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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받는 서울 ‘뉴타운 출구전략’ 7년…한남·수색·노량진·이문 등 해제 대상서 빠진 구역 주목
기사입력 2018.12.04 10: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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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난 7년간 서울시가 강도 높게 몰아붙인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놓인 사업지 곳곳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을 하게 해달라는 주민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은 서울 아파트 수급불균형 및 집값 상승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공급부족 해소를 위해 해제된 정비구역 재지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실수요나 투자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향후 5년 내 서울 도심에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어 현재 남아있는 정비구역의 몸값이 보다 높아질 것인 만큼 이들 사업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빌라 말고 아파트 짓게 해달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평구 증산동 205-33 일대 증산4구역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 앞으로 보낸 탄원서에서 “증산4구역은 건물이 노후하고 기반시설이 없어 화재 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하고 주차시설 등이 부족해 도로에 방치된 차량으로 보행하기도 힘들다”면서 “빌라가 아닌 뉴타운 재개발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토지 등 소유자가 1850명인데 1410명(토지 등 공유자 포함)이 이번 탄원에 동의했다. 김연기 조합추진위원장은 “이미 구역 안에 빌라가 70% 정도로 많고 허용용적률을 채운 상태여서 뉴타운이 해제되면 앞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증산4구역은 부지면적이 17만2932㎡로 수색·증산뉴타운 내 9개 정비구역 가운데 가장 넓다. 2012년 7월 정비구역 지정 당시 2300가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을 세웠다. 지하철 6호선 증산역 바로 앞 역세권에 위치해 입지 매력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8월 조합추진위원회가 설립됐으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의 정비구역 일몰제(조합추진위 설립 후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정비구역 해제) 규정 때문에 구역 해제 위기에 몰렸다. 구역이 넓고 소유자가 많다보니 조합설립에 필요한 찬성률 75%를 채우기에 2년이란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추진위의 설명이다.

추진위는 2016년 8월 도정법 20조 3항(주민동의 30% 이상 받으면 2년 연장 가능)을 근거로 은평구와 서울시에 구역 지정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전체 주민의 사업찬성률이 75%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김 추진위원장은 “정비구역 연장 관련 도정법에는 사업 찬성률 기준은 없는데 시가 구역 해제를 밀어붙였다”면서 “현재 사업 찬성률이 73%에 이르고 연말까지 75% 확보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담당자는 “증산4구역은 조합설립에 필요한 찬성률이 75%가 안됐고 은평구청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결과 해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뉴타운 출구전략은 증산4구역 이외에도 최근 정비구역 곳곳에서 도전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결정한 성북구 성북3구역은 서울시를 상대로 직권해제 효력 정지 처분신청을 제기했고,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연말까지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서울시가 역사문화보존을 이유로 주민의사도 묻지 않고 지난해 3월 직권해제를 결정한 종로구 사직2구역도 조합측이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제기한 정비구역 직권해제 및 조합설립인가 취소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조합이 승소했다.

장위뉴타운 내 최대 재개발 사업지인 장위14구역은 서울시의 직권해제 추진으로 해제 위기까지 갔으나 이달 초 마무리된 주민투표를 통해 살아났다. 성북구청은 최근 장위14구역에 대한 정비구역 유지를 확정 고시했다.



▶아파트 수급 불균형 초래

서울시가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한 ‘뉴타운 출구전략’ 실행 7년 동안 서울 시내에서 절반이 넘는 재개발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서울 새 아파트 공급에서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정비사업(재건축 포함)이 위축되면서 2012년 이후 5만 가구 이상의 공급부족을 초래했고, 아파트 수급 불균형이 최근 서울 집값 과열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가 지난 2012년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한 이후 서울 내 정비구역 683곳 가운데 올해 9월 말까지 절반이 넘는 377곳(55.2%)이 재개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10월 28일 서울시장에 첫 취임한 박원순 시장은 이듬해인 2012년 1월 30일 ‘뉴타운 출구 전략’을 전격 발표했다. 취임 불과 3개월 만에 내놓은 박 시장의 대표 도시정책이다. 1단계 뉴타운 출구전략은 사업시행인가 이전 610개 정비구역에 대해 실태조사와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 주민반대가 높을 경우 해제를 추진하고 매몰비용 일부를 보조하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서울시는 이어 2016년 2월엔 보다 강화된 2단계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놨다. 정비구역 주민 3분의 1이 해제를 요청하고 찬반투표를 통해 찬성표가 전체의 50%에 못 미치면 서울시장이 직권 해제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 조례를 바꿨다. 정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토지 등 소유자 절반 이상이 해제 요청을 하고 주민투표에서 사업 반대표가 50% 이상이어야 해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서울시가 구역 해제를 훨씬 쉽게 이뤄지도록 만든 것이다.

