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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0조 도시재생’ 중간점검, 늘어지고 취소되고… 사업방식 바꿔야
기사입력 2020.02.04 14: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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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말뫼시는 1986년 제1위 조선소인 코쿰스(KOCHUMS)가 문을 닫으면서 도시의 자족 기능을 잃었다. 지역 실업률은 1%에서 최고 23%까지 치솟았고 시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탈출하는 ‘인구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2002년 9월에는 말뫼 서부항에 있던 1500톤급 크레인을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면서 ‘말뫼의 눈물’이라는 비유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스웨덴 정부는 포기하지 않고 1994년부터 말뫼시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했다. 조선소 용지와 인근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IT,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했고, 그 결과 말뫼는 IT 스타트업 기업 500여 개가 입주한 새로운 산업도시로 탈바꿈했다. 경제활동이 다시 시작하면서 곤두박질쳤던 주택 가격도 살아났다. 말뫼의 부활은 전 세계 도시재생의 상징이 됐다.

한국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일자리 창출과 주민 소득을 높이는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방점을 두고 추진됐다. 매년 10조원씩 5년간(2017∼2021년) 총 50조원을 투자할 방침으로 소요예산만 4대강사업 22조원의 두 배를 넘는다.

하지만 정부가 일부 사업지는 제대로 계획 평가조차 못한 채 예산을 교부해 사업추진이 늦어지고 실제 예산은 집행되지 못하는 곳이 허다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정부는 최근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방법을 완전히 바꾸고 새로운 사업형태도 도입했다. ‘도시재생 뉴딜 2.0’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신아에스비 조선소 전경



▶처음엔 사업계획서만으로 선정

예산 집행률 낮아

초기에 선정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이었다.

사업 선정만 해놓고 계획 수립조차 제대로 안돼 돈을 못 받은 지자체도 많았다. 실제로 2017년 선정된 68곳의 도시재생사업지는 모두 다음해 7월 이후가 돼서야 활성화 계획을 수립해 국토부는 1년 가까이 지원금을 교부하지 못했다. 2018년에 뽑힌 99곳도 선정 1년이 되어 가는 작년 8월이 되도록 중앙지원금 2487억원 중 1209억원(48.6%)만 내려갔다.

국비 교부가 끝난다고 사업진행 속도가 빠르게 나는 것도 아니다. 지자체에서 용역발주, 보상협의 등 사업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7년 선정된 인천시 동구의 ‘패밀리-컬처노믹스, 송림골 도심재생사업’은 국토부에서 지원예산까지 받았는데도 착공을 못했다. 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야구장 테마파크 건립 프로젝트가 주민의견 수렴 부족과 사업성 문제 등의 이유로 공회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결국 야구장 테마파크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아 사업이 취소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해당 용지에 야구장 테마파크 대신 영유아 어린이시설을 짓는 방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며 “최근 재생계획 변경을 승인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차가 통과됐음에도 내년 여름은 되어야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늘어지는 과정에서 사업비 축소되기도

2년 전 뽑힌 도시재생 후보지 중 가장 규모가 큰 거제 통영시 ‘글로벌 통영 르네상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사업은 신아sb가 있던 폐조선소 부지를 포함해 도남동 일원 51만㎡에 사업비 1조1041억원을 투입해 쇠퇴한 조선 산업 지역을 문화·관광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게 하려는 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시설을 제외하면 착공을 하지 못했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각종 행정절차를 처리하고 지자체와 협의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져 활성화 계획이 작년 8월에야 승인됐다”며 “불가피하게 착공이 지연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당초 정부가 지원 사업지로 선정할 때 계획에 비해 실제 사업계획도 ‘반토막’ 났다.

애초 통영의 폐조선소를 활용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총사업비는 통영시 국가재정보조사업비 417억원, 공기업 LH 투자 1200억원, 통영시 300억원, 정부부처 연계사업 2020억원, 민간투자사업 7100억원 등 1조1041억원이었다. 그러나 2019년 8월 말 국토부는 부처연계사업비를 371억원으로 줄이고, 민간투자사업도 4484억원으로 줄였고, 결국 총사업비 6772억원으로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를 초기 도시재생 사업방식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 구상만 믿고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지역까지 대상에 포함하다보니 속도가 심하게 느려졌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작년 8월 기준으로 착공한 곳은 39곳(2017년 선정)과 8곳(2018년 선정)에 불과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중앙정부가 뉴딜사업을 위해 지자체에 교부한 3193억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1026억원(32.1%)에 불과했다. 정부가 지난해 1~7월 집행한 중앙정부 예산 집행률이 71.8%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느린 속도다.

