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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환경·수급·펀더멘털 악화 3중고 韓 증시 하반기도 신중론 우세… ‘박스피’ 못 면할 듯
기사입력 2019.06.27 14: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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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국내 증시는 이렇다 할 호재 요인 없이 끝이 났다.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를 짓눌러온 미·중 무역 전쟁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중 간 협상 테이블을 만들면서 글로벌 증시가 잠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소회가 지속되면서 ‘반짝 특수’조차 누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의 최대 악재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 내 중국 비중 확대였다. 좋든 싫든 간에 글로벌 패시브 자금을 중심으로 기계적인 외국인 매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5월 28일을 기준으로 중국 A주 편입 비중은 기존 5%에서 10%로 확대됐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 외국인은 5월 중순 이후 국내 시장에서 3조원이 넘는 자금을 매도했다.



미중 무역협상 결렬, 내수 침체 심화 등으로 국내 기업 이익 예상치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비관론을 키웠다. 당초 예상보다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 속도가 가팔랐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의 ROE가 과거 경기둔화기 평균 수준인 8.5% 정도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재 증권업계의 컨센서스는 7.3%까지 낮아진 상태다. 하반기 미·중 무역 협상이 극적 타결되거나,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는 이상 눈높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여의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대외 요인과 수급 여건, 기업의 펀더멘탈 악화라는 3박자가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억누르면서 코스피 역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41.04로 스타트를 끊었던 상반기 코스피는 결국 지난해 고점인 2400선을 뚫어내지 못했다. 2월과 4월 두 번에 걸쳐 2200선을 돌파하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대세 상승을 만들지는 못했다.

2000~2200선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피 장세를 연출하면서 투자자들로서는 하락에 베팅하기도,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반기 국내 증시의 향방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하반기 미·중 무역전쟁 시나리오 따른 韓증시

상반기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였던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표류하자 하반기 증시를 예측하는 목소리도 신중해졌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하반기 미·중 무역 전쟁이 전개될 시나리오에 따라 국내 증시를 전망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예상 코스피 밴드 하단은 1800~2000선, 상단은 2000~2280선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해결되더라도 국내 증시의 대세 상승을 예상하기보다는 신중론이 더 짙게 묻어 나올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관세 유예와 협상 지속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양국은 현재 25% 관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무역협상을 하고 있는데, 추가적인 관세 부과나 무역제재 없이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경기 전반과 기업 부담도 계속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1950~2150선에서 밴드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양국이 합의에 완전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부과되지 않았던 30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25% 추가 관세가 부가되면서 중국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를 시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박 연구원은 “이 경우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 확산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돼 시장은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이라며 “다만 연준의 통화 완화 정도에 따라 낙폭이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 경우 코스피 하방을 1800선, 상방을 2000선에서 찾았다.

무역 분쟁이 타결될 경우 업종별 반등 강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돼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코스피 지수 역시 직전 고점 부근까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특히 그동안 투자심리 악화에 내몰렸던 전기전자(IT) 업종을 중심으로 강한 반등세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박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3차 관세 부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6월 중순 이미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완료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을 위한 재료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배당이 한국 주식 투자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하반기 추천주로는 배당수익률이 2% 이상이거나, 하반기 높은 이익 증가율이 예상되는 경기민감 성장주, 미·중 무역전쟁으로 반사이익이 가능하거나 미중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하반기 단기 무역전쟁 수혜주 투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조정에 따라 수혜주를 발굴해 가면서 무역전쟁에 슬기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은 중국에 원자재와 중간재를 납품했던 공급망 전체를 겨냥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특정 국가와 업종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수입 대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제3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는 수입 전환 효과가 유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아직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신발과 의류에서도 동남아 국가 수입이 늘고 있다”며 “국내서도 영원무역과 화승엔터프라이즈, 한세실업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발 화웨이 제재가 시작되면서 관련 수혜주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미국 정부는 미국 회사이거나, 미국 부품·기술의 가치가 제품 원가 전체의 25% 이상을 차지하거나, 미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보유한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규제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구글, 인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영국 업체인 ARM도 화웨이에 대한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구글의 협력 중단은 화웨이 스마트폰 전체 출하에서 49%를 차지하는 해외 시장 판매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 기준으로 약 3700만 대를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화웨이의 하이엔드 스마트폰이 해외에 출하된 양은 3400만 대이며 이 중 적어도 1700만 대가량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수출량 5700만 대는 주로 동유럽,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소화됐는데 지역별 시장점유율만큼 각 업체들에 재분배된다고 가정할 경우, 삼성전자는 약 2000만 대의 신규 중저가폰 판매가 가능해진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조치로 국내 통신 장비주들의 주가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거래제한 조치로 화웨이의 글로벌 점유율이 하락하고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의 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주요 고객사로 둔 국내 장비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다산네트웍스(47.71%), 케이엠더블유(43.04%), 유비쿼스(18.74%), 쏠리드(11.86%) 등 국내 통신장비 업체 주가는 미국발 화웨이 제제가 시작된 이후 한 달간 최대 4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일부 종목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발표된 5월 19일 이후 주가가 30% 이상 급등하며 상승세가 집중됐다.

