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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 주변 부동산 ‘돈 되네’ 교도소·집창촌·철도기지가 ‘화려한 백조’로
기사입력 2018.10.11 11: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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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집창촌, 철도차량기지, 군부대에 가까운 집은 아무래도 살 집을 고를 때 꺼려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집값도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집에 비해 저렴하다. 싼 집에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 혐오시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면? 기존 혐오시설이 발목을 잡고 있던 인근 주택 가격이 훌쩍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일명 ‘부동산 고수’들은 시세차익을 염두에 둔다면 도심권에 자리 잡은 혐오시설 인근 주택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더 이상 개발이 어려울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른 도심에서는 재개발·재건축과 함께 혐오시설 이전이 도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도심권 토지가격은 외곽보다 높게 형성돼 있기에 혐오시설을 외곽으로 이전시킨 뒤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로 개발한다면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한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관내에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이 위치한 몇몇 지자체들은 외곽의 지자체와 시설이전 논의가 한창이다.

청량리 일대 재개발 현장



▶집값 상승 ‘태풍의 눈’ 철도차량기지

현재 서울 내에서 이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차량기지는 도봉구 창동차량기지, 강서구 방화차량기지, 구로구 구로차량기지, 양천구 신정차량기지 등이다. 이 중 대체 차량기지의 착공 단계까지 진행된 곳은 창동차량기지가 유일하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창동차량기지 이전을 추진해 차량기지 인근의 면허시험장 등 98만㎡를 창업·문화 중심지로의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올해 6월 초 창동차량기지를 대체할 남양주시 진접읍 철도차량기지 공사가 시작됐다. 그 덕분에 창동차량기지와 접한 1981가구 규모 대단지 ‘동아청솔’ 아파트는 지난해 1월에만 해도 3억원 후반에 거래됐던 전용 84㎡가 올해 9월 6억3500만원의 신고가에 거래됐다.

구로차량기지 이전계획은 지난 2016년 말 KDI의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현재 구로차량기지는 기지 서쪽에 있는 10여 개의 아파트 단지와 기지 동쪽의 구로동 생활권을 완전히 가르고 있다. 차량기지 이전은 양편의 주거지역과 생활권을 연결시키기 때문에 큰 호재라는 분석이다. 차량기지와 접한 단지 중 가장 큰 1400가구 규모의 구로주공1차아파트는 2015년부터 줄곧 4억원 초중반을 오가던 전용 84㎡ 가격이 KDI의 타당성 조사 통과 이후인 2017년 10월에 처음으로 5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8월에는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신정차량기지 이전은 현재 사전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조사결과는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인천 청라국제도시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정차량기지를 품고 있는 서울 양천구와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청라 연장을 희망하는 인천시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신정차량기지의 경우 목동신시가지 한복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기지 이전 호재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정차량기지와 맞붙어 있는 목동파크자이 전용 84㎡의 경우 올해 8월 1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7억5000만원이었다. 2년 새 가격이 2억7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중랑구는 신내차량기지 이전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약 16만5000㎡에 이르는 신내 차량기지(경춘선 신내역)를 이전해 해당 터에 첨단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단지에 의료·실버 산업과 같은 4차 산업들을 유치해 중랑구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창동차량기지를 제외한 다른 철도차량기지들은 아직 이전이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주의를 요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철도차량기지 이전은 시의회와 자치구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아직 공사 차원에서 이전 결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구치소·교도소 이전으로 들썩이는 집값

서울 송파구 가락2동 오금역 바로 앞에는 지난해까지 성동구치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일대는 아파트 단지가 많고 교통이 편리해 주거 선호지역으로 손색이 없지만 혐오시설인 구치소가 있다는 게 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성동구치소가 송파구 문정지구로 이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성동구치소가 있던 용지면적은 8만3777㎡로 축구장 12개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강남권에 몇 안 남은 개발부지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일각에서는 일부 용지를 민간에 일반 분양아파트용으로 매각하고 남은 공간에 구치소역사관, 창업지원시설 등 공공시설을 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동구치소 용지 바로 옆에 위치한 래미안파크팰리스 전용 84㎡는 성동구치소 이전 직전인 작년 5월 8억2000만원 안팎으로 거래됐으나 올해 8월에는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성동구치소 이전 덕분에 1년 3개월 남짓한 기간에 집값이 3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서울남부교정시설(옛 영등포구치소)도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구로구는 최근 고척동 102-1 일대 4950㎡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이곳은 1949년 ‘부천형무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1968년 ‘영등포교도소’로 이름이 바뀐 후 2011년 구로구 오류2동에 지어진 서울남부교도소로 이전할 때까지 서울 내 유일한 교도소였다. 정부가 LH와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한 ‘토지임대리츠’가 토지를 확보한 다음 뉴스테이 사업자에게 임대하는 ‘토지임대형 뉴스테이’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철거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구로구는 이 일대를 1·2구역으로 나눠 개발할 예정이다. 1구역에는 뉴스테이 2200여 가구가, 2구역에는 행정타운이 각각 들어선다. 인근의 A공인 대표는 “교도소 때문에 수십 년간 인근 집값이 억눌려왔던 지역”이라며 “이곳에 초고층 주상복합과 행정타운이 지어지면 이 일대 부동산 가격도 재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용산역 인근 전경



