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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막히니 3조 강북 재개발 놓고 수주전… 한남뉴타운 등 컨소시엄? 단일 브랜드?
기사입력 2019.10.02 14: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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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연이은 재건축 규제 강화로 강남 재건축 사업이 주춤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적은 재개발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강북을 대표하는 대형 재개발 사업장들이 잇따라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내 기업들의 개발 수주전이 달아오르고 있는 것.

올 하반기 수주전에서는 공사비 1조8880억원 규모의 한남3구역 재개발과 9182억원 규모 갈현1구역 재개발이 가장 큰 대어다. 2개 지역 공사비만 합쳐도 3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수주 규모가 크다. 열기를 증명하듯 최근 열린 각 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다수의 대형사들이 참여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사업 중 한 곳만 수주하더라도 올해 수주목표의 절반을 채울 정도인 만큼 실적달성의 분수령으로 보고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수주경쟁이 과열되면 최근 고척4구역의 사례 등 자칫 고소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신중한 자세로 수주전에 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한남3구역 전경



▶“한남뉴타운 주도권 걸렸다”

한남3구역 5개사 각축

용산 한강변을 아우르는 한남뉴타운의 대표주자인 한남3구역은 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38만여㎡ 부지에 아파트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다. 예정공사비는 3.3㎡당 595만원, 총 1조8880억원으로 역대 재개발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지역 중 3.3㎡당 사업비가 가장 높다”며 “프리미엄 단지로서 고급화를 추구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한남3구역은 향후 강남을 능가할 입지로 평가받는 용산구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노른자위 땅으로 꼽힌다. 북측으로 이태원로와 연결되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도 가깝다. 남측으로는 서빙고로, 강변북로 등과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다.

사업속도도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빠르다. 지난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 2009년 정비구역 지정, 2012년 조합설립인가, 2017년 서울시 건축심의 통과, 지난 3월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조합은 2024년 입주를 목표로 올해 시공자를 선정해 조합원 분양 등의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재개발 사업의 걸림돌이었던 행정소송에서도 승소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0일 한남3구역 재정비촉진계획변경결정 행정소송 2심 최종판결에서 서울시에 승소판결을 내렸다.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30번지에 있는 한남로얄팰리스 아파트 일부 소유주는 지난 2017년 재개발을 반대, 해당 단지를 한남3구역에서 제외해달라고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 이번 2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시가 1심에 이어 또다시 패소할 경우 재개발 사업에 난항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승소하자 한남3구역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역대급 수주 규모에 대형건설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의 주요 부촌으로 거듭날 한남뉴타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는 상징성 때문에 쟁쟁한 건설사들이 깃발을 꽂겠다고 나섰다. 홍보전이 과열되면서 서울시가 조합 측에 시공사 선정 기준을 제대로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2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SK건설 등 5개사가 참여했다. 막판까지 사업 참여 여부를 저울질했던 시공능력평가 1위의 삼성물산은 끝내 입찰을 포기했다. 조합은 이날 참여한 5개사 시공사 선정을 위한 1차 합동 설명회를 11월 28일에, 시공사 선정 총회를 12월 15일에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수주전 결과는 대형사들의 올해 수주실적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 경쟁력까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사업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향후 한남뉴타운 사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상징성 또한 크기 때문에 수주에 성공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 한 곳만 수주하더라도 올해 수주목표의 절반을 채울 수 있는 만큼 건설사들의 실적 희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공급 규제가 이어지면서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은평구 최강자 가린다”

갈현1구역도 수주전 점화

은평구 갈현1구역도 한남뉴타운에 비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강북 재개발 사업을 대표하는 대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등 교통·인프라 호재가 있는 데다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고 규모가 커 강북권 거물급 사업장으로 꼽힌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300번지, 대지면적 23만8850㎡(연면적 65만2770㎡)에 지하 6층∼지상 22층 39개동, 4116가구를 조성하게 될 재개발 사업지다. 조합분은 2677가구이며, 일반분양은 819가구, 임대주택은 620가구로 계획됐다. 예정공사비는 9182억원에 달한다.

교통호재에 따라 입지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장은 지하철 3, 6호선 연신내역이 도보권인 데다 오는 2023년 GTX-A노선이 개통하면 3개 노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이 된다. GTX-A 연신내역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예상 소요 시간이 10분대로 은평구의 단점이었던 강남 접근성도 보완된다.

지난달 26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들 3사는 인근 지하철역, 버스정류장에 광고물을 설치하는 등 주민들을 겨냥한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은평구 내 정비사업 수주 1위 브랜드의 위상을 지키려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은평구 내에서 북한산 힐스테이트 1·3·7차, 힐스테이트 녹번, 힐스테이트 녹번역, 백련산 힐스테이트 1∼4차, 박석고개 힐스테이트 1·12단지, 은평뉴타운 현대힐스테이트 13단지 등 무려 10여 곳에 달하는 사업을 진행하며 이 지역 최강자로 부상한 상태다. 지난 2017년에는 은평구의 재개발 대형 사업지로 꼽힌 ‘대조1구역’을 수주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갈현1구역이 좋은 현장인 만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은평구의 랜드마크로 조성해 힐스테이트 브랜드 타운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올 상반기 서울 봉천, 대전 대사동, 부산 부곡2 등 재개발 사업을 확보하며 정비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은평구 내에선 최근 백련산파크자이의 입주를 마무리했다.

