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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 허용·전문투자자 요건 완화·세율 인하 개인신용 P2P, 규제완화에 성장 기대감 솔솔
기사입력 2018.12.04 10: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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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간 거래(P2P) 대출이 국내에 발 디딘지 약 10년 만에 본격적인 제도권 금융에 편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1월 17일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P2P연계 대부업체는 총 206곳에 이른다. 올해 3월 등록제를 시행한지 8개월 만이다. 누적 대출액은 올해 5월 기준 3조5037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시기 1조3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동안 3배나 증가한 규모다. 한국 P2P 금융협회 가입 회원사 기준으로는 올해 9월 잔액 2조6826억원을 기록했다.

규모뿐만이 아니다. 본격적인 시장 구축에 도움이 될 만한 ‘트리플 호재’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기관투자가의 개인신용 P2P 투자 허용 검토, 투자 한도가 없는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 요건 완화, 2019년부터 2년간 P2P 금융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 인하 등이다.

그러나 규제의 부재 속에 올해 들어 유난히 P2P 업계 부실 대출이나 사기 피해가 불거진 것도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업계를 키워온 이들은 올해를 ‘성장통의 해(年)’로 기록할 듯하다. P2P가 핀테크 유니콘 기업으로 크기 위한 해법을 내년에는 찾을 수 있을까.



▶금융기관 투자 허용, 시장 파이 키우나

‘금융기관의 P2P 투자’ 검토 소식이 지난 10월 전해지자 금융계 이목이 일제히 P2P로 쏠렸다. 앞서 당국이 유권해석으로 불허했던 내용을 ‘핀테크 등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가 전향적으로 검토에 나선 것이다. 한 개인신용 P2P업체 대표는 “관련 소식이 전해진 뒤 저축은행·캐피탈·카드사·연기금 등 여러 기관투자가들이 연락을 해왔다”며 “기관 쪽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개인신용 P2P 투자는 오래 전 해외에서 금융혁신을 이끈 주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찍이 P2P 금융이 발전한 미국·영국에선 금융기관의 P2P 투자 비중이 보통 50~80% 수준”이라며 “기존의 ‘개인 대 개인의 거래’라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기업·기관·금융사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참여하는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P2P금융은 전체 개인신용대출의 약 4.5%를 담당할 정도로 높은 투자수익은 물론 서민금융을 제공하는 제도로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P2P금융기업인 미국의 렌딩클럽(Lending Club)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현재 일반 법인과 금융기관의 투자 비율이 전체 중 8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물론이고, 카드·캐피탈사 같은 여신전문 금융기관과 연기금, 자산운용사가 렌딩클럽이 취급하는 대출채권을 사거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 같은 금융기관의 투자는 다시 개인 일반투자자들의 투자를 촉진시키고 자금 순환을 늘려 P2P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렌딩클럽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총액은 2014년 10억5500만달러(약 1조6778억원)에서 2017년 17억9500만달러(1조9368억원)로, 3년 만에 약 70%가 늘었다.



▶세율인하 등 개인투자자 투자매력도↑

전문투자자 진입요건 완화도 시장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의 P2P대출 가이드라인 상 개인투자자의 잔액 기준 투자금은 업체당 최대 2000만원(부동산PF·담보대출 투자는 1000만원)으로 제한되는 반면, 법인투자자 혹은 개인 전문투자자는 투자 한도가 없다. 한 P2P 업체 관계자는 “전문투자자가 늘면 P2P로 유입되는 투자금은 물론 전문 투자지식을 갖춘 개인투자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1일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조치를 발표했다.

기존에는 ▲금융투자상품 잔액 5억원 이상이면서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또는 ▲총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전문투자자로 등록할 수 있었다. 등록 절차도 당사자가 금융투자협회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 등 까다로워 올해 9월 말 기준 1943명에 불과했다.

앞으로는 ▲금융상품 5000만원 이상을 1년 넘게 유지하고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또는 ▲부부 합산 소득이 1억5000만원 이상이거나 주택 제외 순자산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다. 절차도 금융투자협회가 아닌 증권회사가 심사하도록 해 한층 간편화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세율 인하도 호재다.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에 따라 2019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P2P 투자로 얻은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이 25%에서 14%로 낮아진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27.5%에서 15.4%로 낮아진다. 투자자의 수익금은 기존보다 16.7% 늘어나는 셈이다.

단 세율 인하는 금융당국에 연계대부금융업체로 등록한 적격 P2P 업체에 투자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번 세율 인하 조치는 한시적이나마 P2P를 ‘제도권 금융 상품’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당초 정부는 P2P 이자소득을 비영업대금 이익으로 보고 25% (지방세 제외)의 높은 세율을 매겼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전문적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라면, P2P 대출은 일부 투자자의 고리대금업 정도로 취급했단 의미다. 그러나 앞으로 2년간은 은행 예·적금과 동일한 14%(지방세 제외)의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투자자가 ‘소액 분산투자’까지 할 경우 실질 세율이 0%에 수렴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투자 매력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채권마다 5000원 또는 1만원으로 나눠 투자하면 ‘원 단위 절사’ 덕분에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통 P2P를 가장한 사기 업체가 ‘고수익 상품’이라며 거액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소액 분산 투자는 건전한 투자 문화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금리 대출 성과… 사회적 경제 이바지

P2P금융 시장이 커지면 중금리 대출 활성화, 가계부채 부담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와 당국의 시각이다.

