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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株 혹한기… 거품 붕괴 조짐마저, 신약 가치 주가에 덜 반영된 종목 발굴을
기사입력 2019.07.29 15: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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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증시를 붉게 물들였던 제약·바이오주가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중소형주는 최고점 대비 3분의 1로 쪼그라들면서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투자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신약개발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급등했던 바이오랠리가 마침표를 찍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제약·바이오 섹터는 잇단 악재로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이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의 성분변경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에이치엘비의 임상 목표치 미달,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취소 등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대형호재가 나와야 하지만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뒤집을만한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문제가 터졌던 코오롱티슈진, 에이치엘비, 한미약품 모두가 시가총액 상위주였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친 핵심요소다. 에이치엘비는 임상 목표 미달을 발표하기 전인 6월 26일까지만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6위(2조7800억원) 종목이었다. 현재(이하 7월 16일 기준)는 시총이 1조2000억원대로 줄어들며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월 초까지 코스닥 시총 9위(2조3000억원)에 있었지만 지금은 시총이 489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심사를 진행하면서 그나마 남은 시가총액도 못 지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약품은 얀센에 기술수출했던 비만·당뇨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이 반환된 직후 40만원대였던 주가가 29만원선까지 추락했다.

제약·바이오의 수급이 회복되지 않는 이유도 그만큼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중소형주가 아닌 대형주들이 연달아 ‘사고’를 치면서 투자자들의 믿음이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악재가 나와도 곧바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는 게 투자업계의 분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은 장밋빛 전망에서 벗어나 바이오 업계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K-바이오 성과

올해는 한국 바이오가 검증을 시작하는 시기로 평가된다. 주요 바이오사들의 임상결과 발표가 집중돼 성패를 판단할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결과는 시장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신약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신약은커녕 기술수출 취소, 임상 목표치 미달 등 악재만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신약개발 확률이 낮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동안 한국 바이오의 임상 결과는 시장 기대치에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잠잠했던 바이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한미약품이 2015년 대규모 기술수출을 달성하면서부터다. 한올바이오파마,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등 다른 업체들도 기술수출에 동참하면서 ‘1차 바이오랠리’가 펼쳐졌다. 2014년 7만원대였던 한미약품 주가가 2015년 말 70만원대까지 10배 이상 올랐으며, 같은 기간 3000원대였던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도 5배 이상 급등했다.

특히 2017년 들어서는 셀트리온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이 더욱 증폭됐다. 한국 바이오업체가 숫자로 실적을 증명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 말 셀트리온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난 507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2017년 초 10만원 전후에서 거래되던 셀트리온 주가는 2018년 초 40만원까지 치솟았다.

안트로젠도 2017년 2만원이었던 주가가 2018년 초 20만원대까지 수직상승했다. 이 기간 4만원대였던 제넥신 주가도 11만원까지 올랐다. 이 같은 ‘2차 바이오랠리’에 힘입어 중소형 바이오업체들이 공모가를 웃도는 가격으로 잇달아 상장했다. 올릭스, 파멥신, 지노믹트리 등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상장한 바이오 새내기주다.

하지만 성과가 있어야 할 시점에 악재가 나오면서 투자자들도 객관적 지표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보이는 금액’만 높은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로는 주가를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글로벌 제약사에 1조원의 기술수출을 해도 국내 제약사에게 보장되는 금액은 1000억원도 안된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주가 재상승하기 위해서는 강한 상승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임상 3상 등에서의 성공, 계약금이 큰 기술수출 등 글로벌 신약개발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거품 붕괴 전조?

증권가에서는 제약·바이오주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에 호재로 받아들였던 소식도 이제는 악재가 돼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코스닥 시가총액 4위인 헬릭스미스가 지난 5월 28일 1600억원 규모의 유·무상 증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한 다음날 주가는 하루만에 13.9% 급락했다. 또 파멥신은 5월 29일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주가가 34% 폭락했다. 16일 기준 주가가 4만3250원으로 공모가(6만원) 대비 28% 떨어진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과거에는 바이오 업체들이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면 신약개발이 탄력을 받는 호재로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회사가 어려워져 돈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은 이제 업체별로 옥석가리기를 통해 호재와 악재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시작했다”며 “제약·바이오주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6월부터 제약·바이오주 간 탈동조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비슷한 시가총액의 회사임에도 주가의 등락규모가 2배 이상 차이나고 있다. 예를 들어 6월 1일 대비 텔콘RF제약, 테라젠이텍스는 각 6.6%, 5.1% 하락했지만 안트로젠(-17.4%), 신라젠(18.2%)로 낙폭이 더 컸다. 이 기간 파멥신 주가는 30.8% 떨어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주 간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버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글로벌 평균치 대비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연구원은 “미국 제약·바이오 업계의 거품이 가장 심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에서 거래됐다”며 “현재 한국 바이오업체들의 PER는 100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 바이오 업체들이 미국에 상장했으면 지금 시가총액의 3분의 1수준의 값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업계에 거품이 있는 것은 맞지만 거품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거품이 있어야 투자금이 모이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기업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상장돼 있는 기업 중 극소수의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버블 붕괴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바이오주 투자에 있어서 신중해야하는 시기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비관하기 이른 바이오의 가치

