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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제에 발 묶인 3기 신도시 후보지 가보니… 광명·시흥·의왕·성남 등 수도권 허가구역 “베드타운 또 만든다고 내 땅 파는 것도 막아”
기사입력 2018.12.04 10: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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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기도 광명·시흥 등 수도권 6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9월 21일 확정 발표한 수도권 신규 택지와 주변 지역의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거래를 묶는 조치다. 중앙정부가 수도권에 대규모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것은 부동산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였던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10월 30일 경기·인천 등 6곳의 공공주택지구와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은 ▲광명 하안동(3㎢) ▲의왕 포일동·청계동(2.2㎢) ▲성남 신촌동(0.18㎢) ▲시흥 하중동(3.5㎢) ▲의정부 녹양동(2.96㎢) ▲인천 검암동·경서동(6.15㎢) 등 6곳 17.99㎢다. 모두 9·21부동산대책에서 신규 택지로 지정된 사업 예정지와 해당 ‘동’의 그린벨트 지역이다. 이번 조치는 11월 5일부터 2년 동안 적용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 없이는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녹지지역은 면적이 100㎡가 넘으면 토지거래와 이용 목적을 제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면 계약 효력이 없어지고 2년 이하 징역 또는 계약 토지거래가격의 최대 30%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땅 투기·지가 상승 등에 대한 우려로 총 3㎢ 면적이 토지허가구역으로 묶여버린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일대는 고요한 침묵이 낮게 깔렸다. 11월 17일 주말을 맞아 방문한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언제 들어설지도 모를 공공주택이 완성되길 기다리면서 팔지도 못하고 몇 년을 기다리란 거냐”며 “이번에 묶이면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데 답답함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곳은 이미 정부가 저렴한 공공택지를 대거 공급하기로 해 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지난달 지구 발표 때 정부가 “허가구역으로 묶을 수 있다”고 예고는 했지만 이날 발표가 나오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의정부에 거주하는 장모 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게 간단히 말하면 국가 허가를 받고 사고팔란 얘기 아니냐”며 “내 땅을 사실상 국유지로 만들겠다는 얘기나 다름없어 보인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 지역 토지소유주 등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공공택지 조성 계획에 대한 불신이다.

이명박 정부는 광명시 광명동과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 보금자리주택을 포함해 9만5000여 가구를 짓기 위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했지만 결국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해제했다. 하남 감북지구 역시 보금자리주택으로 지정됐지만 주민 반대에 부닥쳐 취소됐다. 이 기간 해당 지역 토지주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제대로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채 몇 년간 피해를 입다가 2014년 들어서야 정부가 허가구역을 풀어줬다.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대규모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해놓고 포기한 게 한두 번이냐”며 “재산권을 국가가 제한해 땅을 팔지도 못하게 하고선 정작 피해보상도 해주지 않는데 주민들이 뿔이 안 날 리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지정되면서 정부의 공공택지 추진계획이 빨라지자 집값 하락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더 커지고 있다. 시흥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되면 시흥 은계지구, 목감지구 등 기존 개발지구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결국 줄줄이 부동산이 침체될 확률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지역 분위기를 반영하듯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는 공급지역 해제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청와대 국민청원운동을 펼치고 있다.



▶11년 만에 ‘토지거래허가’ 꺼낸 정부

정부가 11년 만에 수도권에 대규모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새로 지정한 이유는 토지 시장에 몰리는 ‘투기 수요’를 통제해야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공공주택지구가 계속 지정되면 지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져 투기 수요가 극성을 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린 셈이다.

특히 내년까지 신도시 조성 등으로 쏟아지는 토지보상금만 30조원이라 해당 자금이 토지 시장으로 다시 흘러들 것이란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3분기까지 전국 땅값이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는 등 주택 시장이 각종 규제로 묶이면서 개발 재료가 있는 토지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공시가격을 올리는 무리한 정책을 공언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된다. 그래서 시장에선 투기 방지 의도와는 별도로 정부의 무리한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부르고 역효과가 계속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조사한 결과 광명 등 6개 지역의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거래는 ‘공공택지 발표’ 시기를 전후해 심하게 출렁였다. 예를 들어 시흥시 하중동은 올해 1~6월만 해도 한 달 평균 15건 안팎으로 거래됐지만 8월 39건까지 급증하더니 9월 32건, 10월 33건으로 계속 수요가 몰렸다.

