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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갈등에 갈 곳 잃은 재건축... 1500가구 반포주공 3주구 시공사 교체 갈등 이촌 한강맨션은 조합장 해임에 사업지연될 듯
기사입력 2019.02.11 14:05:02 | 최종수정 2019.02.11 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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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대어급 재건축 단지들이 시공사 계약을 미루거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강북권 핵심지역인 용산구 이촌동 재건축 단지는 재건축을 보류하거나 조합장 해임에 나서는 등 곳곳에서 내홍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정비업계에 따르면 1490가구로 구성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은 시공사로 선정한 현대산업개발 선정을 무효로 하고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 2차’도 작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7개월째 정식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바로 옆 ‘대치쌍용 1차’는 대치 쌍용 2차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눈치작전에 들어간 상황이다.

대치동 쌍용아파트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재건축 입지가 흔들린 것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영향이 크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의 최고 50%를 조합이 국가에 내는 것이다. 초과 이익은 재건축을 마치고 새롭게 아파트가 준공된 시점의 가격에서 추진위원회 설립 시 가격(준공 시점에서 10년이 넘었을 경우 10년 전 가격)과 각종 비용 및 정상적 상승분을 제한 것인데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이익을 가정·계산해 제출해야 재건축 다음 절차로 갈 수 있어 논란이 돼 왔다.

▶눈덩이 초과이익환수급에 갈등 커져

조합과 이를 접수한 구청 및 계산에 도움을 주는 한국감정원 간 입장 차이도 문제다. 조합은 시공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한 달 내 자체적으로 부담금을 계산해 구청에 제출한다. 구청은 이를 받아 한국감정원 등의 도움을 받아 보다 정확한 액수를 계산해 조합에 통보하는 식이다. 문제는 지난해 5월 부담금을 통보받은 반포현대 사례다. 이 아파트는 80가구 남짓한 ‘나 홀로 아파트’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1인당 1억3569만원을 내야 한다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조합의 당초 예상치는 850만원으로 무려 16배가 뛰었다. 반포현대는 워낙에 작은 아파트 단지라 조합원 의견 모으기가 용이했고, 준공 시 가격이 감정원이 추산한 것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데 조합원 간 합의가 이뤄져 현재 이주 및 철거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보다 가구가 몇 배 많고, 입지가 더 좋은 곳에 있는 조합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특히 반포3주구는 가구 수도 가구 수지만 집값이 비싼 반포의 한강변 입지에 있다는 점에서 가장 부담금이 높게 책정될 단지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 간 ‘비용 줄다리기’가 만만치 않게 전개됐고, 급기야 파행을 맞았다. 조합 내부에서는 현대산업개발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조합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최홍기 조합장을 필두로 한 이른바 ‘반(反)현산파’와, 재건축의 생명은 속도이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대립하고 있다. 3주구의 갈등은 900억원대 특화설계 공사비를 둘러싼 논란에서 시작됐다. 재건축 부담금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특화설계로 소요되는 비용마저 증가하자 조합 측이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일단 추진된 사안을 뒤엎었을 때 이로 인한 매몰비가 더 많이 드는 데다 시간 소요에 따른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어떻게든 협상을 통해 현 시공사와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3주구 재건축에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시공 입찰의향서를 제출하며 악화일로로 상황이 치닫고 있다. 조합이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시공사 계약을 취소하는 총회를 마무리하고 다른 대형건설사들까지 끼어든 상황이라 양상이 복잡하게 얽혀 가고 있다.



현재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건설사는 대림산업,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등이다. 입찰의향서를 낸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 측이 사업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해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7월 주민설명회에서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본계약 협상에서도 조합과 HDC현대산업개발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조합 관계자는 “특화설계비 부담 등 시공사 선정 전 제시한 입찰 조건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 협상이 불가능하다”며 “부당한 계약임을 총회를 통해 분명히 하고 시공사 계약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조합 측이 정당한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협상 결렬로 인한 시공사 계약 해지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시공자로서 우리 입장을 주민들에게 적극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은 심지어 주민 사이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계약 취소를 추진하는 조합과 달리 계약 유지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직접 협상단을 꾸리고 시공사와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끝내 조합과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재건축조합 임원이라면서 시공사 해지를 반대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며칠 뒤 HDC현대산업개발 직원이라고 신원을 밝히며 주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등 연이은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단지 규모는 작지만 영동대로 복합개발 수혜를 그대로 보면서 학군과 역세권 입지 등을 모두 갖고 있는 대치쌍용아파트 상황도 복잡하다. 1차와 2차로 나눠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는데, 2차의 속도가 더 빠르다. 대치쌍용2차는 이미 지난해 6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9월이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됐던 정식 계약은 해가 넘도록 진척이 없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무상설계 범위와 특화설계 관련 비용 등에 대한 부분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가 낡긴 했지만 몇 년 더 사는 데는 문제없다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속도가 더 늦은 1차의 경우 2차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고 모든 절차 진행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특히 1차 내부적으로 2차의 부담금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주장과 이와 무관히 재건축 진행을 서둘러 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내부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대치쌍용1차에 거주 중인 한 주민은 “부담금이 어떻게 산정될지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재건축은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단지 전경



