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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 반등 VS 데드캣 바운스, 국내 증시에 쏠린 투자자의 의심어린 시선
기사입력 2020.04.29 10:48:20 | 최종수정 2020.05.01 07: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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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 반등? 데드캣 바운스?’

국내 증시가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내며 지난 4월 17일 코스피는 1900선 고지를 회복했다. 31일 동안 ‘셀코리아(Sell Korea)’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3186억원 순매수하며 상승승세를 견인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 감소세와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3월 19일 종가기준 1457포인트까지 추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저점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귀환을 반겼다.

지난달 5일부터 지난 16일까지 30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왔던 탓에 시장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1900선 안착하지 못하고 주춤

상승추세 꺾일지 여부 주목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던 주식시장은 며칠 지나지 않아 차갑게 식었다. 지난 4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요지의 외신보도가 퍼지자 증시가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크게 치솟았다. 국내 지정학적 리스크에 같은 날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에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정부당국은 발 빠르게 장중에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코스피지수는 1880선 아래로 후퇴하며 1900선 고지를 내줬다. 환율은 9원 이상 상승하며 시장의 충격을 반영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98p(1.00%) 내린 1879.38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5283억원어치 주식을 내던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4월 17일 하루 3000억원가량을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시 이틀 연속 ‘팔자’세로 돌아섰다. 기관도 197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에 일조했고 개인만 708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부진했다.

전 거래일보다 9.05p(1.42%) 내린 628.77 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장 초반 한때 상승하다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전날 커진 불확실성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1% 이상 떨어지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이날 10시 35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47p 떨어진 1853.96포인트(1.36%)를 기록했다. 전날 뉴욕 증시 역시 국제유가의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67%)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3.07%), 나스닥지수(-3.48%)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크게 축소

조정 없는 V자 반등 가능할까?

15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가 열흘 넘게 1800대 박스권을 형성한 이후 1900선마저 탈환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에 핑크빛이 감돌기도 했다. 지수상승을 이끌다시피한 개미투자자들은 4월 22일 현재도 오전 장에만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하하고 있다. 한국 시장을 떠나갔던 외국인이 17일 팔자 행진을 멈추고 사자에 나서며 시장을 테스트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요소이다.

차트만 보면 코로나19 직전인 2200포인트도 크게 멀지 않은 지점이다. ‘V자 반등’을 통해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주장을 이어온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정점을 지났고,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면서 사태 극복에 대한 기대가 쌓이고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상반기 중 2000대를, 하반기에는 2100선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주변자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증시 주변 자금은 총 141조72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27조336억원(23.57%) 증가한 수치다. 증시 주변 자금은 바로 전 거래일인 지난 14일에는 141조7928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증시 주변 자금은 투자자예탁금(44조2345억원), 파생상품거래예수금(11조9999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잔고(77조1404억원), 위탁매매 미수금(2688억원), 신용융자 잔고(8조799억원), 신용대주 잔고(47억원) 등을 합한 것이다.

이 중 특히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16일 현재 44조2345억원으로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직전(27조5459억원) 대비 60.58% 급증했다. 실제 증시에 개인들의 자금은 몰려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 4월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20조8976억원어치, 코스닥 3조2858억원어치 등 총 24조1834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인은 코스피에서 지난 6일 8430억원을 팔아치운 데 이어 지난 14일 4530억원, 17일 6057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는 등 최근 주가 회복에 일부 차익을 실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가계의 최대 투자대상인 아파트 등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충격과 정부의 강력한 집값 안정화 정책으로 가라앉으면서 부동산 시장을 맴돌던 자금 일부가 증시로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조사 기준 서울 강남 4구 아파트값은 1주일 전보다 0.20% 떨어져 지난해 1월 말 0.35% 하락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부동산 정책에서는 현 정책의 집값 안정화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다주택자 과세 강화, 3기 신도시 건설, 분양가상한제 등 기존 정책의 추진에 속도가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증시 대기 자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3월 말 이후 가파른 주가 반등과 향후 실물 지표 충격으로 숨 고르기 국면 및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있으나,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개인 자금 유입이 증시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세계 증시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은 지난 4월 중순 점진적인 경제 정상화 지침을 발표하며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양호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경제를 재개할 것을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뉴욕을 비롯해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속도 조절을 한다는 계획이다. 경제 활동 재개 후에 코로나19 확산이 다시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3단계 경제활동 정상화 계획은 주지사들이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가 정점을 지났다는 증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주부터 일부 주에서 확산 억제를 위해 도입한 규제를 해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텍사스 주는 지난 4월 20일부터 주립공원을 개장하고, 24일에는 일부 소매점의 영업 재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버몬트주도 마스크를 쓰고 2m 이상 거리를 두는 조건으로 텍사스 주와 함께 건설업이나 주택 감정평가, 그리고 부동산 관리업과 같은 일부 사업의 업무를 재개하도록 하는 계획을 내놨다. 이외에 미네소타주는 이미 지난 18일부터 골프장과 공원, 요트 정박장, 산책로 등 야외활동 시설을 개방하기도 했다. 단 반드시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밀집지역은 피해야 한다는 규정을 함께 설정했다.

다만 미국의 경제활동 재개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추세를 통해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도 코스피가 1900 안팎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예측이 많다.

