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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에 몰리는 은밀한 돈 ‘크립토펀드’ 국내 토종펀드는 규제에 투자 꿈도 못 꿔
기사입력 2018.12.04 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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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탄생 10년을 넘어선 비트코인을 필두로 다양한 암호화폐가 금융시장을 대체·보완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암호화폐와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은 투자시장으로 이어져 글로벌 자본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범위를 넘어서 신뢰의 탈중앙화를 통해 금융은 물론 정책, 의료, 엔터테인먼트, 스마트 계약 등 전 산업에 걸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흔히 ‘인터넷의 진화’로 칭해지는 블록체인 혁명은 과거 닷컴의 성장세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며 관련분야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코인공개(ICO) 피해 늘어나며

글로벌 크립토펀드에 자금 몰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하게 기업설명서와 유사한 백서(White Paper)를 통해 투자가치를 판단하고 암호화폐공개(ICO)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모집방식이 SNS 등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지며 일명 ‘다단계 스캠사기’의 타깃이 되어 피해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방식은 거래소 등을 통해 암호화폐에 투자하거나 채굴에 나서는 방식이다. 다만 고점 이후 시세가 지지부진한 토큰이 대부분이고 참여자가 늘어나며 채굴을 통한 ‘채산성’도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다.

직접투자가 어려워진 환경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곳은 바로 간접투자 상품인 크립토펀드(Cryptofund)다. 블록체인 전문 리서치 업체 ‘크립토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크립토펀드는 약 300여 개에 이르며 운용 자산은 50억달러(약 5조665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던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 안데르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와 같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의 거물 등도 크립토펀드를 직접 운영하거나 지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안데르센 호로위츠가 올해 조성한 펀드 ‘a16z’는 기존 주식, 전환사채 등 전통자산에 투자하던 그의 펀드와 달리 오직 암호화폐관련 기업과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이외에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암호화폐 매거진을 발간하는 VCG도 크립토펀딩을 조성해 투자를 준비 중이다. 지난 10월 말 열린 ‘ABF in Seoul’의 메인행사 ‘fuze 2018’에서 오타비오 올리베이라 VCG 이사는 “컨설팅과 뉴스를 제공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크립토펀드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약 3000만달러(약 342억원) 규모를 목표로 모집 중인 이 크립토펀드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블록체인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크립토펀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벤처캐피털업계의 대부 안데르센 호로위츠,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규제에 막힌 ‘토종’ 크립토펀드

국내에서는 지자체가 펀드조성에 나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2022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서울 펀드’를 조성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가 전체 펀드의 14%(136억원) 가량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민간·모태펀드로 채워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글로벌 크립토펀드시장의 성장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보가 무색하게 국내 민간분야의 투자는 현재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실리콘밸리의 대다수 벤처캐피털이 기존 펀드의 정관을 변경해 간단하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프로젝트에 투자를 집행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규제에 막혀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 펀드 표준규약에 따르면 ‘투자유가증권’은 투자업체가 발행한 주권과 사채권, 기타 유가증권으로서 투자한 대가로 취득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투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는 게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예외적으로 벤처캐피털과 펀드 출자자가 합의해 변경도 가능하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의 모태펀드에 공공기관의 자금이 많이 편입되어 있는 특성상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국내 벤처캐피털 업체 대표는 “소프트뱅크는 물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해외 연기금이 참여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등장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진출의 적기라고 생각했지만 (규제에 묶여) 참여기회를 잃어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업과 토큰에 투자하는 전문 투자회사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네오플라이, 더벤처스, 파운데이션X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벤처캐피털처럼 다른 출자기관의 돈을 받아 펀드를 결성하지 않고 자체 자금을 투입한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뷰티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코스모체인의 토큰 COSM에 투자했다. 네오플라이는 EOS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 DEXEOS, 블록체인 기반 SNS 프로토콜 TTC, 블록체인 기반 보안 플랫폼 센티널프로토콜,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 테라 등에 토큰 혹은 주식의 형태로 투자를 집행했다. 파운데이션X 역시 LYZE, 레이온, ICE프로토콜, 템코, 스핀프로토콜 등 여러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했다.

일반법인 형태의 투자회사와 암호화폐 가격 상승으로 만들어진 국내 크립토펀드들이 우리나라 블록체인 생태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의 성장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십여 개의 투자회사가 집행하는 투자의 건수와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제재로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가 ‘암호화폐 펀드’ 사업을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9월 지닉스는 암호화폐 펀드를 토큰화한 ‘ZXG 크립토펀드 1호(ZXG)’를 상장했다. 투자자가 지닉스에서 ZXG를 사면 이 펀드에 투자, 팔면 환매가 되는 개념이다. 지닉스는 세계 최초 ‘암호화폐 펀드 토큰’이라고 홍보했다. 펀드운용은 VC에 맡겨 글로벌 암호화폐공개(ICO) 등에 투자하고, 지닉스는 이를 상장하는 역할을 맡을 계획이었다. 구조상 외국 운용사가 발행주체이고 암호화폐를 모아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방식이라 지닉스 측은 규제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금감원은 지난 24일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지닉스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집합투자업의 외형구조를 갖추고 ‘펀드’라는 명칭을 사용해 투자자들이 펀드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투자자 유의’를 발표한 지 5일 만에 지닉스는 백기를 들었다.

최경준 지닉스 대표는 2호 상품 취소에 대해 “실질적으로 한국에서 암호화폐 펀드 사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 방침을 따르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크립토펀드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을 언급하는 건 모순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결국 펀드조성은 백지화된 상태다. 지닉스의 중국 운용 파트너사들은 앞으로 한국 거래소를 포기하고, 외국 거래소에 암호화폐 펀드 토큰을 상장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수혜’기업 투자하는

공모펀드 수익률 지지부진

미국에서는 사명에 블록체인을 넣은 기업들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모양새다. 4차산업기술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핵심기술로 블록체인이 부각되면서 관련 기업과 수혜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한국투자글로벌4차밸류체인(주식)’을 선보인 바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성장하는 글로벌 혁신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해외주식형펀드다. 미국의 IT 업종이 주된 투자대상으로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보다 IT대표 기업들에 투자한다.

사모펀드로는 그로쓰힐자산운용이 ‘그로쓰힐뉴패러다임사모전문투자펀드’를 내놨다. 주로 블록체인 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관련 사업체에 투자한 기업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며 블록체인 컨설팅과 시스템을 만드는 IBM, 인텔이나 카카오, 삼성SDS, 그리고 블록체인에 투자하고 가상화폐 리플 지분 10%를 보유한 SBI 홀딩스 등을 편입한다.

이외에 뉴욕증시에 상장한 ETF인 Amplify Transformational Data Sharing(코드명 BLOK)을 50% 편입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상장한 BLOK는 블록체인 관련 종목인 TSMC, 오버스톡닷컴, 디지털개러지, SBI홀딩스 등에 투자한다. 두 펀드는 모두 직접적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고 암호화폐거래소와 채굴기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초기단계다 보니 관련기업들의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으로 펀드의 성과도 정체되어 있다.
한국투자글로벌4차밸류체인증권투자신탁은 최근 1개월·2.29%, 3개월 ·6.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설정액 역시 6억원으로 자투리 펀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플랫폼의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수혜기업에 투자하는 간접상품보다 실생활에 접목될 가능성이 높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몇몇 펀드가 (고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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