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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② 단지별 명암 | 재건축 위기감, 새 아파트는 펄펄 ‘부동산 규제 끝판왕’ 이라더니…
기사입력 2019.10.02 1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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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끝판왕이라 불리는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가 실체를 드러냈다. 시행 시기를 못 박진 않았지만 언제든지 규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정비하겠다는 발표 이후 시장은 시계제로에 빠졌다. 규제 직격탄을 맞은 재건축시장엔 위기감이 감도는 반면 신축아파트는 반사효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상한제 여파를 제한적으로 분석하는 가운데 아파트에 이어 빌라가격까지 급등하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축 아파트 시장에서 대세 폭락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일부 ‘호가’가 조정됐을 뿐 입주 10년 안팎 아파트는 건재했다. 전셋값마저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전체적으로 매매·전세 가격 동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이 강화된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기까지는 아직 두 달 정도 남아있어 시장 상황을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정부 의도대로 재건축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언정 기존 아파트 몸값은 오히려 확 뛰고, 저렴한 분양가를 기대하는 ‘전세 대기 수요’ 때문에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 부동산시장 상황을 취재한 결과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재건축 아파트 호가는 확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상한제 발표 후 호가가 7000만원까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9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19억원이 됐다. 송파구 대장주 격인 잠실주공5단지 역시 가격이 5000만원 이상 빠지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는 재건축 아파트보다 훨씬 더 많은 기존 아파트 몸값이 오히려 수천만원씩 오르며 신고가를 계속 경신할 분위기라는 점이다. 입주한 지 3년 된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22억3000만원에 거래가 완료돼 2달여 만에 1억5000만원이 상승했다.

올해 입주를 시작해 마무리된 ‘래미안블레스티지’와 입주가 시작된 ‘디에이치아너힐즈’ 등 수천 가구가 최근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일대는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디에이치아너힐즈는 전용 84㎡ 호가가 24억원 안팎으로 형성됐으며, 같은 면적 래미안블레스티지 테라스하우스는 26억8000만원까지 호가가 치솟았고 일반 타입도 26억원까지 가격을 부르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현재 철거를 시작한 단지는 어쩔 수 없이 분양을 해야 하지만, 그 전 단계인 관리처분인가에 머무른 단지는 무기한 분양을 미룰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이미 다 지어진 ‘새 집’에 수요가 쏠리는 모양새다.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신축 아파트에 대한 문의는 분양가상한제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학군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와 무관하게 더욱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시내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상한제 발표 직전 0.09% 상승했지만 분양가상한제 발표 직후인 이번주 0.02% 상승에 그치며 지난주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던 재건축 시장 가격이 굉장히 크게 꺾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투자자들의 재건축 기피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신축 수요는 빠르게 늘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재건축 부동산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상당 기간 재건축 시장은 죽고, 신축 시장이 승승장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여파는 전세 시장에도 미치고 있다. ‘로또 분양’ 기대감에 무주택자들이 버티기 모드로 전환하면서 전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은평구 한 단지는 이번주 사이 지속적으로 전세 거래가 이뤄져 4000만원가량이 급등했다.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지역 곳곳에서는 급매물도 쏟아지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준공 10년 차를 전후해 신축도, 재건축도 아닌 기축 아파트는 불확실성으로 결정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주 들어 집을 팔려는 매도인들은 1000만~2000만원을 낮춰서라도 빨리 매물을 정리하려 한다”며 “다만 급매 가격도 높은 편이라 매수 희망자들이 관망하며 시장 분위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분양물량 밀어내기 분위기가 조성중이다. 이르면 10월부터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는 분양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것. 부동산시장 분석업체인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4주차)부터 9월 말까지 총 3만5970가구가 분양시장에 나온다.

9월은 전통적인 분양 성수기이지만 작년 같은 기간 1만962가구에 비해서도 올해 물량은 3.3배가량 많다. 이처럼 많은 물량이 나온 것은 분양가상한제 전 ‘밀어내기’를 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일반분양 가격이 확 낮아져 수익이 줄기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가 분양을 서두르는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분양가상한제의 집중 타깃이 된 수도권 비중이 높다. 전체 가구 중 63.2%에 해당하는 2만2736가구가 수도권에서 나온다.

부산 등 지방광역시는 7065가구로 19.6%를 차지하고, 나머지 지방도시에서 6169가구(17.2%)가 나온다. 이렇게 쏟아지는 물량 중 상당수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이라는 점이 ‘밀어내기 분양’의 여파라는 것에 힘을 싣는다.

수도권에서는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소위 ‘로또 단지’ 분양이 있어 수만 명의 청약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이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 내 거여2-1구역을 재개발하는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과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래미안 라클래시’, 서대문구 홍제동 재건축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계속 상승 예상

