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도시재생 ‘당근’에 날개 단 자율주택정비사업, 20가구 미만 단독주택촌 정부지원 받아 정비
기사입력 2019.07.30 15:21:36 | 최종수정 2019.07.31 13:18:01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최근 김 모 씨(64)는 은퇴 이후의 수익원을 위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고민하던 중 함께 직장 생활을 했던 동료 이 모 씨(63)와 도시재생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부가 다양한 금융혜택 등을 내놓으면서 적은 비용으로도 자율주택 정비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 씨와 함께 1년 동안 서울 시내의 적절한 토지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마침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자율주택정비사업 프로젝트인 ‘옐로우 트레인(Yellow-Train)’ 얘기를 듣고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김 씨와 이 씨는 정부에서 총사업비의 70%까지 저리로 금융지원을 해주는 이 프로젝트에 크지 않은 재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 씨가 구입한 필지는 약 100㎡(32평) 토지이지만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도시재생사업의 일종인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세 가지 유형 중 하나로 단독·다세대주택 20가구 미만의 토지 등 소유자가 주민합의체를 구성해 주택을 개량하거나 건설한다.



▶대규모 재개발과 달리 사업기간 짧아

자율주택정비사업은 복잡하고 걸림돌이 많이 발생해 사업이 장기화되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사업과 달리 정비기본계획수립, 조합설립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절차가 없다. 사업시행인가만 받으면 즉시 착공할 수 있어 사업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다른 장점으로는 건축 규제 완화가 꼽힌다. 정부가 그만큼 적극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소규모 건축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주차장 규제를 완화해줬다.

사업시행자가 인근의 주차장에 주차장 사용권을 확보하는 경우, 부설주차장 주차단위구획 총수의 30% 범위 내에서는 인근의 주차장을 활용하면 된다. 아울러 맞벽건축개발을 통한 연계 개발이 가능하다. 자율주택정비사업 구역에서는 건축협정을 함께할 수 있다. 따라서 옆집과 합의해 건축협정으로 맞벽건축개발을 진행할 경우 일조권사선제한에 대한 건축 규제 완화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기존 단독 개발사업보다 50% 정도 사업성이 높아진다.

사업성을 높일 용적률 완화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장기임대주택을 건설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연면적 20% 혹은 가구 수의 20%를 8년 장기임대주택으로 하는 경우 서울의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법적 한계 용적률이 200%이지만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해 법적 상한치인 250%까지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사업이 된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총사업비의 50~70% 저금리(연 1.5%)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체 연면적 20% 혹은 가구 수의 20%를 8년 장기임대주택으로 하는 경우 총사업비의 7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융자기간은 최대 5년이다. LH와 사전협의를 통해 건립되는 임대주택의 매입 확약을 통해 사업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HUG의 지원 덕분에 수익률은 일반적인 유사 규모 재건축 사업 대비 2배 가까이 오르게 된다. 소형 주택 및 도시재생 전문기업인 수목건축에 따르면 낙후된 단독주택을 단독개발하면 세전 수익률은 8% 수준이지만, 단독주택 10가구 미만이 함께 자율주택정비사업을 하면 세전 수익률은 15%로 2배 가까이 뛰게 된다.

HUG의 금융 지원이 용적률 완화, 맞벽건축개발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므로 수익률이 껑충 오르는 것이다.

고려대 안암캠퍼스 정문 앞 제기5구역 일대. 재개발 사업마저 무산된 가운데 `자율주택정비사업`을 활용해 탈바꿈한다.



서울과 지방서 연이어 입주 시작

이런 정부 지원에 힘입어 최근 서울과 지방에서도 연이어 자율주택 입주가 시작됐다. 자율주택정비사업 제1호 준공식이 지난 4월 30일 사업지인 서울 당산동에서 개최된 데 이어 이달 13일 자율주택정비사업 2호인 대전광역시 판암동 준공식이 개최됐다.

판암2동은 2008년에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으나 재정비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2014년 9월에 지정 해제된 지역으로 건축연도 20년 이상 주택비율이 97%에 달하는 노후화된 주거 지역이다. 해당 사업은 주민 2인이 합의체를 구성해 총 10가구의 주택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새로 지어지는 주택 중 1가구는 기존 주민이 거주하고, 나머지 9가구는 LH가 매입해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이 자율주택 정비사업에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고 있어 화제다. 고려대 안암캠퍼스 정문 앞 제기5구역은 동북권의 낙후 지역으로 손꼽힌다. 분명 정문 앞이건만 재개발 구역이라 낙후된 건물이 많고 불모지 같아 보인다. 오히려 지역상권은 정문 앞이 아닌 참살이길(안암로터리~개운사 입구 약 500m 구간)이 독차지하고 있다. 최근에 제기5구역 재개발 사업마저 무산되면서 더 이상 사업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노후 단독주택들이 어지러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생활 주거 환경도 이미 정비된 주변 지역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그런데 이곳을 요즘 각광받고 있는 자율주택정비사업을 활용해 탈바꿈시키겠다는 움직임이 있어 화제다. 이곳에서 지역 내 자율주택정비사업 1호를 총괄하고 있는 디벨로퍼는 도시재생 전문 건축기업인 수목건축의 서용식 대표다. 그의 최종 목표는 ‘제기동 마을 만들기’다.