▶조합장 해임 등 내홍 겪는 곳도

강북권에선 용산구 이촌동 소재 ‘한강맨션 아파트’가 소송전에 휘말렸다. 이처럼 서울 핵심지 재건축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며 지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업비가 7000억~8000억원대인 대형 단지들이 절차를 어느 정도 밟아 온 상태에서 내홍으로 발목이 잡혀 기본 몇 년간은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비만 7000억원이 넘는 한강맨션은 지난해 12월 20일 비상대책위원회가 덮개공원 사업 추진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와 조합 운영비 미공개 등을 이유로 송업용 조합장에 대한 해임 안건을 상정했고, 참석 조합원 374명 중 359명 찬성으로 해임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송 조합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진행된 총회라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적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건축심의까지 통과해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한강맨션 조합이 표류하며 재건축이 최소 몇 년간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강맨션은 1971년 입주를 시작해 올해로 47년차를 맞은 낡은 아파트로 총 660가구 규모인 중형급 단지다. 그러나 서울 내 얼마 남지 않은 저층(5층) 아파트인 데다 한강이 남향으로 조망되고 ‘강북 부촌’으로 꼽히는 이촌동 내에서도 손꼽히는 입지를 갖고 있어 재건축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다. 재건축을 통해 35층, 1450가구 규모 대단지로 변신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갈등으로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강남과 송파 재건축 최대어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사업 진행 속도가 나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잠실주공5단지는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유일하게 최고 50층 높이 재건축을 승인받은 곳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조합원 내부 의견이 갈려 ‘최고 50층 재건축을 포기하자’는 분위기까지 있었다. 최근 총회에서 일단 기존 안대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게 작용하면서 향후 사분오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가 불거진 5개 단지의 현재 계획상 재건축 후 늘어나는 가구 수만 해도 5000가구가 훌쩍 넘는다. 이들 조합이 각종 규제와 이로 인한 내부 갈등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는 서울의 주택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재건축·재개발 특성상 이러한 내부 갈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무한대로 절차가 늘어질 수 있다”며 “그런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규제보다는 해결책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하고 재건축 장려를 위한 당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공주택 건립을 놓고 재건축 단지와 서울시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쌍용1·2차 아파트 일부 주민은 공공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서명서를 받았다. 서울시는 12월 19일 주택시장 안정과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의료원 주차장 용지와 서울무역전시장(SETEC) 인근 대치동 도로사업소 용지의 공공주택 건립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두 곳은 모두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는 땅으로 서울의료원 용지(7000㎡)에는 공공주택 800가구를, 동부도로사업소 용지(5만3000㎡)에는 공공주택 2200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은마아파트는 동부도로사업소 용지의 대각선 맞은편에 위치한다.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서울시가 기존 용지 활용 계획을 변경하면서까지 이번 공급 계획에 포함한 두 곳에 대해 반대 서명운동을 한다”며 “공급 계획 취소를 요청하고, 관철되지 않으면 집단시위도 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 용산 대표 한강변 재건축 단지인 이촌 왕궁아파트가 기부채납 시설에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하라는 서울시 요구에 많은 주민이 반발해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용산구 왕궁아파트의 기부채납 시설로 임대주택을 추가하라는 권고안을 내렸다.

왕궁아파트는 가구 수를 늘리지 않는 ‘1대1 재건축’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는 가구 수를 늘려 임대주택을 포함하도록 정비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대주택 포함 여부를 놓고 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단지도 있다. 법에도 없는 임대주택 강요 논란이 불거진 셈이다. 주민들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임대주택을 지은 사례는 있지만 시가 먼저 나서 임대주택을 지으라고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왕궁아파트는 1만7621㎡ 용지에 지상 5층 규모 건물 5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전용면적 102㎡의 250가구가 거주한다. 조합은 용적률 205.88%를 적용해 지상 15∼35층 4개동 250가구로 1대1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곳곳서 갈등 빚으면 재건축 지연 불가피

서울시 권고대로 임대주택을 지으려면 용적률을 추가로 올려야 하는데 주민들은 한강변에 위치한 입지 특성상 용적률을 더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강변 아파트 높이는 35층으로 제한돼 있으며 한강변과 바로 인접하는 전면 동은 15층까지밖에 지을 수 없다. 또 용지 자체가 워낙 좁은 데다 사면이 도로에 둘러싸여 있어 일조권 확보 문제 등을 고려하면 추가로 건물을 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촌 왕궁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이 모두 입주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임대아파트까지 넣으라고 하니 계획안 제출이 불가능해졌다”며 “차라리 서울시장이 바뀔 때까지 재건축하지 말자는 쪽으로 주민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측은 현재 단계에서 층고 제한 완화 등 조치를 취하긴 어려우며 일단 현재 규정 내에서 조합이 설계 아이디어를 내 용적률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재건축 갈등이 확산되면서 재건축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정책과 규제로 인해 단지 내부갈등이 커지고 있어 이해관계가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식으로 간다면 몇 년간은 제대로 된 재건축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추동훈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1호 (2019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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