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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잔혹사··· 100% 배상 후폭풍·판매사 줄징계, 원금반환요구 줄 이어… 은행 판매 자취 감출 듯
기사입력 2020.10.05 16: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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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를 둘러싼 금융권의 ‘잔혹사’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100% 원금반환 결정은 여타 사모펀드의 분쟁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우려다. 역대 금융권 분쟁조정에서 유례가 없는 결정이지만, 은행 등을 통해 시중에 판매된 사모펀드가 줄줄이 환매중단된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잇따라 전액배상을 요구할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로 환매중단되는 사모펀드도 속속 등장하는 만큼 금융권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계열 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에도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는 상태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해 판매사들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했고, 하나금융에 대해서는 종합검사를 진행할 때 펀드 판매실태를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종합검사가 미뤄지고 있어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지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주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후폭풍에 버금가는 금융권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감원 ‘칼끝’ 은행 경영진으로

금감원은 라임계열 펀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 우리은행, 대신증권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와 관련이 있는 예탁결제원, 기업은행, NH투자증권에 대한 검사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상태다.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하나금융 종합검사에서 사모펀드 관련 부분을 면밀하게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금감원 검사부서의 해당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결과가 종합된 다음 사실관계가 파악된 뒤에 개최된다.

라임계열 펀드와 관련한 제재심은 당초 9월께 본격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 진행이나 검사결과 종합이 시일이 더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하나금융 종합검사도 일단 미뤄둔 상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검사가 이미 끝난 증권사 등에 대해 먼저 제재심을 열어 제재수위를 정하고, 그 이후 은행에 대한 검사결과가 종합되는 대로 제재심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은 이번 라임계열 펀드와 관련한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의 펀드 불완전판매보다는 해당 펀드를 은행 창구에서 판매한 경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행 경영진이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에서 무리해서 사모펀드를 판매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주요금리 연계 DLF 사태와 달리 상품 선정과정이 적절했는지 등에 검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은행·증권사가 함께 운영 중인 복합점포에서의 ‘고객인계’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 또한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의 복합점포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을 방문한 고객에게 증권사 상품을 소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객을 ‘인계’하는 과정상의 문제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는 금감원이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결과를 내놓을 당시 공개한 주요 분쟁조정 사례에 담기기도 했다. 은행 지점장이 5년간 정기예금만 거래하던 한 장학재단에게 복합점포의 신한금투 PB를 소개해주고, 해당 PB가 라임 펀드를 팔아 76% 부실화된 건이다. 이에 따라 라임자산운용 관련 은행 제재심에서는 금융지주 계열사 내 은행·증권사의 복합점포 경영 문제를 다룰 가능성도 큰 상태다. 금감원 검사가 펀드 선정과정이나 복합점포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 제재심의 ‘칼끝’이 펀드 판매사 CEO들을 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해외금리연계 DLF 사태 당시 은행 CEO들에 대한 중징계를 내렸던 일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DLF 사태 당시 금감원은 은행 임원들을 행위자로, CEO를 감독자로 판단해 CEO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종합 절차를 진행 중이고, 결과에 따라 관련법 위반 여부나 제재 대상·수준 등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그동안 보여준 제재수위에서 미뤄볼 때 사회적 파장이 컸던 라임계열 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제재도 상당한 수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권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100% 배상 후폭풍, 원금반환요구 줄 이을 듯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에 대한 100% 원금반환 결정을 내리고, 펀드 판매사들이 지난달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한 데 대한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적배당 상품에 대한 ‘금융원칙 훼손’의 선례를 남긴 데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손실을 입은 투자자의 원금 반환 요구가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분조위가 지난 6월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100% 원금반환 결정을 내린 근거는 민법 제109조에 명시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에 있다. 원금반환 결정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가 대상이다.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 중 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가 투자제안서에 수익률·투자위험 등 핵심 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가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했다는 것이 분조위 측 시각이다. 분조위는 2016년 대법원의 피닉스펀드 사건을 주요 판례로 참고했다. 당시 피닉스펀드는 항공기 신규 노선 운항 수익을 배분하는 펀드로 투자제안서에 “신규 노선 인허가가 완료됐다”고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비정기 노선 인허가 완료, 정기노선 인허가 신청’ 상태였고 결국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면서 법원도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인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라임펀드 판매사들은 즉각 의문을 제기했다. 피닉스펀드 사건이 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사안이듯 라임펀드 계약 취소 또한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법원과 분조위는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분조위 판단은 강제력이 없고 법원 판단에 의해 뒤집힐 수 있는 만큼 법원 판단을 지켜보지 않고 원금을 반환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매사들은 지난달 결국 분조위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소비자보호를 위한다는 명분뿐 아니라 금감원과 관계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회사 평가에 금감원 분쟁조정 결정 수락 여부를 반영한다고 언급하는 등 금감원이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던 탓이다.



