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안씨네의 와이드앵글] 잡으려는 자와 거래하려는 자 당신이 알고 있는 건 이미 진실이 아니다
기사입력 2017.09.01 11:34:53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박훈정이 돌아왔다. 영화 <브이아이피(V.I.P)>는 그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기대만큼 잘 빠졌다. 군더더기 없는 연출에 배우들의 연기 합이 더해져 전혀 다른 장르의 신세계를 그리고 있다. 다섯 가지 챕터로 구성된 전개방식은 관객의 입장에선 이미 벌어진 사건의 후일담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 재미, 쏠쏠하다.



▶북에서 온 VIP가 사실은 괴물이라면…

국정원과 CIA가 협의해 귀순한 이른바 기획귀순자 김광일은 북한의 로열패밀리 중 하나다.

태생을 따져 보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오른팔이자 평안도 당서기 김모술의 아들이다. 그러니까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지금은 숙청돼 저세상 사람이 된 장성택의 생존 당시로 돌아간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아버지의 권세에 아들의 목도 뻣뻣하긴 매한가지. 심드렁한 표정에 서늘한 미소로 일관하는 김광일은 북한 내 암투에 밀려 남한으로 귀순한 후 귀빈 대접을 받는다. 그가 알고 있을 법한 북한 내 정보에 목마른 국정원과 CIA에게 그는 이른바 ‘브이아이피’다.

서울 경찰청 특별수사팀 경감 채이도는 연이어 일어나는 잔인한 연쇄살인의 범인을 쫓고 있다. 그가 찾은 단서로 귀결된 범인은 북한에서 귀순한 김광일. 허나 무슨 일인지 그를 체포하기 위해 찾아간 현장에 국정원 요원 박재혁이 나타나 국가보안법 운운하며 막아선다. 이 순간부터 연쇄살인사건은 한국과 북한, 미국의 입장이 교차되며 묘한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살인범 체포에 몰두하는 경찰(김명민)과 기획귀순 사실을 숨기려는 국정원 요원(장동건), 필요한 정보만을 좇는 CIA요원(피터 스토메이)에 북한에서의 살인사건을 쫓아 한국까지 내려온 전직 북한 보안성 요원까지. 허나 네 남자가 충돌하는 원인이자 사건의 발단이 된 김광일(이종석)은 예의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마치 VIP가 천민을 내려다보듯이.



▶“하고 싶은 일 말고 잘하는 일을 해야지!”

<브아이이피>는 눈앞에 범인을 놓고 좌충우돌하는 네 남자의 사건전개가 톱니바퀴 물리듯 휙 지나간다. ‘북에서 온 귀순자, 그것도 VIP급 대어가 연쇄살인범이었다면?’이란 질문에서 시작된 사건의 기승전결엔 국가기관 간의 은밀한 역학관계와 남·북한, 미국의 대립이 엮이며 긴장의 끈을 이어간다.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던 이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정리되는 건 역시 박훈정의 공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박 감독은 그동안의 작품에서 보여준 명확한 캐릭터와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사건 전개 능력을 이번에도 십분 발휘한다. <악마를 보았다>(각본)의 무시무시한 캐릭터와 <부당거래>(각본), <신세계>(각본, 연출)의 사건전개가 한 걸음 더 진보해 완성됐다.


물론 배우들이 차지하는 역할과 몫은 말할 것 없는 불변의 진리다. 장동건, 김명민, 박휘순, 이종석, 피터 스토메어가 만든 사건의 사이클은 어느 한 부분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굴러간다. “하고 싶은 일 말고 잘하는 일을 해야지!”라며 뼈있는 말을 던진 국정원 간부의 대사처럼 감독과 배우가 잘하는 일을 선택한, 늦여름의 기대작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4호 (2017년 0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블링블링한 공간, 입맛 사로잡는 분위기 보버라운지에서 즐긴 아이스까바

[안씨네의 와이드앵글] 잡으려는 자와 거래하려는 자 당신이 알고 있는 건 이미 진실이 아니다

새로운 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여유 율곡수목원

겨울철 ‘불청객’ 별칭과 다르게 7월 발생 최고 여름철 저승사자 ‘뇌졸중’ 어떻게 피해야 할까

스페인 까바 한 모금에 더위가 싹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