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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비자들을 위한 컨셔스 패션
기사입력 2018.07.12 09: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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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선별, 염색 등 제조공정 환경 친화적

끊임없는 소비 대신 가치 소비에 주목


트렌드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패션은 오랜 세월 ‘자원 낭비’의 주범이었다. 유행을 따라가려면 옷장에 멀쩡한 옷이 있어도 새 옷을 채워 넣어야 했고, 마침표 없는 소비가 이어져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과거의 패턴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컨셔스(conscious) 패션’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컨셔스 패션은 소재 선별부터 제조 공정까지 옷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환경이나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날로 극심해지는 환경오염과 지나친 소비의 한계를 자각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패션업계가 응답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최근 ‘플로깅(plogging)’이라는 것이 유행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 탓이다. 2016년 스웨덴에서부터 시작된 플로깅은 현재 세계 각국으로 확산 중이다.

줍는다는 뜻의 ‘pick up’과 조깅(jogging)의 합성어인데,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하면서 몸을 굽히고 스쿼트를 하고 러닝을 하는 등 운동과 환경보호를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이제는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일상과 동떨어진 유별난 이벤트가 아니라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패션업계도 변신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실시된 쓰레드업 조사에 따르면 18~24세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중 40%는 리세일 아이템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대의 가장 큰 소비 특징은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하고(29%) ▲경험 가치를 중요시 여기며(29%) ▲대중적인 브랜드 충성도보다 자신의 취향을 존중(29%)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 태어난 세대라 소비에만 가치를 둘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유와 경험 등 비물질적인 부분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은 이 같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를 운영하고 있다. 래;코드는 출시한 지 3년 차가 되면 더 이상 매장에서 판매할 수 없어 소각되는 제품들을 해체해 새로운 패션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패션업체들은 제품을 만들어 해당 시즌에 신제품으로 판매하고 이월상품은 상설할인 매장 등으로 옮겨 판다. 하지만 그마저도 3년 차가 되면 재고 상품 신세가 되어 소각된다. 멀쩡한 새 제품이지만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버려지는 것이다.



▶래;코드, 출시 3년 차 재고 새상품으로 재창조

래;코드는 이 같은 제품들을 새 제품으로 되살려 소비자들에게 내놓는다. 어떤 소재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3가지 라인으로 출시된다. ‘인벤토리 라인’의 경우 3년 차 재고를 해체하되 기존의 브랜드 태그는 그대로 유지해 디자인으로 활용한다. 해당 제품이 어떤 브랜드에서 파생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밀리터리 라인’은 군에서 사용했던 텐트, 군복, 낙하산 등을 부분적인 패치나 액세서리로 활용해 제품을 만든다. ‘인더스트리얼 라인’은 자동차 에어백, 카시트, 헤드라이닝 같은 산업 소재를 활용해 의류나 액세서리로 재탄생시킨다. 각 라인마다 활용하는 소재가 조금씩 다르다. 래;코드 제품들은 기성품을 해체해서 만들다 보니 소량만 생산하고, 같은 디자인이어도 조금씩 디테일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제품’을 소유하는 것 같은 특별함도 느낄 수 있다. 환경을 배려하면서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일석이조 브랜드인 셈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2012년 3월 론칭한 래;코드가 지난해 말에는 매출액이 약 4배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래;코드는 올 3월부터 렌털서비스 ‘Re;nt the Only One’도 운영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해 옷을 필요할 때에만 빌려 입자는 취지다. 윤리적 소비와 공유 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평일에는 10여 명, 주말에는 20여 명이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용 가격은 3일 기준으로 아우터가 4만원, 재킷 3만원, 상·하의가 각각 1만5000원, 원피스 3만원 등이라 부담이 없다.

래;코드는 이 밖에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안티패션(Anti-Fashion) 콘퍼런스’에 참가해 한국의 업사이클링에 대해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 컨퍼런스는 2016년에 처음 시작된 행사로, 패션산업이 생산부터 유통까지 환경에 대해 더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자리다. 래;코드는 콘퍼런스에서 홍보 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업사이클링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이 같은 활동에 있어서 원조 격이다. 파타고니아는 최근 ‘리서클 컬렉션(ReCircle Collection)’을 새롭게 선보이며 컨셔스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런포더오션



▶파타고니아, 자투리 면 조각 재활용한 원단 개발

리서클 컬렉션은 재생 가능한 나무,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면 조각을 활용해 새로운 옷으로 탄생시켰다. 오스트리아의 섬유 제조업체 렌징과 협업해 ‘리피브라 리오셀’이라는 원단을 특수 제작해 제품을 만든다.

리피브라 리오셀 원단은 재생 가능한 나무 펄프와 자투리 면 조각을 재활용해서 만든 혁신적인 원단이다.

원단에 쓰이는 주원료인 나무 펄프는 지속 가능하도록 철저히 관리된 숲에서만 생산된다. 무분별하게 벌목하는 나무의 양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자칫 버려질 수 있었던 자투리 원단까지 활용하기 때문에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리피브라 리오셀 원단은 또 나무와 면 소재의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사용된 용제를 99.7% 정화해 계속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면 원단을 생산하는 과정보다 물 사용량도 95%까지 줄여 대기, 토양, 수질오염을 훨씬 덜 유발한다.