지방은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되는 지역이 대구 수성을 제외하곤 거의 없지만, 최근 청약 시장에 쏠리는 열기가 뜨거운 만큼 분위기를 타는 것이 좋다는 판단 하에 대규모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수영구 남천동에 짓는 ‘남천 더샵 프레스티지’(총 975가구·일반분양 613가구)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고, 분양가상한제의 1조건이 되는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시장이 뜨거운 대전에서는 포스코건설의 중구 목동3구역 재개발 ‘목동 더샵 리슈빌’(715가구)이 나온다. 광주에서도 포스코건설이 서구 화정동 염주주공 재건축 ‘염주 더샵 센트럴파크’(851가구)를 분양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양가상한제 여파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정부에선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보유세 상향 조정, 공시가격 상승, 9·13 대책, 8·12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적용 등 각종 규제와 정책이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집값 잡기’ 정책의 핵심 목표인 서울 아파트 가치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른바 ‘규제의 역설’로,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전문성이 떨어지고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어설픈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가 각계 부동산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내년에도 서울의 주택가격은 여전히 오를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나머지 54% 중에서도 34%는 ‘보합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하락을 점친 사람은 10명으로 20%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3~5% 하락하는 데 그친다고 답변했고, 5%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아예 없었다. 서울 주택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은 정부의 각종 규제 속에서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부동산이 여전히 주식 등 다른 투자처에 비해 매력적이라는 답변이 60%에 달해 저금리 등으로 갈 곳 잃은 유동성은 결국 부동산으로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보통’이라고 답한 전문가도 34%나 달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답변은 6%에 불과했다. 주식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글로벌 경제도 크게 술렁이는 상황에서 여차하면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는 유가증권보다 실물자산인 부동산이 그나마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유망 부동산 투자상품에 대한 질문에서는 전문가 중 절반 이상(54%)이 아파트를 1순위로 꼽았다. 그중에서도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야 한다는 답변 비중이 전체 중 30%로 가장 높았다. 분양가상한제가 재건축 아파트를 정조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투자가치가 높다고 본 것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노후 아파트 재건축이 강남권에서 유일한 신규 아파트 공급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각종 규제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을 초래해 재건축 아파트 부동산 시장 주도권은 공고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는 국내 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외에 어떤 투자처가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면서 “주식 시장이 박살나고 대체 투자상품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 수요를 규제로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수요를 억제하려고 할 뿐 서울 핵심지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정비사업은 틀어막는 방식을 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땅히 유동성이 갈 곳이 없는데 규제로 수요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공급을 늘려야 집값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는데 공급은 3기 신도시 등 서울 밖에서만 하고 서울, 특히 도심의 공급은 막고 있어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이다.



▶일부 초기 재건축은 마이웨이식 강행도

내년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할 가장 큰 변수로는 여전히 ‘대출규제’(36%)를 꼽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분양가상한제 실행 등 분양가 통제’(24%)가 이었다.

정부의 각종 규제책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요인이라고 본 것이다. 정부의 희망대로 집값, 그중에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는 없어도 규제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는 것. 거시경제 측면이나 대외변수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답변한 비율도 26%로 낮지 않았으나, 그보다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쏟아지는 정부의 정책과 규제가 시장에서 파급력이 더 크다는 의미다.

이처럼 재건축 시장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초기 재건축 단지는 규제와 무관히 마이웨이를 선택하기도 했다. 정부가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앞세워 재건축 시장 압박에 나섰지만 서울 목동의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첫 단계 격인 안전진단에 속속 나서고 있다. 안전진단부터 사업 본궤도까지 최소 4~5년이 걸리는 만큼 비용이 적게 드는 사전 준비를 일단 마쳐 놓은 후 정부와 규제상황이 변화되면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목동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에서 정밀안전진단 신청서를 양천구청에 제출한 단지는 6·9·13단지 등 총 3곳이다.

14개 단지 2만6000여 가구로 이뤄진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해 정부의 안전진단 절차 강화 발표 직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하지만 본시험 격인 ‘정밀안전진단’ 절차가 강화되고 작년 9·13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목동 신시가지 역시 관망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는 올 2분기를 기점으로 180도 바뀌었다.

다시 매매가격이 뛰어오르기 시작했고 목동 신시가지 내부에서도 정밀안전진단을 밟아나가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재건축 막바지 단계 격인 관리처분인가 절차까지 나아간 단지가 많았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달리 사업 ‘걸음마’ 단계인 안전진단을 이제 시작하는 만큼 현 정부의 규제와는 큰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 A단지 관계자는 “과거 경험을 살펴봤을 때 이번 정부에서 목동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다”며 “이런 상황에서 마냥 시간만 끌기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놓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밀안전진단 신청 1호 단지는 6단지(1368가구)다. 지난 7월 초 정밀안전진단 신청서를 제출한 6단지는 이달 1일 정밀안전진단 용역 입찰공고를 내고 용역업체 선정 절차에 나섰다. 다음달 2일 본입찰을 개최해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진행한다. 이미 신청을 완료한 9단지(2030가구)와 13단지(2280가구) 역시 부지런히 용역사 선정을 마무리해 절차를 밟아나갈 방침이다. 정밀안전진단에는 보통 6~10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안전진단 결과 최소 D등급 이하를 받으면 재건축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분주한 목동의 모습은 참여정부 시절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가 줄줄이 시공사 선정에 나섰던 모습과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드라이브 가운데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주요 단지들은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여는 등 ‘마이웨이’식 재건축 추진에 나선 바 있다.

실제 은마아파트는 2002년 삼성물산과 GS건설 컨소시엄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인허가 지연 등으로 인해 정식 계약이 결국 체결되지는 못했다.
무리한 초기 재건축 ‘진도 빼기’가 향후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밀안전진단 용역비용 등 조합원들의 자발적·비자발적 모금이 이뤄지면서 거부감을 보이는 조합원들도 있다.

한 목동 신시가지 조합원은 “정부의 칼날이 매서운 만큼 괜히 눈에 띄게 무리한 절차를 진행하기보다 좀 더 고개를 숙이고 관망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며 “통과된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정밀안전진단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추동훈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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