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황승경의 1막1장] 오페라 쾌락과 향락에 빠진 도시 번영과 몰락은 종이 한 장 차이
기사입력 2019.07.01 16:21:22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음악극일까 오페라일까

전설적인 록 그룹 도어스(The Doors)의 1967년 데뷔앨범엔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의 아리아를 편곡한이 수록되어있다. 자유와 저항의 상징인 록 그룹이 선택할 정도지만 사실 이 오페라는 어렵고 난해해서 공연 내내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다. 수년전 베를린을 방문한 필자도 작품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오페라인 줄 알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연극배우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노래실력과 익숙지 않은 전위적 연출방식으로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자주 공연되지 않지만 독일어 작품이다 보니 독일에서는 종종 공연되며, 실험적 예술을 표방하는 극장에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현대무용이나 실용음악장르와 융합해 공연한다. 정통클래식음악보다는 재즈, 래그타임, 카바레 등 대중적 음악색채가 강하고, 기존오페라와 상이한 형식적 차이를 보여 음악극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환상의 콤비였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1900~1950)은 여흥만 추구하는 오페라의 개혁을 주창하며 그 대안으로 시대적 함의를 담는 내용과 형식의 ‘서사적 오페라’를 주창했다. 사실 이 두 사람의 작업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서푼짜리 오페라(1928)>는 영국 극작가 존 게이(1685~1732)의 <거지오페라>를 독일어 버전으로 재해석한 뮤지컬에 가까운 음악극이라서 순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 두 사람은 1927년 바덴바덴에서 열린 노래극 <마하고니>의 준비 작업에서 처음 만나 찰떡궁합으로 대동단결하여 여러 작품을 협업한다. 그리고 노래극을 3막의 오페라 형식으로 보완해 1930년 라이프치히에서 초연한다. 허나 사회주의자 극작가와 유태인 작곡가의 공연으로 나치돌격대가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라이프치히 공연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미비한 시대적 문제작

이들은 오페라서문에 자신들의 오페라 개혁에 대한 이론을 각각 주석으로 기록하였다. 일부에서 이 오페라를 자본주의의 신랄한 비판과 풍자가 깃든 ‘현대 오페라의 걸작’이라고 논하지만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은 건드리지 않고 물질에 집착한 사회징후만 다루고 있어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논란도 있다. 더구나 중간에 극작가와 작곡가가 예술적 불화로 갈라서서, 이론이 작품 속에 다듬어지지 않아 완성도가 끊어진 느낌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오페라는 작곡가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이들의 ‘서사적 오페라’는 브레히트가 주장하던 연극적 서사극의 개념을 차용하였기 때문에 음악과 극본의 동등한 컬래버가 절실히 필요했다. 브레히트는 심취한 마르크시즘을, 바일은 예술의 사회참여를 실현시키려 했지만 정작 오페라에는 폐해만 열거하고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였다. ‘서사적 오페라의 창조’라는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오페라에는 낭만과 교훈, 쾌락과 사회비판이 혼재되어 ‘배가 산으로 간’ 격이 되었다는 비난도 감수해야했다.

극본을 쓴 브레히트는 20세기 예술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극작가이자 시인, 연출가로 당시 가장 혁신적인 아이콘이었다. 그는 침묵과 복종을 강요받던 서슬 퍼런 나치시대에 참혹한 현실을 시와 연극으로 ‘왜 분노해야 하는지’를 세상에 외쳤다. 그는 예술은 야만적이고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등불 같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관객이 무대상황에 감정이 이입되어 눈물을 흘리거나 박장대소하는 것은 공연의 역할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브레히트는 관객이 관찰자 입장으로 공연 속 비판적 문제의식을 연구하며 교훈을 얻어가는 ‘서사극’ 개념을 도입했다. 갑자기 해설자가 등장하고 무대 막을 열어두고 무대세트를 전환하는 등, 관객을 극에는 집중시키지만 감상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막는 무대공식을 도입했다. ‘이건 현실이 아닌 극이다’를 되뇌게 하는 일종의 생소화(낯설게 하기) 기법을 만들어 관객을 철저하게 소외시켰다. 오페라는 태생부터 미학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감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서사적 오페라는 음악적 감성은 그대로 두고 동시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교훈을 얻는 토론의 장으로의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작곡가 바일은 극적 감정을 고취시키지 않는, 기분 좋고 나른하고 매혹적인 중립적 음악을 사용했다.



