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년 월 제 호]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막 오른 ‘주주행동주의’ 제2의 한진칼 찾아라… 저배당·지배구조 개선 필요 기업에 눈길
기사입력 2019.01.07 10:36:58 | 최종수정 2019.01.07 10:57:27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2018년 10월 말 한진칼 지분을 9% 매입했다고 공시한 KCGI(일명 강성부 펀드)는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기업들의 경영권에 도전장을 내미는 주주행동주의가 외국계 헤지펀드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온 탓에 ‘한국형 엘리엇’의 등장으로 금융투자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과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등에 업은 주주행동주의가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급부상하면서 저배당기업과 지배구조 개선 여지가 있는 지주회사 등 수혜주 찾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2018년 7월 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국내 기관들도 속속 동참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제 주주권 행사 강화는 시장의 트렌드가 됐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전에도 지배구조 개편과 연계한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은 있었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자금의 위탁을 맡기는 ‘큰 손’ 국민연금이 사실상 이를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커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배당성향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등 주주 환원 정책을 늘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기관투자가들의 주주행동주의에 앞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한발 앞선 기업들의 주주환원책도 잇따르고 있다. 자사주 취득과 소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대 그룹 계열사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규모만 24조원에 달했다. 삼성그룹이 19조원, SK그룹이 3조원, 현대차 그룹 역시 지난해 6350억원, 올해 55590억원의 자사주를 취득 소각했고, 롯데그룹 역시 661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주주행동주의 서막 알린 ‘강성부 펀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2018년 11월 14일 강성부 펀드의 한진칼 지분 9% 매입에 ‘한국형 행동주의의 서막’이라는 타이틀을 선사했다. 한국은 수년간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다양한 논란을 겪어왔는데, 일감몰아주기와 경영권 승계 이슈 등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포인트가 존재해 왔다. 다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투자금 규모를 보유한 특성화 펀드가 존재하지 않아 실제 전략 실행에는 한계가 있어 왔다는 평가다.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는 LK파트너스 출신인 강성부 대표가 독립해 출범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다. KCGI 블라인드 펀드는 출시 1개월여 만에 14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몰렸는데 한진칼에 투자한 KCGI 1호 펀드의 만기는 최장 14년에 달한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대상을 미리 정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펀드를 설정하고 우량 투자대상이 확보되면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금의 기본적인 운용계획은 짜여 있지만 실제로 어떤 상품에 자금이 투입되는지는 고객은 물론 운용사도 사전에 알 수가 없는 게 일반적이다.

강성부 대표의 검증된 트랙레코드는 펀딩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강 대표가 LK파트너스에서 진행했던 요진건설산업 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요진건설은 당시 회장이 갑작스레 작고해 상속세를 마련할 자금이 필요했는데 LK파트너스는 5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후 요진건설 지분을 2018년 1월 1대 주주에게 되팔아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한일시멘트·신한금융투자와 구성한 컨소시엄이 경쟁사들을 제치고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강 대표가 상당히 영리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검증된 트랙레코드를 통해 확보한 자금력과 한진칼의 열악한 지배구조, 무엇보다도 사회적 여론이 그의 편에 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보인 행보이기 때문이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강 대표에게 가장 큰 힘은 여론이 한진칼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며 “행동주의투자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사회적지레(Social Lever)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업의 사례를 적시에 발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한진칼은 그동안 진행된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와 오너 일가 이슈 등 사회적인 관심과 더불어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여기에 한진칼은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28.95%로 최대 주주 지분율이 30% 미만에 불과한 데다 소액주주가 58.38%를 차지하고 있어 지분이 소액주주들에게 상당수 분산돼 있는 구조로 줄곧 행동주의 공격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해 왔다.

업계에서는 강성부 펀드가 보통결의사항에 해당하는 사안부터 한진칼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장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기보다는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표대결 시도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임원의 해임, 자본금의 변경, 회사의 합병·분할·분할합병 등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우호 세력을 먼저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강성부 펀드가 임기 만기가 도래한 3인의 이사 공석에 대해 신규 선임을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지레’를 활용한 우호세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사 해임이 가능한 수준이 되면 사실상 회사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사도 주주 활동 본격화

민간 자산운용사들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한 주주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저배당 기업을 콕 집어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가 하면 재무구조 개선, CB(전환사채) 발행 자제 등 주주로서 내놓는 상장 기업에 대한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2018년 자산운용사에서 배당 확대를 요구받은 상장사 18곳 중 8곳은 배당금 지급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나 기관투자가들 입김이 강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매일경제가 각 자산운용사 스튜어드십 코드 공시 현황을 종합한 결과 2018년 자산운용사에서 배당 확대 요구를 받은 곳은 18개사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컴투스, 넥스트아이, 지니뮤직 등 코스닥 상장사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 한화케미칼, CJ제일제당 등 코스피 상장 대기업 계열사도 다수 포함됐다. 신한지주와 우리은행 등 전통적으로 고배당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사마저 자산운용사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진행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에서 배당 확대 요구를 받은 18개사 중 8개사는 2017년 성과를 토대로 2018년 지급을 결정한 배당금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주주 서한을 보내 태광산업과 KISCO홀딩스에 올해 배당금 지급 확대를 요구했는데,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태광산업은1750원에서 1925원으로, KIS CO홀딩스는 180원에서 250원으로 주당 배당금(DPS)을 올렸다.

