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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실적개선 두 마리 토끼 노린다…엘리엇 지속적 반대에도 모비스 중심 개편 추진 新車 효과 실적 좋아지면 주주 마음 돌아설까
기사입력 2018.12.04 11: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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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

현대차의 현재 상황을 표현하는 수식어다. 글로벌 무역전쟁의 포성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해외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고 국내에선 지배구조 개편 숙제 ‘꾸러미’를 받아든 상태다. 그러나 터널이 길어도 반드시 끝은 있다.

현대차는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수정·보완해 연내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국내외에 신차를 대거 출시해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도전하고 있다. 문제는 엘리엇 등 기존 주주들의 마음을 돌릴 비장의 카드가 있는지 여부다.

현대차 대 엘리엇의 갈등

○시기 ○내역

3월 28일 현대차, 모비스 사업 떼내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 발표

4월 4일 엘리엇, 현대차그룹 지분 1조 보유 밝히고 개편안 개입 의사

4월 23일 엘리엇, 현대차와 모비스 합병 통한 지주사 전환 제안

5월 2일 엘리엇, 국가소송(ISD) 중재의향서 정부에 접수

5월 11일 엘리엇, 지배구조 개편안 반대표 시사

5월 21일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 잠정보류 선언

9월 7일 엘리엇, 현대차에 일부 계열사 합병 제안

11월 14일 엘리엇, 지배구조 개선은 다른 주주들과 협업할 것 제안

▶가깝지만 먼 지배구조 개편

LG그룹이 모범적 지배구조로 정부의 칭찬을 받을 때 한편에선 현대차그룹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여러 고리의 순환출자 고리로 지배구조 면에선 낙제점을 받아왔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7.0%), 현대차(4.0%), 현대제철(11.9%)의 지분을 보유하며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이 23.3%로 가장 많은 채로 현대차와 기아차를 각각 1.8%, 1.7% 들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현대모비스가 16%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 현대차가 33.9%의 지분을 가진 기아차 등 핵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여기서 순환출자 고리가 생긴다. 기아차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를 16.9%나 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순환출자 고리를 문제 삼았다. 지분 구조가 보다 단순·명료해야 하며 오너들이 핵심 계열사 지분을 더 많이 사들여야 한다며 압박을 준 것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현대모비스에서 AS·모듈 사업부를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정 회장 부자(父子)가 다른 계열사들이 보유한 존속 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이면 기존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라는 순환출자 구조는 깨끗이 해소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투기자본으로 유명한 미국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 개입 의사를 밝히며 현대차그룹을 긴장시켰다. 엘리엇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매입한 후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로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사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한 바 있다.

엘리엇은 자신들이 현대차 등 현대차그룹의 지분 1조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후 시간을 두고 계속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다른 대안을 제시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표적인 엘리엇의 대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안이다. 이같은 엘리엇의 대안은 국내법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어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딴지걸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엘리엇이 지난 5월 11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시사하자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이 따라붙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 현대차그룹은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까지 반대 입장을 내놓자 표 대결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48%에 달해 외국계가 뭉칠 경우 지배구조 개편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21일 기존 개편안에 대해 잠정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개편안을 거둬들이면서 “시장과의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며 “사업 경쟁력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정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후계자임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개편안이 보류된 결정적 이유는 분할 및 합병 비율이다. 주주들은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을 떼 주면서 글로비스와 합병할 때 정의선 부회장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고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존속 모비스와 분할 부문을 순자산 기준으로 79대21로 나누고 현대모비스의 분할 부문과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6대4로 산출했다. 여기에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분할·합병은 업계에서 인정하는 방식 중 하나로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의 압박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할 때 오너들에게 유리한 진행은 시장 논리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주주들을 위해 미래 사업 가치를 부여하고 실적을 끌어 올려 주가가 오를 때 장기적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지만 주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엘리엇은 지속적으로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엘리엇은 11월 현대차그룹 이사진에게 보낸 서신에서 글로벌 자동차 컨설팅사 콘웨이 멕켄지의 ‘독립분석보고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대차그룹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로 현대차는 8조~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과거 잉여현금 흐름의 불투명한 운용으로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다”며 “주주환원 수준이 계속해서 업계 기준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금 흐름에 대해 일관되지 못한 보고 방식으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사업으로 발생하는 실제 현금 흐름이 왜곡되거나 불투명하다”고도 했다.

