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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NG’ 지고 ‘MAGA’ 시대 온다
기사입력 2019.05.29 15: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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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4월~5월 7일까지의 해외주식거래 중 미국주식 종목별 결제금액 순위에서 아마존,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이 순서대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미국 기술주들이 다시 견조한 주가 흐름세를 보이면서 각 회사의 앞 글자를 따 ‘MAGA(Microsoft, Amazon, Google, Apple)’라고 부르는 나스닥 주도주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선호가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국내에서만 MAGA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미국 기술주를 대표하던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이 페이스북과 넷플릭스의 실적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주춤하자 나스닥 시장의 투자자금은 MAGA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증시를 움직이는 상위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어김없이 MAGA가 포함되어 있다. 전체 5조달러까지 성장한 ETF에서 MAGA에 투자를 하니 주가는 지난해 말의 쇼크를 딛고 계속 오름세를 탔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도 시장 인덱스보다는 MAGA가 타격을 덜 입었다.



▶불확실성 강할수록 미국 기술 주도주에 돈 몰려

MAGA의 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은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돈은 확실한 사업모델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으로 몰린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전 세계 증시가 흔들렸던 작년 상반기 MAGA가 나홀로 상승할 수 있었고 올 5월 다른 기업들에 비해 주가가 덜 떨어졌던 것은 그 때문이다. 강한 미국 경제와 이에 대비되는 불안한 신흥국, 여전히 열려있는 통화 긴축의 가능성, G2 간의 무역분쟁은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화를 베이스로 한 미국 주식으로 자금이 몰리게 한다. 그리고 강한 미국 경제를 이끄는 힘은 혁신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독점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테크 기업이기에 시장은 MAGA에 우선적인 신뢰를 보일 수밖에 없다.

반면 몇 년간 나스닥에서 확실한 위치를 점해왔던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가 MAGA로 대체된 이유는 불안정한 사업 모델 때문이었다. 혁신적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수익원에 의존했던 회사였기 때문에 매출이나 이용자수의 감소는 바로 시장에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페이스북은 대부분의 기업이익이 광고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계속 지적되어 왔다. 넷플릭스 역시 사용자에게서 받는 구독료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디즈니 등의 경쟁 사업자의 선전은 넷플릭스의 실적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반면 MAGA는 다르다. 먼저 구글을 보면 유튜브 안에서도 유튜브 광고, 유튜브 프리미엄, 유튜브 TV 등으로 수익원이 다양화되어있다. 여기에 퍼블릭 클라우드에 진출하고 자율주행시장에 뛰어드는 등 미래 수익원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인 액션으로 끊임없이 증명하는 것도 여러 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도 구글의 성장성이 굳건한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전통적인 비즈니스였던 소프트웨어 외에 클라우드로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알려진 아마존 역시 사업부문이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 아마존의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보면 온라인 매장이 53%, 오프라인 매장 8%, 제3자 판매 서비스 18%, 구독서비스 6%, AWS가 11%다.



▶새로운 시장 개척하는 MAGA의 파워

영역 파괴를 통해 테크기업까지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MAGA 기업들의 파워다. 아마존은 중심산업인 전자상거래 외에도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다.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아마존 고(Amazon Go), 포스타(4-star)로 오프라인 매장들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리며 혁신을 시험하고 있다. 아마존 고 매장은 무인 편의점 매장으로, 2021년까지 미국 전역에 3000개의 매장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세웠다. 4-Star 매장은 아마존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물건 중 만족도가 높은 물건을 실시간 가격을 반영하여, 유기적으로 진열하는 매장이다.

아마존은 최근에는 광고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구글의 영역을 노리고 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아마존의 부가적인 사업은 FANG 기업들과의 주가 연관성을 낮추고 있으며 메인인 온라인 사업이 정체를 보일 때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구글 역시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광고 수익 외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사업을 이미 상용화하고 있으며 각종 인공지능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구글의 웨이모(Waymo) 자율주행사업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최초로 자율주행차 택시 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했다. 아직 수익 기반 모델로 자리잡지는 못했지만 모건스탠리는 웨이모의 사업가치를 17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는 등 미래를 바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의 게이밍 플랫폼인 ‘스타디아(Stardia)’는 구글 포털과 유튜브 등 기존의 인프라에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올해 가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TV+’를 선보이며 비디오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기존 위성방송과 케이블 TV를 제공하고 넷플릭스처럼 유명 감독과 배우를 앞세운 자체 제작 오리지널 시리즈도 제작 중이다. 여기에 아케이드(게임), 애플 신용카드, 오리지널 포스트(뉴스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신규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



▶영업이익 한 해 2배 늘리며 시장 기대 뛰어넘는 MAGA

MAGA는 실적으로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아마존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597억달러, 영업이익은 4억달러였다. 각각 전년대비 17%, 129% 오른 수치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42% 웃돌았고 기존 가이던스 23억~33억달러를 초과달성했다. 애플 역시 매출이나 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컨센서스를 넘어서는 성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 감소한 580억달러였으며 수정주당순이익은 10% 감소한 2.46달러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매출은 30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고 순이익은 8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주당순이익은 1.14달러로 시장 컨센서스 1달러를 상회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포함한 MS의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이 매출 96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얻은 쾌거다.

