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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분식의 아이콘인가 정치적 희생양인가… 상폐 위기 넘겼지만 검찰수사에 영업활동 위축
기사입력 2019.01.07 14:25:41 | 최종수정 2019.01.07 14: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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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반도체로 세운 초대형 글로벌 그룹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차세대 먹거리를 바이오로 정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반도체처럼 철저한 공정과 품질 관리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뿐만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까지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글로벌 바이오 사업만 바라본 삼성그룹의 판단은 착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을 정조준한 정부의 칼날이 가장 약한 고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현 정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과 회계처리 방식 등을 모두 문제 삼으며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목표를 분명히 드러냈고, 금융감독원을 앞세워 이제 막 태동하려는 바이오업체의 주식 거래를 한 달 가까이 정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회계와 법률 전문가들이 동원된 한국거래소의 기업심사위원회는 단 한 번의 회의로 이 같은 상장폐지 압박을 한 것이 무리한 시도였음을 결론 내렸다. 8만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은 한숨 돌리게 됐고 시가총액 22조원짜리 주식은 12월 11일 부터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적폐로 몰린 삼성바이오

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애초부터 글로벌 바이오 업체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싶다는 의지였다. 또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쓰는 바이오업체들은 국내에서 상장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2015년 이 업체의 영업적자는 2000억원이 넘었다.

정작 한국거래소에 난리가 났다. ‘메이드인코리아’ 바이오 업체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지난 2016년 들끓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에도 3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유가증권시장에 안착했다.

이 바이오업체가 국내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뜨거운 국내 여론에 따라 상장 조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적자 기업이더라도 ‘시가총액 6000억원, 자본 2000억원 이상’ 조건을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다는 ‘대형 성장 유망기업’ 요건을 새로 만들었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에서 이 종목 상장을 유치했던 거래소의 한 임원은 “해외 상장 준비를 상당부분 끝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삼고초려’했다”며 “세계 각국의 거래소들이 유망기업 유치를 위해 상장 조건을 낮추는 추세였기 때문에 그 당시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크게 칭찬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놨다.

한마디로 해외로 나가겠다는 기업을 어렵사리 국내 자본시장에 유치했다는 게 당시 거래소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거래소의 대형기업 상장 유치는 편법 상장이라는 불명예로 바뀌었다. 참여연대와 일부 정치인들은 “적자 기업을 왜 봐주면서 상장시켰느냐”며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이들에겐 적자기업이더라도 유망 기업을 주식시장에 유치하는 글로벌 관행이나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통용되는 기업의 자율적 회계처리도 ‘불법·편법’이라고 몰아세우며 열을 올렸다. 정부가 자본시장 기준마저 입맛대로 바꾸면서 그 사이 이 주식을 산 8만 명의 소액주주들은 불안에 떨게 됐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적폐로 몰려 상장폐지될 것이란 흉흉한 소문까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바이오가 분식의 아이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 위기에 까지 몰린 것은 분식회계 의혹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조5000억원 규모의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법인을 검찰 고발하고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했다. 과징금 부과 등 제재도 의결했다. 검찰 고발 조치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는 11월 14일 정지됐다.

이 같은 분식 의혹은 지난 2015년 말 미국의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에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바뀌었다.

이 영향으로 설립 후 4년째 적자였던 삼성바이오가 2조원대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내는 흑자 기업으로 전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는 지난해 2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문제를 제기했고, 두 달 후 금융감독원은 특별감리를 전격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회계업계는 IFRS 기준에 따라 문제없이 처리한 회계라고 반박했다. 증권업계에서도 과거 회계기준을 문제 삼아 현재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쳐선 안 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2018년 5월 금감원은 “특별감리 결과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상에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에피스에 실질적 지배력을 미치는 상황에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논리였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 지분을 ‘50%-1주’로 확보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권리를 갖도록 계약을 맺었지만, 당시에는 이를 공시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금감원의 지적에 따라 증선위는 수차례 논의 끝에 지난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가 빠진 부분에 대해 “고의로 누락한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삼성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데 대해서는 답을 내지 못하고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누락 부분은 고의가 맞지만 분식회계에 대해선 같은 정부 기관끼리도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핑퐁게임을 했다”며 “재감리가 요청된 이후 박용진 의원 등 정치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라고 제시한 내부 문건 등도 모두 결정적 증거가 되지 않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최대 쟁점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다. 정치권에서는 자회사 회계처리 하나만으로 적자기업이 흑자가 됐다는 것에 의혹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신약 개발과 그로 인한 기업가치 폭등이 다반사인 바이오업계에선 흔한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 과정을 보면 이 같은 의혹에 객관적 잣대가 결여됐음을 알 수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0년 바이오·제약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후 2011년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2012년 2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연구개발(R&D)을 위해 미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젠과 합작 형태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웠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5%, 바이오젠이 15%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2011년 12월 6일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을 위한 합작 계약을 체결하면서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을 삽입했다. 해당 약정에 따라 바이오젠은 2018년 6월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었는데,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했다.

