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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에 코로나 겹쳐 더 좁아진 은행 지원문… 올 하반기 채용 막차 시중銀, AI 평가 전격 도입
기사입력 2020.10.29 15: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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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연봉과 풍족한 복리후생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권 채용의 문이 열리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주요 은행들이 1800명 가까운 인력을 뽑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나이나 스펙에 상관없이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에 작년보다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든 점도 취준생들에게 은행 채용의 문을 좁게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36% 좁아진 은행 채용의 문

올해 주요 시중·국책은행의 상반기 채용 실적 및 연내 계획을 조사해보니 작년보다 무려 36%나 감소한 수치가 나왔다. 지속적인 제로금리로 수익이 감소한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부실 우려, 명예퇴직이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액연봉자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어 정규직을 늘릴 명분이 줄었다는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 등 6대 국내은행의 올해 채용 실적 및 향후 계획은 모두 1780명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40명과 350명을 뽑아 총 590명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상반기 40명, 하반기 160명만 채용한다. 작년 채용 규모의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NH농협은행은 2018년 총 789명을 뽑았으나 지난해 상반기 360명, 하반기 190명 등 총 550명을 채용했다. 올해 들어서는 그 규모가 더 줄어 상반기에는 280명만 뽑았고, 하반기에는 150명을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작년 455명을 뽑았으나 올 상반기에는 100명만 선발했고, 하반기에는 2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작년에 500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상반기 100명과 하반기 채용 예정 인원(200명)을 더해도 작년 채용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하나은행은 나 홀로 채용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작년에 200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상반기 1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150명을 뽑는다. 이처럼 채용이 증가한 데는 실적 선방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73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조366억원) 대비 3.6% 증가했다. 다른 국내 은행들 실적이 모두 하락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은 최근의 영업 환경을 감안할 때 최대한 많이 뽑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로금리에다 각종 펀드 사태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청년채용 유지 권고에 따라 최대한 채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26일 서울 IBK파이낸스타워에서 열린 ‘2020 온라인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각 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온라인으로 비대면 면접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연내 추가 채용만 따로 뽑아보면 910명을 채용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들의 향후 추가 채용 계획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SC제일은행의 올해 채용 실적은 17명에 불과하다. 씨티은행은 채용 실적 및 계획을 밝히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단순 채용 숫자보다 기존 직원 수 대비 신규 채용률로 보면 올 하반기 150명의 추가 채용 계획을 밝힌 농협은행(3.2%)이 가장 높았다. 이 은행은 이 계획까지 포함해 올해 430명을 뽑으며, 올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1만3634명이다. 그 뒤로 신한은행(2.7%), 하나·기업은행(2.1%)이 높았다. 직원 수를 감안했을 때 청년채용에 앞장서는 은행들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들은 모두 0%대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수시 채용이 대세가 됐다”며 “점포를 크게 줄인 상황에서 비대면 활성화로 인해 신규 채용이 크게 필요 없지만 금융당국의 청년 일자리 증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및 인건비 부담에 비정규직 늘려

시중은행들이 청년 일자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정규직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제로금리에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은행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주요 비용 중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금융감독원은 국내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6조9000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작년 상반기 대비 17.5%(1조5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대손충당금은 은행들이 부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비용이다. 충당금이 늘면 순이익이 감소한다.

금감원 측은 “선제적으로 대손비용을 크게 쌓으면서 당기순이익 하락이 두드러졌다”며 “향후 경제상황이 안 좋아질 것을 예상해 부실에 미리 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시중은행 4조2000억원, 지방은행 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모두 10% 이상 감소했다. 국책은행 등이 포함된 특수은행은 정책자금 지원으로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20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3.2%나 줄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적 감소로 인해 당분간 대규모 채용이 어렵게 됐다”며 “이미 은행들은 작년부터 인건비 줄이기에 골몰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인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영업이익은 14조4909억원이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이후 비교가 가능한 통계가 작성된 2016년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다.

5대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은 해마다 늘었다. 2016년 6조6134억원에서 2017년 10조8612억원, 2018년 13조7584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4조원대에 진입했다.

호실적에도 고용의 질은 나빠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5대 은행의 정규직 수는 7만463명으로 1년 전보다 1.2%(840명)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 수는 7.9%(515명) 늘었다. 비정규직 위주로 뽑으면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친 올해 이후에는 대규모 채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4분기 국민은행의 정규직 수는 1만6738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4%(420명) 줄었다. 비정규직은 28.0%(267명) 늘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정규직을 각각 4.1%(522명), 0.7%(104명) 줄이고 비정규직을 각각 20.3%(159명), 7.4%(79명) 늘렸다. 신한은행의 경우 정규직(132명·1.0%)과 비정규직 (117명·13.3%)이 동시에 늘었다. 농협은행은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 정규직이 0.5%(74명) 늘고, 비정규직은 3.8%(107명) 줄었다.