▶군부대 이전으로 수혜 입는 인근 부동산

군부대도 지역 주민이 이전을 희망하는 대표적인 기피시설 중 하나로 꼽힌다. 지역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인식과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당초 도심의 외곽지역에 지어진 군부대가 신도시 개발 및 도심 팽창으로 자연스레 도시 노른자위에 입지하게 되면서 군부대 이전 문제는 매번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다.

실제 개발을 통해 금싸라기 땅으로 변신한 군부대 이전 성공 사례는 적지 않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도하부대와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대표적이다. 독산동 도하부대 자리에는 현재 상업·업무 시설을 갖춘 4400여 가구 규모의 복합 단지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 조성돼 2016년 입주가 이뤄진 ‘롯데캐슬 골드파크1차’ 전용 84㎡ 16층은 지난 7월 7억8250만원에 거래됐다. 2년 새 고층부 분양가(4억8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도 평택으로 이전하고 이 자리에 공원이 조성된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면서 인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산 미군기지 바로 앞에 위치한 이촌1동 한가람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8월 말 1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4월까지만 해도 13억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문 대통령 발언 이후 4개월 새 매매가격이 8000만원 상승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은 도하부대 이전에 이어 공군부대 이전에 따른 혜택도 기대된다. 서울 금천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지난 5월 공군부대 이전 및 개발을 위해 개발 기본 구상 및 사업실행 전략 수립 용역 착수 보고회를 개최했다. 1940년대부터 국방부 소유인 독산1동 공군부대 부지는 약 12만5000㎡ 규모로 공군부대 업무시설(40여 동) 및 군관사 아파트(8개 동)가 들어서 있다.

공군부대 용지는 ▲G밸리에 부족한 IT·소프트웨어 등 4차 산업 지원시설 확충 ▲직주균형의 주거시설 및 복합 개발용도 배치 ▲신안산선 개통에 따른 지역중심기능 강화 등 서남권 지역 발전 핵심거점으로 변신할 것으로 보인다. 금천구 관계자는 “공군부대 부지가 서울시를 대표할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로 변모하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서남권 지역발전 핵심지역으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중심지로 부상한 과거 집창촌

교통요지마다 빠지지 않고 위치했던 집창촌이 점차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주상복합 등이 들어서고 있다. 청량리, 용산, 영등포, 천호동이 대표적이다.

‘청량리588’로 유명한 청량리 집창촌은 청량리4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롯데건설이 오는 2021년까지 200m 높이의 최고 65층 주상복합·호텔·쇼핑몰 등이 결합한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다. 집창촌이 사라지고 고층건물이 대거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자 인근 집값도 크게 올랐다.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59㎡는 8억9000만원을 호가하고, 전용 84㎡는 11억~12억원이 현 시세다. 이 아파트 전용 59㎡의 지난 1월 실거래가는 6억5000만~7억5000만원, 전용 84㎡는 7억8000만~8억8000만원이었다. 이외에도 답십리 ‘래미안위브’, 전농동 ‘래미안아름숲’ 등에서도 매물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집주인들은 날로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다.

강동구 천호동의 집창촌도 40층 주상복합단지로 바뀌고 있다. 2019년 착공, 2023년 입주가 목표다. 전체면적이 3만8508㎡에 달하는 이곳에는 지하 5층~지상 40층 주상복합 건물 4개 동이 들어선다. 아파트 3개 동, 오피스텔 및 업무시설 1개 동으로 구성되며 각 건물의 지하에서 2층까지는 상업시설이 배치된다. 주상복합단지는 아파트 999가구, 오피스텔 264실, 상가 200여 실로 구성될 예정이다.

영등포에서는 영등포 쪽방촌과 집창촌을 대상으로 정비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500억원을 투입해 영등포역 앞 영등포·경인로 일대를 서남권 경제 거점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도시재생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쪽방촌·집창촌 일대의 노후 건물들을 허물고 상업·업무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용산역 인근 집창촌은 이미 재개발사업을 통해 래미안용산·용산푸르지오써밋 등 고급 주상복합 단지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아모레퍼시픽·현대산업개발 등 기존 대기업 사옥들에 더해 LG유플러스, CJ CGV 등 다른 대기업들도 잇달아 본사를 옮겨 오면서 서울의 새로운 업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용환진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7호 (2018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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