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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 돌연사 가족력 있다면 유전성 부정맥 의심해보세요
기사입력 2020.09.02 14: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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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부터 간질로 약물치료를 받아오고 있던 고등학생 A군은 어느 날 간질 발작이 심해져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2~3분까지 지속되는 A군의 간질 발작은 약을 챙겨 먹어도 조절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의 심전도 모니터에서는 심장 수축이 병적으로 빨라지고 심한 경우에는 급사에도 이르게 할 수 있는 ‘심실빈맥’이 나타났다. 아이의 간질은 심실빈맥으로 뇌혈류가 일시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2차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정밀검사 끝에 유전성 부정맥의 일종인 ‘긴 QT 증후군(Long QT syndrome)’으로 진단받고 부정맥 치료를 받았다.



분당 60~100회 뛰는 심장의 박동이 급격히 빨라지거나(빈맥), 늦어지거나(서맥), 불규칙해지는 부정맥(不整脈·Arrhythmia)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부정맥은 돌연사(90%)의 주범이자 뇌졸중(30%)도 적잖게 유발한다. 특히 심장이 무질서하게 아주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心房細動)이 생길 때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뇌졸중이나 심부전이 생길 위험이 높다.

부정맥은 돌연사의 주 원인일 정도로 아주 위중한 병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지난해 대한부정맥학회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92.8%의 응답자가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 부정맥의 대표증상인 두근거림을 느껴도 대다수가 병원을 찾지 않아 질환 인지도는 물론 경각심도 매우 낮다.

정상 심장 박동은 ‘심방수축→심실수축’ 순서로 반복되며, 분당 60~100회 뛰는 것이 정상이다. 운동할 때나 흥분하면 심장이 더 많이 박동하고, 안정하거나 잠자면 내려간다. 그런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질환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①‘조기 심장 박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가슴이 ‘쿵’ 하거나 심장이 건너뛰는 느낌을 준다. 성인의 80% 이상이 이를 겪는다.

②심장이 ‘쿵’ 하면서 갑자기 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는 ‘발작성 빈맥(頻脈)’은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지속된다. 증상이 심하면 어지러움이나 흉통,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갑자기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③심장이 갑자기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心房細動)’은 뇌졸중이나 심부전 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부정맥이다. 뇌졸중이나 심부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고령 인구 증가로 급격히 늘면서 전 인구의 2% 정도(100만 명)에서 나타나지만 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치료율은 매우 낮다.

④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徐脈)’은 어지럼증이나 피곤함, 실신 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서맥도 증상이 심각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⑤‘심실성 빈맥’은 부정맥 가운데 가장 위험해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다. 5분 이내 즉각적인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하다.

돌연사의 주된 원인 중 하나인 심장마비 또는 심실빈맥은 보통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흡연 등의 위험인자의 종합적인 결과로 관상동맥이 막혀서 발생하는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장병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돌연사로 사망한 환자들을 분석해 보면 관상동맥에 병이 없거나 심하지 않은 10대부터 30~40대의 청장년층에서 발생하는 심장 돌연사의 경우 가족력이 있는 유전성 심장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성 심장질환에는 ‘브루가다 증후군(Brugada syndrome)’ ‘긴·짧은 QT 증후군(Long·Short QT syndrome)’ ‘비후성 심근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부정맥 유발성 우심실 이형성증·심근증(Arrhythmogenic right ventricular dysplasia·cardiomyopathy)’ 등이 있다.



▶늘어나는 청장년 돌연사

최근 우리나라의 심정지 발생 수는 연간 2만5000명 정도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중 기질적인 심장질환이 없는 급성 심정지 환자가 ‘유전성 부정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실제 대한심장학회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급성 심장마비 환자 1979명을 분석한 결과, 290명(14.7%)이 ‘유전성 부정맥’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관상동맥질환과 같이 후천적인 문제는 위험인자들의 적절한 관리로 예방하거나 위험을 낮출 수 있으므로 담배를 끊고, 유산소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에 신경 쓰고, 염분 섭취를 줄이며, 동물성 지방보다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 등푸른 생선, 견과류 등을 자주 먹으면 돌연사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유전성 부정맥의 경우는 관상동맥의 이상이 아닌 가족력이 있는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심장질환으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관상동맥질환 또는 기저질환이 없는 가운데 젊은 나이에 갑자기 돌연사할 위험이 있다.


신승용 중앙대병원 심장혈관·부정맥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유전성 심장질환에 의한 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장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라도 부정맥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찾아 심장초음파, 심전도검사, 유전자검사를 통해 신중하게 평가하고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이상 신호나 경고를 간과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심장 돌연사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성 부정맥의 진단 과정에서 유전자 검사가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이 중 최근 도입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을 통해서 유전자 이상이 병으로 발현되기 전 단계에서 유전성 심장질환 위험군을 미리 찾아 낼 수 있다.

신 교수는 “유전적인 이상만 있다고 치료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개별 환자에서 병의 진행 정도에 따른 돌연사 위험도를 평가해본 후 치료 방향을 결정해 급사의 위험도가 중등도 이상이라면 이식형 제세동기 시술을 신중히 고려하거나 경우에 따라서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로 돌연사의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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