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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증시 속 가치투자 고수의 선택은? “반토막난 가치株서 숨은 진주 찾아라”
기사입력 2018.08.10 11: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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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가치투자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치투자란 시장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종목이 가진 진정한 가치(내재 가치)에 중점을 둔 투자 전략을 말한다. 시장이 주가를 올릴 것인지 내릴 것인지를 예측하기보다는 현재 주가와 내재 가치가 얼마나 벌어졌는지에 주목한다는 의미다.

가치투자 전략은 작년처럼 지수가 상승세를 탈 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 가치투자 펀드에서 투자자들이 빠져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처럼 시장에 악재가 쏟아진 때야말로 가치투자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외부 상황이나 시장 요인 때문에 좋은 기업의 주가가 내리면 거기에서 투자 기회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가 대표적인 가치투자 고수로 손꼽힌다. 이들이 모여 가치투자 철학과 남북 관계 완화, 미중 무역분쟁, 4차 산업혁명을 놓고 대담을 나눴다. 세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투자와 현재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지를 들어봤다.



▶강방천, “아바(ABBA)에 주목하라”

강방천(59)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국내 펀드매니저 1세대이면서 가치투자자 사이에서도 개척자로 불린다. 강 회장은 주가는 오로지 기업 가치가 결정한다는 신념을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설파해 왔다. 강 회장은 투자에 있어 사업 구조(비즈니스 모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 회장은 “많은 이들이 재무제표를 따지지만 그 숫자를 일궈내는 것은 결국 사업 구조가 얼마나 튼튼한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미래 기업 환경은 더 중요하다.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 압박을 받았던 CJ그룹 주식에 투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 회장은 “정치 상황에 주목한 투자자들은 CJ그룹 주식을 팔았지만 사업 구조가 튼튼하다는 점을 믿었기에 큰 수익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미래 시장 트렌드는 크게 네 가지다. 영문 앞 글자를 따서 ‘아바(ABBA)’라고 이름 붙였다. 첫 번째 A는 ‘액티브 펀드의 부활(Active Fund Returns)’이다.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지속해오던 주식시장 호황이 끝나고 점차 새로운 투자지형이 도래하고 있다.

불황이 찾아오면 평균을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 투자보다는 평균 이상의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 투자가 더 적합하다는 게 강 회장 생각이다.

둘째 B는 ‘빅데이터 혁신(Big Data Revolution)’이다.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하드웨어 혁신, 플랫폼 혁신을 넘어 빅데이터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산운용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고 지난해 로봇이 운용하는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셋째 B는 ‘중국의 거대한 소비(Big Consumer, China)’다. 임금이 올라 소득이 늘어난 중국인 소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거 중국 소비 행태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경험하고 체험하는 소비, 문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중 무역 마찰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내수 소비를 확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부터 중국 소비에 주목하자는 측면에서 자산 배분도 바꿔 왔다.

세계 각국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소비재 기업에 주목하는 이유다. 강 회장은 “금리 인상이 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있느냐를 살펴야 한다”면서 “큰 구도 속에서 물가 상승은 부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재무 안정성 높은 기업과 소비재 기업은 물가 상승을 견디는 힘이 크다고 본다.

마지막 A는 ‘액티브 시니어의 삶(Active Senior Life)’이다. 액티브 시니어는 자산과 소득 수준이 높은 50~60대를 중심으로 생겨난 새로운 소비 주체다. 장년기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는 젊은 층에 비해 부동산 주식 등의 재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높다. 강 회장은 “수혜가 예상되는 헬스케어, 레저, 식품 등의 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밖에 남북 관계 개선 전망은 시장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강 회장은 “만약에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면 에너지와 관련된 기반시설, 소비재 산업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화장



▶허남권, “남북 경협주 담아라”