용산 도시재생 혁신지구 조감도



▶진행 느린 지자체에 패널티 부여… 선정방식도 변경

대통령 공약이 걸린 만큼 예상대로 속도가 나지 않자 사업계획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예산을 뿌렸던 국토부는 조바심이 타고 있다. 지자체의 사정만 무조건 들어주고 기다려주기 어렵다며 급기야 ‘채찍’도 들고 있다.

전국 각 지자체의 사업추진 현황을 점검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낸 지자체엔 인센티브를 주지만, 사업추진이 늦고 추진이 소홀한 지자체엔 ‘채찍’에 해당하는 패널티를 각각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각 지자체의 성과를 파악해 시·도별로 선정 물량을 조절하거나 도시재생 관련 사업지원 배제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의도대로 빨리 사업성과를 내지 못하는 지자체는 다음번 사업지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재생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사업을 하지 않는 경우를 따져봐야 한다”며 “지자체에 배분된 예산 집행률이 절대적은 아니지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후보지를 선정하는 방식까지 변경했다.

사업 구상서로 후보지를 선정한 후 재생계획을 수립하는 기존 방식을 포기하고 재생계획을 받아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행정 절차 때문에 사업 진행속도가 더 느려진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상서로 사업을 선정하는 것보다 실현 가능성을 좀 더 사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절차 간소화에 따라 예산 지원도 빠르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재생 예산을 뿌리는 속도는 사업방식 변경 후 실제 빨라졌다. 지난해 상반기 선정된 22개 지자체의 경우 국비 예산 지원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도시재생 혁신지구 등 거점형 방식도 도입

정부는 새로운 도시재생 형태도 대거 도입했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재생 혁신지구다. 공공 주도(공공이 50% 초과해 출자한 법인)로 쇠퇴지역 내 주거·상업·산업 등 기능이 집적된 지역거점을 신속히 조성하는 사업으로 ▲도시계획 규제 완화 ▲도시계획 심의절차 간소화 ▲국공유지 임대료 등 완화 ▲재정 및 기금지원 확대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이 집중될 계획이다. 한 마디로 ‘규제프리존’을 적용해 지역거점으로 육성하고, 도시재생 효과를 주변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올해 시범 사업지로 서울 용산과 천안역세권, 고양 성사동, 경북 구미 공단동 등 4곳을 선정했다.

총괄사업관리자 뉴딜사업, 도시재생 인정제도 등도 눈여겨볼 만한 제도다. 총괄사업관리자 뉴딜사업은 LH 등 공기업이 시행하는 거점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재생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시행해 재생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도시재생이 지자체 주도로 진행되고 공기업은 단위 사업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했던 틀을 깨고 모든 과정에 참여시켜 집행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시범 사업지는 인천시 동구 도시재생 지구(중심시가지형)와 부산시 서구 도시재생 지구(주거지원형) 등 2곳이다.

도시재생 인정제도는 도시재생 전략계획이 수립된 지역 안에서 활성화계획 없이 생활SOC, 임대주택·상가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이다. 예전에는 활성화 계획이 만들어져야 국비를 지원할 수 있었으나 인정제도를 활용하면 활성화 지역 밖 쇠퇴 지역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영등포 도시재생인정사업 ▲대구 글로벌 플라자 및 행복기숙사 건립사업 ▲부천 소규모주택정비 연계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 등 12개가 선정됐다.



▶협의방식 쓰는 도시재생… 장기적 관점 필요

이처럼 ‘도시재생 시즌 2.0’가 시작됐지만 전문가들은 사업 참여자 등 관계자들의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작은 잡음이라도 발생하면 사업 자체를 중단하는 문제가 여전한 만큼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상반기 도시재생지로 뽑힌 전남 여수시의 ‘여성 청소년과 함께하는 백년재생’은 활성화 계획에 명시된 시설 중 하나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늦게 나왔다. 여수시 관계자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로부터 사업을 다시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계획을 바꾸고 중앙정부 교부금을 받았다”고 내다봤다.

재개발 등 기존 도시재생에선 강제수용방식이 일부 사용되는데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착한재생’을 앞세운 도시재생은 수용방식을 쓰지 않고 협의방식을 쓴다. 주민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강제수용이 사용되는 재개발도 최소 5~10년이 걸린다. 도시재생을 사업 속도만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일례로 지난해 상반기 재생지로 뽑힌 서울 금천동 독산우시장 재생사업도 국토부에서 지원금을 모두 받았지만 부지매입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최근 땅값이 상승한 데다 사업을 진행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토지주들과 협상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를 봐도 도시재생은 협의 과정이 만만치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정부가 단기적 목표치를 채우려 하기보다는 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은 진행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워낙 많다”며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와 협의 창구를 늘리는 등 사업 방식에 유연성을 좀 더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동우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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