GS건설은 지난 2005년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서울시가 시내 아파트를 대상으로 재건축·재개발 연한을 강화하면서 시공권이 물거품된 바 있다. 재탈환에 도전하는 GS건설은 ‘조경 특화 설계’를 수주 전략의 한 축으로 삼았다. GS건설 관계자는 “갈현1구역은 단지 건너로 북한산이 보이는 산자락에 위치한 단지”라며 “자연친화적인 조경특화설계에 주안점을 두어 조합원들의 선호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지난해 ‘미사강변센트럴자이’와 ‘서울숲리버뷰자이’가 자연환경대상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는 등 친환경 조경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방배그랑자이’도 우면산과 매봉재산이 단지를 둘러싼 점을 이용해 이들 숲을 단지 내로 연결하는 ‘천년의 숲(가칭)’ 조경시설을 조성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롯데건설도 불광롯데캐슬 등 은평구 내에서 꾸준히 사업을 진행한 이력을 바탕으로 시공권 확보에 도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공사비를 조합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는 등 가성비를 내세워 수주전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로 재건축 사업이 꽉 막혀 있기 때문에 서울의 굵직한 재개발 사업장에 더 공을 들이는 분위기”라며 “갈현1구역은 사업 속도나 규모 면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에 시공사들의 수주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컨소시엄은 절대 안 돼”

시공사 vs 조합원 갈등 심화

이처럼 공사비가 3조원대에 달하는 굵직한 재개발 수주전이 시작되면서 각 구역에서 시공사 컨소시엄 구성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건설사가 리스크 분산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진행하려 하는 것과 달리 조합에서는 시공 품질 향상을 위한 단독시공 입찰을 원하는 등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컨소시엄 구성 제한에 대한 법령상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만큼 조합에서 컨소시엄 입찰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합의 선택에 따라 사업 속도가 판가름 날 수 있어 입찰에 나선 주요 건설사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최근 한남제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의 컨소시엄 구성을 제한하기로 했다. 조합은 오는 11월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문을 변경 결의할 방침이다.

이수우 한남3구역 조합장은 “국토부로부터 조합정관이나 총회의결로서 컨소시엄 불가 명기가 일반경쟁입찰 위반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답변을 받았다”며 “다수 조합원의 염원대로 컨소시엄 불가조항을 명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곳 조합원들은 컨소시엄으로 시공할 경우 하자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 다수 브랜드가 혼재해 상품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단독시공 입찰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당시 조합에서는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컨소시엄 불가조항’을 입찰 공고문에서 제외해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일부 조합원은 ‘한남3 단독 추진위원회’를 꾸려 조합 운영에 반발했다. 추진위는 지난 25일 입찰 결의서에서 “조합의 컨소시엄 허용은 용납될 수 없다”며 “단독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컨소시엄 불가 내용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건설사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이다. 이들 건설사는 지난 2일 열린 조합의 현장설명회에서 입찰 자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당초 입찰 공고문에 컨소시엄 불가조항이 없었던 만큼 이곳 재개발 사업은 건설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반적인 주택시장 침체와 정부의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이 맞물린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이 컨소시엄 입찰 불가로 방침을 바꾸면서 5개사는 내달 18일까지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기 위해 설계안을 마련 중이다. 업계에서는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의 경우 사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사업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을 전제로 설계안을 마련하고 있던 건설사들은 난감할 수 있다”며 “단독입찰이 부담스러울 경우 본격적인 수주전에 앞서 손을 떼는 시공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덕그라시움 전경



컨소시엄 논란은 비단 한남3구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6일 시공사 입찰공고를 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도 비슷한 상황이다.

공사비 9182억원 규모의 갈현1구역은 한남3구역과 함께 서울 재개발 주요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달 26일 열린 시공사 선정 현장 설명회에서 조합원 40여 명은 컨소시엄 결사반대를 외쳤다. 이날 설명회에는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이 참여했다.

이처럼 컨소시엄 문제가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건설사와 조합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일반적으로 컨소시엄을 꾸리면 자금 조달 부담과 출혈경쟁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금력이 뛰어난 건설사도 수조원의 사업비는 부담인 게 사실”이라며 “경쟁사끼리 손을 잡으면 불필요한 출혈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단독 시공을 주장하는 조합원의 목소리는 이와 다르다. 한남3구역 한 조합원은 “단독 시공을 해야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자재 고급화와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프리미엄 가치는 브랜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컨소시엄으로 시공된 아파트의 경우 하자 처리 등 AS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시공사들 간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의 부실시공 문제를 둘러싸고 입주자와 시공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강동구 온라인 구청장실 홈페이지는 고덕그라시움 준공 승인을 불허해 달라는 민원글로 도배됐다. 지난 6일 이후 3일간 올라온 글만 300개가 넘을 정도다.
고덕그라시움 입주예정자 협의회원들은 부실공사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항의와 시위 등 전면전에 나설 계획이다.

한 고덕그라시움 입주자는 “건설사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걸고 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재개발·재건축 추진 시 컨소시엄 시공은 피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 전엔 100% 완벽한 아파트가 나올 수 없고 입주자 사전 점검을 통한 개선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며 “컨소시엄 아파트에 대한 선입견이 주민들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성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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