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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대안 찾는 수도권아파트 1만3000가구…돈 안들이고 새 집 짓는 리모델링에 눈길
기사입력 2018.10.30 11: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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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분양을 통해 기존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사업 분담금을 대폭 낮춘 아파트 리모델링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리모델링은 재건축 못지않은 공사비가 들면서도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최근 재건축이 각종 규제로 막히면서 주택 노후화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 리모델링은 모두 가구수 변화 없이 일대일로 이뤄졌다. 리모델링 근거법인 주택법에서 리모델링을 장려하기 위해 가구 수 증가를 용인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으로 비교적 최근 일이다. 이때 처음으로 리모델링 후 가구수가 1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규정했고 이듬해인 2014년에 15%로 높아졌다. 기존 아파트 최상층 위에 2~3개 층을 추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불가능했던 노후 단지들이 대안으로 리모델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리모델링으로 가구수가 증가하면 기존 주민들의 리모델링 분담금이 줄어들어 사업성이 개선된다. 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는 6월 말 기준으로 총 22개 단지, 1만3275가구에 달한다. 경기도에서는 리모델링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분당 느티마을 3·4단지와 한솔마을 5단지, 무지개 4단지가 가장 앞서 있다.

최근 들어 새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시작한 단지도 적지 않다. 서울 성동구 옥수극동은 최근 정밀안전진단 결과 B등급을 받아 수직증축이 가능해졌다. 1차 안전성 검토와 건축심의, 교통영향평가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후년 이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파동 성지아파트



▶일반분양으로 분담금 낮춘 리모델링 ‘눈앞’

그동안 개별 가구당 면적이 늘어나는 리모델링은 있었지만 가구수가 증가하는 리모델링 시공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수직증축 또는 수평증축을 통한 리모델링 성공 사례가 등장하면 이미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노후 단지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는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위치한 성지아파트가 끊을 예정이다. 이 단지는 현재 구청 리모델링 허가를 앞두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가 2차 안전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리모델링 허가는 리모델링 사업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중 가장 마지막에 이뤄지는 절차다.

현재 298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기존 건물에 3층을 쌓아올리려 한다. 수직증축 과정에서 새로 생겨나는 전용 103㎡ 면적의 4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전용 84㎡였던 기존 가구의 면적도 리모델링 후 전용 103㎡로 넓어진다.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이주와 분양은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용적률이 274%가 넘어 사실상 재건축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던 송파 성지가 처음 리모델링을 추진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일대일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2010년 주택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주택법 개정으로 리모델링 사업성이 크게 향상되자 2015년 사업이 재개됐다. 조합 관계자는 “수직증축이 허용되면서 가구당 분담금이 2억원대에서 1억원대로 크게 줄었다”며 “2015년 4억원대 중반이던 집값이 현재 9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선경3차도 수직증축이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 1월 강남구청에 리모델링 허가를 신청했는데 지난 6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진행한 2차 안전성 검토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공법을 달리 해서 내년 3월 다시 리모델링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리모델링으로 동네가 들썩이는 동부이촌동

동부이촌동 현대맨숀은 서울에서 최초로 수평증축을 통해 일반분양을 추진하는 케이스다. 수직증축이 기존 건물 위에 2~3층을 쌓아올린다면 현대맨숀은 기존 주거동 옆에 붙여서 새로운 주거동을 쌓아올려 가구수를 늘린다.

현대맨숀의 경우 용산가족공원에서 한강변 방향으로 이어지는 단지 내부 도로가 넓다는 점에 착안했다. 현재 653가구인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 후 750가구 규모로 증가한다. 늘어난 97가구는 내년 일반분양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상가건물과 아파트를 함께 리모델링하고자 하는 현대맨숀은 10월 15일 기준으로 총 입주자 712명 중 701명이 리모델링 사업에 동의해 98.5%의 동의율이 달성된 상태다.

이미 건축심의·경관심의·교통영향평가·교육영향평가 등을 통과했고 11월 3일 사업 계획 신청을 위한 권리변동 총회가 열린다. 이어서 11월 중순 사업계획 승인 및 행위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내년 5월 이주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주민들이 착공에 앞서 이주하는 데 5~6개월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내년 11월쯤 일반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조합은 예상하고 있다. 시공사는 포스코건설이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공급면적 105㎡가 리모델링 후 129㎡로 늘어나게 되며 추가분담금은 1억원대 초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부이촌동에는 현대맨숀 외에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지가 5개 더 있다. 한가람·강촌·코오롱·대우는 함께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지금은 각각 다른 브랜드가 붙어있지만 리모델링 후에는 하나의 브랜드가 붙은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통합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통합 리모델링이라 하더라도 개별 단지에서 각각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돼야 한다”며 “각각의 조합을 총괄해 운영하는 지주사 격의 유한회사 설립 방안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동부이촌동 통합리모델링 추진단지에 포함돼 있다가 떨어져 나온 이촌우성도 단독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12명으로 구성된 임시추진위원회가 발족돼 정식 추진위원회 설립을 앞두고 주민들의 의사를 사전 타진 중이다. 수직증축으로 29가구가량을 일반분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임시추진위원장을 맡고 있고 총 243가구에 불과해 빠르게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이촌우성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리모델링에도 프리미엄 브랜드 뜬다