문제는 100% 원금반환의 선례가 나온 만큼, 펀드 사고 때마다 유사한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금감원 분조위의 원금반환 결정을 받아들인 직후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비상대책위원회는 “NH투자증권이 내놓은 가지급금 선지원안을 수락할 수 없다”며 전액 배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NH투자증권에 전달하기도 했다.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이에 앞서 임시이사회에서 옵티머스 펀드 가입자에게 투자금 대비 최저 30%에서 최고 70%에 이르는 가지급금을 선지원하는 안건을 의결했던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5000억원이 넘게 판매된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드(CI)펀드도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비슷한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임 CI펀드 투자자들은 “무역금융펀드와 운용사도 같고 판매 계열사도 같다”며 똑같이 배상하라고 나선 상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부실화된 사모펀드는 모두 전액을 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펀드와 관련해 투자자 책임이 전혀 없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금융회사들로서는 금융투자 상품을 더 보수적으로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과거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에서 금융소비자에 보상을 해 준 사례는 여러 건이 있었지만, 라임 무역금융펀드처럼 100% 반환을 한 사례는 없었다.

우리은행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 가운데 판매액이 가장 컸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앞서 배상비율이 평균적으로 가장 높았던 분쟁조정 건은 주요 국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건이었다. 당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피해 사례 6건에 대해 배상비율을 40~80%로 결정했는데, 배상비율 80%는 역대 분쟁조정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펀드 환매 연기에 따른 배상이라는 점에서 1999년 대우 채권 환매 건이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유사한 사례다. 1999년 7월 대우그룹 구조조정 계획 발표 이후 정부는 금융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우 채권 환매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투자자가 1999년 11월 10일 이전에 환매하면 평가액 대비 50%, 1999년 11월 10일 이후 환매하면 평가액 대비 80%, 2000년 2월 8일 이후 환매하면 평가액 대비 95%를 환매하도록 하는 조치였다. 당시에도 부실 가능성이 높았던 대우 채권 편입 펀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등 라임 펀드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됐지만 원금을 전액 반환하는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 불완전 판매건도 있다. 금감원 분조위는 투자자별로 20~55%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예금을 후순위채로 돌린 뒤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최근 사모펀드 사고보다 더 ‘악질적’이라는 시각이 제기됐지만 역시 원금 반환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금감원은 “피해자들이 자필 서명을 했고, 이자율이 높으면 당연히 위험성도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인정되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9월 8일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사모펀드·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사고에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사모펀드 4분의 1 은행서 팔려…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의 4분의 1가량은 은행에서 판매된 가운데 주요 해외금리연계 DLF의 ‘악몽’ 재현을 우려하는 은행들은 사모펀드의 창구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온 라임계열·옵티머스·젠투파트너스 등 13개 사모펀드의 금융권 판매금액은 모두 5조954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증권사는 3조8157억원, 은행은 1조2797억원어치를 팔았다. 환매중단 사고가 난 펀드 가운데 25.1%가 은행에서 판매된 셈이다.

은행 가운데 환매중단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 계열펀드 3857억원·젠투파트너스 펀드 902억원·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223억원·교보로얄클래스 펀드 40억원 등 모두 5021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 계열 펀드 2796억원·디스커버리 US부동산선순위 펀드 678억원·교보로얄클래스 펀드 106억원 등으로 3580억원어치를 은행 창구에서 팔았다. 특히 신한금융투자가 라임계열 펀드(4856억원)·젠투파트너스(3990억원)·독일 헤리티지DLS(3799억원)·디스커버리 US부동산선순위 펀드(184억원) 등 모두 1조2828억원 어치의 환매중단 사모펀드를 판매한 점을 감안하면 신한 계열에서만 모두 1조6409억원에 달하는 펀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라임자산운용 계열펀드(879억원)·독일 헤리티지DLS(516억원)·젠투파트너스(427억원)·디스커버리(241억원)·이탈리아 건강보험채권 펀드(282억원) 등으로 판매금액이 모두 2344억원에 달했다.

IBK기업은행에서는 라임자산운용 계열(316억원)·디스커버리 펀드(914억원) 등 123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앞으로 은행들은 사실상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을 제외한 펀드·신탁·변액보험 등에 대한 관리 책임을 은행 내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두는 모범 규준이 곧 시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비은행 상품 내부 통제 모범 규준’을 금융당국과 함께 마련 중이다. 모범 규준은 예·적금과 대출을 제외한 은행의 펀드·외환·신탁·연금·변액보험·파생 등 대다수 상품을 이사회 관리 하에 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각 은행은 해당 상품을 관리하는 ‘비예금 상품 선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예금 외 투자관련 상품은 이 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며 “리스크 등을 고려해 판매 책임을 명확히 하는 만큼 은행들도 사실상 사모펀드를 팔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 수탁을 거부하는 은행들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행정지도 형식으로 수탁서비스 회사들의 사모펀드 운용사 감독·보고 의무를 요구하자 아예 수탁업무를 중단하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진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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