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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1막1장] 죽어서야 영원한 자유 얻은 오스트리아 국민 황후 ‘씨씨’
기사입력 2019.01.07 13:47:01 | 최종수정 2019.01.07 13: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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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백마 탄 왕자님과 첫 눈에 반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잠자는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을까? 동화 속 공주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구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지만 왕자님을 만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며 천편일률적으로 요약되는 그녀들의 이후이야기가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투영되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우리에게는 ‘씨씨’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진 엘리자벳 폰 비텔스바흐(1837~1898)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국왕의 외손녀이자 바이에른의 지체 높은 공작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왕실의 금수저 일원이지만 어려서부터 씨씨는 규칙적이고 제약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성장하였다. 두 살 터울의 언니인 헬레네가 라틴어와 역사, 철학에 심취해 있을 동안 말괄량이 소녀였던 그녀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시골별장에서 머물며 마음껏 뛰어다니며 운동을 즐겼다.

600년을 호령한 황가를 부활시킬 야심으로 똘똘 뭉친 시어머니

당시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나폴레옹의 침입으로 신성로마제국 칭호를 박탈당한 채, 오스트리아제국의 황가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황위를 이어야 할 합스부르크 황자들은 유전병 때문에 세대가 거듭될수록 병약하고 나약해져만 갔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씨씨의 이모인 조피는 합스부르크 황가 둘째 황자와 혼인하고 네 명의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시숙인 황제 페르디난트 1세가 후손을 볼 수 없자, 조피 대공비는 무능한 남편 프란츠 카를 대공보다 큰 아들인 황손 프란츠 요제프(1830~1916)가 나라의 앞날을 위해 나을 것으로 판단해 아들을 황위서열 1위로 옹호했다. 화려한 가문의 부활을 꿈꾸던 조피 대공비는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합스부르크가를 비상시킬 현명한 군주를 간절히 원했다. 나폴레옹의 위력을 보며 군사력의 중요성을 절감한 그녀는 황제가 6살이 되던 해부터 직접 교육스케줄을 관리해 황제가 근대식 장교양성을 위한 정규과목을 모두 수료하게 했다. 또한 그녀는 아들에게 오스트리아 인접국가의 언어를 섭렵하게 해 황제는 8개국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황제도 철학, 수학, 역사, 지리학, 법학, 정치학, 사회학 등의 학문뿐 아니라 승마, 수영, 체조, 펜싱 등의 스포츠까지도 등한시하지 않으며 완벽한 황제가 되기 위한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1848년 가열된 시민혁명을 진정시키고자 큰아버지 페르난트 1세가 하야하자, 조피 대공녀가 금지옥엽으로 오매불망 키운 18세의 큰아들 프란츠 요제프는 황제가 된다. 조피 대공비는 물망에 오른 유럽의 내로라하는 규수 중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조카 헬레네를 아들의 배필로 일찌감치 점찍고 혼사를 추진했다.

1853년, 황제를 만나기 위해 헬레네는 어머니 루도비카와 여동생 씨씨를 대동하고 황제의 23번째 생일파티에 갔다. 그러나 큐피트 화살은 헬레네가 아니라 씨씨로 향했고 씨씨의 매력에 도취된 프란츠 요제프는 씨씨만을 강력히 원했다. 이모인 조피 대공비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일사천리로 다음 날 약혼이 발표되고 씨씨는 황비가 되기 위한 예법과 역사, 외국어 등의 학문을 8개월 동안 공부해야 했다. 공부와는 담 쌓고 살아왔던 씨씨에게 큰 부담이었으나 이후 그녀에게 씌워질 황후의 올가미에 비하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며느리 엘리자벳

