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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로 본 혁신금융… 휴대폰서 내 대출금리 한눈에 비교 블록체인 활용해 주식·부동산 투자
기사입력 2019.05.30 1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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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금융회사의 대출상품 금리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없을까.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누구나 이 같은 고민을 한 번쯤 했을 테다. 항공권이나 호텔 등은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검색 한 번으로 최저가 상품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대출 상품은 일일이 각 은행 영업점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 비교해야 한다. 확정 대출조건을 받으려면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워 금융사 여러 곳을 비교하기 어려웠다. 대출상품 쇼핑이 불가능했던 이유는 ‘대출 모집인은 한 금융기관 상품만 팔아야 한다’는 1사 전속주의 규제 때문이었다. 애초 정부는 대출 모집인 간 지나친 경쟁과 불완전 판매 위험을 막으려 1사 전속주의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본래 취지와 달리 대출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핀테크 업체의 장벽을 높였다.

하지만 앞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여러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비교·분석할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핀다, NHN페이코, 핀셋 등 핀테크 업체가 금융위원회에 제안한 대출상품 비교·분석 서비스가 최근 ‘금융규제샌드박스법(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다.



▶은행 대출 금리 쇼핑 가능해진다

토스와 핀다 등 핀테크 업체들은 그동안 대출 상품 추천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다만 이는 일종의 ‘광고’에 불과했다. 앱에서 자신의 신용등급을 선택하면 등급에 맞는 대출 상품이 나열되는 정도였다. ‘추천’이라고 하지만 1사 전속주의 규제에 막혀 고객 정보를 기초로 한 확정 대출 금리와 한도 조건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혜민 핀다 대표는 “1사 전속주의 규제 때문에 여러 금융상품을 광고로 보여줄 뿐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고객은 앞으로 토스나 핀다 등 핀테크 업체 앱에서 단 몇 초 만에 최종 대출 조건을 확인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핀다는 고객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건강보험공단과 국세청에서 소득 정보를 받아 각 은행 여신심사시스템(CSS)에 보낸다. 단 몇 초 만에 여러 은행에서 확정 금리와 한도를 받아 고객에게 보여준다. 고객이 따로 서류를 떼서 은행에 제출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대출 상품을 비교·분석해 금리와 한도 등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골라 대출 이자를 줄일 수 있다. 금리를 투명하게 공개해 금융사도 자발적으로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우대 금리도 제공받는다. 기존 방식보다 핀테크 업체 앱을 이용하면 금융사가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어 우대 금리 혜택을 줄 수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소비자의 (대출상품) 탐색 비용을 절감시키고 다수 금융사 상품을 비교해 경쟁을 촉진해서 자발적인 금리 인하 효과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입한 대출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이자가 저렴한 대출상품도 추천해준다. 대출자는 자신의 소득 정보 등이 바뀌면 금융사에 금리인하요구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점 방문 없인 신청이 어렵고 복잡해 대출자들이 꺼리고 있다. 앞으로는 앱에서 클릭 한 번으로 저금리 상품으로 대환 대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권 단장은 “최대 20% 금리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출상품에 가입하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현재 고객은 금융사에서 대출 금리와 한도를 처음 조회한 뒤에 최종 대출이 이뤄지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최종 대출 조건이 처음 조회 때보다 불리한 경우가 상당수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단 한 번에 대출 최적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규제혁신서비스로 대출 비교·분석 서비스를 선보일 핀테크 업체는 토스와 핀다, NHN페이코, 핀셋, 핀테크, 마이뱅크, 핀마트, 팀윙크 등이다. 권 단장은 “이들 업체들이 대출 시장에서 플랫폼 경쟁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중 NHN페이코는 오는 9월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맞춤 대출 비교 서비스를 내놓는다. 핀테크는 자동차금융에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가 플랫폼(랜킷)에 구매하려는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고객 신용 정보와 해당 차량의 사고 내역, 운전 경력 등을 종합해 대출 조건을 제시한다. 대출자 소득이나 자동차 관련 서류를 자동으로 금융사에 전달해 서류를 따로 제출할 필요 없다. 이르면 다음 달 관련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핀크는 특히 오는 10월 통신료 납부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서비스와 함께 대출 비교·분석 서비스를 시작한다. 통신사 가입기간과 로밍, 미납, 통화건수, 소액결제 관련 정보 등 통신서비스 이용정보를 이용해 통신등급을 정한다. 이를 통해 금융사별 확정 금리와 한도를 비교·분석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핀크 관계자는 “학생이나 주부 등 금융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도 통신료를 밀리지 않고 성실히 냈으면 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블록체인 활용한 주식·부동산 투자

이 같은 혁신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되면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란 그동안 규제에 막혀 하지 못했던 혁신 서비스를 자유롭게 시험하도록 일종의 ‘놀이터’를 마련해주는 제도다.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만든 모래놀이터(샌드박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영국에서 2016년 금융 분야에 처음으로 도입한 뒤 1년 만에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받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전 세계 20개국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1일 본격적으로 이 법에 따라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고 있다. 3차례에 걸쳐 총 26건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최대 4년간 서비스를 시행해본 뒤 규제를 풀어 줄지를 결정한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서비스들도 여럿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주식 대차거래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한 기관투자가가 주식이 필요한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빌려주는 것이다. 디렉셔널이 다음 달 선보일 ‘개인투자자 간 주식 대차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로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주식 대여와 차입을 할 수 있다. 실시간 호가로 주식 대차가 이뤄져 합리적인 선에서 대차 수수료가 결정된다.