업계에선 계약 구조상 미국 바이오 합작사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처음에는 안전장치를 한 셈이고 이후 기업가치가 높아지자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늘린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2년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했다’는 논리를 따르려면 이 같은 기업가치 상승을 미리 예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012년 설립된 바이오에피스가 계속 적자를 보고, 성공 확률이 낮을 땐 바이오젠이 에피스 지분을 확보할 의사가 강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약 개발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 것이고 IFRS에 맞게 에피스 지위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게 논리에 맞다”고 항변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동현 회계사는 “가뜩이나 IFRS 도입 이후 회계 처리를 할 때 회계사들이 참조할 판단 기준이 부족한데 (금융 당국이) 사후 적발 및 징계 위주로 제도를 운영하면 기업들의 회계처리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FRS는 개별 회계 기준에 대해 기업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회계부서를 압수수색한 1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로비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잠재적 기업 가치가 높은 종속회사를 미국 기업과의 합작 회사 형태로 갖고 있다가 이 업체의 가치가 높아지자 회계기준을 변경했고 이를 통해 영업외 순이익이 급증하는 ‘로또’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후 성과만을 갖고 고의적 분식을 따지는 것은 지난 2011년부터 IFRS를 도입한 국가로선 맞지 않다는 것이다.

2011년 이후 나온 굵직한 대형 회계 분식 기업으로는 STX, 대우조선해양, 모뉴엘 등이 있었다. 손혁 계명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IFRS는 도입 유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적용 수행하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그동안 나온 대형 분식회계는 그 고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재량권을 최대한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거래 재개된 삼성바이오, 전망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가 12월 11일부터 재개됐다. 11월 14일 거래가 정지된 이후 19거래일 만에 매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끊임없는 고의 분식 회계 혐의를 물어 금감원 등 정부는 한국거래소에 상장 폐지 여부를 맡겼고 그 결론은 상장 유지로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여부를 이 종목이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로 넘어온 지 1주일여 만에 빠르게 판단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정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기심위는 상장 적격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재무상태와 투자자 보호, 경영 투명성 등으로 이 종목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했다.

기심위는 교수, 회계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15명 중 6명, 거래소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기심위는 2018년 12월 말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유지나 상장 폐지, 개선 기간 부여(1년 이내) 중 하나를 결정하기로 하고 이날 첫 회의를 열었다.

논의 중 진통을 겪을 것이란 애초 예상과는 다르게 곧바로 결론이 나왔다. 법률·회계적 판단으로 보면 거래 재개를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총 순위로 보나 소액주주 숫자로 보나 상장폐지할 명분 자체가 없었다”며 “법률 및 회계 전문가들이 검토한 끝에 오래 끌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기심위는 만장일치로 이 종목의 거래 재개를 결정한 셈이다.

논란이 됐던 회계 분식 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풍부한 자금력 앞에선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4조5000억원을 분식으로 가정해 모두 반영해도 자기자본이 2조3000억원이 돼 자본 잠식 상태가 아니다”라며 “재무 안정성 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 재개된 11일 오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현황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영 투명성 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거래소는 이 업체의 개선 계획이 분명한 만큼 이를 반영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경영 투명성은 분식회계 이슈로 인해서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지만 업체 측에서 개선 계획을 냈다”며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등 개선 계획을 제시했는데 이를 3년마다 점검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단적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다. 2016년 95.6%였던 가동률은 작년 98.94%에서 2018년 3분기 76.22%로 크게 하락했다. 이 업체의 지난해 3분기 실적은 매출 1011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이었다.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19.4%(243억원), 영업이익은 55.7%(132억원)가 감소했다.

그러나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난 만큼 이 종목 실적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가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창사 이래 지금까지 약 4조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BMS, 로슈, 썬파마 등 다국적 제약사에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을 맺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영업이익은 1468억원으로 2018년(662억원 예상)보다 12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식시장 하락세가 지속되더라도 바이오주의 주가 흐름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 정지 기간(11월 14일~12월 10일) 동안 다른 바이오주들은 주가가 급등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불황기에도 바이오주를 비롯해 제약, 게임 등은 안정적인 흐름을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문일호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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