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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부동산에 쏠린 눈… 펀드에 1년새 10조 몰려 年 6~7% 수익률 목표, 6개월마다 배당도 큰 매력
기사입력 2018.10.11 1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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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는 “이베이(eBay) 오피스에 투자하고 싶다”는 VIP고객들의 문의가 몰렸다. 자산운용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내놓은 사모펀드 ‘하나대체투자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88호(USD펀드)’와 ‘하나대체투자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89호(KRW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고객들이 투자금을 싸들고 센터를 찾아온 것이다. 이 펀드는 구글과 애플 등 세계 IT기업들의 집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산 호세 실리콘밸리에 있는 이베이HQ 의 노스 캠퍼스(North Campus) 오피스에 5년간 투자하고 연평균 6%의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됐다.

투자 대상인 이베이 오피스는 부지면적 약 1만7000평에 들어선 지상 2층, 4동짜리 건물로 이베이가 오는 2029년 1월까지 마스터리스(장기 임대차 계약)했다. 임대차 계약에는 매년 연간 3%씩 임대료를 올리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펀드의 특성상 배당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셈이다.

여기에 이베이 사옥 인근에 애플의 연구개발(R&D) 센터가 개발되고 있고 구글도 구글빌리지를 만들기 위해 주변 땅과 오피스를 매입하고 있어 향후 건물 가격이 뛸 가능성도 높다. 달러 투자형, 원화 투자형으로 각각 출시돼 선택 가능한 점도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덕분에 신한은행에 배정된 200억원의 약정액은 판매 시작 후 금세 모였다.

최성호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이베이라는 잘 알려진 임차인이 장기 렌트한다는 점, 예·적금의 3배 이상인 6%대 투자수익을 보장한다는 점에 주목한 자산가들이 많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시대의 종말이 왔다고 하지만 웬만한 금융상품에서는 이를 체감하지 못해 실망한 자산가들이 최근 발견한 ‘블루오션’이 바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해외부동산 펀드다.

부동산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통해 모은 자금을 빌딩이나 호텔, 유통, 물류 시설 등에 투자한 뒤 여기서 나온 임대료와 향후 매각 시 거둔 매매차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1년 만에 10조 늘어난 해외 부동산펀드 NASA·EU 오피스부터

영국 물류센터까지 투자대상도 다양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 8월말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에 투입된 돈(순 자산총액)은 37조2700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한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8월 27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판매 창구는 증권사와 은행이지만 최근에는 은행들이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 2015년만 해도 ‘0원’이던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의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 취급액은 이듬해 193억원에서 2017년 1096억원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1000억원을 돌파한 지난해 4대 은행이 취급한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의 최고 수익률은 연 8.5%로 같은 기간 국내 부동산 펀드 수익률(7.24%)을 넘어섰다. 주요 은행 중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초 벨기에 ‘EU 오피스’ 투자 상품(신한알파플러스 특정금전신탁)을 시작으로 최근 취급한 이베이 오피스 건물 펀드까지 다섯 개의 펀드를 선보여 지금까지 총 1062억원을 모았다.

벨기에 EU 오피스 펀드는 2016년 유럽연합(EU) 33대 기관인 유럽집행위원회·최고위원회·유럽연합의회가 12년 장기임차계약을 맺은 오피스빌딩 ‘스퀘어 디 뮤즈8’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업무지구라는 입지적 장점, ‘EU’라는 안전한 임차인을 확보했다는 이점 덕에 당시 출시 2주 만에 목표액 300억원이 모두 모였다.

같은 해 7월에 판매한 영국 물류센터 펀드는 국내 이마트와 비슷한 대형마트 체인을 운영하는 유통대기업 센즈베리가 20년 이상 장기임차 계약을 맺은 물류센터를 유동화했다. 투자자들은 6개월마다 임차기업이 내는 임차료를 꼬박꼬박 배당받을 수 있다. 해외 투자 상품이지만 신한은행은 투자금을 원화로 받았다. 글로벌 투자 시 피할 수 없는 환차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은행 자체적으로 환헤지를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면 직접 달러로 투자할 때보다 수익률이 0.5~1%포인트 낮아지지만 그만큼 환위험을 줄일 수 있어 수익성과 안전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산가 고객들이 몰렸다.