서울시는 뉴타운 해제지역에서 재개발 대신 저층주거지 도시재생을 추진했다. 기존의 낡은 단독주택을 보수하거나 연립·빌라 등 저층 다세대주택을 짓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뉴타운 출구전략과 소규모 정비사업 중심의 주택정책이 서울 아파트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0월 개최한 ‘주택시장 안정화방안’ 세미나에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주택 공급 및 수요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울의 연평균 주택 공급량이 6만4000가구로 연평균 주택 수요량 5만5000가구보다 많지만 아파트 공급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아파트 수요는 연 4만 가구인데 실제 공급된 아파트는 연 3만1000가구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6년간 5만4000가구의 아파트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 부족은 공급 의존도가 컸던 정비사업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면서 “수요 대비 부족한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 및 공공임대 물량 확보를 위해 주민동의율이 50% 이상인 해제지역을 정비구역으로 재지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북 집값 격차 더 벌어져

지난 7년간 진행된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은 도심 아파트 공급 부족에서 파생된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10월 시장에 첫 취임한 이래 줄곧 뉴타운 출구전략과 함께 강남·북 균형발전을 정책 목표로 외쳐왔지만 지난 7년 동안 강남·북 집값은 오히려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부동산 통계를 활용해 박 시장이 첫 취임한 2011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7년 동안 서울 25개 자치구별 종합매매가격지수(아파트·단독·다세대 포함) 평균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동남권으로 분류되는 강남 4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평균 14.3% 올라 강북지역 14개구 평균 9.2%보다 5%포인트 이상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뉴타운 재개발 전략이 집중적으로 실행됐던 이전 7년(2004년 10월~2011년 9월) 동안엔 강남 4개구가 평균 47.7%, 강북 14개구가 평균 55.2%로 오히려 강북이 7.5%포인트나 더 올랐었다.

박 시장은 지난 7월 2일 3번째 임기 첫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강남에 개발이 집중되고 강북이 낙후된 게 사실이다. 관문도시 등 실질적 평등으로 강남·북 불균형 상황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면서 강남·북 격차 해소를 꾸준히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결과는 공염불에 불과한 셈이다.

학계 등 전문가들 대부분은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보다는 세입자와 임차상인 등 보호를 강조하면서 노후화된 강북 주거밀집지역 재개발이 지연되거나 취소된 것이 강남·북 집값 격차가 확대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서울 재개발 해제구역 377곳 가운데 238곳(63.1%)이 강북에 집중됐고, 강남 3구는 6곳(1.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해 올해 5월 발표한 ‘서울시 주택노후도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은지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동은 성북구 정릉동으로 74.9%에 달한다. 이외에도 종로구 창신동(72.2%), 동대문구 용두동(71.3%) 등 노후주택 비율 상위 10개동이 모두 강북 지역이다. 강북의 한 자치구청 관계자는 “정부가 70년대 이후 계획적으로 개발한 강남과 달리 강북 지역은 4대문을 중심으로 6·25 전쟁 이후 언덕과 좁은 골목길을 그대로 두고 단독·다세대 주택들이 계획 없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면서 “전면적인 재개발이 없이는 제대로 된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최근 강남·북 불균형은 뉴타운 출구 정책 실패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면서 “강북지역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전면적인 재개발을 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정비구역 몸값 상승 주목

전문가들은 실수요나 투자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향후 5년 내 공급될 재개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만큼 살아남은 정비구역의 몸값은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강북 지역 역세권 인근 재개발 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조합원 입주권에는 조합원 분양가격 대비 수억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카페인 ‘부동산 스터디’의 강영훈 대표는 “현재 정부와 서울시 기조는 재개발 사업을 촉진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당분간 신규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르게 말하자면 지금 남아 있는 재개발구역이 당분간 서울 도심의 마지막 아파트 공급물량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002년 은평·길음·왕십리 등 3곳을 시작으로 총 35곳(균형발전 촉진지구 9곳 포함)이 지정된 뉴타운 가운데 상당수는 개발이 마무리 단계이고 이제 한창 사업이 시작되는 뉴타운을 주요 권역별로 보면 ▲서북권의 ‘수색·증산뉴타운’ ▲동북권의 ‘이문·휘경뉴타운’ ▲도심권의 ‘한남뉴타운’ ▲서남권의 ‘노량진뉴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서북권에서 본격적으로 분양이 시작 단계인 수색·증산뉴타운에선 총 9개 구역에서 최대 1만 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하철 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선이 동시에 통과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나 서울 서북권 거점 철도역사인 수색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역세권이다. 인근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양을 앞둔 수색9구역이나 증산2구역의 경우 조합원 입주권 프리미엄이 5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변에 있어 노른자 입지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남뉴타운에서 재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3구역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고, 한남2구역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 대한 서울시 심의를 진행 중이다. 한남5구역도 새 조합장을 선출하면서 조직을 재정비한 뒤 촉진계획변경 관련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흑석뉴타운 개발로 날로 몸값이 크게 오른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8개 구역이 모두 사업을 완료하면 8000여 가구 공급 효과를 낼 전망이다. 노량진8구역이 지난 9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8년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노량진3구역도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서울시 건축위 심의를 통과했다.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 인근 이문·휘경뉴타운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곳은 청량리 재정비촉진지구, 전농·답십리 재정비촉진지구와 함께 동대문구의 대표 재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문1구역과 이문3구역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 및 보상 작업을 진행 중이고, 휘경3구역은 현재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뉴타운 재개발은 사업 마무리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길게 보고 신중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이주→일반분양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장은 토지 등 소유자마다 제각기 처한 사정이 달라 의견대립이 많고 이에 따라 사업이 지연될수록 입주 때 내야 할 추가부담금이 커져 투자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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