특히 대림산업은 짠물 배당을 이유로 복수의 운용사들에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하이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꺼내든 배당 확대 요구에 대림산업이 2018년 지급을 결정한 주당 배당금은 1000원으로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민간 자산운용사들의 투자 상장사에 대한 배당 확대 요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지급 규모를 확정하는 3월 외에도 연중 진행되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은 지난 2분기 들어 우리은행, SK이노베이션, 신한지주 등에 배당 정책 강화를 요구했다. 우리은행(4.43%) SK이노베이션(3.92%) 신한지주(3.88)는 배당 수익률이 국내 상장 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인 2.7%를 크게 웃돌았지만 자산운용사의 배당 확대 요구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주주 활동에 나서게 되면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민간 자산운용사들의 관여 활동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금을 위탁한 민간 자산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이행 여부에 따라 위탁운용사 선정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하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하게 되면 운용사들의 주주 활동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일부 민간 자산운용사는 배당 확대에 그치지 않고 CB 발행 자제 요구, 재무구조 개선 요청, 배당 방식 변경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2018년 5월 KB자산운용은 골프존이 950억원을 들여 조이마루 사업부를 양수하려는 계획을 저지시켰고, 코스닥 상장사 넥스트아이에 대해서는 CB 발행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주주환원 확대

저배당株·지주사 투자 매력 쑥


국내에서 주주행동주의가 본격적인 시작점에 서면서 지주회사들도 주주환원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에 지주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배당성향이 낮았던 일부 지주사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전에도 지배구조 개편과 연계한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은 있었지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확산에 따라 본격적으로 기업들도 배당성향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국민연금이 과소 배당을 이유로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표를 던진 곳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상장사 10곳의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표를 던지고, 이중 2곳을 저배당 블랙리스트로 올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대리바트·한국공항·케이씨·광주신세계·S&TC가, 코스닥시장에서는 대양전기공업·원익IPS·휴온스가 국민연금이 지목한 과소배당 기업으로 지정됐다.

국민연금은 2016년부터 ‘배당 관련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해당 결과를 의결권 행사와 연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업과의 대화 이후 다음 정기 주주총회까지 배당정책을 바로 잡지 않으면 비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3년째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통해 기업명 공개 결정을 내린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 정책 미개선 상장사 4곳의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뒤 이들을 비공개 중점관리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 중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가 첫 저배당 블랙리스트 공개 사례다.

증권 업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연기금의 배당 압박이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돼 배당성향이 약한 기업을 미리 담는‘역발상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연기금이 저배당을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이 향후 실제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이 증가할수록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의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다”며 “그동안 상장 이후 처음 현금 배당에 나선 기업이나, 10년 이상 현금 배당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종목 등 보수적인 배당 성향을 가졌던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부 KCGI 대표

한진그룹 사옥



여기에 제2의 한진칼을 찾으려는 증권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한 모습이다. 한진칼은 KCGI가 9% 지분을 확보했다는 공시 이후 지난 12월 14일까지 주가가 34% 껑충 뛰었다. 저유가가 항공주의 실적을 개선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기업 가치 제고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증권사 역시 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가능한 지주사를 속속 분석하며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지주사는 그룹을 장악하고 자회사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한 대주주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시가총액을 상회하는 자산가치를 보유했음에도 주가는 저평가됐다”며 “이런 저평가가 행동주의펀드로 하여금 지분 취득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지주사의 주주환원 강화와 지분가치 할인율 축소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지주사 비중확대와 함께 SK, 두산을 최선호주로 유지한다”며 “이밖에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투자자산을 보유하고서도 배당성향은 낮고 배당금 지급이 적은 한진칼, 한솔홀딩스, 대림산업, 한라홀딩스, LG상사, 롯데지주, 현대중공업지주, 현대그린푸드, 조광피혁 등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역시 두산과 SK를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큰 기업으로 꼽았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은 적극적인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자체사업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SK의 경우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한 가치가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업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현금 소요를 감안하면 SK의 지주사 현금흐름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2019년에 증시가 박스권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이라면 주주행동주의를 활용한 투자 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시장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규제 샌드박스로 본 혁신금융… 휴대폰서 내 대출금리 한눈에 비교 블록체인 활용해 주식·부동산 투자

‘FAANG’ 지고 ‘MAGA’ 시대 온다

파크원 등 여의도 초고층 15년 만에 분양… 3.3㎡당 3500만원 웃도는 분양가 부담

잠실 초고가 주택 시그니엘 누가 분양받았나 기업오너·연예인 많아… 3명 중 1명은 현금 구매

아파트 층간소음 지옥에 벽식 대신 기둥식 구조 뜬다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