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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70달러 시대… 유망 원자재 펀드는-산업 수요 살아나는 비철금속 유리 변동성 극심한 원유는 단타 나을 듯
기사입력 2018.02.08 15: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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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이니 꼭 10년 전의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하던 시기였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비롯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했다. 당시 시장의 대세 논리는 국제 유가는 브레이크 없이 달린다는 거였다. 조만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길 거라는 무시무시한 추측들이 시장에 떠돌았다. 치솟는 원유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을 견디다 못한 한국전력은 발전단가가 폭발적으로 올라간 탓에 2008년 3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한 푼이라도 기름값을 아껴야 한다는 운전자들 성화에 거리마다 ‘셀프주유소’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기도 했다. 리터당 단돈 몇 십원이라도 싸게 넣을 수 있는 주유소를 찾아 차들이 장사진을 치며 거리에 줄을 설 때였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국제유가는 바로 이듬해인 2009년 그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는 추락을 한다. 때마침 터진 금융위기 탓에 경제성장 동력을 잃은 영향이 컸다.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거라던 국제유가가 2009년 40달러로 추락했다. 2015년까지 배럴당 80~100달러 선에서 횡보했던 국제유가는 2014년 이후 미국발 ‘셰일혁명’이 터지며 이번에는 반대로 하락의 길을 걷는다. 미국이 중동을 제치고 전 세계를 호령하는 산유국 반열에 오르며 석유는 유한자원에서 탈피해 언제든 싸게 캐서 쓸 수 있는 ‘무한자원’의 대열에 오를 판이었다. 2016년 2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무너진 것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기름을 팔아 나라재정을 충당하는 중동, 베네수엘라는 물론 러시아 재정까지 통째로 휘청거렸다.

이제 시장 전문가들 견해는 2008년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기름값이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거라 말하던 전문가들 입에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기 시작했다. 10년도 안 된 기간 동안 예측치가 10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이제 운전자들은 구태여 길을 돌아 셀프주유소를 가지 않아도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 전 대통령 발언 이후 나왔던 ‘알뜰주유소’ 효용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도 나도 차를 몰고 거리에 나오는 바람에 애꿎은 손해보험사 주가가 출렁거릴 정도였다. 손보사 주가는 자동차보험 사고 건수에 주로 좌우되는데, 기름값을 만만하게 보고 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은 사고를 일으켜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는 돌고 도는 법이다. 바닥을 모르던 국제유가가 새해 들어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40달러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유가는 1월, 강한 탄력을 보이는 추세다. 1월 15일 브렌트유 기준 국제 유가는 장중 배럴당 70달러 고지를 넘기도 했다.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원유에 비해 브렌트유 가격이 소폭 높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2014년 말 이후 3년여 만에 70달러 고지를 넘은 국제유가 지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한 번 유가가 상승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사이클을 타고 다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에 베팅하는 ‘원자재 펀드’에 대한 관심도 부쩍 올라왔다. 투자자 관점에서 지금쯤 원자재 펀드에 베팅해야 할 때일까, 아니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관망해야 할 시기일까.

일단 투자 결정을 하기 전에 거시와 미시 변수를 몇 개 체크하고 가야 한다. 거시 변수는 원자재값을 둘러싼 국제 정세다. 기름을 비롯한 원자재값은 지극히 당연하게도 수요와 공급변수에 맞춰 가격이 결정된다.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값은 오른다. 원자재를 많이 사고 싶은 시기는 경기가 좋아질 때다. 상승 추세인 경제상황에 맞춰 공장도 새로 지어야 하고, 공장을 돌리려면 기름이 있어야 한다. 원자재 값이 오를 것 같은 기미가 보이면 투기적 수요가 발생해 가격 그래프를 더 위로 밀어 올린다.



▶원자재 펀드라고 다 같은 것 아니야

일단 현 장세가 경기가 상승하는 국면인 것은 맞다. 각국에서 나오는 경제전망치가 이를 보여준다. 미국 증시는 새해 들어서도 쉼 없이 최고치를 경신하며 달리고 있다. 신흥국 대장주로 떠오른 베트남은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중국과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 인상을 확신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금리를 올리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인 ‘감세안’에 자극받아 미국 제조업 공룡들이 ‘리턴 투 USA’를 외치는 모양새다.

시중 유동성 역시 풍부한 상황이다. 올해 논란의 한 가운데 선 비트코인 이슈는 시중에 돈이 얼마나 많이 풀려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투자처를 찾아 헤매던 유동자금이 비트코인이라는 새 이슈를 만나 시세를 터뜨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강남을 축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이 올해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해도 엄청난 규모로 풀린 시중 유동성이 한번에 회수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이 꿈틀거릴 기미를 보이면 유동성에 기반한 ‘가수요’가 시세 그래프를 더 가파르게 밀어 올릴 가능성이 여전히 팽배한 셈이다.