우선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 일대 일부, 총 18필지에 대한 ‘옐로우 트레인1(Yellow Train1)’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이곳에 4~5층 규모 연도형 주택 9개동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제기동 도시재생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한 샘플을 대표적으로 하나 만들면 주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재생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 하에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옐로우 트레인’은 수목건축의 자율주택정비사업 브랜드다. 노후된 단독주택 및 다세대주택의 자율적인 개량 또는 정비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주거상품이다. 소규모 필지의 건축물들이 맞벽을 통해 연접 개발되는 자율주택정비사업 방식이 한 량 단위로 이어지는 기차를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이름을 ‘옐로우 트레인’으로 붙였다. 자율주택정비사업 규모가 확대되면 가로주택정비사업 규모로, 더 나아가 블록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제기동 내 18필지에 대한 ‘옐로우 트레인1’은 수목건축이 출시하는 국내 1호 자율주택정비사업 모델이다.

대학교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대상지는 대학생 주거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된다. 따라서 다양한 주거환경 조성이 가능하다. 거주자들이 학생이라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2~3층은 셰어하우스 형태로 설계됐다. 2인 1실, 1인 1실, 복층형 등 수요자 맞춤형으로 구성된다. 욕실은 실별로 별도 설치하고 주방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지역상권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골목 상권을 고려해 가로수길, 경리단길, 망리단길처럼 1층은 스트리트형 상가로 계획됐다. 골목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웃들이 모이고 동네 친구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해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꾀한다.

‘옐로우 트레인1’은 필지 보존형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은 토지주의 소유권을 각각 인정하면서 주민합의체를 조성해 진행하는 것이다. 각 필지에 건물을 짓되 옆집과 옆집의 벽을 없애 낭비공간을 최대한 줄이는 ‘맞벽개발’로 진행한다. 맞벽건축을 활용해 유럽 등에서 볼 수 있는 연도형 빌라단지로 만들어 정돈된 가로 분위기를 연출하고 사업성을 최대한 높인다.

물론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곧 사업성 확보, 수익성 창출로 이어진다. 소규모 필지일수록 허용 용적률을 다 찾아 설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맞벽개발을 함으로써 일조권사선제한에 대한 건축 규제 완화 적용을 통해 180~230%의 용적률을 채울 예정이다. 따라서 단독 개발되는 필지보다 20~40% 많은 용적률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서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인 ‘옐로우 트레인1’을 2년 넘게 준비해 왔다. 그는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지원 민간금융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서 정부 관계자들에게 도시재생 모델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유행했던 사회적 공익성과 민간의 투자가 결합된 ‘임팩트투자’가 들어가는 도시재생 모델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옐로우 트레인1’이 국토교통부 지정 시범사업지로 선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자율주택사업이 추진되기보다는 소규모 도시재생도 브랜드 주택으로 대중화하면 정부 의도대로 확산 속도도 훨씬 빠를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자율주택정비사업의 핵심 사업자로 부동산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마스터 플랜 통한 도시재생이 이상적

서 대표는 전체적인 마스터 플랜을 통한 도시재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 건축물 개발로 도시재생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 “하나의 건축물 개발이 촉발해 옆 건물과 옆 건물로 이어지는 개발에서도 결국은 통일성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 지역만의 특성을 살린 마을로 나아가야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간은 관리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금세 퇴색된다. 서 대표는 부동산종합서비스 활용을 통해 주거의 체계적 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넓은 의미의 도시재생은 지역과 동네, 마을을 관리하는 것”이라면서 “공공 공간이 통합 관리돼야 저층 주거지에서도 아파트 수준의 주거품질과 관리시스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홈&시티도 부동산종합서비스의 일환이다. 그는 “스마트 홈&시티 기술을 활용하면 저층 주거지에서도 보안이나 택배, 카 셰어링 기능을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앞으로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위한 당근책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기존에는 건축물이 있는 토지에서만 사업 추진이 가능해 ‘나대지’에서는 사업 추진이 불가했으나, 앞으로 노후주택 철거용지 등 부득이한 경우에는 전체 사업구역의 50% 미만 범위 내에서 나대지를 포함해 사업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또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에서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주민합의체 구성 없이 1인 사업자 혼자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올해 10월 24일에 시행되면 자율주택정비사업이 더욱 활성화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율주택정비는 단독주택 및 다세대주택을 개량·정비하는 사업으로 농어촌 및 준농어촌지역에서 사업 추진이 불가했으나 대상주택에 연립주택을 추가하고,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된 농어촌·준농어촌 지역에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박윤예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분양가상한제 허 찌른 ‘통매각’ 전략, 조합 vs 정부 소송전까지… 누가 웃을까

애플 vs 마이크로소프트 시총 1위 쟁탈전… 웨어러블 시장 성장 vs 클라우드 신사업 호황

[부동산 풍향계] 집값, 지금이 꼭지일까? 분상제가 공급 막아 서울 집값 거품 아니다

‘송파구 미운오리’ 신세였던 풍납동, 재건축 훈풍에 ‘백조’되나… ‘잠올아’가 상승 주도

정시 확대·특목고 폐지에 술렁이는 학원가 부동산, 강남 넘어 목동까지 아파트 가격 ‘들썩’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