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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머니볼’ 작가는 왜 행동경제학에 빠졌을까
기사입력 2018.08.30 0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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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기적적인 성공 이후 <머니볼>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데이터 경영이 훨씬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처음으로 인지시킨 그의 성공은 부작용도 불러왔다. 교육의 머니볼, 골프의 머니볼, 대선의 머니볼과 같은 숱한 아류작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2004년 머니볼을 도입해 거의 10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2013년 우승 이후 팀의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경영진은 슬그머니 과거로 돌아갔다. 데이터가 아닌 전문가의 ‘감’에 의지하는 야구로. 네이트 실버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맞추지 못하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기다렸다는 듯 글을 썼다. “정치는 인간의 노력이며, 따라서 예측과 논리적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발로 뛰는 취재를 당할 수 없다.” 사람들이 얼마나 데이터 과학에 반감을 갖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루이스도 머니볼을 비난하는 사람을 지겨울 만큼 만났다. 가장 결정적인 비판이 리처드 세일러(작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와 캐스 선스타인이 2003년 발표한 글. 머니볼은 야구 시장이 비효율적인 근본적 이유를 모르며, 이 비효율성은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반론이었다.

이것이 마이클 루이스가 바로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그는 왜 사람들이 데이터를 믿지 않고 뚱뚱한 선수를 과소평가하고 잘생기고 체격 좋은 선수를 과대평가하는 편향을 갖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두 심리학자가 어떻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도.

지난해 미국의 화제작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머니볼>과 <빅 숏>의 마이클 루이스가 <생각에 관한 생각>이 탄생한 창세기를 찾아 떠난 모험담이다. 루이스는 말한다. “사람들은 누가 말해주기 전에는 자기가 물에서 숨 쉰다는 것을 모르는 물고기와 같죠.”

그리고 마침, 그것을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다. 카너만이 발표했지만 두 사람의 오랜 연구결과가 집대성된 ‘생각에 관한 생각’은 행동경제학의 바이블이 됐다.

‘이성’과 ‘합리성’ 대신 ‘심리’와 ‘감정’이 지배하는 인간 본성의 비합리성을 고발한 이 책은 두 사람의 수십 년에 걸친 우정이 만들어낸 역작임을 루이스는 알려준다.

카너먼은 세계대전에서 죽음의 위기를 탈출한 유대인이었다. 몇 번이나 국경을 넘어 도주하면서 아버지를 잃었고 신을 믿지 않게 됐다. 심리학은 운명이었다.

신의 존재 여부는 관심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왜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지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전쟁 경험으로 인해 그는 인간의 판단에서 기억의 역할을 탐구하게 됐다. 예를 들면 전쟁에서 독일의 전략에 대한 프랑스군의 기억이 어떻게 앞으로의 전쟁에서 잘못된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와 같은.

트버스키는 거드름을 피우기 좋아하는 이스라엘 토박이였다. 항상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는 천재였던 그는 논쟁을 하면 상대방을 박살내는 성격이었다. 극과 극으로 성격이 달랐던 두 사람은 1969년 히브리대학 강의실에서 처음 만나 단짝이 됐다.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연구의 공을 누구에게 돌릴지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첫 논문의 대표 저자를 정할 때 동전 던지기로 정했을 정도다.

청년기의 기억으로 인해서인지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전쟁과 정치가 멀리 벗어난 적은 없었다. 전쟁 이후의 이스라엘인을 자세히 관찰했고, 이스라엘 정부가 1967년 전쟁에서 얻은 영토를 돌려주지 않아 끝없는 분쟁을 초래한 일을 아무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선택해서 얻는 고통을, 하지 않음으로 얻는 고통보다 크게 느꼈다.

두 사람은 실험을 통해 도박에서 아깝게 졌을 때 고통의 크기가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보통 다른 직업이나, 배우자를 선택하더라도 지금보다 행복했으리라는 확신을 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선택을 크게 괴로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박이나 복권은 달랐다. 우리의 선택이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잃은 돈에 더 고통스러워한다. 동메달 수상자가 은메달 수상자보다 더 행복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둘의 ‘전망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확률적 전망보다 현실의 손실과 이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월가의 투자자도, 매주 복권을 사는 이들도 모두 가망 없는 이익을 추구하느라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이다.

카너먼은 ‘전망 이론’의 업적을 인정받아 2002년 심리학자로는 처음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6년 전 세상을 뜬 트버스키와의 공동수상이었다. 이 책은 행동주의 심리학의 제왕 스키너부터, <넛지>의 리처드 세일러, 사회심리학의 석학 리처드 니스벳에 이르기까지 행동경제학의 탄생부터 결실을 맺는 여정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어려운 학문적 배경에 관한 설명도 쉬지 않고 이어지지만, 1급 논픽션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필력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심지어 두 사람의 학문은 현실을 바꾸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그들의 논문에 푹 빠진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연방 정부에 채용되어 집 없는 아이들이 학교 무상 급식을 입법했고, 미국 근로자 수백만 명이 연금에 가입하게 만들기도 했다.

원제는 ‘The Undoing Project’. 두 사람이 함께 발전시킨 ‘되돌리기 프로젝트’에서 따왔다. 개정된 전망 이론이란 이름으로 발표된 둘의 대표적인 이론이다. 연구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끔찍한 교통사고를 목격한 사람은 운전속도를 즉시 늦춘다. 확률에 대한 생각이 바뀐 탓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확률은 목격 전이나 후나 다름이 없다. 이를 어림짐작(Heuristic)이라 불렀다. 인간은 체계적으로 오류에 빠지며 우리의 뇌는 확률 법칙 대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짐작 법칙으로 대체한다는 이론이었다.

이 이론을 연구하며 카너먼은 트버스키와 멀어졌다. “아모스가 겸손했더라면….” 이런 가정을 하게 된 카너먼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혼선언을 한 직후 카너먼은 트버스키의 전화를 받는다.
눈에 있던 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였다. 카너먼은 무언가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아모스는 말했다. “우린 친구야. 자네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든.”

[김슬기 매일경제 문화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6호 (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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