하기 전, 엔진의 떨림을 음미하는 와중에도 절로 연상된다.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300㎏의 무게감은 바람에 날려간다. 그러고는 바로 할리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보통 할리데이비슨 모델을 즐기는 순서다. 로우라이더 S도 처음에는 그랬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나 모터사이클이나 마찬가지다.친해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앞서 라이딩 자세가 편하다고 했다. 자세가 편한 만큼 금세 차체에 적응한다. 게다가 로우라이더 S는 미들 스텝을 적용했다. 발을 놓는 위치가 차체 가운데다. 고배기량 엔진을 품은 할리데이비슨 모델은 거의 포워드 스텝을 고수한다. 포워드 스텝이 유유자적 달리기엔 확실히 편하다. 하지만 짧은 와인딩을 즐기기엔 민첩성이 좀 떨어진다. 로우라이더 S는 미들 스텝에 발을 얹으면 자연스레 탱크에 무릎에 닿는다. 모터사이클을 무릎 이하, 즉 하체로 조종하는 기본자세로 타기 쉽다는 뜻이다. 게다가 핸들바도 편한 위치라 상체에 힘도 덜 들어간다. 보다 적극적으로 타게 한달까.



로우라이더 S는 금세 자기 성격을 드러냈다. 여전히 할리의 영역은 즐겁지만, 엔진 회전수를 높이는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았다. 안정적이면서 편한 자세로 앉아 토크의 펀치력을 쥐었다 풀었다 마음껏 토해내게 하는 재미.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은 콰르르, 독특한 소리를 토해내며 이에 화답했다. 스로틀을 비틀어 펀치력에 몸을 맡기면 공기를 짓이기며 튀어 나갔다. 이때 비키니 카울은 작지만 은근히 바람을 부드럽게 걸러준다. 물론 윈드실드 높은 투어러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펀치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즐기게 하기엔 충분했다. 시트고가 낮아 차체 자체가 어느 정도 바람을 걸러주는 역할도 했으리라. 차체와 자세가 어우러져 차체를 밀어붙이는 퍼포먼스를 즐기게 했다. 한마디로 호쾌하다. 할리데이비슨이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뭔지 알게 했달까. 고속으로 꾸준히 달리는 퍼포먼스가 아닌, 할리만의 퍼포먼스다. 육중한 차체에 올라 짧게 도로를 순간이동 하는 기분이랄까. 묵직한 펀치를 마구 휘두르는 호쾌함에 헬멧 속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누가 할리를 느긋하게 타야 제맛이라고 했나. 적어도 로우라이더 S를 탈 때는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말끔히 지워졌다. 더불어 한동안 쌓인 스트레스 또한. 스로틀을 비틀 때마다 가슴속에 바람이 채워졌다.

로우라이더 S는 퍼포먼스 크루저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물론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을 품은 할리데이비슨 모델은 마음만 먹으면 호쾌하게 달린다. 하지만 밀어붙이기보다 할리의 영역을 음미하고픈 마음이 크다.
하지만 로우라이더 S는, 확실히 다른 영역으로 인도한다. 이런 할리도 있다는 걸 웅변한다. 기꺼이 설득된다.

[김종훈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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