손승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반(反)화웨이 이슈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국내 통신장비 업체 고객사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며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해외 통신사들의 투자 수혜를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이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산네트웍스와 에이스테크는 화웨이 쇼크의 수혜를 직접 볼 것으로 기대된다. 다산네트웍스는 글로벌 FTTX 광전송 장비 시장 7위 업체인데, 이 부문의 1위가 화웨이다. 광통신망 투자 확대에 따라 이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4%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화웨이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까지 다산네트웍스는 248억원의 영업적자를 봤지만 올해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이스테크는 기지국 안테나와 무선주파수(RF) 부품 등 통신장비 부품 전문업체로 기지국 안테나 시장점유율 국내 1위, 글로벌 5위 업체다. 삼성전자, 에릭슨 등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로 납품하는데, 고객사의 점유율 확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통화 완화 코스피 상승 이끌까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정책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통화완화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는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역전쟁과 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경기를 짓눌렀던 작년 하반기와 뚜렷하게 달라진 부분은 정책 대응이라는 평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3분기부터 본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유럽은 9월부터 시행되는 유럽중앙은행(ECB) 대출 정책인 TLTRO3 프로그램이 유동성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준율 인하를 포함하여 영구채 스왑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한국 역시 하반기 금리인하 논의를 시작하며 부진한 내수경기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전쟁 촉발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짙게 드리우고 있지만 유동성 확대라는 나침반은 경기회복이라는 방향성을 뚜렷하게 가리킬 것이란 기대가 크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달라진 정책 환경을 염두에 둔다면 작년부터 시작된 경기하강 사이클이 올해 하반기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따라서 애초 2분기로 예상되었던 경기바닥이 5월에 불거진 무역전쟁으로 인해 3분기로 늦춰진 것을 제외한다면 하반기 경기회복이라는 큰 그림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긍정론이 나온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수급이다.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악재로 꼽혔던 MSCI의 신흥국 지수 내 중국 배중 확대가 하반기에도 두 차례 진행된다. 통상 1차 물량의 상당수가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8월과 11월에 진행될 2·3차 리밸런싱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MSCI 신흥국지수 내 중국 A주 시가총액 반영 비율은 8월과 11월에도 5%포인트씩 늘어 2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하반기에만 6조~7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부정론도 나온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선 보고서에서 “향후 중국 A주는 1년 동안 2~3차례 추가 분할 반영하는 식으로 20%, 30%씩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A주가 100% 편입될 경우 한국의 MSCI 신흥국지수 내 비중은 10.5%(현재 13.69%)로 낮아지고, 그 과정에서 지수 조정과 관련된 외국인 매도 규모는 최대 24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수급여건 악화 역시 문제다. 2020년 4월 양도차익과세 대상 대주주범위가 다시 한 번 확대되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대주주 범위 확대 6~8개월 전부터 과세를 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출회되면서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키운 바 있다.


이번에는 지분율 요건은 변동이 없지만 시가총액 기준이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내려간다. 유가증권시장이든 코스닥이든, 개별주식 보유금액이 10억원을 넘어가는 경우 2020년 4월 2일에 매도한다면 양도차익에 대해 20% 세금을 낸다. 개인투자자 보유 비중이 높은 코스닥 개별종목의 경우 하반기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준호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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