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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놓인 가상화폐 미래 “미지의 시장” vs “역시 거품”
기사입력 2018.07.12 1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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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가상화폐의 미래는 역시 밝다”와 같은 목소리에 귀가 솔깃해지는 반면, 하락장이 오면 “가상화폐는 역시 거품이었다”는 비관론 일색이니 가상화폐에 생소한 투자자 입장에선 갈피를 잡기 쉽지 않다.

가상화폐 투자 컨설턴트인 임동민 오스트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는 과거 10년 동안 증권사에서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을 분석하는 일을 하다 가상화폐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가상화폐 업계에 투신했다. 잘나가는 금융사 직원은 가상화폐의 어떤 점에서 가능성을 발견했을까.

임동민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머니쇼 사상 처음으로 선보인 가상화폐 세션에서 ‘2018 가상화폐 시장 전망과 실전투자 가이드북’을 주제로 가상화폐의 가치 측정 방법과 ICO(Initial Coin Offering) 시장 규모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달러나 유로, 엔화 등은 자산대비 구매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지만, 가상화폐는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국가들이 화폐를 무제한으로 찍어낼 수 있는 것과 달리, 비트코인은 2100만 개, 이더리움은 평균 유통량 1억 개로 발행 계획이 정해져 있다. 실제로 주요국들의 양적 완화 이후 안전자산인 금과 비트코인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가상화폐는 그 가치를 두고 투자 거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이어져 오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수표는 돈을 전달하는 도구일 뿐, 그 자체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라며 가상화폐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반면 넷스케이프의 공동 창업자이자 유명 벤처투자자인 마크 안데르센은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는 가치교환의 인프라적 기능에서 창출된다”며 “비트코인은 화폐 경제에 포함될 것이며 유통량과 유통 속도를 감안할 경우 시가총액이 상승할 것”이라고 점쳤다.

임동민 애널리스트는 먼저 화폐수량설에 기반한 가상화폐 시가총액 계산법을 소개했다. 화폐수량설이란 화폐 공급이 가격 수준과 ‘정(正)의 관계’를 가진다는 이론이다. 물가 수준이 화폐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에 따른 ‘MV=PY’ 공식이 유명한데 여기서 M은 통화량, V는 화폐유통속도, P는 가격 수준, Y는 생산량이다.

이를 가상화폐에 적용하면 가상화폐 시가총액(M)은 ‘명목GDP(PY)÷화폐유통속도(V)’로 구할 수 있다. IMF는 2022년 명목GDP를 102조500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25%가량이 가상화폐로 결제될 것이라고 가정한다. 화폐 유통속도는 보수적으로 과거 미국 본원통화 유통속도가 가장 빨랐을 때인 17.3배를 사용했다. 이를 적용하면 M은 1조4812억달러(102조5000억달러×25%÷17.3)가 나온다. 이 계산이 맞다면 5년 뒤 시가총액이 세 배 이상 뛸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블록체인 SNS 서비스’ 스티밋. 이미 상당수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블록체인,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경쟁력

비트코인은 흔히 ‘디지털 골드’로 불린다.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안전자산 금의 가치에 수렴한다고 가정하고 가치를 측정해볼 수도 있다. 만약 비트코인이 금의 가치에 50% 정도로 수렴한다면, 1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달러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측정법에 기반해 투자 전문가 로니 모아스는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5만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고, 중국의 유명 채굴자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는 비트코인이 5년 내 1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네트워크 플랫폼 가치에 기반해 페이스북과 이더리움의 비교도 이어졌다. 이더리움은 비탈릭 부테린이란 개발자가 갓 스무 살에 불과하던 2014년 창안했다.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월드 테크놀로지 어워드’에서 IT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기술 분야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상을 그는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를 누르고 받으며 주목받았다.

임동민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은 가입자 확대로 네트워크 효과가 기업가치에 반영된다”며 “이를 이더리움 플랫폼에 적용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가입자 수는 15억 명을 넘어섰다.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을 가입자 수로 나눴을 때 1인당 가치는 300~350달러 수준이다. 이더리움의 경우 정확한 사용자 수를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좌 수를 사용해 계산해 볼 수 있다. 이더리움의 계좌 수는 3600만 개 수준이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더리움이 사용자 10억 명을 달성하고 페이스북의 인당 가치에 수렴한다고 예상하면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은 36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

임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가상화폐 중 특히 이더리움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게 이더리움”이라며 “비트코인만큼이나 단단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어 안정성도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비탈릭 부테린은 비트코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더리움을 제안했다. 비트코인이 암호화 화폐라면 이더리움은 이에 플랫폼 개념을 더했다. 스마트계약과 분권화 어플리케이션인 ‘Dapp’(디앱·Decentralized Application)을 사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 발행량은 2040년까지 2100만 개로 제한돼 있다. 이더리움 발행량도 매년 하락하는데, 이더리움 소유자의 사망이나 손실분을 감안하면 향후 약 1억 개 정도에서 평형 상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더리움 가격은 2015년 8월 2.77달러에 불과했으나 2018년 1월 1395.79달러를 찍고 내려온 뒤 2018년 5월말 530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프론티어>홈스테드>메트로폴리스>세레니티’ 총 4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1단계인 프론티어(Frontier)는 이더리움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다. 커멘드 라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더 계약을 업로드하고 실행시킬 수 있고 채굴자들이 채굴을 시작한다. 거래소에서 이더 거래가 이루어지고 디앱을 테스트할 수 있다.