허남권(55)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지수가 낮을 때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 가치투자라고 본다. 그는 주식은 위험 자산이 아니라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믿는다. 허 대표는 “주가는 믿지 않지만 투자 대상은 믿는다”면서 “나보다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조직과 영업망이 주주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그런 믿음이 있기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속가능한 기업의 주가 상황이 가장 어려울 때 투자한다. 시장은 정직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악재가 상당히 반영된 지금 주식 시장은 가치투자에 적절한 시기라고 봤다. 아울러 상장사들이 배당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투자에는 유리한 환경이다. 허 대표는 “지금 투자 환경이나 실물 경제를 고려할 때 충분히 저평가라는 생각”이라면서 “비싼 주식을 팔고 싼 주식을 사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좋은 기업 주가는 오르고 안 좋은 기업 주가는 내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보는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허 대표는 “최근 주가가 내린 원인을 무역전쟁으로 보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시장이 우리 경쟁력을 의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없다. 중국에 밀려 무너지고 있다”면서 “지금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회복되려면 무역 전쟁이 해결되거나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거나 북한과 돌파구가 생겨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허 대표는 남북 경제협력 수혜주를 주목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경협주는 가치투자가 아니라 테마주 쫓기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하지만 허 대표는 “과거 정부에서 ‘통일대박론’을 내놨을 때도 경협 수혜주에 장기 투자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 감소와 산업 경쟁력 악화라고 봤다.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남북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이다. 허 대표는 “남북 간에 철도·도로·가스·전력이 연결되면 70년 이상 섬나라였던 우리나라가 대륙으로 연결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경제적 효과는 측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분히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이 많다고 보고 자산 배분에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신영자산운용이 공시한 올해 6월 이후 보유 지분 변동을 살펴봤다. 일신방직, 아세아시멘트, 스카이라이프, 대림씨엔에스, 제이콘텐트리, 삼천리 6개 종목 지분을 1% 이상 늘렸다. 신영자산운용은 100개 종목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고 이들 종목에 대한 지분 변동을 공시해야 한다. 이 중 지난달부터 지분을 늘린 종목이 18개다. 제지·시멘트·유제품·제분 업종을 비롯해 남북 경협 수혜주로 분류되는 기업이 절반 이상이었다. 허 대표는 “우리나라 주식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은 안보 문제”라면서 “그런 문제가 해소되면 코스피 지수는 4000포인트가 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이채원, “주가 반 토막 난 종목도 다시 보라”

이채원(54)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어릴 때부터 위험을 싫어했다”면서 “돈 잃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자산운용업계에 뛰어든 그는 대박 날 주식을 찾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손실을 보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가치투자자가 됐다. 이 대표는 금리 인상기가 가치주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봤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에는 불리하다”고 봤다. 그동안 성장주 주가를 올렸던 시장에 도는 자금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 인상 후에는 시장 전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진다. 운용 전략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이 대표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가지고 PER 5.0배를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 가진 매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기업’을 골라 담는다. 최근에는 중소형주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실적 수준에 비해 주가가 일시 약세를 보이는 종목을 주로 담았다. 6월 이후 지분을 0.93% 늘린 나이스가 대표적이다. 금융 인프라스트럭처 기업을 거느린 나이스그룹의 지주회사다. 김광수 나이스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별세하면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떠올랐고 주가가 약세 흐름을 보였다.

상장 후 최저가까지 떨어진 바이오업체 에이티젠 지분도 같은 기간 0.7% 늘렸다. 동아타이어와 디디알오토모티브도 꾸준히 지분을 늘리는 종목이다. 두 종목은 올해 초 동아타이어가 인적 분할한 뒤 재상장을 마쳤지만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투자를 결정한 후에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특히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는 힘든 시간을 기다릴 방법을 찾는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워런 버핏 책을 읽고 그 상황이 지속되면 다 포기하고 무협지를 읽는다”면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음악을 듣거나 영화도 본다”고 말했다.

남북 경협주 투자는 아직 공부하고 있는 단계다. 현재는 투자를 한 적이 없다.
이 대표는 “경협을 상징하는 종목들이 많이 나왔으나 실제 수혜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진짜로 북한에 비료가 부족한지, 시멘트가 부족한지, 휴대전화는 몇 대나 있는지 실정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 관계 개선이 우리 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했다. 이 대표는 “북한과 일본이 수교하면서 배상금이 지급되고 중국을 비롯한 세계 자금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국내 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본다”면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이 수혜를 보겠지만 아직은 많은 연구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우성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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