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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개벽 여의도… 부동산 시장 어디로 튀나, 오피스 물량폭탄 vs 주택은 공급부족 우려
기사입력 2019.07.04 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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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상반기 보고펀드 P&G 메리츠종금 입주… 공실률 5년 내 최저치

내년 매머드급 ‘파크원’ 입주… 롯데타워보다도 더 넓어

사학연금빌딩 KB지주빌딩 여의도우체국빌딩 등

3년간 67만㎡ 공급폭탄

오피스 빌딩은 강남독주 시대… 공실 최소 인센티브도 거의 안줘 <주택>

14년 만의 첫 여의도 새 아파트도 관심…

옛 MBC 땅에 ‘브라이튼 여의도’

HUG와 분양가 샅바싸움에 아파트 분양 차질…

오피스텔은 내달 먼저 분양

여의도 부동산 파크원 공사현장



여의도는 대체 불가능한 입지와 기능을 가진 희소한 땅이다. 서울 내 자급자족이 가능한 유일한 섬으로, 사면이 한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편에는 국가 3대 권력인 입법권의 요새로서 대한민국 국회가 자리 잡고 있고, 동편엔 금융회사 본사들이 즐비해 자본시장의 허브로 불린다. 국내 최초 고층아파트 단지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은 당시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여의도는 그야말로 수난시대다. 자산운용사와 LG그룹 계열사들이 여의도를 줄줄이 이탈하면서 ‘오피스 빌딩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광화문 등 도심권과 강남권에 밀리며 판교 오피스 시장으로부터 턱밑까지 추격 받는 모양새다. 주거로는 여의도 자이아파트 이후 무려 14년간 새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하다. 지난해 여의도를 통개발하겠다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한마디에 서울 아파트값이 들썩이며 대폭등을 겪은 것도 이곳의 노후정도와 잠재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내년부터 여의도는 또다시 천지개벽을 시작한다. 1세대인 63빌딩의 시대를 넘어서, 2세대인 파크원의 시대로 넘어간다. 대한민국 마천루의 발원지로서 용트림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여의도 오피스 시장과 주택 시장도 향후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내년 파크원 입주… 오피스 물량폭탄에 울상

일단 올해 들어 여의도 오피스 시장은 급격하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중개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1분기 여의도권 A급 오피스 공실률은 10.6%로 2014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남권 공실률 5.6%보다는 높지만, 광화문을 비롯한 도심권 공실률 16.4%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세빌스코리아 리서치본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보고펀드와 한국피앤지 등이 IFC 빌딩에 입주하면서 여의도권 빌딩 공실률이 전기 대비 1.5% 포인트 낮아졌다”며 “2분기에도 메리츠종금증권 본사조직이 하나로 통합해 IFC에 입주하고, IFC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유오피스도 오픈할 예정이어서 올해 공실률은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의도는 그간 주력 업종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수년째 줄줄이 둥지를 떠나며 오피스 공실률이 계속 높아졌다. 2018년 1분기 LG그룹 계열사들마저 대거 마곡 신사옥으로 이사 가면서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은 급기야 25%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LG CNS가 전경련 빌딩에서 빠져나간 직후, 이 빌딩 공실률은 50%에 달했다.

‘공실의 핵’으로 치부되던 전경련 빌딩과 IFC 3 빌딩의 공실률이 올해 들어 30%대로 떨어지면서 여의도 빌딩가는 잠시 평온을 되찾는 분위기다. 지난해 IFC 빌딩을 인수한 브룩필드자산운용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IFC 3 빌딩 공실률은 올해 상반기 내 10%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년부터다. 전국서 세 번째, 여의도서 최고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인 파크원이 내년 2월부터 입주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빌딩은 오피스 면적만 39만3300㎡로, IFC 빌딩 세 개를 합친 것(32만8900㎡)보다 넓다. 백화점과 호텔을 포함한 파크원 전체 면적은 63만㎡에 달해 123층 높이 롯데월드타워(42만㎡)를 압도한다.