또 이더를 구입한 뒤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이더리움에 업로드할 수 있다. 다음 단계인 홈스테드(Homestead)는 프론티어의 광범위한 테스트가 끝나고 코어 개발자들이 안정적이고 안전하다는 판단이 이뤄진 뒤 시작됐다. 2단계까지는 이더리움의 베타 버전으로서 이더리움의 주요 프로젝트들이 처음으로 개발되고 구현됐다. 3단계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에서는 기술을 모르는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공식 인터페이스가 출시됐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작동하게 되며 강력한 생태계를 갖춰가기 시작하는 단계다. 마지막 세레니티(Serenity) 단계에선 에너지 낭비가 심한 ‘작업증명’을 ‘자산증명’으로 전환한다. 네트워크의 확장성(scalability)이 개선돼 처리속도가 빨라지며 초보자들도 사용하기 쉬운 단계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JP모건, 삼성SDS 등 굴지의 기업들은 EEA(Enterprise Ethereum Allian ce)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더리움에 기반해 개발된 디앱에는 ‘스티밋’과 ‘엣지리스’ 등이 있다. 스티밋은 일종의 ‘블록체인 SNS’로 수정과 검열이 불가하다. 사용자들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스팀달러를 지급한다. 이용자들이 본인이 쓴 콘텐츠에 대해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엣지리스는 이더리움에 기반한 블록체인 카지노다. 일반 카지노에 가면 카지노 측이 기계를 조작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손님 입장에선 알 수 없다. 하지만 엣지리스는 블록체인에 기반해 합의된 대로 게임이 돌아가기 때문에 보다 ‘투명한 카지노’라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혁신적인 자금조달 경로 부상

이러한 혁신적인 서비스의 등장으로 ICO는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블록체인 스타트업 입장에선 혁신적인 자금조달 경로로 부상했다. 2017년까지 ICO를 통해 모집된 자금은 무려 64억 달러에 달한다. ICO와 디앱들의 등장으로 개발자와 사용자, 투자자와 거래소 간 가치와 가상화폐가 순환하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2018년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회의 결과는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가상화폐는 화폐보단 암호자산적 특성이 강하다는 점과 자금세탁방지 등 유동성 모니터링 방법을 표준화해서 국제 공조를 해나가겠다는 점이다. 임 애널리스트는 “G20 이후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가 현재 상태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국가적으로는 자산, 증권으로 규정하고 제도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의 신원희 이사의 강연도 이어졌다. 그는 가장 먼저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거래제한이 있어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오해에 대해 그는 “필요한 만큼 거래를 확장시킬 수 있으며 무한대에 가까운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장부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거래정보 보호가 어렵다는 오해에 대해선 “금융기관에 블록체인을 도입한 솔루션은 전적으로 해당 금융기관만이 거래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블록체인이 하나의 독립적인 장부를 이용하다 보니 원래 사용하던 장부와 호환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두 개의 독립적인 장부를 운용하지만 서로의 내용을 일부 계정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여전히 기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초기시장”이라며 “가상화폐에 투자할 때 비전, 기술적 가능성, 신뢰성 3요소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신 이사는 가상화폐 기술의 활용범위를 다섯 단계로 나누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마다 시장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카모토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세상에 처음 내놓은 ‘등장’ 단계. 이더리움, 리플, 퀀텀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는 ‘발전’ 단계. 실제 비즈니스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PoC(개념증명)’ 단계를 넘어 상용화가 되면 실제 가치가 발생하고, 대중화가 되면 내재가치가 확정되고 변동하며 궁극적으로 ‘가치 상승’이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신 이사는 “가상화폐 가격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말고 눈앞에 있는 정보가 이 다섯 단계 중 어느 단계에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신 이사는 “이더리움뿐 아니라 금융사에서 연구 중인 리플과 빠른 거래 속도가 강점인 오미세고 등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미세고는 ‘Unbank the Banked’라는 슬로건에서 나타나듯, 탈은행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빠른 거래 처리 속도와 보안성을 확보해 다양한 디지털 화폐를 호환할 수 있는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에 다녀오며 쌓은 항공사 마일리지를 다 쓰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마실 때 결제하는 식이다.

아브라(Abra)라는 서비스도 있다. 가상화폐 기반의 디지털 지갑 서비스인데, 가상화폐를 통해 전 세계 50개 이상의 화폐로 자유롭게 환전이 가능하며, 전송 수수료 없이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다. ‘아브라 텔러(Abra teller)’를 통해 현금으로 인출하는 오프라인 환전 기능도 제공한다.

리플은 화폐와 화폐를 연결하는 ‘연결 통화(Bridge currency)’를 목표로 한다. 신 이사는 “리플은 전 세계 60여 개 이상의 은행과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플의 해외송금 솔루션인 ‘xCurrent’는 기존 은행을 이용하는 것보다 80% 이상 저렴하고 송금시간 역시 10배 이상 단축했다.



▶안전한 거래소 선택은 필수

신 이사는 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첫걸음은 안전한 거래소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국내에만 30곳 넘게 있고, 전 세계적으로 30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관련 규제가 없다보니 거래소 해킹 피해나 ‘먹튀’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사고로 소중한 투자금에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상화폐는 물론 거래소에 대한 신뢰 또한 검증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노승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4호 (2018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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