현재 제약·바이오주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지만 중장기 전망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 바이오주가 글로벌 평균 밸류에이션을 찾아갈 것이라는 관측과 바이오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서 쉽사리 투자자금이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교차하고 있다.

바이오주를 비관하는 전문가들은 주가는 결국 밸류에이션을 찾아간다고 믿는다. 현재 글로벌 바이오업체들의 PER가 10~20배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PER가 최근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도 100배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키 맞추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의 PER는 90배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PER는 88배였다. 이밖에 한미약품(139배), 에이치엘비(46배), 메디톡스(33배) 등 글로벌 평균보다 5배가량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없이 신약개발만 하는 신라젠(-54배), 헬릭스미스(-121배) 등은 PER가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가치주 투자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 펀드매니저는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제 가치를 찾아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사들의 현재 주가는 신약개발 성공을 가정했을 때의 수준”이라며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상방보다 하방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바이오는 신약개발 업계나 증시에서 파이프라인 가치 평가에 미숙한 측면이 많았던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시행착오를 길게 거치면서 주가는 본연의 기업가치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섹터가 고평가된 것은 사실이나 투자자금이 회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현재 코스닥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월 기준 26.5%에 이르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제약주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 코스닥은 오를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이외에 ‘테마’가 없다는 점이 수급 지속의 근거로 꼽힌다. 돈은 투자처를 찾기 마련인데 국내 증시에서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는 성장주가 바이오 말고는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이 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꿈을 보고 투자하는 종목이라 실적이나 밸류에이션이 사실 중요하지 않다”며 “6살 꼬마아이가 15년 후에는 세계적인 운동선수가 돼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악재 속에서 성공 소식이 나오는 것도 부정적 시각만 유지할 수 없는 요인이다. 유한양행은 7월 1일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8억7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해 전임상 중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4000만달러(462억원)에 달한다. 향후 개발 단계별로 최대 8억3000만달러의 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변화하는 바이오주 트렌드

실적주를 찾아라

전문가들은 신약개발 가치가 주가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의 하락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에서는 바이오주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며 “본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면서 신약개발도 하는 종목을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독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는 업체로 거론된다. 지난해 실적 대비 PBR 1.05배를 나타내고 있는데, 제약·바이오주 평균인 3배를 밑돈다. PBR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PBR가 적을수록 그만큼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특히 한독은 제넥신의 최대주주로 약 1325억원어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장부가 또는 취득원가로 평가되고 있어 실질 PBR는 보다 낮을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넥신의 가치만 현재가 기준으로 산정해도 한독의 실질 PBR는 0.7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본업의 실적 정상화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한독의 주가는 절대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비타500’, ‘제주 삼다수’로 친숙한 광동제약도 본업이 안정적인 회사로 꼽힌다. 음료의 매출비중이 60%가 넘어 ‘반쪽제약사’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밸류에이션이 중요시되는 분위기에 힘입어 투자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1조1802억원, 영업이익 339억원을 올리는 대형 제약사지만 시가총액이 3738억원으로 중소형 바이오주 수준이다.

주로 해외제품을 국내에 도입하는 제약사지만 최근에는 신약개발에 투자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영국 옥스퍼드대 종양학 교수들이 설립한 바이오업체 ‘옥스퍼드 캔서 바이오마커스(OCB)’와 투자 파트너십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광동제약은 인공지능(AI) 기반 병리 예측 알고리즘 및 유전자 검사 기반 항암제 독성 판독 제품을 개발할 기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제약은 마취제와 마약성 진통제에 특화된 회사로 최근 5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13%에 이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 1703억원, 36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 11%, 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기준 21.96%에 이른다.

마약류 의약품 산업의 독과점 수혜를 받는 점도 강점이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마약류 의약품은 정부가 관리하며, 의료마약 한 성분당 국내제조 5개와 해외수입 5개만 허가를 내주고 있다”며 “동사의 펜타닐주와 세보프란은 각각 시장점유율 56%, 4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의명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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