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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Walking] 강원도 횡성군 횡성호수길 5구간, 호숫가 숲에서 쉼을 찾다
기사입력 2020.11.03 13:55:01 | 최종수정 2020.11.03 14: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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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은 맛의 고장이다.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어사진미부터 더덕, 배추, 토마토, 안흥찐빵, 한우에 이르기까지, 횡성은 지명이자 수식어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물론 자연이 만들어낸 비경은 횡성이 지닌 본연의 매력이다. 그중에서도 횡성호수길은 가을에 찾아야 할 명소다. 이제 막 쌀쌀해진 호수 위로 색을 달리하며 익어가는 숲속 정취는 이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쭉 뻗었던 도로가 오르막으로 변하더니 이젠 아예 대놓고 구부러졌다. 구불구불대며 한참을 올라가다 다시 내리막으로 바뀌길 서너 번. 서로 찐맛을 겨루는 횡성한우 간판이 드문드문 눈에 띄더니 갑자기 아담한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망향의 동산’이란 표지판이 큼직한 이곳은 횡성호수길 5구간이 시작되는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갑자기 ‘망향(望鄕)’이라니 무슨 일인가 싶은데, 지난 2000년 섬강을 막은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부동리, 중금리, 화전리, 구방리, 포동리 등 갑천면 5개리, 258세대가 호수에 잠겼다. 그러니까 이곳은 수몰민들의 삶을 기억하는 공간이자 고향을 그리워하는 추억의 한편이다. 작은 공원에 수몰민의 문화를 전시한 자료관과 ‘화성정’이란 누각이 있고, 아래쪽에는 장터 겸 주차장으로 쓰는 넓은 공간이 자리했다.

인공호수인 횡성호수는 뭍에 부딪히는 출렁임이 꽤 크고 깊다. 주변 둘레길은 총 31.5㎞, 6개 구간으로 조성됐는데, 그중 경치가 가장 좋고 비교적 쉬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 5구간이다. 덕분에 ‘가족길’로 명명돼 인기가 높다.

▶A·B코스 모두 걸어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

A코스(4.5㎞)와 B코스(4.5㎞)로 나뉜 5구간은 두 코스가 ‘원두막’ 부근에서 서로 겹치는데, 그래서인지 A코스를 가다 B코스로 빠져 다시 A코스로 돌아 나오는 이들이 많다. 6개 구간의 횡성호수길 중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은 회귀 코스의 장점인데, 각각 4.5㎞인 두 코스를 같이 돌아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원래는 A코스만 있었는데, 지난해 3월 B코스가 완성되면서 총 9㎞의 둘레길이 완성됐다.



망향의 동산을 벗어나 둘레길의 관문인 코뚜레 게이트를 지나면 ‘장터 가는 가족’ ‘장터 가는 사람들’ 등 정겨운 이름의 독특한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다. 수몰지역 주민들이 장에 갈 때 이용하던 길인데, 어렴풋이 옛 풍경이 남아 정겹다. 하나둘 조형물을 감상하며 이정표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호숫가 둘레길이 시작된다.

5구간을 찾는 이들이 많은 건 첫째, 길이 평탄하고 둘째,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시설, 쉼터가 많기 때문인데, 굳이 셋째 이유를 꼽아보면 호수를 가장 근접해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수와의 거리가 뭐 그리 중요할까 싶은데, 막상 길옆에서 출렁이는 물살을 보니 맑은 바다 위에 파도가 살랑거리는 해외 어딘가가 떠오를 만큼 이국적이다.



A구간에는 호수길 전망대, 가족 쉼터, 산림욕장, 타이타닉 전망대, 오솔길 전망대 등이 자리했다. 피톤치드를 즐기며 호수를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아이와 함께 걸어도 무리가 없다. 반면 B구간은 한눈에 호수를 담을 수 있는, 자연에 온몸을 맡기는 구간이다. 간혹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코스 전 구간이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이라 걷는 맛도 상쾌하다. 두 코스 모두 소나무, 전나무, 밤나무가 그득한데, 특히 밤나무가 무성해 길 곳곳에 밤송이가 굴러다닌다. 먹이가 풍부한 곳에 먹는 놈도 몰리는 법. 곳곳에서 다람쥐나 청솔모가 허겁지겁 밤을 주워 갉아먹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망대마다 달라지는 호수 풍경

A코스를 걷다 B코스로 접어들면 은사시나무 숲이 나오는데, 나무 사이로 볕이 반사돼 반짝이는 호수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면 뱃머리를 본 떠 만든 횡성호 쉼터에 이르는데, 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야말로 탁 트인 풍경이 바다를 닮았다.



A·B코스는 호수길 전망대, 오솔길 전망대, 타이타닉 전망대처럼 여러 이름의 전망대를 갖추고 있는데, 같이 온 이들과 둘러앉아 차 한 잔 나누기 좋은 곳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호수는 이름은 같지만 모습은 제각각이다. 벤치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엔 붉게 물들어가는 산이, 귓가엔 철썩이는 호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싫지 않다.

A코스와 B코스 중 한 곳만 걷길 원한다면 B코스를 추천한다. 손에 닿을 듯 펼쳐진 호수 풍경이 시원하다. 비교적 쉬운 구간이라고 두 코스를 만만히 보다간 큰 코 다친다. 한 번에 9㎞를 걷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횡성호수길 5구간 가족길

A코스 : 코뚜레 게이트→건강길→장터 가는 가족→장터 가는 사람들→원두막→호수길 전망대→가족쉼터

→산림욕장→타이타닉 전망대→오솔길 전망대→장터 가는 가족→건강길→코뚜레 게이트

B코스 : 원두막→은사시나무구간→목교 가→목교 나→횡성호 쉼터→원두막 ▷횡성호수 가는 길

횡성나들목→횡성 방향→4번 군도→섬강유원지→횡성 411 지방도→갑천→횡성호→망향의 동산 주차장 ▷횡성전통시장

한때 전국에 이름이 날 만큼 규모가 컸다.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5일장이 열리면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매월 1·6·11·16·21·26일에 장이 열리는데, 상설시장도 있어 횡성한우부터 메밀전, 올챙이국수 등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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