P2P가 시중은행의 저금리 대출과 제2금융권·대부업권의 고금리 대출 사이에 존재하던 ‘금리 절벽’을 메우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용 1~3등급인 우량 차주는 은행에서 보통 5% 미만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하지만, 나머지 4~10등급은 저축은행·대부업권에서 20% 전후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중금리 대출’의 중요성이 대두돼왔다.

예를 들어 개인신용에 집중해온 P2P 업체 렌딧은 2015년 5월 첫 대출 집행 이후부터 올해 8월 중순까지 약 39개월 동안 대출자가 아낀 이자가 총 100억2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렌딧 차주의 54.2%는 기존 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비교적 낮은 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대환 대출’이었다.

업권 별로, 카드론에서 갈아타는 경우가 47.2%로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 29.2%, 캐피탈 14.7%, 대부업 7.8%, 보험 1.1% 순이었다.

렌딧 측은 “이들 차주가 기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의 평균 금리는 20%였는데, 렌딧에서 대환 받은 평균 금리는 11.3%였다”고 설명했다. 평균 8.7%포인트가 뚝 떨어진 셈이다. 대부업 차주는 28.7%에서 11.7%로 무려 17%포인트가 감소해 가장 큰 폭의 금리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저축은행은 24.8%에서 12.5%로, 카드론은 16.4%에서 10.3%로 각각 금리가 낮아졌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정부의 정책 자금 없이도 민간 자금이 순환해 자발적으로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된 최초의 사례”라며 “정교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기반으로 금융 혁신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임팩트 투자사에서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이익뿐 아니라 사회 문제 해결 등 공공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사 중 한 곳인 옐로우독의 제현주 대표는 “렌딧이 연간 1조원의 중금리 대출을 집행하면 1년에 15만 명의 서민이 총 700억원의 이자를 절약할 수 있다”고 투자 결정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업체 평판 확인하고 리스크 분산 필수

이처럼 급속 성장 중이지만, 올해는 P2P 업계를 뒤흔드는 투자 피해 소식도 유난히 많았다. 2015년 300억원에 불과했던 P2P 대출잔액이 최근 4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하는데도 명확한 법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2P 업체의 부실한 리스크 관리, P2P를 가장한 유사수신업체의 잠적과 횡령, 사기 등 대규모 피해가 속출했다.

한때 ‘업계 3위’로 이름을 떨쳤던 ‘루프펀딩’의 대표는 투자 명목으로 투자자 7000여 명에게서 100억여 원을 모아 다른 곳에 사용한 혐의(사기 등)로 지난 9월 구속기소됐다. P2P 투자 커뮤니티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아나리츠’도 투자자 1만여 명에게서 113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사기 등)로 대표와 임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업체는 즉각적인 검찰 수사가 이뤄졌지만 이밖에도 피해 사례는 많다. 네이버카페 ‘크라우드펀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투자금을 떼이거나 사기를 당한 업체 목록을 만들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 투자 정보 공유가 목적이었던 대형 커뮤니티들이 지금은 대부분 ‘피해자 모임’이 됐다”며 “그 정도로 피해가 많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국내 P2P 업계의 판도가 중금리 등 개인신용 대출보다 부동산 담보·PF 투자에 지나치게 쏠려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P2P의 경우 자산 규모가 빠르게 늘고 고수익도 거둘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실제로 ‘먹튀’, ‘사기’ 등으로 문제가 된 업체 중 다수가 부동산 채권의 연체율을 감당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된 리스크 심사를 하지 않은 경우였다.



▶2019년 P2P 법제화 원년 될까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제화 추진은 확실시된다. P2P 업계는 명확한 제도화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업계에 대한 신뢰도 제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관련 법안을 제출해둔 상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5건이다. 지난해 7월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대출중개업에 관한 법률안’,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온라인대출거래업 및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안’,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박광온·박선숙 의원은 기존 대부업법 개정안에 규제 내용을 담았다.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P2P업체를 금융위 등록 대상으로 하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게끔 규정하고 있다. 이전에는 P2P 플랫폼과 연계한 대부업체를 금융위에 등록하도록 해 우회적으로 감독했지만, 그나마도 행정지도인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고 있어 감독권이 불안정했다. 이밖에 법안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업체의 자기자본 규모, 거래 구조, 누적대출액, 연체율 등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미 금융당국과 법무부, 경찰청 등 관련 기관도 올해 6월 ‘P2P 대출 관련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입법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제대로 된 법률 규제 없이 횡행했던 불법·사기를 근절하고, P2P 업체가 중금리대출 활성화 등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키우겠다는 의미다. 당국 관계자는 “P2P대출에 대한 감독권을 확보하고 P2P대출을 대표적 ‘핀테크’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주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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