일단 기존 주주들은 이 같은 엘리엇의 압박을 지켜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 포함된 계열사들의 주가가 올 들어 크게 하락하면서 배당이라도 많이 받아볼 심산이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남은 현금을 배당으로 소진하면 투자자금이 부족해 향후 실적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낮아진다. 현대차의 일부 장기 투자자들은 엘리엇과 한국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불편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실적 기사회생의 아이콘은 SUV

결국 복잡한 실타래를 풀 열쇠는 실적 개선이다. 실적이 좋아져 현금이 쌓이면 배당여력이 충분해져 지배구조 개편 때 주주환원을 통해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할 ‘당근’이 생기게 된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과 실적 개선에 조급증을 내지 않고 중장기 전략을 갖고 대응 중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올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차 판매 부진을 겪었지만 현대차는 올 3분기에 대규모 비용을 실적에 반영하며 실적 악화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비용 요소를 미리 반영해 내년에 제대로 반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대차는 올 3분기에 8년 만의 최악의 분기 실적을 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침체에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112만1228대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싼타페 등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호조 지속에도 불구하고 영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17만1443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시장의 경우 그동안 고전했던 북미 지역과 서유럽 지역이 다소 반등했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전년 동기 대비 -6.2%)과 중동 동남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6.9%), 인도(-2.7%) 등 신흥시장의 판매 감소는 두드러졌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의 판매량이 증가하긴 했지만 이 지역에서는 신흥국 통화 약세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3분기 실적 부진으로 올해 사업계획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차는 연초 올해 판매 계획으로 467만5000대를 제시했으나 3분기 누계 기준으로 336만 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 재경본부장 최병철 부사장은 “남은 4분기 동안에 미국 시장에서는 신형 싼타페 판매를 본격화하고 투싼 개조차를 출시하는 만큼 신형 SUV를 중심으로 판매 확대에 주력하겠다”며 “중국 시장에서도 성수기인 4분기에 판매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의외로 일시적 비용이 대거 포함된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에어백 제어기 리콜 비용과 국내 시장에서 엔진진단신기술(KSDS)을 우선 적용하면서 일회적 비용 5000억원 가량을 미리 회사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KSDS는 엔진의 진동을 감지해 차량을 진단하는 시스템으로 차량에 적용되면 엔진 품질 문제를 사전에 차단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도입되면 비용 문제로 신차부터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현대차는 3분기에 이미 판매 중인 차들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3분기 중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비용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올 4분기부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예상도 나온다. 4분기 신차 판매에 주력할 경우 실적 회복도 내다볼 만하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신형 싼타페 양산이 시작된 이후 미국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실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공장 가동률도 2분기 86%에 불과하던 것이 3분기 92%까지 상승해 4분기에는 90%대 후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구형 모델을 판매할 때 주어지는 차량 인센티브도 점점 줄어들면서 판매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차는 향후 SUV 등 신차 라인업 강화로 수익성 회복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최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SUV와 럭셔리 차량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내년부터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하는 등 SUV 라인업을 늘리고 지속적인 원가절감 활동으로 수익성 회복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의 경우 SUV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 SUV 판매 비중이 사상 최고치인 46%까지 상승한 상태다.

이 덕분에 미국판매법인 손익도 전년 대비 대폭 개선돼 내년에도 두 종류 이상의 SUV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계획이다.

현대차 GBC 부지



▶신용등급 강등에 무역전쟁은 위협

아직까지는 재무구조가 우량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현대차의 현금성 자산에서 장·단기 차입금을 뺀 순현금 자산은 작년 말 -5조881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조7790억원으로 오히려 개선됐다. 또 부채비율도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문제는 최근 들어오는 돈은 감소하는데 나가는 돈은 증가하는 전형적 현금 유출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현금흐름을 도와준 배당금 수입은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BHMC)가 올해 무배당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실적 부진 속에서도 5923억원을 배당하며 현대차의 현금창출력을 뒷받침했지만 올해는 현지 판매 부진으로 이마저도 어려울 전망이다. 또 향후 그룹이 추진해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설이 본격화되면 추가 자금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계열사들이 십시일반으로 한국전력 용지를 사들여 개발한 대규모 복합단지는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내놓은 주주환원정책도 자금 압박 요소다. 올해 자사주 신규 취득에 약 4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끊임없이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현대차와 같은 국내 업체들에겐 예고된 실적 악재다.

악재가 겹치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중이다.
무디스는 현대차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제시했으며 S&P도 글로벌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다. 이처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해당 업체의 자금조달과 상환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올 4분기 실적이 턴어라운드하지 않으면 국내외 대외변수 악재를 버티기 힘들다”며 “자금 여유가 생겨야 지배구조 개편도 연내 재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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