2012년 완공된 16만700㎡ 연면적의 IFC 3 빌딩이 대부분 채워지는 데 6년 이상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물량이 신규로 공급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파크원뿐만 아니다. 순차적으로 여의도우체국 빌딩(6만8400㎡), KB금융그룹 본사빌딩(6만7600㎡), 사학연금 빌딩(14만2000㎡) 등 A급 오피스 마천루가 여의도 내에 들어선다. 내년부터 3년 내에 공급될 총 오피스 면적(리테일 포함)이 67만1500㎡에 이르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부동산컨설턴트 리서치팀장은 “금융회사들이 여의도를 벗어나고 강남권 빌딩들이 오피스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여의도에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이 쏟아지는 셈”이라며 “2020년 여의도 A급 오피스 공실률이 23%까지 높아지고, B급 빌딩 공실률은 이보다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KB금융그룹 본사빌딩으로 계열사들이 줄줄이 들어올 경우, 여의도 내에 KB그룹이 쓰고 있는 B급 오피스 빌딩 상당수의 임차인이 빠져나가게 된다. A급 오피스는 여의도 외부에서도 수요가 생길 수 있지만, 지역 내 B급 이하 빌딩 수요는 외부서 발생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향후 3년간 여의도 A급 프라임 빌딩보다도 그에 따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소규모 노후빌딩의 공실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다.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부사장은 “강남이나 도심권에 있어야할 이유가 없는 사업체의 경우 향후 3년 내 여의도 공실 오피스들을 적극적으로 노려보는 것도 비용을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며 “특히 금융 인프라와 문화레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젊은 인력이 많은 스타트업이나 공유오피스들이 여의도 공실부분을 상당히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A급 오피스 시장에서 강남권은 무서운 독주를 하고 있다. 현재 강남권 A급 빌딩은 3.3㎡당 한 달에 9만원의 오피스 임대료를 내는 반면, 도심권은 8만원, 여의도권은 6만5000원 정도의 시세가 형성돼있다. 부동의 1위였던 도심권 오피스 임대료가 최근 강남권에 역전된 것이다. 여의도는 강남과 도심권에 비해 임대료가 뚝 떨어져 있는데, 최근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판교 오피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여의도 임대료를 넘보고 있는 실정이다. 오피스를 임대할 때 공짜로 임대기간을 얹어주는 인센티브에서도 강남권은 짠 편이다. 현재 도심권과 여의도권은 1년 임차할 때 넉 달 정도의 임차기간을 추가로 제공하는 게 일반적인데, 강남은 한두 달 정도로 짧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장기적으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금융부문에서 대규모 오피스를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금융 중심의 여의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스타트업이 몰려있는 판교권 오피스 시장에도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강에 둘러싸인 천혜의 입지와 신축 빌딩 밀집 효과로 타지역의 몸집 큰 임차인을 모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성민 JLL코리아 리서치 팀장은 “내년 단기 충격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여의도 랜드마크인 파크원이 매력 있는 오피스로 인식돼 외부 임차인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도심권 빌딩도 어려운 상황에서 IFC 빌딩이 올해 상반기 공실을 대부분 털어냈다는 점이 파크원의 흥행에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피스 시장과는 별개로 여의도 리테일 상권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향후 주택공급이 늘어나면 더욱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파크원 내에 들어서는 서울 시내 최대 규모 현대백화점이 얼마나 상권을 확장할 수 있을지도 ‘여의도의 힘’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튼 여의도 조감도



▶14년 만의 새 아파트… 브라이튼 여의도 분양촉각

주택 시장에서는 무려 14년이나 기다리던 여의도 새 아파트 소식이 들려온다. 여의도 내에서도 노른자위로 통하는 옛 MBC 땅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1세대 디벨로퍼인 정춘보 신영 회장이 사활을 걸고 진행 중인 사업비 1조2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여의도MBC부지복합개발PFV(신영·GS건설·NH투자증권)는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31번지(옛 MBC 부지)에 지하 6층~지상 최고 49층 4개동 규모의 주상복합 ‘브라이튼 여의도’를 조성하기로 했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파크원이나 IFC처럼 이곳에만 사용하기로 한 특정 브랜드로, 신영이 자사 브랜드인 ‘지웰’을 굳이 고집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용면적 84~136㎡ 아파트 454가구와 전용면적 29~59㎡ 오피스텔 849실, 오피스 및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웬만한 주변 생활인프라를 모두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워커블(walkable)’한 환경을 갖췄다. 지하철 5·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사이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인 데다 수도권 전역으로 연결되는 여의도환승센터와도 가깝다. 복합쇼핑몰인 IFC몰이 근처에 위치해있고, 2020년에는 단지 길 건너 바로 옆에 파크원 영업시설이 들어선다. 파크원은 단일 시설 기준 서울 시내 최대 규모인 현대백화점이 들어설 계획이다.