현재 지수상승은 코로나19 치료제 기대감, 각국 정부의 부양책 등 증시 환경 호전으로 반등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악화된 실물경기 지표 발표, 기업실적 악화, 유럽과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지속 등이 하락 요인으로 상존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시간과의 싸움이 필요한 때이고 1900선 이상에서는 속도 조절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말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공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 내부적으로는 개인 수급이 가세하면서 V자 형태의 반등이 탄력적으로 나타났다”면서도 “본질적인 것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실물경기 지표와 실적 등에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행동제재 보완 및 지원을 위한 재정정책 시행 이후 필요한 것은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 정책”이라며 “중국은 이미 시행 중이고 미국은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추세적 상승을 위한 선결요건으로는 하반기 기업이익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와 인프라 투자 등 추가적인 정책과, 미국과 유럽 내에서의 코로나19 확진자수의 의미 있는 감소 등 경제활동 재개등이 꼽히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향후 변곡점에 대해 단연 코로나19 치료제의 상용화를 꼽았다. 치료제가 FDA를 통과해 완제품으로 출시되는 시점과 5월 중 중국에서의 양회 시작에 따른 정책적 대응이 얼마나 구체화되는지 여부를 봐야 시장의 방향성이 나올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데드캣 바운스’ 오나

W자 반등도 대비해야

2차 하락을 예상했던 시장 분위기와 달리 증시가 1900선을 회복하며 투자자의 기대 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팔자 기조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신중론 역시 만만치 않다.

저점 대비 가파른 상승세에 대한 시장의 의심도 존재한다. 또한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의 효능과 실물경제 타격은 여전히 시장의 우려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서 나오는 용어가 바로 ‘데드캣 바운스’다. 증시가 급락 이후 잠시 반등하다 다시 급락하는 현상을 비유하는 증권가 용어다. 보통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가뿐히 착지한 후 다시 튀어 오르지만 죽은 고양이는 잠시 튀어오를 순 있지만 곧 다시 추락하고 만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1900선을 내주고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재개되자 지금이 ‘데드캣 바운스’ 아니냐는 우려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강력한 양적완화와 경기부양 정책을 발동하며 증시상승을 이끌었지만 아직까지 각국의 ‘셧다운’이 해제되지 않고 있으며 이동제한으로 실물경제 붕괴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는 경기 침체를 우려한 각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투심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제적으로 경제 붕괴를 유발할 수 있는 기업어음과 채권 매입 등으로 안전판을 마련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우려도 크게 감소시킨 덕분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코로나19 봉쇄 반대’ 시위대



일각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사태와 비교하며 2차 폭락을 우려하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7년 10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고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급락한 증시는 2008년 3월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듯했지만, 그해 9월 세계적 금융회사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주가는 다시 폭락했다. 실적악화와 신용강등으로 인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기업의 파산우려가 커지고 이는 금융권의 자금 경색 등으로 이어져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연준도 V자 반등론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역시 지난 4월 중순 간담회를 통해 “미국 경제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V자형 회복보다 장기간 점진적인 회복”을 전망했다. 또한 그는 올해 미국의 GDP는 5% 하락과 함께 실업률이 10%대 중반까지 치솟을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할 1분기 경제성장률(GDP) 속보치는 향후 국내 금융시장 방향을 예상할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미 한은은 지난 2월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날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과 투자은행(IB) 9곳의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전기 대비 -1.5%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하락 폭에 따라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지난 3월 OPEC+가 추가감산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가 급격히 폭락했다.



▶와르르 무너진 국제유가

글로벌 증시에 부정적인 폭탄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는 경제에 충격파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국제유가가 맥을 못 쓰면서 산유국들의 국가재정이 악화되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채산성이 낮아진 미국의 에너지기업들은 파산위험에 직면하며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부도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유가하락에 따른 정유업의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며 조선·건설업의 해외수주 감소가 뒤따를 전망이다. 유가하락의 주된 배경이 세계 각국의 수요 부진이란 점에서 한국 수출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4월 21일과 22일 국제유가가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유례없는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뿐만 아니라 6월물 WTI,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6월물 브렌트유까지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6월물 WTI는 장중엔 한 자릿수대로 떨어지기도 했으며 브렌트유는 20달러 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각국의 셧다운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유 수요 부족과 재고가 늘어나며 당분간 저유가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국가재정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산유국들은 추가적인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4월 12일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화상회의를 통해 5∼6월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오히려 유가는 합의 이후에 더욱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요 감소에 비해 감산량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반응이었다.

시장에서는 원유 수요가 하루 30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조선에 실린 채 바다 위에 떠있는 재고분만 1억6000만 배럴로 추정된다. OPEC+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예정에 없는 긴급 콘퍼런스콜을 진행했지만 어떤 해법도 내놓지 못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OPEC 좌장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성명을 통해 추가적인 조처를 할 준비가 돼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유국들이 이미 역대 최대인 ‘970만 배럴’을 웃도는 감산에 합의한 후에 추가적인 감산에 나서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미국의 에너지 사업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 비축유를 더 사겠다는 입장이지만, 멕시코만 일대에 위치한 비축유 저장시설의 여력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빠른 시간 내에 산유국들의 추가적인 감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분간 저유가 폭탄은 글로벌 증시에 불확실성을 높일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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