카사코리아는 블록체인 기술로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을 발행·유통하는 서비스를 다음 달 내놓는다. 부동산 소유자가 신탁회사와 신탁 계약을 맺으면 신탁회사는 수익증권을 공모·발행한다. 이때 발행한 수익 증권 원본을 신탁회사가 보관하고, 투자자는 수익증권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표시한 전자증서를 받는다. 투자자는 카사코리아 플랫폼에서 다자간 매매체결 방식으로 전자증서를 거래한다. 금융위는 이 서비스로 일반 투자자들이 중·소형 상업용 부동산에 간접 투자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보안도 보장된다.

코스콤은 오는 11월 ‘비상장 기업 주주명부 및 거래 활성화 플랫폼’을 선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비상장 기업 주주명부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개인투자자가 장외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도입하면 초기 혁신·중소기업 등 비상장기업의 주주명부를 관리해 비상장 주식 거래의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 간 거래(P2P) 형식의 투자 플랫폼도 나온다. 루트에너지의 ‘신재생에너지 지역주민투자 P2P금융서비스’는 P2P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투자하고, 발전소가 설치되는 지역 주민들에게 우대 금리를 제공해 개발 사업 이익을 공유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P2P금융에 한해 현행 ‘P2P대출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개인 투자 한도를 완화해주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행법상 개인은 차입자당 500만원, P2P업체당 1000만원을 넘어 투자할 수 없다. 소득적격 투자자도 차입자당 2000만원, 업체당 4000만원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전력 사업이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은 동일 차입자당 4000만원, 업체당 1억원으로 확대한다. 그 외 개인투자자 투자한도도 차입자당 2000만원, 업체당 5000만원까지 가능하다. 금융위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지역 주민 협조가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금융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높은 수익률로 장기 투자하고, 기후 변화 대응 등 환경 가치도 창출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요할 때 ‘껐다 켜는’ 여행자 보험

이번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와 NH농협손해보험이 내놓을 ‘스위치보험’도 관심을 끈다. 스위치보험은 필요할 때만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보험이다.

보통 해외 여행자보험은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가입한다. 여행하기 전 손쉽게 가입하는 보험이지만 가입 절차는 일반 보험처럼 까다로웠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하려면 상품설명서와 개인정보 동의서 등 6~7단계를 일일이 확인한 뒤 휴대폰이나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스위치보험은 이 같은 가입 절차를 3단계로 줄인다. 첫 가입 시 상품설명 동의 등 절차를 거쳤다면 재가입할 때는 공인인증 절차나 복잡한 과정 없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농협손보의 여행자보험은 첫 가입 시 6~7단계를 거치지만 재가입 시 단 몇 초 만에 간단히 가입할 수 있다. 여행기간과 여행지를 입력하면 이미 정해놓은 결제 방식으로 보험료를 결제한다.

레이니스트도 다음 달 이 같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레이니스트가 스위치보험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한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스위치보험을 총괄한 최재웅 최고매출책임자(CRO)는 “우리나라는 수입 대비 보험 지출 규모를 보면 보험 침투율은 굉장히 높지만 실제 리스크를 보장받는 일반보험 비중은 굉장히 낮다”며 “고객이 일상생활에서 무방비로 노출되는 리스크를 보장할 수 있는 보험을 판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수희 레이니스트 매니저는 “보험법인대리점(GA)을 설립하면 뱅크샐러드 앱에서 여러 보험사 상품을 가입까지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니스트는 고객의 금융 정보를 확인해 알림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항공권을 구매하고 공항에 도착하면 여행자보험을 가입하라는 알림이 뜨는 방식이다. 레이니스트는 스위치보험을 향후 단기자동차보험, 스포츠보험 등 소액간단보험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 매니저는 “현행 제도 안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어떻게 선보일지 막막했다”며 “(규제 샌드박스는) 굉장한 기회이고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단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생활에 유용한 서비스들

KB국민은행에선 오는 9월부터 모바일뱅킹에 필요한 기능을 미리 휴대폰에 설치해 개통과 동시에 모바일뱅킹을 사용가능한 알뜰폰을 구매할 수 있다. 휴대폰 유심칩만 넣으면 자동으로 국민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앱 설치나 공인인증서 인증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국민은행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우선 모든 지점에서 유심칩을 판매한 뒤 알뜰폰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모바일뱅킹 접근이 어려운 노년층과 외국인 등을 고객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신 정보를 활용해 KB금융의 각종 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상품을 개발했다. 내년 1월부터 은행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현행 신용카드 결제처럼 우선 현금을 보낸 뒤 나중에 갚는 방식이다. 결혼식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친구에게 보내거나 중고 거래를 할 때 유용할 전망이다.

오는 10월부터 푸드트럭이나 노점상에서도 QR코드를 이용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비씨카드는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영세상인도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하도록 할 계획이다. 별도 단말기 없이 모바일 결제가 가능해 상인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매장에서 환전·현금인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 모바일 뱅킹앱 ‘위비뱅크’에서 환전이나 출금을 신청한 뒤 지점 방문 없이 음식점이나 주유소 등을 방문해 환전·현금인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단 100만원 미만 환전만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지점에서 환전을 하려 기다리고 신분증 확인을 거쳐야 하는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새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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