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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모펀드… 현명한 투자법은 무엇, 트랙레코드·펀드매니저 경력부터 살펴야
기사입력 2020.07.30 10: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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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들에게만 허용돼 ‘그들만의 투자상품’으로 부러움을 샀던 사모펀드가 오히려 요즘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최소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인 상품이고 공모펀드보다 우수한 수익률과 위험관리가 가능하다고 믿었는데 지금 환매 연기된 액수만 해도 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연기 조치에 이어서 알펜루트자산운용,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등 여러 사모펀드에서 환매 연기 소식은 계속 들리고 최악의 경우 원금 손실까지 우려된다. 라임자산운용은 비우량 메자닌 투자와 부실 해외 무역채권 투자로 문제를 일으켰고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는 아예 투자 자산을 속이고 엉뚱한 자산을 넣는 대담한 사기행각까지 감행했다.



▶사기와 부실투자로 쌓아온 라임펀드

사채 투자한 옵티머스펀드

라임자산운용은 한때 사모펀드 순자산이 6조원에 달했던 국내 1위의 헤지펀드 운용사였다. 처음엔 원종필 대표가 운용하는 주식형 펀드가 메인이었지만 이종필 전 부사장이 합류한 후 대체자산으로 외형을 키웠다.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율로 증권사는 물론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을 주 판매사로 해서 시중자금을 빨아 들였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부터 라임자산운용이 부실기업의 메자닌에 투자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펀드 자금의 환매요청이 시작됐다. 이어 수익률 부풀리기와 펀드 돌려막기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그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은 사모사채펀드와 메자닌펀드, 무역금융펀드까지 1조5000억원대 3개 모펀드의 환매 연기 중단 결정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9년 12월에는 라임자산운용이 6000억원대의 무역금융펀드 플루토TF-1호 펀드의 40%를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IIG가 폰지사기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자산동결조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원금회복이 불가능하게 됐다.

또한 라임자산운용은 운용 과정에 총수익스와프계약(TRS: Total Return Swap)을 통해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방식을 썼다. 레버리지를 쓰면 이익이 날 때는 수익률이 더 높아지지만 손실이 날 때는 손실률이 더 커진다. 이에 따라 라임자산운용이 2배 이상의 레버리지를 쓴 펀드가 원금손실 50%가 날 때는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돌려받는 돈이 없는 경우도 생겨났다. 50% 남은 돈에 대해선 레버리지를 제공한 증권사들이 선순위로 돈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라임자산운용의 이종필 전 부사장과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얽힌 정치권, 금융당국의 네트워크까지 거론되고 있으며 핵심 인물은 줄줄이 구속되고 있다. 올해 6월 줄줄이 환매 연기가 발표되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크리에이터펀드와 헤리티지펀드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나 물품주문 등에 대한 매출채권에 투자한 펀드로 수탁고가 지금도 4000억원에 가까운 대형 펀드였다. 연 수익률은 3%대에 불과했지만 사실상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저위험 상품이라는 이유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환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이들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무등급 부실기업의 사모사채를 사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매입한 사모사채는 옵티머스자산운용 내부인과 관련 있는 회사로 성지건설을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로 알려져 처음부터 회사가 기업의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서 펀드를 설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또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전 대표인 이혁진 전 대표와 정치권의 연루설까지 나오고 있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환매연기 등으로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 접수된 펀드가 젠투파트너스는 9522억원, 라임 국내메자닌펀드 7658억원, 라임 국내사모펀드 5092억원, 옵티머스 4327억원, 독일헤리티지 DLS 4332억원, 라임 크레딧인슈어드 펀드 2858억원 등이 있다. 이외 디스커버리 US핀테크펀드는 935억원, 디스커버리 US부동산 선순위 펀드는 896억원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8월부터 사모펀드 운용사 전수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사모펀드 관련 사태와 관련해 유사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과 자율규제 강화에 노력하고 구체적 실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실 운용은 일부 운용사에 불과

사실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가 깜깜이 투자, 부실운용으로 지금의 사태를 초래하기는 했지만 대다수의 사모펀드는 탄탄한 성과를 계속 내면서 여전히 신뢰를 받고 있다. 현재 90조원에 달하는 사모펀드 중에서 환매 연기와 원금손실 문제가 있는 펀드는 5조원 안팎이다. 옥석을 가리기만 한다면 중수익, 저위험의 펀드를 고르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7.65% 하락(5월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는 0.34% 수익률을 거뒀다. 특히 한국형 헤지펀드는 폭락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코스피가 17.3% 하락하던 2018년엔 오히려 수익률이 0.98%로 소폭 플러스를 기록했다. 2012년부터 누적수익률을 따지면 코스피 지수는 11.1% 상승했지만 한국형 헤지펀드는 43.3% 올랐다. 연 환산 수익률이 4.37%가 되는 셈이다.

변동성도 코스피지수가 12.95%라면 한국형 헤지펀드는 3.73%다. 롱숏 전략 등으로 헤지 수단을 마련하다보니 상승장에선 지수를 쫓아가는 속도가 좀 느릴 수 있지만 하락장이나 횡보장에서 가치를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모펀드라고 해서 무조건 불신하기보다는 오히려 옥석을 가리는 안목이 필요하다.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판매사 프라이빗뱅커(PB)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원칙과 철학에 따라 사모펀드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



▶남들 좋다는 펀드 가입하지 말고 트랙레코드 봐야

먼저 사모펀드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다는 이유로 가입하는 것은 공모펀드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주식이나 투자등급 크레디트 같은 전통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아닌 대체자산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했다는 것은 믿을 만한 펀드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대체자산은 시중에 자산규모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산에서 펀드 규모를 키울 경우에는 비우량 부실 자산까지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도 드러난 문제다.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펀드 테티스2호의 경우는 펀드 규모가 3200억원이 넘는다. 나머지 코스닥벤처펀드 등까지 합하면 한때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국내 메자닌의 규모는 8000억원이 넘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 중 한 곳에는 라임의 메자닌 운용 규모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라임의 메자닌펀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메자닌 시장 규모가 3조원인데 라임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는 메자닌이 8000억원 수준이면 더 이상 우량 메자닌을 선별해서 담을 수 없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결국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은 부실기업뿐만 아니라 경영진과 특수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발행한 메자닌까지 있다는 것이 판명됐다.