반면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은 1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이틀간 9.5% 하락했다. 유료클릭 매출 증가율이 66%에서 39%로 줄어들면서 1분기 광고매출액이 감소한 점과 달러 강세로 인한 매출액 증가 압박이 투자자들의 투심을 약화시켰다. 여기에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EU로부터 17억달러의 벌금이 부과돼 마진율이 줄어든 것과 주가 하락에 일조했다.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주목받는 마이크로소프트

MAGA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일등 공신은 마이크로소프트다. 한물간 테크 기업으로 취급받다가 지난해부터 주가에 가속도가 붙으며 기업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동안 ‘느린 공룡’ 취급을 받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2014년 3대 CEO 사티아 나델라의 취임으로 다시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나델라 CEO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클라우드 업체로 변신시켰다.

주가 상승을 이끄는 것은 클라우드 부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형 플랫폼인 애저(Azure)는 매분기 7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조용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클라우드 시장은 고객들의 마이그레이션(클라우드 시스템 도입)과 모더나이제이션(효과를 체험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확대)의 선순환을 통해 성장이 유지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클라우드(IaaS, PaaS, SaaS) 매출 1위 업체다. 소프트웨어 윈도즈와 오피스를 통해 얻은 두터운 고객 기반과 13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여력을 감안하면 향후 마이크로소프트는 투자 확대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계속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애저는 전 세계 42개 지역에 공급되며 글로벌 최대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경쟁사 아마존의 AWS는 20개, 구글 클라우드는 17개로 격차가 크다. 그런데 사용자와 데이터센터 간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향후 추가적인 경쟁력을 더 얻을 수 있다.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2021년 연평균 18% 성장이 기대되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두터운 고객 기반과 막대한 투자여력으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 2021년까지 연평균 23%의 고성장이 기대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들을 자체 보유, 전산서버와 연계시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선호되는 이유는 업체들이 주요 데이터를 타 업체 서버에 저장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유통업체의 경우는 경쟁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아마존의 AWS보다 애저를 선호하는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재 12개월 선행 PER는 24배 수준이다. 그러나 클라우드 사업 비중이 높은 어도비(Adobe)가 시장에서 PER 28배 수준이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마이크로소프트도 추가 주가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무인마트 ‘아마존 고’ 매장



▶미·중 무역분쟁으로 불안한 애플

MAGA 기업 중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주가가 불안한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독자적인 아이폰 브랜드와 생태계를 구축해 전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70%가 넘는 독과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애플의 성장동력은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에 있지 않으며 애플 생태계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다. 팀 쿡 CEO가 2020년까지 소프트웨어 매출을 550억달러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힌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 10월까지 파죽지세로 달리던 주가는 퀄컴과의 소송, 아이폰 판매 부진, G2 무역전쟁과 위험 기피 현상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작년 4분기 주가가 급하락했다. 올 초 다시 반등하기는 했지만 최근 G2 무역협상에 대해 비관론이 팽배해지면서 주가가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현재 12개월 선행 PER는 14배로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의 평균 PER가 20배가 넘는 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무역협상은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어 애플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중 관계 개선에 따라 애플 제품 불매운동도 완화되고 중국 매출이 다시 평균 수준인 20%를 회복할 수 있기는 하지만 미·중 간의 강경 대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은 주가의 걸림돌이다.

▶가파른 주가 상승 탓에 밸류에이션 부담도 있어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은 MAGA를 얘기할 때 항상 나오는 우려다.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이미 MAGA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연초 대비 30~50% 높아졌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MAGA 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위험자산에 긍정적이지만 이 4개 종목이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다”라며 “상승 동력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 금리 인상 등의 충격이 오면 주가에 조정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마존 같은 경우는 올해 예상 PER가 70배가 넘는다.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성장성 덕분에 주가가 급등하며 200배가 넘던 PER를 기록한 과거와 비교하면 낮아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물류를 비롯해 클라우드, 오프라인 유통 등의 투자를 진행 중이라 영업이익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MAGA를 뛰어넘을 수 있는 성장주에 투자하고 싶다면 미국 기술주 중 비상장 또는 새내기 주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MAGA와 FAANG의 뒤를 이을 유니콘 기업들이 뉴욕 증시에 상장을 앞두고 있어 ‘PULPS’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미지 공유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Pinterest), 차량공유업체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 슬랙(Slack)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이 중 리프트와 핀터레스트, 우버가 각각 지난 3월, 4월, 5월에 연이어 상장했다.
팔란티어와 슬랙은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다만 우버가 상장 후 2거래일 만에 주가가 18% 하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미국 테크 기업의 기업 가치 전망이 반드시 밝지만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꺾일 수 있는 게 검증이 덜된 성장주이기 때문이다.

[김제림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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