여의도 전체가 한강과 샛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중앙에는 23만㎡ 규모의 여의도공원과 서울 대표 나들이 명소인 여의도한강공원, 샛강생태공원 등 녹지공간이 풍부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여기에 GTX 노선이 실제로 뚫릴 경우 여의도는 골드라인 9호선 개통 때만큼이나 교통여건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여의도를 관통하는 GTX-B 노선은 인천 송도~부평~경기 부천시~서울 여의도~서울역~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 80.1㎞ 길이의 광역급행철도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849실 규모 오피스텔을 내달 중 먼저 분양할 예정이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오피스텔은 전용 ▲29㎡ 632실 ▲44㎡ 90실 ▲59㎡ 127실로 1인가구부터 유아 동반 신혼부부까지를 타깃으로 조성됐다. 여의도에 고급 오피스텔이 연내 공급되면, 낡은 아파트들이 모여 있는 여의도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는 기업 수요에 비해 오피스 공급이 많고, 주거 수요에 비해 주택 공급이 부족한 대표적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관심이 집중되는 ‘브라이튼 여의도’ 아파트의 분양일정은 오리무중이다. 당초 신영 측은 연내 454가구 아파트도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제는 후분양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HUG가 지난 6일 기습적으로 사실상 새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시세 이하로 묶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신영과 HUG의 괴리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집을 지은 뒤 입주자를 구하는 ‘후분양’은 재건축 조합이나 시행사·시공사에 자금조달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낮은 가격에 일반분양을 진행할 경우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신영 측은 이 아파트가 여의도에서 14년 만에 분양하는 고급 아파트임을 들어 3.3㎡당 평균 4000만원 이상의 분양가를 주장했고, HUG는 주변 시세를 고려해 3000만원대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HUG는 현재 고분양가 관리 지역에 대해 인근 지역에서 1년 전 분양된 아파트가 있을 경우 직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하고, 1년 전에 분양된 아파트가 없는 경우에는 직전 분양가의 최대 110%까지 인상을 허용해왔다.



하지만 6월 24일 이후부터는 동일 행정구역에서 분양한 비교사업장 평균분양가의 10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여의도처럼 최근 분양 단지가 없을 때는 인근의 기존(준공)아파트 시세를 비교 대상으로 정해 당해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브라이튼 여의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3400만원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의 경우 오피스텔을 제외하고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는 한 곳도 없는데, 지난 2008년 3월 입주한 여의도 자이의 시세가 3.3㎡당 3443만원 선이다. 인근 신길동, 대방동 등지는 여의도동보다 평균 매매가가 더 낮은 상황이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들썩거리자 HUG가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받지 못하게 하는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여의도처럼 최근 14년간 새 아파트 분양이 없던 곳은 비교대상도 마땅찮아서 선분양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신영은 HUG의 새로운 조치 발표 이후 다른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함께 후분양 여부를 놓고 심도 있는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 관계자는 “당초 후분양은 전혀 계획이 없었고 아파트 연내 일반분양을 목표로 진행해 왔다”며 “HUG가 여의도의 특별한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분양가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면서 후분양도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후분양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기준에서 HUG의 간섭 없이 분양가를 마음대로 정하려면 공사를 완전히 끝내거나 시공사 2개의 연대보증이 필요하다.

전체 공정의 60%를 마치고 분양해도 건설 과정 중간에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분양가 통제를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공사끼리 연대보증하는 경우는 최근 거의 사라진 추세다.

‘브라이튼 여의도’ 아파트 분양은 정부의 서울 집값 잡기 규제와 공급부족 지역의 강력한 실수요가 맞부딪히는 지점에서 나온 이슈다.
여의도뿐 아니라 서울 아파트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이 아파트가 후분양으로 넘어가거나 제대로 공사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여의도를 비롯한 서울 재건축 아파트도 단기적으로 적지 않은 하방 압박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내 핵심지 공급부족 심화로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전범주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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