당시 물류센터 펀드의 반응이 좋자 신한은행은 올해 다국적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스가 책임 임차한 영국 물류·생산시설 유동화 펀드를 선보여 160억원을 모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호주 교육부, 올해는 벨기에 외무부가 각각 장기 임차한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였다. 이 중 먼저 선보인 ‘미래에셋맵스 호주 부동산투자신탁 2호’의 투자 대상은 호주 캔버라에 있는 호주 교육부 빌딩이다. 연평균 배당수익률이 6.26%나 되고 현지 통화인 호주달러로 투자해 추가적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9월 초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의 스페인 본사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네슬레 글로벌 본사 일부와 스페인 본사, 현지 은행과 카페테리아 등 리테일 업체가 임차 중인 이 건물은 올해 8월 기준 남은 잔여 계약기간이 9년 6개월로 목표 투자기간(펀드 설정일로부터 5년간) 동안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계열사 하나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펀드 판매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펀드가 투자하는 NASA 본사 빌딩은 NASA가 오는 2028년까지 장기임차를 확정한 곳이다. 건물을 매입할 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사들인 덕에 향후 건물을 매각할 때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고, 원금의 50%에 대해 환헤지를 보장하는 것도 장점이다. 당시 하나은행을 포함해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판매된 펀드는 이런 장점 덕택에 판매가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약 900억원을 모으며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기세를 몰아 하나은행은 같은해 11월 미국 드림웍스 본사 건물 투자 펀드 판매에도 뛰어들어 300억원을 모았다.



▶목표수익률 연 6~7%

6개월에 한 번씩 배당으로 투자금 흡수

최근 해외 부동산 펀드에 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판매한 영국 버밍엄 소재 세인스베리 물류센터 펀드가 연 7% 초반을 제시하는 등 요즘 출시되는 상품의 예상 수익률은 연 6~7%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예·적금 등 주요 은행의 저축성 수신상품 평균 금리가 1.82%인 것과 비교하면 최고 3배 높다. 여기에 임차인에게서 받은 임대료를 보통 반년마다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만큼 만기가 돼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상품보다 자금활용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임대료 기반 상품이라 시중금리 변동과는 무관하게 투자기간인 5~7년간 꾸준히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

제도 개선도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를 견인했다. 과거 이 시장은 국민연금이나 각종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웬만한 자금력이 없으면 투자 자체가 힘들었던 탓에 개인투자자들이 다가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 투자금액 하한선이 기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확 낮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결과 사모펀드의 저변이 넓어졌고 그만큼 새로운 투자자 유입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에 넣는 돈은 1인당 3억~5억원 수준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인기는 전체 부동산펀드 시장을 키우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국내에서 운용되는 부동산 펀드 전체 설정액은 69조9762억원으로 지난 2015년 9월 이후 매달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특히 8월 한 달간 유입된 자금은 2조721억원으로 올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넘치는 유동성에 각종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는 올해에도 해외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한국펀드평가의 연초 이후 펀드 종류별 평균 수익률을 보면 해외 부동산은 3.65%로 국내 채권형(1.95%)과 해외 채권형(-1.45%), 해외 주식형(-2.61%), 국내 주식형(-6.87%)을 압도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기초자산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유럽이다.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 기준금리는 0%. 그만큼 대출금리도 낮아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하면 기대수익률은 한국과 유럽 금리차이(1~2%포인트)만큼 더 올라간다.

최근에는 동남아 신흥국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베트남의 경우 2015년부터 외국인들의 주택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일본과 중국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여기에 맞춰 국내에서도 현지 투자 상품을 찾는 수요가 몰리고 있고 금융사들도 관련 상품 판매를 준비 중이다.



▶고수익만 보고 뛰어들면 위험…

원금손실·환차손 주의해야

다만 해외 부동산 펀드투자의 리스크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차손 위험이다. 주로 달러 등 현지 통화로 거래와 배당이 이뤄지기 때문에 만약 원화 강세장일 경우에는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이를 피하려면 환헤지가 되는 상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연말까지 계속되고 그 결과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환차손 리스크는 다소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금 손실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상품 설명서는 하나 같이 해당 상품의 투자 위험도를 ‘1등급’ 즉 ‘매우 높은 위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예·적금 같은 예금보험공사의 보호 대상이 아닌 ‘실적배당상품’으로 투자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적시돼 있다.

배당은 임대료로 지불하고 투자원금은 만기 시 매각 차익으로 지불하는 경우 부동산이 팔리지 않으면 원금회수가 미뤄질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부동산이 매각될 때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낮은 금액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발생한 매각 손실은 곧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로 이어진다.

이런 사례를 막기 위해 많은 부동산 펀드가 정부기관이나 글로벌 대기업이 임차해 매각 가치가 높은 건물을 유동화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품도 있는 만큼 투자할 때는 해당 펀드가 기초자산으로 삼는 건물의 가치, 그리고 향후 그 지역의 부동산 시장 전망 등도 고려해야 한다.


최성호 팀장은 “절대적으로 임차인 안정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월세가 잘 들어올 수 있는 신용도 높은 임차인이 굉장히 중요하다. 펀드 설정기간이 끝난 후 청산될 것을 감안해 해당 부동산의 향후 매각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상품 가입기간이 5~7년이고 중도 환매가 어려운 폐쇄형이 많다는 점은 유동성이 중요한 업종의 투자자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김태성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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