리피브라 리오셀 원단을 사용한 리서클 컬렉션 제품은 다양하게 출시됐다. 여성용 리서클 드레스, 봄버 재킷, 톱, 탱크, 크롭트 팬츠 총 5가지 스타일로 만나볼 수 있다.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캐주얼해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실크 소재처럼 가벼우면서 촉감이 부드럽고, 통기성과 흡습성이 좋아 무더운 여름철 여행지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파타고니아코리아 마케팅팀 관계자는 “리서클 컬렉션은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파타고니아의 철학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제품”이라면서 “앞으로 리피브라 리오셀을 비롯해 재활용 원단을 사용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객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타고니아는 환경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공정무역 인증 제품 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공정 노동 협회(Fair Labor Association, FLA)’의 창립 멤버이자 인증 회원이다. 2014년 10개 스타일로 시작한 파타고니아의 공정무역 제품은 지난해 전체 제품의 38%인 480여 개 스타일로 크게 확대됐다. 파타고니아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시즌까지 공정무역USA와 함께한 파타고니아 공정무역 프로그램을 통해 2만6000여 명의 생산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파타고니아의 ‘의식 있는 패션’을 위한 노력은 제품 밖의 영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사명이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5월에는 한국에서 ‘사람을 위한 변화, 자연을 위한 혁명’이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도 열었다. ‘리스판서블 비즈니스 콘퍼런스(Responsible Business Conference)’로 국내 기업 CSR 담당자와 함께 비즈니스의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파타고니아 미국 본사 SER(Social & Environmental Res ponsibility)팀에서 근무하는 팀 폴 핸드릭스 매니저가 참석해 파타고니아의 책임경영 비결과 노하우를 국내 기업들에게 전파했다. 파타고니아는 매년 매출의 1%를 세계 곳곳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 후원에 사용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도 2016년부터 업사이클(폐기물을 다시 재활용하는 것)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양 환경보호 단체 ‘팔리포더오션’과 파트너십을 맺고 해양 정화 작업 도중 수거된 플라스틱 폐기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대표 제품인 ‘울트라부스트 팔리’와 여성 전용 ‘울트라부스트X 팔리’ 러닝화에는 약 11개의 플라스틱병이 사용됐다. 올해는 러닝화 제품군을 대폭 확대해 6종을 선보였다.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아디다스는 제품뿐만 아니라 이벤트를 통해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확산시키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살려 러닝 이벤트를 열고, 이를 통해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들고 있다.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해양 환경보호 활동을 촉구하는 러닝 이벤트 ‘런포더오션(Run for the Oceans)’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이 러닝 이벤트는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아디다스와 팔리포더오션이 손잡고 운영하는 글로벌 단위 프로젝트다. 서울을 포함해 미국 로스앤젤리스와 뉴욕,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밀라노, 중국 상하이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으로 열렸다.

서울에서는 사전에 모집한 1000명의 러너가 23일 이벤트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5㎞ 코스를 달리면서 해양환경 보존에 대한 가치관을 서로 공유했다. 특히 올해는 러너들이 달린 거리 1㎞당 1달러가 기부돼 총 100만㎞를 완주하면 해당 금액을 기부하는 프로젝트도 추가했다. 기부금은 개도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구 생태계 보호를 위한 교육에 사용된다.

이벤트가 열린 23일에는 한정판 러닝화인 ‘울트라부스트 팔리’와 ‘울트라부스트 X’, 의류인 ‘ZNE 팔리’도 선보였다.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아디다스는 ‘스포츠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다’라는 큰 목적 아래 팔리포더오션과 함께 제품 제작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2015년부터 팔리와 협업해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양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해안 지역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기능성 의류와 신발을 만들고 있다.

코오롱FnC 래;코드 안티패션 콘퍼런스 리테이블 진행 현장



▶밀레니얼 세대 “소유보다 공유, 경험 가치 중요”

아디다스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든 ‘A.I.R전략 Avoid(방지), Intercept(차단), Redesign(재설계)을 실행하고, 제품을 만들 때 지속 가능한 재료 사용을 늘려 환경혁신을 새로운 산업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친환경 의류 브랜드 나우(nau)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생각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환경뿐 아니라 인권까지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오가닉 코튼 셔츠’는 국제인증기관인 ‘컨트롤 유니언’의 인증을 받은 유기농 면을 썼다. 화학 비료와 살충제 사용을 일절 배제해 옷을 만드는 사람의 건강까지 배려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가먼트 다잉 팬츠’는 염색 과정에서 버려지는 방대한 양의 물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통상적으로 청바지 한 벌을 만들 때 4인 가족이 6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수가 버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우는 원단을 염색한 뒤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옷을 염색하는 기법인 가먼트 다잉 방식으로 염색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수 처리 과정에서 오염도 줄였다.

윤경준 블랙야크나우 상품기획팀장은 “이 같은 친환경 제품이 전체 제품의 약 7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쓴 제품, BCI(Better Cotton Initiative) 인증을 받은 면, 공정무역 제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강다영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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