특히 이들 거래의 상당수가 완전한 필지가 아닌 ‘지분’ 형태로 거래된 점이 눈에 띈다. 거래 금액이 큰 토지 특성상 개발 호재를 노리고 수요자들이 땅을 ‘쪼개서’ 매매한 후 시세차익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통상 기획부동산들이 미리 땅을 매입했다가 개발 정보를 앞세워 특정 시기에 지분 형태로 땅을 많이 판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선 9월 이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도 나타났다. 시흥시 하중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평(3.3㎡)당 시세가 150만~200만원이었는데 요즘 일부 땅 주인들이 1000만원까지 가격을 높여 부른다”며 “매수자들도 가격이 너무 높아 선뜻 따라붙지 못하는 등 시장 전체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광명시 하안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9월 이후 거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하지만 매도자가 가격만 높이고, 팔겠다는 의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도시 개발 등으로 나올 토지보상금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까지 쏟아지는 금액이 30조원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3기 신도시 지정 계획에서 후보지를 서울과 인접한 지역으로 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은 광명, 과천, 하남 등으로 최근 땅값이 급등한 곳이다.

문제는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앞으로 풀릴 보상금이 대부분 같은 지역 부동산 시장에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토지보상금 29조원 가운데 11조원(37.8%)이 부동산 거래에 쓰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도 토지보상금을 통해 인근 지역에 재투자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뛰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며 “이번 정부에서도 신혼희망타운, 3기 신도시 등 예정지 주변 땅값과 집값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수도권 공공주택지구가 이번 3만5000가구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30만 가구가 계속 발표된다”며 “이와 관련해 땅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규제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택지가 발표된 이후 토지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필요했던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개인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고, 거래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어떤 방향이든 비정상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막는 데 일조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일종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과도한 투기 수요가 발생하는지를 먼저 살피면서 신중히 도입해야 하는데 현시점이 적절한 시기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거래가 묶인 지역은 모두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 21일 신규 수도권 공공택지로 지정한 곳이다. 그러나 당시 발표됐던 공공택지 중 서울 성동구치소와 개포 재건마을은 허가구역 지정에서 빠졌다.

성동구치소는 5만8000㎡ 면적에 1300가구 아파트가 건설되고 개포 재건마을은 1만3000㎡ 면적에 340가구를 짓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 신규 택지는 용지 내에 민감한 문제가 있어서 시에서 알아서 하는 것으로 논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국토부 장관이 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군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체적으로 지정하는 경우도 많다. 허가구역을 지정하더라도 공공택지 용지 전부를 지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 내 토지 중 개발이 완료된 주택·상가 등은 허가구역 대상이 아니다”며 “순수한 임야·대지 등에서 투기 우려가 많은 곳을 선별해 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동구치소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용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고, 개포 재건마을은 시가 땅을 소유하고 있거나 시가 소유한 땅에 불법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다”며 “별도로 허가구역을 지정할 필요성을 현재로선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토부가 언급한 ‘민감한 문제’는 이 같은 불법 건축물 소유자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재건마을 주민들이 시유지에 불법으로 건축물을 짓고 거주한다는 이유로 토지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조치를 취해왔지만 아직까지 퇴거 등 움직임이 없다.

특히 이번 신규 택지지구 중 성동구치소와 개포 재건마을은 반대 여론이 높은 곳이다. 총 1300가구 규모로 개발이 발표된 송파구 가락동 성동구치소 용지 일대 주민들은 반대 시위 등 단체행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23일 송파구 오금공원에서 열린 ‘성동구치소 졸속 개발 반대 범대책위원’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정부의 졸속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부지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복합 문화시설 건설을 추진한 곳이다. 하지만 공급 부족 사태로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결국 손바닥 뒤집기식 결론이 났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광명·의왕 등 주민들 분통

권순도 범대책위원장은 “이곳은 SH공사의 개발기본계획 및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이 진행 중인 곳이다”며 “성동구치소 부지를 오아시스로 만들겠다고 한 박원순 시장과 남인순 국회의원,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주민들과의 약속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렸다”고 규탄했다.

이어 “주민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학교시설, 교통대책은 세웠느냐”며 “주민을 위한 공간은 없고 청년창업시설, 성동구치소 역사관 등으로 채워지는 것은 우리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향후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주민 의견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용어 설명 토지거래허가구역 토지의 투기적 거래 또는 지가의 급격한 상승이 이뤄지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지역에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다.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경우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추동훈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9호 (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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