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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네의 와이드앵글] 당신이 알고 있는, 알고 싶은 광주 영화 `택시운전사`
기사입력 2017.07.28 17: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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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갔으면 공부나 열심히 할 일이지 왜 데모는 하고 저러는 거야?”

택시기사 만섭은 꽉 막힌 도로 상황이 영 마뜩잖다. 게다가 학생들의 데모가 그 원인이란 생각에 “숨이 턱턱 막히는 사우디에 가봐야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알지”라고 입술 비죽이며 되뇌인다. 1980년 5월, 대한민국 서울을 달리고 있는 만섭의 브리사 택시는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온 돈으로 장만한 삶의 터전이다. 1974년 기아차에서 처음 생산한 이 작은 세단을 몰고 데모 현장 뒷길을 살랑살랑 휘날리듯 누비고 다닌다.(스페인어 브리사(Brisa)는 우리말로 산들바람을 의미한다.)

사글세 단칸방에서 어린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만섭의 가장 큰 희망은 여느 가장들처럼 딸이다. 반면 가장 급한 소망은 밀린 월세 10만원 완납이다. 그러던 그에게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외국인 손님을 전라남도 광주까지 태워주고 통행금지 안에 서울로 돌아오면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그저 택시기사의 본분에 충실하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월세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는, 놓치면 평생 후회할 저절로 굴러 들어온 떡이었다. 그의 소망을 이뤄줄 주인공은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그를 뒷좌석에 태운 만섭의 브리사는 광주를 향해 시원하게 내달린다.



▶모르겄어라, 우덜도 우덜한테 와 그라는지…

1980년 5월, 대한민국 광주를 향한 만섭의 택시는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군인들의 바리케이트 앞에서 멈춰 선다. 영어로 무슨 일인지 묻는 손님이나 한국어로 중얼대는 택시기사나 이게 무슨 일이지 모르기는 매한가지다. 잘 닦아놓은 길을 벗어나 시골길에 접어들어도 길은 군인들 앞에서 뚝 끊겼다. 광주에 가지 못하면 10만원도 없다는 말에 만섭은 우여곡절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막상 도착한 광주는 조용하다. 폭풍이 몰아닥치기 전 고요처럼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했던가. 1980년 5월, 대한민국 광주 한복판을 달리고 있는 만섭의 브리사 택시는 예전처럼 시원하게 달릴 수가 없다. 길은 뻥 뚫려 있지만 도무지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서울에서 온 택시기사에겐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 살기 좋은 나라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그때 광주의 한 택시기사가 말한다.

“모르겄어라, 우덜도 우덜한테 와 그라는지….”



▶이방인의 시선, 알고 있는, 알고 싶은 이야기

<택시운전사>는 5·18 민주화운동을 정면에서 다루는 영화다. 당시의 광주를 유일하게 취재해 전 세계에 보도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취재기에 살을 입혔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가 아닌 모든 것이 생경한 이와 나고 자랐지만 생경한 지역에 도착한 이의 시선은 때로 즐겁고 답답하고 또 위험하다. 어쩌면 당시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관객의 시선을 대변하듯 실제 일어난 사건의 흐름을 훑고 지나간다.

이런 일이 도대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세대)에겐 다소 불친절한 전개일 수 있다. 사건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지만 ‘왜 그런지’가 생략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순 없다.

나고 자란 곳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 역사에 대한 궁금증의 파장은 생각보다 넓고 깊다. 만섭을 연기한 송강호의 눈빛은 그 파장의 진동을 더 크게 울리는 시작점이다. 독일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연기한 위르겐 힌츠페터가 평이한 인물로 비춰질 만큼.

영화 속의 금남로는 광주의 한 공터에 실제 크기로 재현한 세트다.
100%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 광장 주변의 건물들까지 세세하게 고증했다. 송강호가 읊조리듯 노래하는 ‘단발머리’는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했다. “주연배우는 송강호이고 1980년 5월 광주를 다룬다”는 말만 듣고 가수 조용필이 흔쾌히 빌려 줬다는 후문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3호 (2017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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