그 다음에는 미시 변수를 봐야 한다. 원자재 펀드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종류별로 각양각색의 원자재 펀드가 있다. 내가 드는 펀드가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돈을 태워야 한다. 비철금속, 금, 은, 원유, 농산물까지 원자재 펀드로 분류되는 상품은 다양하다. 이들 각각의 전망이 어떤지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비철금속의 전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좋은 편이다. 비철금속이란 철을 제외한 구리, 아연 등의 금속을 말한다. 경기가 활성화할수록 각광받는 투자처다. 특히 올해는 비철금속 산업 전반에서 재고확충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산업 활성화에 자극받은 비철금속 시세가 당분간 더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재고확충 사이클이란 비철금속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본 일선 업체들이 미리 창고에 쟁여두기를 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구리가격은 1월 톤당 7200달러를 돌파해 4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014년 초 이후 최고가격을 경신했던 구리는 잠시 숨고르기 장세를 이어 다시 랠리를 시작한 모양새다.

불과 1년 전인 2016년 구리 시세는 t당 4000달러 초반 부근에 머물러 있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올해 구리 공급이 달리는 국면이 이어진다면 구리 시세는 올해도 고점을 넘어 더 달릴 수 있다.

게다가 남미 주요 구리 광산에서 파업이 벌어지면서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중국 상위 제련업체들이 감산에 돌입하며 공급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반해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른 구리 수요는 올해도 견조할 전망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일 경우 전선 등에 필요한 구리 수요는 더 늘어나는 구조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등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역시 구리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있는 점도 투자포인트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상당수에 구리가 필요해 구리는 ‘4차 산업혁명’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급 측면 변수로 인해 12월까지 조정 국면이었던 구리 가격이 반등하는 모양새”라며 “올해도 구리 가격의 견고한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 비철금속인 아연은 한 술 더 떠 10년 이래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1월 톤당 3500달러 안팎까지 치솟은 아연가격은 2007년 중순 이후 가장 높은 시세에서 거래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2006년 세웠던 최고기록(톤당 4580달러)을 경신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급등하는 아연가격 랠리 역시 구리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이다. 아연의 최대 생산국은 중국이다. 전 세계 물량의 약 40%를 중국이 공급한다. 하지만 채굴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지는 탓에 중국 광산 상당수가 문을 닫고 있다. 호주와 아일랜드의 유명 광산도 폐업에 돌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니켈·알루미늄·납 가격도 모두 3~4년 이래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 중이다. 비철금속 치고 오르지 않은 상품이 없을 정도다. 시장에서는 문을 걸어 잠근 주요 광산이 생산재개에 나서더라도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시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최소 올해까지는 비철금속 가격 랠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파업 중인 칠레 북부의 구리 광산



▶농산물 펀드는 손절매가 대안…수익률 예측도 힘들어

이 같은 전망을 가져간다면 비철금속 등 광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는 여전히 투자유망상품이 될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17일 기준 블랙록월드광업주펀드(헤지형) 1개월 수익률은 16.37%에 달한다. 슈로더이머징원자재펀드 수익률 역시 10.74%를 기록 중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차원에서 산업금속에 대한 재고 확충에 나서고 있다”며 “금속 시세가 많이 올랐지만 올해도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원유펀드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원유가격은 유독 시기에 따라 등락이 심한 편이었다.

10년도 안 되는 사이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거란 예측이 나왔던 유가가 20달러 밑으로 추락할 거란 전망으로 뒤바뀌는 게 원유 시세다. 따라서 지금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던 원유 시세가 더 갈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반대로 다시 방향을 하방으로 잡고 하락 일변도로 내리 꽂을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뜻이다.

이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투기적 수요도 가장 많은 상품 중 하나다.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가격이 쉽게 오간다. 국가별로 원유를 바라보는 관점도 첨예하게 얽혀 있다. 산유국들이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사실상 담합에 가까운 ‘감산’을 허용하는 곳이 원유 시장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수많은 변수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두 다 정확히 예측에 대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 오늘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감산 결정이 불발돼 원유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탔다가, 어느 한 곳 송유관에 불이 나면 다시 반대로 치솟는 게 원유 가격의 실체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일단 시세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급이 타이트해 작은 변수에도 시세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여기서 갈등이 불거지면 원유 시세 그래프는 위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미국 원유 재고 감소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때 원유 시세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던 ‘셰일오일’이라는 변수는 여전히 강력하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64달러를 넘어선 이후 미국 내 셰일오일 시추공수가 10개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며 “유가가 올라가면 미국 산유량 역시 덩달아 오를 수 있어 미국발 공급 증가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1월 17일 기준 삼성KODEX WTI원유선물특별자산ETF(헤지형),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ETF 1개월 수익률은 12% 중반대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원유 가격 특성상 방망이를 짧게 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언제든 수익률 그래프가 하락세로 반전할 수 있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만 10% 넘게 손실을 낸 농산물 펀드는 전망치를 제시하기조차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펀드를 들고 있는 투자자는 손절매에 나서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한BNPP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펀드,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ETF, 삼성KODEX콩선물특별자산ETF,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지수펀드는 1년 수익률이 -10%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유럽과 미국 등 주요 곡창지역 작황이 좋아 농산물 재고가 크게 늘어난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올해 역시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 자체가 힘들어 수익률 전망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홍장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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