고급 재건축 아파트의 전유물이었던 이른바 ‘프리미엄 브랜드’가 리모델링 단지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재건축 수주전에 활용되는 주요 마케팅 수단 중 하나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대림산업의 ‘아크로’, 대우건설의 ‘써밋’이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리모델링 단지에 적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업계 관심이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처음으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적용된 리모델링 단지가 들어설 전망이다. 지난 9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열리는 제8차 통합리모델링 설명회에는 대림산업 리모델링 담당 부장이 참석했다. 아크로 아파트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아크로리버파크’ 홍보영상을 소유주들에게 보여주고 아크로 브랜드 적용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리모델링 사업은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에 큰 매력이 없었다.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옥수극동은 최근 각광받는 옥수동에 위치해 있음에도 지난해 진행된 두 번의 입찰이 모두 유찰되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리모델링 공사에 드는 비용이 재건축과 비슷한 데다 공사 난도는 오히려 재건축보다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은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수주에 주력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후 재건축을 미루는 단지가 무더기로 발생하자 건설사들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4차 현대아파트와 마포구 성산시영, 강동구 명일동 신동아·삼익그린2차·고덕주공9단지 등 무려 10개 단지가 안전진단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반면 리모델링은 주택법 개정으로 사업성이 높아지면서 추진 단지가 급증하는 추세다.



▶GS건설,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 첫 진출

그동안 아파트 리모델링에 별 관심이 없던 GS건설은 최근 처음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었다. 갈수록 커지는 리모델링 시장을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2차례 시공사 입찰이 유찰된 청담건영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9월 이사회를 열어 GS건설과 수의계약을 맺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공사비는 3.3㎡당 687만원으로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사상 최고 금액으로 책정됐다. 통상 리모델링 공사비가 3.3㎡당 500만원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40%가량 비싼 수준이다. GS건설 관계자는 “현재 지하 2층까지 주차장이 들어서 있는데 지하 4층까지 추가로 주차장을 만들어야 해 공사 난도가 높다”며 공사비가 비싼 이유를 설명했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공사 난도에 비해 공사비가 적어 수주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게 그간 GS건설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면서 노후된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을 미루거나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방침을 바꿨다.

현재 주택법에 따르면 노후된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15%만큼 일반분양을 받을 수 있고 연면적도 최대 30%까지 늘릴 수 있다. 이미 해당 용도 지역에서 한계 용적률에 도달한 아파트가 적은 비용을 들여 새 아파트로 단장하는 방법은 리모델링밖에 없는 상황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에 착수할 아파트 단지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판단해 아파트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청담건영 수의계약 소식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높은 공사비가 책정되는 유사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 재건축에만 이른바 ‘프리미엄 시공’이 인기를 끌었는데 앞으로는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비싼 돈을 들여서더라도 수준 높은 시공을 원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1994년 준공된 청담건영은 19층 높이 2개 동, 총 240가구로 구성된 한강 변 아파트다. 청담건영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8 일대에는 고급 빌라가 많다. 현재 용적률이 397%에 달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지난 2월 강남구청에서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리모델링을 거치면 29가구가 더해져 총 269가구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최대난관

구조안전성 검토와 이주비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에서 가장 큰 난관은 리모델링 허가 직전에 이뤄지는 안전성 검토다. 골조를 그대로 두고 외장재만 바꾸는 리모델링은 구조안전성 검토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안전성 검토를 두 차례에 걸쳐 받아야 한다.

1차 안전성 검토 때는 수직증축 시 안전보강 가능성을 검토하고 2차 안전성 검토 때 수직증축 리모델링 보강 설계 내역을 살핀다. 업계 관계자는 “수직증축을 하면 기존 골조에 하중이 더해지는데 아파트 수직증축을 시공한 전례가 없다 보니 공공기관이 안전성 심사를 상당히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성 검토를 실시할 수 있는 전문기관은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총 2곳으로 제한돼 있다. 법정처리기간은 30일이나 최근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많아지면서 안전성을 검토하는 데 6개월 가까이 소요되고 있다.

이주비 대출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룰이 적용되는 것도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다. LTV 40%를 적용해서는 기존 주거지 인근 전세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리모델링 사업이 줄줄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리모델링 주택에 대한 이주비 대출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중도금·잔금 대출에 대해서도 재개발·재건축 주택과 마찬가지로 은행업감독규정 별표6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사업은 주택법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하고 있어 근거 법규는 상이하다. 하지만 금융위는 ‘낙후된 주거 여건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리모델링 사업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본질적인 성격이 같다고 봤다. 이 때문에 대출 유형이나 방법도 다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LTV는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매매가 기준으로 보면 20~30% 수준밖에 안 된다.
전세가율이 대개 5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주비만으로 인근에서 전세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시공사나 시공사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서 이주비를 대여받는 방법도 있으나 이자율이 7~8%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은 기존 주민의 재정착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정부나 서울시가 선호하는 정비 형태”라며 “진정으로 정부와 서울시가 리모델링을 장려하고자 한다면 이주비 마련이 필요한 리모델링 주민들이 낮은 이자로 융자받을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환진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8호 (2018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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