세자빈이나 중전시절 층층시하를 모시며 숨 죽여 살다가 수렴청정이라는 권력의 맛을 본 이후 독단적으로 권력을 전횡하는 대비는 우리 역사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비록 조피 대공비가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나, 그녀는 황실 최고의 어른으로 황실 내부 모든 대소사에 절대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씨씨가 첫 딸을 출산하자 조피 대공비는 동의도 없이 갓난아이를 본인의 이름인 조피라고 명명하고는 자신의 왕궁으로 데리고 갔다. 엄마인 씨씨는 핏덩이 첫 딸을 정해진 시간에만 만날 수 있었다. 이듬해 출산한 둘째 딸도 마찬가지였다. 씨씨 황후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이었다. 더구나 황자를 출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녀를 조여 오기 시작했고 새장 속에 갇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씨씨는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 아들 루돌프를 출산한 이후 씨씨는 우울증을 동반한 거식증, 소화불량, 구토, 불면증 등 건강이상을 이유로 비엔나 궁전을 떠나 요양하기 시작한다. 오스트리아가 가장 사랑한 황후

172㎝의 늘씬한 키의 아름다운 황후 씨씨에 대한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사랑은 황실에 대한 악감정을 상쇄시키는 데 현격한 공을 세웠다. 이모이자 시어머니였던 조피 대공비의 입김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국민들의 막강한 지지를 기반으로 씨씨는 자신의 요구를 여과 없이 피력했다. 헝가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그녀는 남편을 설득해 헝가리와의 화해를 추진하며 직접 헝가리어를 배우고 헝가리 의상과 문화를 즐겼다. 그녀는 우유전신목욕, 와인마사지, 고기팩 등 특별한 방법으로 화려한 외모를 관리했다. 허벅지를 뒤덮는 긴 머리를 관리하기 위해 매일 3시간을 썼으며 다이어트를 일상화했고 가는 허리를 유지하기 위해 코르셋을 치약처럼 짜내는 고통을 감내했다.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기록되기 위해 30세 이후부터 그녀는 사진이나 초상화 등의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그녀를 더욱 신비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얻은 둘째 딸과 아들(큰딸은 유아 사망)은 방임하다시피 비엔나에 남겨두고서 오로지 31세에 낳은 막내딸 마리 발레리만을 데리고 여행 다니며 사랑을 마음껏 표현했다.

1889년, 52세의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급보가 전해진다. 하나뿐인 아들 루돌프황태자가 서른 살의 나이에 자살한 것이다. 개혁적 자유주의자였던 루돌프는 아버지와 사사건건 부딪히자 자연스레 정치를 멀리하고 술과 색에 빠져 매독에까지 걸렸다. 씨씨는 아들을 응원했지만 나서서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반대하는 정략결혼이라며 아들결혼식에 불참해 오히려 아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씨씨는 자유롭게 새장 밖을 날아다니는 새가 되었지만 정작 새장 안의 아들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어머니가 된 셈이었다. 그 날 이후, 씨씨는 검은 옷만 고수하며 세상과 담을 쌓고 조용히 소수의 인원만 대동한 채 각국을 여행했다. 1898년 스위스의 제네바를 찾은 씨씨는 이탈리아 무정부주의자 루이지 루케니의 칼에 맞아 사망한다.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속국들까지도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으며 진심으로 애도했다. 씨씨 황후에 대한 애정은 지금도 변함없다.
오스트리아에는 씨씨 황후 기념관을 비롯하여 곳곳마다 황후가 다녀간 장소를 알리는 동상과 표지석이 즐비하다.

1992년 명콤비인 작곡가 실베스테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가 엘리자벳 황후의 일대기에 연극적 상상력을 가미한 뮤지컬 <엘리자벳>을 세상에 내놓자, 이 작품은 1953년 로미 슈나이더 주연의 영화 <씨씨> 3부작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죽음이 의인화되어 캐릭터로 등장하고 암살범 루케니도 해설자가 되어 극 초반부터 상반된 이야기를 들려주며 판타지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뮤지컬 <엘리자벳> - 170분(인터미션 20분)

· 공연일시 : 2019년 2월 10일까지

화·목 20시 | 수·금 15시, 20시

토·공휴일 14시,19시 | 일 15시

· 공연장소 :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 출연 : 옥주현, 김소현, 강홍식, 박형식, 이지훈, 이소유 등

[황승경 국제오페라단장 / 사진제공 EMK]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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