옵티머스펀드 역시 비슷하다. 옵티머스펀드의 출시 초기인 2018년도 판매사에서 가장 우려한 것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지속적으로 많은 양을 확보할 수 있느냐였다. 그러나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초기 펀드인 ‘Big&Safe’ 펀드가 상환되자 초반의 우려는 희석되고 펀드 가입자는 늘어만 갔다.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총 8000억원가량의 펀드가 팔렸는데 국내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 등의 매출채권을 이 규모로 확보했다는 것엔 한 번쯤 판매사나 투자자가 의심해 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모펀드는 인기나 수탁고 규모가 오히려 안정적인 운영에는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주식형 펀드만 해도 조 단위가 넘어가면 운용이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대체자산을 담은 사모펀드는 일단 규모에 대해서는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펀드의 트랙레코드와 대표 및 운용역의 이력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경우에도 트랙레코드가 있기는 했지만 대표나 운용역이 채권 관련 업무경력이 없어 운용역 이력만 꼼꼼히 따졌어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 또한 전 대표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이혁진 전 대표는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소송전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후 김재현 대표로 경영권이 넘어가기는 했지만 2018년 이 전 대표는 김 대표와 양호 고문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회사 내부의 경영권 다툼이 있는 불안정한 회사였던 만큼 판매사 측에서도 펀드 판매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펀드매니저의 교체 역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코스피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재작년 높은 수익률을 얻었던 씨앗자산운용은 신생 운용사임에도 불구하고 설립 1년 만에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간판 공모펀드인 네비게이터 펀드를 10년간 운용하던 스타매니저 박현준 대표가 화려한 성과를 보이자 삼성증권 PB센터 등 판매사에서 거액의 자금이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작년 박 대표 대신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전 배당가치본부장이 주식 운용을 책임지기 시작하면서 책임매니저가 교체됐고, 올해 들어 코로나 하락장에서 방어도 못하고 반등장은 못 쫓아가는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펀드매니저의 교체가 저조한 수익률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신뢰 하던 펀드에서 펀드매니저가 바뀔 때 투자자들은 유의를 해야 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만기 짧은 펀드, 개방형, 레버리지 활용은 조심해야

또한 기간이 너무 짧은 대체자산은 조심할 필요가 있고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 역시 환매가 언제나 쉬울 것이란 기대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부동산이나 인프라 등의 대체자산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자산과 달리 시장에서 바로 유동화가 힘든 자산이다. 빨리 유동화를 하려면 가격을 낮게 불러야 가능하다. 그런데 국내 사모펀드는 리테일 비중이 높아지면서 리테일 고객들의 입맛에 맞게 펀드 만기를 짧게 하거나 아예 언제나 환매가 가능하도록 개방형으로 설계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원래 사모펀드의 투자대상인 인프라 등은 7~10년간 긴 호흡을 가지고 기관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인데 이를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만들다보니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대체자산 투자 시에는 장기간 돈이 묶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환매연기가 된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펀드나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프리IPO펀드 등도 모두 빠른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인데도 불구하고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사모펀드의 인기로 계속 자금 유입이 되는 상황에선 문제가 없었지만 신규 자금 유입이 잘 안 되던 상황에서 유동성 문제가 터진 것이다.

펀드 운용에 레버리지를 쓰는지도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수익이 날 때는 수익률이 올라가지만 손실이 나면 손실률도 올라간다. 이번에 홍콩계 헤지펀드 젠투파트너스의 해외채권펀드 역시 레버리지를 활용하면서 코로나19 충격으로 채권가격이 급락했을 때 손실이 커지는 바람에 환매 중단까지 갔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만약 투자자산이 손실 날 경우가 거의 없다는 확신만 있으면 레버리지를 쓰는 게 문제가 없지만 그 확신이 빗나갈 때가 있는 게 함정”이라고 말했다. 위험선호도가 높은 투자자라면 모르지만 만약 리스크를 낮추고 ‘절대수익’을 얻고자 비싼 수수료를 내고 사모펀드에 가입하는 사람이라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펀드인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라임펀드 사태처럼 전액 손실로 갈 수 있는 위험한 도구가 레버리지다.

또한 사모펀드에 가입할 때는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쓰는 펀드를 가급적이면 고르는 편이 좋다. 책임주식 중개인이라고도 하는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 설립 지원부터 자금모집, 운용자금 대출, 주식 매매 위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이나 기관을 말한다. 헤지펀드 운용사는 소수 인원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자본소개부터 상담까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곳이다.

PBS를 이용하는 펀드가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옵티머스자산운용처럼 투자자산을 완전히 속이는 것은 차단할 수 있다.
PBS가 매매 위탁 등을 하기 때문에 당초 제안서나 계약서상과 다른 자산을 매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옵티머스자산운용도 올해 PBS를 활용한 펀드를 출시할 때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니라 사모사채 투자라고 투자자산은 제대로 명기했다. 작년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지면서 PBS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왔지만 이는 PBS가 대출(레버리지)을 제공해서 문제이지 그 본래 역할과는 관련이 없다.

[김제림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9호 (2020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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