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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프로젝트] 돌다리 유명한 충북 진천 초롱길| 강 건너면 울창한 숲·너른 저수지 산책까지
기사입력 2019.07.09 10: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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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하고 한 5년 정도 해마다 여름휴가 때면 일정 잡느라 어찌나 눈치를 봤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그게 당연했어요. 임원까지 신경 쓸 필욘 없지만 그래도 부장 먼저 일정잡고 직급대로 날짜 잡는 게 순서였다니까. 지금은 어디 그런가요. 올해 들어온 신입이 회의시간에 여름휴가는 언제 가야하냐고 묻더군요. 속에선 울컥했는데, 누가 볼까봐 최대한 부드럽게 웃으면서 잡아보라고 했습니다. 거기서 뭐라고 해봐요. 꼰대네 어쩌네 어이구 차라리 안보고 말지.”

정확히 6개월 전이던가. 올 초 친구들끼리 겨울휴가를 가기로 했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한참이나 늘어놓던 강 부장이 갈비탕 앞에서 대놓고 푸념이다. 오랫동안 여러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한 그가 흥분한 건 다분히 한국적인 관습 때문인데, 그의 말을 빌면 “수평적인 관계가 중심인 조직이지만 대놓고 나부터 챙기는 부하직원 앞에선 수직적인 마인드가 툭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직급으로 누르고 싶을 때가 정말 나이 들었다는 증거라던데….”

“지들은 나이 안 먹는 줄 아나. 아이고 의미없네.”



“그래도 그런 일로 얼굴 붉히면 부서에서 모양 빠질 텐데….”

“그렇겠죠. 그래도 서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킬 줄 알아야지…. 그런데… 다르긴 달라요. 세대차이라면 할 수 없는데, 우리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후배들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게 전혀 달라. 여름휴가 말고도 여러 상황이 그런데 딱히 말하라면 영 간지러운 일이라 그냥 넘어가게 되더란 말이에요.”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아요. 간지러워도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느냐고 지적하는 게….”

“우리가 초년병일 때 어디 그렇게 배웠나. 어 하면 어 하고 따라가다 자연스럽게 몸에 배고 그랬지.”

“그럼 그냥 평행선이네….”

“아니지 한 배에 타고 있으니 방관자인거지. 그냥 전지적 관찰자 시점….”

“아이고 빨리 좋은 곳으로 여름휴가 다녀오셔야겠네요. 그래야 체증이라도 빠질테니.”

“휴우… 어디 좋은 데 추천 좀 해주세요.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산 좋고 물 좋은 진천,

한눈에 탁 트이는 가슴

꼭 강 부장 때문은 아니지만 7월이면 한 번쯤 들러야 할 곳 중 하나가 충청북도 진천이다. 예부터 물 많고 평야가 넓어 인심이 후한 곳으로 유명해 생거진천(生居鎭川·살아서는 진천에 산다)이라 불렸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인 농다리 건너 초평호 주변을 휘돌아 나오는 초롱길 1코스는 강과 산, 너른 호수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시원한 산책길이다.

고려 초기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진천의 농다리(지방유형문화재 제28호)는 국내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돌다리다. 농다리 주차장에 내려서면 거대한 지네를 닮아 ‘지네다리’라고도 불리는 돌다리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폭 3.6m, 높이 1.2m 돌무더기만 28개가 쌓여 있다.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 놓인 돌무더기 사이로 흐르는 물은 그 양이 적지 않다. 걷다가 혹은 폴짝 뛰며 건너간 다리는 길이가 93.6m나 된다. 이 다리를 보려고 관광버스를 대절해 오기도 한다니 진천에 오면 꼭 보고 가야하는 명물인 셈이다.

다리를 건너면 객의 발걸음이 미르숲으로 이어진다. 용(龍)의 순 우리말인 ‘미르’와 숲이 만난 이곳은 용을 닮은 초평호 주변에 조성된 꽤 훌륭한 힐링코스다. 진천군이 군유림을 제공하고 현대모비스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숲 조성과 관리를 맡았는데 시선이 가는 곳마다 깨끗이 단장돼 있어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무데크길로 이어지는 현대모비스 야외음악당에 앉아 초평호를 내려다보면 오랜만에 눈이 평안하다. 눈을 감고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리는 건 산책 나온 이들과 새소리뿐, 고요한 그 무엇이 주는 새로운 경험에 몸이 가벼워진다.



▶한반도 지형을 품은 초평호

광복이후 축조된 저수지인 초평호는 1985년 증설되며 전국에서 알아주는 붕어낚시터가 됐다. 겨울에는 얼음낚시, 여름에는 선상낚시가 유명한데, 주변에 진천의 향토음식인 붕어마을이 자리해 별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호반에 청소년수련원과 초롱길, 하늘다리가 놓여 볼거리가 많다. 해발 598m인 두타산의 삼형제봉에서 초평호를 내려다보면 한반도와 만주벌, 제주도로 이어지는 지형을 품고 있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현대모비스 야외음악당에서 초평호로 내려서면 나무데크가 이어진다. 초평호와 농다리의 첫 자를 따서 ‘초롱길’이라 부르는 길이다.

호수를 끼고 도는 이 산책로를 천천히 걷다보면 저 멀리 하늘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 93m에 이르는 흔들다리다. 꽤 흔들거림이 커서 관광객들을 필수코스 중 하나가 됐다. 다리를 건너면 진천군청소년수련원이 자리했다. 길은 역시 호반으로 이어진다. 짧지만 포근한 오솔길을 걷다보면 1차선 포장도로가 나오는데, 여기서 돌아가면 초롱길 1코스요, 다시 앞으로 나서면 붕어찜 전문식당이 모여 있는 붕어마을에 다다른다. 붕어마을에 가까워질수록 수상가옥 모양의 낚시터가 여럿이다. 붕어마을에선 매년 10월이면 붕어찜축제도 열린다. 꼭 가을이 아니더라도 눈과 입이 즐거운 산책길이다.


초롱길 1코스

-초롱길은 돌다리인 농다리와 초평호 수변데크를 걷는 길이다.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다리→하늘다리→농암정→전망대→농다리

·가는 길

-진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농다리 방면 버스를 타고 구곡 정류장에서 하차

-자동차를 이용한다면 내비게이션에 ‘진천 농다리주차장’을 치면 된다.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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