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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과 대화한 이후 자양강장제 자꾸 당기네
기사입력 2018.06.15 11: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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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을 피팅하려고 제가 사용하는 브랜드의 투어밴에 들어갔는데 비타민 음료가 냉장고에 꽉 차 있는 거예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양해를 구하고 다 빼낸 다음에 제 스폰서기업 제품인 ‘박카스’로 꽉 채워놨어요. 보고 있으니까 기분이 좋던데요.”

최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박상현이 대회 시작 전 있었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이야기는 또 하나 있다. 연습라운드 때 친한 다른 선수가 박상현에게 이온음료를 건넸다. 박상현은 어떤 반응을 했을까. 자신의 스폰서사의 제품이 아닌 것을 본 박상현은 포카리스웨트를 건네며 “이거 마셔. 이게 제일 좋아”라고 웃어 보였다.

박상현은 ‘박카스 맨’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스폰서에 최선을 다한다. 대회 최종일에는 박카스의 색상인 푸른색 의상을 입을 정도다. 이런 선수. 어떤 스폰서사가 싫어할까. 물론 말도 잘 하고 아이들이 사인 요청을 했을 때에는 스코어가 좋지 않아도 웃으며 사인을 한다. 완벽한 스윙과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을 두 차례나 할 정도로 실력은 ‘톱 오브 톱’이다. 박상현과의 만남 이후 이상하게 박카스 음료에 손이 가는 것은 아마 박상현의 힘일 것이다.

실력을 갖추고 자신이 후원하는 회사의 이미지까지 생각하고 갤러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 ‘골프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선수다. 프로골퍼와 스폰서, 그리고 골프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선수의 수입은 스폰서의 반응과 골프팬의 양과 질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프로골퍼는 엄격하게 말해서 ‘개인사업자’다. 스스로 벌어야 한다. 성적이 좋지 않아 상금을 별로 벌지 못했다면 생계를 위해 다른 선수의 골프백을 들기도 하고 레슨을 하기도 한다.

스폰서는 선수에게 돈을 ‘퍼주는’ 존재가 아니다. 대회에 나가는 선수는 스스로 ‘광고판’이 되는 것이다. TV에 얼마나 많이 노출이 되는가, 얼마나 인성이 좋아서 인터뷰 요청이 많은가 등이 스폰서가 제시하는 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당연히 프로골퍼는 자신의 스폰서에 ‘광고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윈-윈’을 이끌어내야 하는 공생관계인 셈이다.

과거에 비해 프로골퍼들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스폰서에 대해 개념 없는 선수들도 존재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스폰서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자신이 실력을 더 길러야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성적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장타자 김봉섭도 “선수들이 스폰서들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대회 때 세리머니 등 갤러리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며 성숙한 ‘프로 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골프팬과 현장을 찾은 갤러리들에게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스폰서는 자신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프로골퍼’라는 매개체를 통해 ‘골프팬’들에게 어필하고 기업 가치와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스폰서의 로고를 단 프로골퍼는 골프팬들에게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스폰서의 존재에 대해 존중하는 선수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억원의 돈을 준 스폰서들도 선수들의 돌발 행동이나 사건 사고, 발언 등 때문에 진땀을 흘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일부 선수들은 ‘내가 골프를 잘 치니 당연히 그들이 나에게 돈을 많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선수들끼리 모여서 대화를 할 때 종종 불평불만 섞인 말들이 많이 나온다.

“여기는 돈도 별로 안 주면서 엄청 이것저것 시켜”라거나 “여기서 제품 몇 개 줬는데 정말 별로더라. 그냥 남들 다 나눠주고 난 안 써”라는 말들도 들은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모자에는 A사의 로고를 새기고 정작 물품은 B사 제품을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 선수를 후원하는 스폰서 회사의 제품에 대한 신뢰나 로열티가 생길까? 선수들과 스폰서가 신경전을 펼치는 행동도 하나 있다. 바로 선글라스. 이른바 ‘생각 있는’ 프로골퍼들은 선글라스를 벗은 후 로고가 가리지 않게 머리 뒤로 걸치거나 아예 위쪽으로 놓는다. 하지만 스폰서에 대한 상호 존중이 없는 선수들은 TV중계를 할 때도 선글라스로 모자의 메인스폰서 로고를 가린 채 인사를 하거나 미소만 지어보이기 바쁘다.

사실 선수들의 ‘스폰서 로열티’ 차이가 나는 데에는 ‘경쟁’도 한몫한다. 자신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실력도 비슷한데 스폰서십 금액은 더 많이 받는 선수들이 있다. 대부분 업계를 통해 알려지기 때문에 선수들도 어떤 선수가 얼마를 받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경쟁자인 선수보다 내 스폰서십 규모가 작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경쟁심과 ‘상대적 빈곤감’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지금 충실해야 한다. 불평하면 불평할수록 스폰서는 사라지고 금액도 줄어든다. 스스로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인식 부족’ ‘교육 부재’도 한몫한다. 나이와 환경을 떠나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 좋은 선수와 그저 자신의 실력만 생각하는 선수는 우승 소감에서 가장 많이 차이가 난다. 자신이 우승한 대회의 정확한 명칭조차 모르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선수들의 모습을 본 스폰서사 대표는 어떤 생각을 할까. 더 이상 대회를 개최하고 싶을까.

“이렇게 무시당하면서까지 대회를 열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다른 스포츠 종목 있으면 한번 알아봐.” 어느 한 기업 대표의 말이다. 선수들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조효성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3호 (2018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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