▶왜 마하고니는 미국일까

애초에 브레히트와 바일은 나치의 가혹한 탄압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행동과 태도를 폭로하려했다. 그래서 단지 라스베이거스나 마이애미처럼 허허벌판에 계획된 도시에 골드러시로 부를 축적한 노동자들이 몰려오는 것을 배경으로 삼았다. 1920년대 브레히트는 모험과 도전의 신세계 미국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풍자는 했지만 미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담지 않았고 미국 자본주의의 실체를 비판할 의도는 더더욱 없었다.

쉬운 발음상 선택된 마하고니는 새로운 체험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상 속의 도시이자 ‘20세기의 풍속도’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은 그다지 변치 않았다. 그물이나 덫처럼 사람들을 걸려들게 만들어 재산을 탕진하게 만드는 마하고니는 도처에서 나타난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적나라하다. 도주하던 범죄자 3명은 인적이 드문 척박한 땅에 마하고니 마을을 만들고 음주, 도박, 격투 시합, 매춘사업을 벌인다. 범법자들뿐만 아니라 금광, 벌목, 탄광으로 수중에 돈을 쥔 노동자들까지도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마하고니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태풍이 몰려와 생사의 갈림길에서 공포에 질린 마을사람들은 태풍이 도시를 비껴가자 긴장이 풀린 나머지 모든 법을 해제한다. 오로지 돈만이 법과 정의가 된다. 환락과 탐욕을 찾아오는 이들이 넘쳐나고 도시경제는 황금기를 맞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속출한다. 어떤 이는 식탐으로 앞뒤 안 가리고 계속 먹기만 하다 과식으로 황망하게 죽고, 어떤 이는 죽음의 권투시합을 하다 처참하게 사망한다.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시고 제니와 놀던 지미는 술집의 외상값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된다. 마하고니 법정은 지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연인과 친구에게조차 외면 받은 지미는 결국 고작 30달러 때문에 전기의자에 앉는다. 부정부패, 뇌물, 조작이 난무하고 적대감정, 물가상승 등의 사회적 혼란에 참다못한 마하고니 사람들은 피켓 시위를 벌이며 광장으로 뛰쳐나온다. 목청 높여 주장을 소리치는 인파 사이로 누군가 ‘아무도 타인을 도울 수 없다’고 외친다. 다들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인파에 밀려 행진을 멈추지 못한다.

마하고니는 돈으로 계획된 퇴폐문화의 쾌락과 향락에 빠져 그럴싸한 번영을 누리다 몰락하는 땅이다.
한국초연인 이번 작품을 제작하는 국립오페라단은 단장 겸 예술감독이 채용비리의혹으로 해임되어 공석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안성수 예술감독이 이번 공연의 총연출을 맡아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허물고 성악가와 무용단의 움직임을 부각한다. 미니멀한 무대와 과장되고 화려한 의상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실험적 포부를 밝히고 있어 단체는 실망스럽지만 눈여겨 볼 공연임에 틀림없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공연일시

2019년 7월 11일(목)~14일(일)

목·금 19:30 / 토·일 16:00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출연

총연출·안무┃안성수

지휘┃다비드 레일랑

연출┃미하일 쾨니히, 바네사 코이코엑사,

백재은, 국윤종, 장유리

[황승경 국제오페라단장 사진제공 국립오페라단]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개젓 주의보! 올해 A형 간염 주원인 지목 전국 곳곳 집단발생 접촉감염 우려도

허연의 인문학산책 ⑨ 제국주의는 슬픈 그늘을 남겼다

이태훈의 유럽인문여행! 예술가의 흔적을 찾아서 ⑨ 체코 프라하에서 만난 지성, 프란츠 카프카

[황승경의 1막1장] 매튜 본의 댄스뮤지컬 가녀린 여성 아닌 21세기 근육질 남성무용수 백조

[류종형 소장의‘체질을 알면 심리가 보인다’] 소음인 스트레스 받아도 표시 잘 안내... 태음인은 건망..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