박광온 의원은 “시중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에도 정규직 은행원이 떠나는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면서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며 “금융권이 공적 책임감을 가지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화상면접·AI 역량 평가 도입

은행 채용의 문이 한껏 좁아지면서 취준생들 중심으로 올 하반기가 ‘마지막 기회 아니냐’는 의견이 퍼지고 있다. 그만큼 올해 채용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에 200여 명 규모의 행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미 상반기에 수시채용과 보훈채용, 전문직무직원 채용 등을 통해 100여 명 이상 채용을 실시한 바 있다.

하반기 채용 모집부문은 ▲신입 UB(전문자격 포함) ▲신입 IT(IT·장애인 포함) ▲신입 디지털 3개 부문이다. 고졸 일자리 창출을 위해 ‘특성화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성화고 채용도 있어 선발 분야가 다양한 편이다.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과 필기전형, 면접전형으로 구성되며 모든 과정에서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들은 평가에서 제외된다고 이 은행 측은 밝혔다. 특히 이 은행에 채용되려면 자기소개서를 잘 써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은행 채용 담당자는 “신입행원 채용 시 학력, 연령, 성별과 무관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며 “지원 직무와 연관된 경험은 자기소개서 작성 및 면접 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자기소개서를 서류전형뿐만 아니라 면접전형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이 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채용방향을 충분히 숙지 후 본인만의 스토리를 잘 구성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담당자의 조언도 뒤따랐다. 필기전형은 단순 암기형태의 지식이 아니라 사례 및 실무 중심의 문제해결능력이 중심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이 은행 관계자는 “입사할 경우 학자금, 경조금, 사택·합숙소, 복지카드 지원, 건강검진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역시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 필기시험, 직무적합도 면접, 최종면접 순서로 진행된다. 지난 11일 현재 필기시험까지 치러진 상태로, 10월 말 직무적합도 면접이 진행된다.

이 은행 역시 다양성을 갖춘 폭 넓은 우수인재 선발을 위해 별도의 스펙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채용공고상의 우대사항과 채용 홈페이지의 인재상 및 은행소개 등을 숙지해 면접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올해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일부 채용 과정이 ‘온택트’로 진행됐고, 대표적으로는 ‘화상면접’과 ‘AI 역량평가’가 도입됐다.

이 은행에 입행하면 자율 출퇴근제가 적용되고, 기업금융 자산관리 디지털 연수 등 직무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신한금융과 고려대가 공동 개발한 석사 학위 프로그램 ‘디지털금융공학 석사 과정’의 혜택을 통해 스스로 디지털 인재로 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나은행의 하반기 공채 채용절차는 ‘서류-필기-1차면접-2차면접’으로 이어진다. 올 하반기 채용의 경우 지난 13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바 있다. 하반기 공채와 더불어 수시채용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달 중에 전문직군, 사무지원, 국가 유공자 등 다양한 형태로 채용이 예정돼 있다. 올 하반기 공채와 수시채용 인원은 150명 규모다. 채용 분야는 글로벌, 디지털, 자금·신탁, 기업금융·IB 등이다. 이 은행의 채용 담당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행의 전략적 방향성인 글로벌과 디지털에 대한 전반적인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며 “이번 하반기 채용공고에 기재된 채용분야와 관련돼 자신만의 스토리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자기소개서 평가도

하나은행은 수차례의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올해 하반기 공채 서류전형에서 AI를 통한 자기소개서 평가를 실시했다. 서류 전형에서 인간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표절하거나, 블라인드 항목을 자기소개서에 포함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은행 역시 입행할 경우 높은 수준의 연봉과 복지카드, 휴양시설, 체력단련비, 자기개발 지원 등 금융권 최고수준의 복리후생이 뒤따른다. 우리은행의 채용절차는 서류전형, 필기전형, 1·2차면접으로 진행된다. 하반기 채용 규모는 160명 정도다. 서류 전형에 앞서 금융자격증 및 공인어학성적 준비가 필요하다. 이후 1차면접 합격자 대상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온라인 AI 역량검사가 실시된다.

이 검사는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특정 날짜를 지정하고 대상자에게 주소를 전송해 자택에서 시험을 치르는 식이다. 농협은행 디지털 금융 선도인재 확보와 함께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 하반기에 150명의 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은행의 채용은 다른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학력, 연령, 전공, 자격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의 열린(Open) 채용으로 진행된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거해 해당 지원자를 우대하기 때문에 관련자는 이를 유의해야 한다. 이번 채용은 농협은행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직무별 구분 채용을 실시하며, 모집분야를 일반, 디지털, 데이터, 자금운용, 기업금융 등으로 구분하여 채용하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골라야 한다.

5급 신규직원 채용 지원서 접수는 지난 10월 6일까지 농협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졌다. 서류전형, 온라인 인·적성, 필기시험, 면접을 거쳐 12월 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또 이번 채용부터 자기소개서 평가에 AI가 활용된다. 이 은행 관계자는 “AI 평가 도입으로 더욱 효율적이고 객관적인 서류심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문자격분야 등 일부의 경우 업무 수행을 위한 지원 자격이 필요하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일호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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